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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등대지기

요사이처럼 마음이 허하고 난항의 길을 걸어보기는 오래간만인 것 같다. 거의 3년 동안 이어지는 팬데믹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를 철장 속의 새로 만들어 놓고 있어 날마다 우울함에서 시작한다.  
 
나는 고층건물에 살고 있어 새벽에 눈을 뜨면 자연 밖을 내다보는데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아침 7시 30분경이면 어김없이 인부들이 모여 새집을 짓고 있고 길 건너 학교 운동장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부모들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나에게 등대의 역할을 해준다.  
 
GPS가 발달한 현대에서는 갈수록 등대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고, 있던 등대들도 거의 무인화되고 있어 찾아보기도 어렵지만, 과거엔 이들이 없으면 배가 야간항해 정박을 할 수가 없었다. 배가 사고를 당하지 않고 무사히 야간에 항해하고 정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등대요, 그를 인도하는 것이 등대지기라 하겠다.  
 
요사이 좀 잠잠해지려나 했던 팬데믹은 오미크론이라는 변종이 생겨나 그 무서운 전파력에 모든 사람을 더더욱 묶고 놓고 있다. 우리 아파트만 해도 아래층 스파. 도서실, 각종 운동시설을 모두 일단 문을 닫는다는 공지사항이 나돌고,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 나가던 서예 교실도 쉬고 있는데 곧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는 이를 뚫고 하나의 빛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오늘 하루도 선물이고 희망이다.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나의 셋째 시동생은 거의 20여년 전에 뇌졸중이 와 그동안 참으로 열심히 건강을 챙겨 거의 정상으로 근래 잘 지내고 있었는데 지난 연말 다시 또 뇌졸중이 와  요사이 또 힘들게 지내고 있어도 절망하지 않고 모든 테라피를 잘 받으면서 희망 속에 지내고 있다. 그에게 닥친 난항 속에서도 그는 등대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삶은 ‘빛’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용기를 얻는다.  
 
오랜 세월 인간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우리 문학 교실의 한 문우께서는 이 어려운 팬데믹에서 그 힘든 요가(yoga)를 공부해(American Yoga Academy) 지금은 요가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역사회 봉사까지 하고 계시다. 이 분은 이 혼란한 난항을 거쳐 가는 시기에 우리에게 등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나의 주위에는 고마운 분들이 많다. 우리는 서로 만나지는 못해도 카톡을 통해 LA, FL, NY 어디서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 난항의 길을 헤쳐나간다.  
 
우리 문학 교실의 김정기 선생님께서는 새해에 이메일을 주시며 올해의 ‘신춘문예 시’ 시 당선작을 회원들에게 보내시며 세월이 가도 가슴 뛰게 하는 다선 시를 많이 읽고 공부하라고 격려하신다. 서예 교실의 유영은 선생님께서도 임인년 새해에 격탁양청(激濁陽淸), 탁류를 흘려보내고 맑은 흐름을 받아들인다는 신년원단을 보내주시고 계속 윤동주 선생님의 ‘서시’, 두보의 ‘춘망’ 등 체본을 보내시며 회원들을 격려하신다. 선생님들께서는 이 난항 속에서 침체해 있는 우리에게 ‘빛’을 발하시며 그 힘든 ‘등대지기’의 역할을 하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우리 모두 각자의 등대를 찾아 감사와 긍정의 힘으로 이 난항의 세월을 헤쳐 나갈 때 임인년 새해에는 기쁜 소식이 들리기를 확신한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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