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현명한 소비 요구하는 ‘물가 쇼크’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통화 공급 경고를 무시했고 경기 침체는 다가오고 있다. 몇 개월 동안 지속하고 있는 상상 이상의 고물가에 분노하거나 연준의 뒤늦은 대응에 대한 비판도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9.1%나 급등하며 다시 ‘물가 쇼크’로 출렁이고 있다. 9%대 물가 상승률은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봄부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매달 40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높은 CPI에 연준이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0.9%까지 치솟았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예상치를 훌쩍 넘자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여겼던 이른바 ‘울트라 스텝 (금리를 한 번에 1.0%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바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FOMC 정례회의에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지만 6월 물가 상승세를 보면 아직도 역부족이다. 7월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 분위기고 1%포인트 인상 단행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도 잇따라 1.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해도 소비 지출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더 큰 폭인 1.0%포인트의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 은행 총재도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수 있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힘을 실었다. 반면 ‘울트라 스텝’에 대한 반론도 있다. 기준금리 1.0%포인트 인상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준이 발간한 경기 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에는 경기 침체에 대한 깊은 우려가 담겼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5월 중순 이후 몇몇 지역에서 수요 둔화 조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인타운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고물가·고금리 부담은 한인들 생활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타운 소매업계의 세일은 사라지고 점심값 20달러 시대, 개솔린값은 갤런당 6달러가 훌쩍 넘은 지 오래다. 한인 소매업체, 식당, 마켓업계은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인들의 지출이 급감하며 ‘여름 특수’, ‘할러데이 특수’, ‘주말 특수’가 사라졌다. 특히 식품과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생활 물가 타격은 깊다. 주말 한인마켓에서 가족이 카트에 한가득 식품을 넣고 장을 보거나 마켓에서 식품업체 기획 전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소매업체에서 일정 금액 이상 사면 사은품을 주거나 식당에 줄을 서는 것도 예전 일이다. 고물가 상황에 ‘필요한 것만 산다’에서 이제는 ‘세일하는 것만 산다’로 소비 패턴이 또다시 바뀌었다. 1970년대 이후 최대 실질 임금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은 이중고다. 시간당 실질 평균 수입은 6월에만 1% 하락했고 지난 12개월 동안 3.6% 하락했다.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물가는 올라 한인들 소비 지출 역시 줄고 있다. 노동통계국이 산출하는 소비자 물가 지수는 미국 인구의 93% 소비 지출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일반 소비자의 인플레이션을 비교적 잘 나타내지만, 개별적 소비 지출은 상대적으로 잘 나타내지 못한다. 소셜연금 수령 연기, 차량 리스 구매, 쉬링크 플레이션 인지 등 인플레이션에 현명하게 대응한다면 ‘물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소비 요구 소비자물가 상승폭 물가 쇼크 소비 지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