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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미국 온 걸 후회”…“차 없어 못 나가”

수백 명의 퀸즈 지역 한인 노인들이 뉴욕시 노인국 지원으로 뉴욕한인봉사센터(KCS)가 운영하는 가정급식 프로그램인 '밀스 온 휠스(Meals on Wheels)'에 의존하고 있다. KCS의 급식 차량에 동승해 어려움을 겪는 한인 노인들의 실태를 취재했다.   "메디케이드가 있으면 참 좋은데. 한국에 가고 싶어 미국 온 걸 후회해요."     이들중 상당수가 거동이 불편해 ▶간병인 ▶생활 도움 모바일 기기 ▶이동기구 등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배우자를 잃고 독거노인이 됐음에도 자녀가 없거나 떠나 홀로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라 지속적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주 감사원에 따르면, 퀸즈지역의 빈곤율은 17.2%로 시 전체의 빈곤율(21.6%)보다는 낮지만, 한인노인들의 경우 재정적 문제 외 독거노인이 됨에 따른 생활 불편을 겪고 있다.   시 노인국을 통해 서비스 매니저의 심사를 통과하고 급식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한인 노인은 100~300명대다. 숫자는 매주 새로 취합돼 바뀐다. 절차를 잘 몰라서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하거나 대신 신청해줄 자녀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영어를 할 수 없는 한인 노인은 방치된 신세다. KCS를 통하거나 지인이 있다면 도움을 받기 수월하지만, 그조차 연줄이 닿지 못하면 쉽지 않다.     배우자 잃고 혼자…메디케이드 부러워요   프레시메도에 사는 김순옥(1937년생)씨는 올해 배우자를 잃고 혼자가 됐다. 자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교사로 일했던 경력 때문에 한국으로부터 사립학교 교육연금도 받고 있어 메디케이드에 가입하기 어렵다. 그는 "아는 사람들은 상속도 미리 할 텐데 너무 늦게 알아 아쉽다"며 "한국은 돈만 있으면 요양원도 가기 쉬워 돌아가고 싶다. 지금은 혼자가 돼 고민하고 있다. 남편이 모든 걸 해줬는데 이젠 서류도 챙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메디케이드가 없어 데이케어센터에 가기는 부담스럽다는 김씨는, 거동이 어려워진 지금 요양원에 가고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서라도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김씨는 거동이 어렵다. 주방에서 거실을 오가는 것도 한세월이다. 이렇듯 거동과 건강은 한인 노인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사이자 필요한 것이다.     나이를 밝히길 거부한 한인 제임스씨는 "메디메디라고 별칭이 붙을 정도로 메디케어랑 메디케이드 둘 다 갖고 있으면 무적"이라며 한인노인들에게 메디케이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거동이 불편한 한인노인들은 데이케어나 경로회관에 오가기도 어렵다.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데, 자녀나 친구도 없다면 그저 홀로 지낸다.   거동 어려워…치매 언니 수발하느라 외출 못해   퀸즈빌리지에 거주하는 한원숙씨는 자신의 나이나 미국에 온 연도는 기억하지 못했다. "아주 오래됐어. 1920년대에 태어났나? 연도는 몰라." 시에서 급식을 받는지 2년이 넘었지만, 이번 받은 게 두 번째라고 말하는 등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집에서 지낸다. 자녀가 없다는 그는 치매를 앓고 있는데, 거동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시에서 제공받는 급식을 받고 있다.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1925년생 김모 할머니는 치매가 온 언니를 간병하며 살고 있다. 간호사 출신의 언니도 연금을 받고, 자신도 은행을 다녔기에 연금을 받는다. 이 때문에 메디케이드가 없어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치매가 온 언니를 데려가기 어려워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메디케이드를 쓰면 간병인이나 요양원 비용 걱정이 없지만, 그렇지 못해 서로 돌봐야 한다. 언론인 출신의 장모씨는 맨해튼에서 가발 장사를 하다 건강식품 사업을 성공시켰다. 이후 자산이 늘어나 메디케이드 가입이 불가능해 병원비를 대느라 고생했다. 이들은 "세금을 그렇게나 냈는데.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의 차이가 커 억울하다"고 했다.   영어 능통…노인아파트 입주·메디케이드 가입 성공   김상기(1938년생)씨는 영어에 능통한 덕분에 2016년 노인아파트 입주에 성공했다. 10월엔 메디케이드에도 가입했다. 2016년부터 아파트 봉사자로 일하며 상대적으로 영어에 서툰 한인 노인들에게 통역을 제공한다. 노인아파트 매니저, 코디네이터가 타민족일 때가 많아 김씨의 통역이 필요하다. 뉴저지 에디슨연구소에서 일했다는 김씨는 은퇴 후 뉴욕으로 와 시 봉사자 일을 했다. 자녀들이 한국으로 떠나고 혼자 됐지만 굴하지 않고 봉사자 일을 하며 일상을 누리고 있다. 그는 ▶메디케이드 '스펜드다운' 설명 ▶매년 달라지는 기준액 등 자료를 파일철에 모두 모았다. 한인 노인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혼자가 돼 소일거리가 필요한데, 이같은 활동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영어 소통이 어려운 한인 노인들은 메디케이드를 비롯한 각종 복지프로그램 신청이 어렵다. 또 스마트폰 활용이 쉬운 젊은 세대의 경우 검색과 신청이 용이하지만 이를 대신해줄 사람이 없는 노인들은 이조차 어려워 하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시니어들 “의료서비스·재정부담·외로움이 가장 큰 문제” 시니어, 장기요양 선제적 대비 필수 글·사진=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송년기획 미국 후회 메디케이드 가입 노인아파트 입주 한인 노인들

2023-12-29

[송년기획]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한 주간포커스 2023

   콜로라도 대표 한인 언론사인 주간포커스는 2023년에도 변함없이 한인사회의 발전과 화합에 기여했다. 차세대 간담회, 한인 골프대회, 동요대회 등을 주최해 한인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었는가 하면, 4년 만에 어린이 동요대회를 재개해 콜로라도 한인 2세들에게 꿈과 희망의 무대를 선사하기도 했다.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 한 주간포커스의 2023년을 다시한번 되돌아본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성금모금 캠페인 벌여 … 유니세프에 7,540달러 전달   지난 2월6일 발생한 튀르키예 시리아 대지진으로 인해 5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발생 첫날에는 수백 명의 희생자를 예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갔다. 이에 주간포커스 신문사는 지난 2월 16일부터 3월 6일까지 튀르키예 지진 피해 돕기 캠페인을 실시했다. 그 결과 덴버 성로렌스 한인성당(주임신부 김정훈 라파엘)에서 성금 4천달러, 콜로라도 한인요식업협회 이종욱 서울바베큐 사장, 대광고등학교 동문회, 마이클 오 외 4명, 가동빌딩, 김지은, 정림횡, 정영철, 윤흥 그리고 익명을 요청한 4명 등이 주간포커스에 성금을 전달했다. 약 3주간 진행된 캠페인에서 모인 성금 총7,540달러를 유니세프 USA로 보냈다. 한편, 캠페인을 주관한 주간포커스 김현주 사장은 “이번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피해돕기 캠페인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했다. 많은 한인들이 지진 피해 돕기에 동참한 것은 참으로 뿌듯한 일이다. 먼 나라의 국민들까지 보살필 수 있는 여유가 한인사회에서 생겼다는 것은 대견한 일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관심 가져 준 동포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이낙연 대한민국 전 국무총리 방문 … 동포 간담회 및 차세대 리더 간담회 등 주관   주간포커스와 덴버 중앙일보는 이낙연 대한민국 전 국무총리의 방문을 주관해, 이 총리의 덴버 일정을 조율하고, 여러 행사를 주최했다.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덴버를 방문한  이 전 총리는 덴버국제공항에 도착해 김현주 사장 자택에서 디너모임을 갖고, 11일 오전 7시에 지역 인사들과 조찬(더블트리호텔), 9시에는 오로라시 청사에서 마이크 코프만 시장과 간담,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콜로라도 대학교 덴버에서 강연,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콜로라도 한인 교수들과의 간담, 5시부터 7시까지 교민대상 특별강연회(세컨홈), 7시부터 9시까지는 한인 교민들과 신명관에서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12일에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소재한 콜로라도 칼리지에서 총장과 면담 후 학생들과의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당일 오후 7시에는 주간포커스가 선정한 콜로라도 차세대 리더들과의 간담회(사진)를 주간포커스 문화센터에서 가지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리는 2번의 대학강연과 한인교민 대상 강연회, 저녁 만찬, 차세대 리더들과의 간담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제 3회 콜로라도 한인 골프대회 개최 … 한인 청소년 문화재단 기금마련 목적   콜로라도 한인 청소년 문화재단 기금마련을 위한 주간포커스 주최 제3회 콜로라도 한인 골프대회가 지난 8월 21일 오후 12시에 오로라에 소재한 밸리 컨트리 클럽(사설)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대회에는 120명이 전원 참가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지난 2회 때와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등록이 마감되어 한인 참가자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상금 2천 달러와 각종 상금을 비롯해, 75인치 삼성 TV부터 LG 65인치 TV,  프라이팬 6종 세트, 고급 골프백,  바비큐 그릴, 조니워커 블루, 인스턴트 팟 등 다양하고 푸짐한 상품들이 마련되어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아름다운 컨트리 클럽의 풍경과 클럽하우스에서의 디너 시간은 참가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대회 챔피언은 76타를 친 정동, 최용성씨가 공동 우승했으며, 일반부 1위는 박 제임스, 시니어 1위는 박문성, 여성부 1위는 추제니씨가 각각 차지했다. 주간포커스 주최 한인 골프대회는 전례없이 쟁쟁한 스폰서들, 참가를 원하는 교민들의 참가신청 쇄도, 푸짐한 상품과 고급스러운 식사에 쾌청한 날씨까지 완벽하게 받쳐준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됐다.       ◈제 6회 콜로라도 어린이 동요대회 성료 … 4년 만에 재개   주간포커스가 주최하고 콜로라도 한인 청소년 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제6회 콜로라도 한인 어린이 동요대회가 11월 4일 주간포커스 문화센터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4년 만에 열리면서 참가팀,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응원을 하러 오면서 주간포커스 문화센터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대상은 연어야연어야를 부른 허주희(6) 양이 차지해 상금 500달러와 트로피를 수상했다. 금상은 섬마을을 부른 정윤슬(9), 은상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부른 유진(10), 동상은 다섯 가지 예쁜말을 부른 임지민(7), 인기상은 작은 동물원을 부른 전설(5), 독도는 우리땅을 부른 스프링스 통합한국학교 소속 라온팀(9명) 이 차지했다. 한편, 2012년10월 20일에 시작된 동요대회는 한국 동요의 보급과 어린이들의 재능 계발을 위해 기획된 행사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는 유일한 어린이를 위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주간포커스ㆍ덴버중앙일보, 목회 칼럼니스트들과 오찬   주간포커스는 136면을 매주 발행하고 있는데, 이 중 목회칼럼은 지난 16년 동안 한 주도 빠진 적 없는 주간포커스의 대표 지정 칼럼이다. 그래서 주간포커스는 이렇게까지 성실히 지면을 채워주신 목회칼럼니스트들과의 모임을 매년 초에 가지고 있다. 올해도 주간포커스와 덴버중앙일보는 목회 칼럼니스트들과 한자리에 모여 신년모임을 가졌다. 1월 20일 오후 12시, 오로라 소재 서울바베큐에서 가진 모임에는 임동섭 에콰도르 선교사, 이동훈 더비전교회 담임, 김교철 세계선교교회 담임, 조완길 홍해선교회 대표, 유지훈 참빛교회 담임, 이두화 풍성한 교회 담임, 김병수 믿음장로교회 담임, 윤우식 더비전교회 담임 겸 덴버교역자회장 등이 참석해 새해 덕담과 함께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김현주 사장은“두 달에 한 번 정도 쓰는 칼럼이지만, 모두들 매번 고심해서 좋을 글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마감시간을 항상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덴버 중앙일보 킴보장학금 수여식 … 총 5명에게 2천달러씩 전달 덴버 중앙일보사(대표 김현주)가 지난 8월 5일 주간포커스 문화센터에서 2023년 킴보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했다. 중앙일보 산하 비영리 단체인 해피 빌리지와 중앙일보가 킴보 장학재단의 후원으로 실시하는 2023년 덴버지역 킴보장학생에는 5명이 최종 선발되었다. 올해는 5명 전원이 대학입학 예정자로 선발되었다. 한편, 올해 제36회를 맞는 킴보장학생 선발은 한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으로는 미국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중앙일보는 지난 2008년부터 장학생 선발지역을 미 전역으로 확대해 중앙일보의 전 지사를 통해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킴보장학생은 한국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사업으로, 2023년에는 미 전역에서 총 215명을 선발해 1인당 2000달러씩, 총 43만달러를 지급했다. 올해 덴버 장학생은 김도윤(Dartmouth College), 제이니 신(Vanderbilt University), 라이언 리(Harvey Mudd College), 박서현(CU Boulder), 정지나(Yale) 등이다.       ◈주간포커스 김현주 사장, 3년 연속으로 한국학교협의회에 2천 달러 후원   주간 포커스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미한국학교 콜로라도 지역협의회(회장 유미순)에 2,000달러를 쾌척했다. 지난 9월 9일에 열린 2023 가을학기 교사연수회 자리에서 후원금을 전달한 본지 김현주 사장은 “콜로라도 한인청소년 문화재단의 기금 마련을 위한 골프대회를 성황리에 잘 마쳤다. 그때 모금한 후원금 중 일부를 콜로라도 한국학교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올해에도 후원을 결정했다. 특별히 우리 한인 2세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학교 선생님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아이를 한국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이 후원금이 한국학교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후원금을 전달받은 유미순 재미한국학교 콜로라도 지역협의회 회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렇게 큰돈을 쾌척해 주신 김현주 사장님과 콜로라도 한인청소년 문화재단 측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2000달러가 20,00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만큼 귀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경진 기자송년기획 주간포커스 커뮤니티 콜로라도 한인요식업협회 주간포커스 김현주 주간포커스 신문사

2023-12-29

<송년기획> 한인사회 5대뉴스 <5·끝>아시안 증오범죄…코로나 타고 전국으로 번져

올해 초부터 급증한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로 한인들도 고통을 겪었다.       코로나19를 ‘쿵 플루(kung flu)’로 발언하며 중국의 책임론을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아시안 증오범죄가 들끓었고 전국 한인사회에서도 피해가 이어졌다.       욕설과 인종차별적 발언은 물론, 길가던 한인을 벽돌로 무차별 폭행하는가 하면 한인 업주들이 운영하는 매장에 들어가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LA한인타운에서는 공군 예비역인 20대 한인 남성이 히스패닉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비영리단체 ‘아시안 증오범죄를 멈춰라(Stop AAPI Hate)'에 따르면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아태계를 겨냥한 증오사건·범죄는 9081건으로 그중 한인 피해는 1525건으로 전체의 16.8%에 달했다.         한인들은 증오범죄 중단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3월 말 LA한인타운에서는 LA한인회장과 주디 추 연방하원의원, 한인타운 지역구인 지미 고메즈 연방 하원의원 등 정치인들을 포함 2000명이 모여 타운 중심가인 올림픽 대로를 행진하며 증오범죄 근절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다.       뉴욕에서는 지역 한인사회의 주요 단체들이 모여 아시아계 증오범죄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미셸 박 스틸, 영 김 연방하원의원 등 한인 정치인들도 증오범죄 방지법 마련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아시안 증오를 규탄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앞장섰다.   장수아 기자송년기획 한인사회 아시안 증오범죄 전국 한인사회 한인사회 5대뉴스

2021-12-27

<송년기획> 2021 한인사회 5대 뉴스…애틀랜타 스파 총격사건

 올해 초 한인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비극적인 사건이다.     지난 3월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파 3곳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해 총 8명이 숨졌는데, 피해자 중 4명은 한인 여성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피해자 중 숨진 여성 2명도 중국계 여성으로 알려지면서 아시안을 겨냥한 증오범죄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직업이 사냥꾼으로 알려진 범인 로버트 애런 롱(21)은 이날 체로키 카운티 애크워스에 위치한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서 첫 방아쇠를 당겼다. 이 총격으로 5명 중 중국계 여성 등 4명이 숨졌다.     첫 총격 후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남쪽으로 30마일 떨어진 애틀랜타 동북부 '골드 스파'에서 롱은 두 번째 총격을 가했고, 이어 바로 길 건너편의 '아로마 테라피 스파’로 들어가 세 번째 총격을 가했다.     이 총격들로 스파에서 근무 중이던 한인 여성 4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당시 한인 생존자가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로 911에 신고한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지 3시간 30분 만에 또다른 범행을 위해 플로리다로 이동하고 있던 롱을 검거됐다. 차량에 GPS가 설치돼 있다는 롱 부모의 결정적 제보가 검거로 이어진 것이다.     숨진 한인 피해자들은 모두 50대~70대 여성으로 힘겨운 이민 생활 속에 홀로 자녀를 키우는 싱글맘도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펀드미'에는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페이지가 개설됐고, 많은 한인이 기부금으로 마음을 전했다.       뒤이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일부 경찰과 수사관은 범인을 감싸는 듯한 모습과 여론과는 반대로 증오범죄로 판단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사기도 했다.     분노한 한인 단체와 정치인들은 성명서를 내는 등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사법 당국에 촉구했다.   결국 사건 발생 2개월 뒤인 지난 5월 풀턴 카운티 검사장은 이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했고, 이후 지난 7월 범인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체로키 카운티 법원에서 재판 당시 롱은 살인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끝내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말은 하지 않았다. 장수아 기자한인사회 송년기획 애틀랜타 스파 조지아주 애틀랜타 애틀랜타 동북부

2021-12-26

<송년기획> 2021 한인사회 5대 뉴스…LAPD 사상 한인 최고위직 탄생

올해 LA경찰국(LAPD) 152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인 수석부국장이 탄생했다.     지난 1월 도미니크 최(50)  LAPD 부국장이 LAPD 서열 2위 계급인 수석부국장(Assistant Chief)으로 승진했다.     LAPD 전체에서 수석부국장은 단 3명뿐으로, 한인 경관 중 최고위직이다.     최 수석부국장의 진급은 한인사회에도 경사였다.       지난 7월 LA총영사 및 LAPD 관계자들과 한인단체장, 정치인 등 주요 인사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영사관저에서는 최 수석부국장의 승진 축하연이 열리기도 했다.       이날 모인 한인 인사들은 한인사회 성장의 상징이자 기쁨이라며 LAPD와 한인 커뮤니티간의 긴밀한 협력도 기대했다.     최 수석부국장도 한인을 비롯한 아태계 경관 채용 확대에 주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올해 LAPD에 투신한 지 25년째인 최 수석부국장은 지난 2019년 8월 부국장으로 임명된 지 불과 1년 반도 안 돼수석부국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LA 출생인 최 수석부국장은 USC 회계학과 졸업 후 회계법인에서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1995년 11월 27일 LAPD에 입사해 25년째 재직 중이다.     LAPD에서 커맨더 이상 계급으로 승진한 한인은 최 수석부국장이 최초다.     최 수석부국장은 태국계 부인과의 사이에 딸 3명을 두고 있다.   그는 삼 남매 중 둘째로, 형 마크 씨는 LA카운티소방국 칼슨 소방서 캡틴으로, 여동생 애나 씨는 카이저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장수아 기자송년기획 한인사회 한인사회 성장 한인 수석부국장 사상 한인

2021-12-22

<송년기획> 2021 한인사회 5대 뉴스…10년 숙원 결실, 정치력 신장 청신호

쉽지 않은 한 해였다. 기쁨과 감동, 슬픔과 고통이 공존하는 격변의 시간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올해 한인들은 코로나 사태 완화에 대한 기쁨도 잠시, 증오범죄와 인플레이션 등 사회에 남겨진 팬데믹 시대 부산물들을 감당해내야 했다. 사건·사고로 시작한 2021년은 선거구 단일화라는 한인사회의 오랜 숙원 사업의 결실로 한해의 끝자락을 매듭짓고 있다. 올해 한인사회를 울고 웃게 한 5대 사건을 정리했다.     LA시 역사상 최초로 한인타운이 LA 시의회의 하나의 선거구로 단일화된 것은 올해 가장 큰 희소식 중 하나다.       한인 커뮤니티의 숙원이었던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가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올해 초 LA시가 선거구 재조정 작업을 시작한 지 꼬박 1년만인 지난 7일 LA한인타운이 단일화된 새로운 LA시 선거구 획정안이 에릭 가세티 LA시장의 서명을 받으며 최종 확정됐다.     LA한인타운 선거구가 포함된 새로운 LA시의 지도는 향후 10년간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한인타운 구역은 동서로는 버몬트 애비뉴에서 윌턴 플레이스까지, 남북으로는 11가에서 베벌리 불러바드까지다.     한인타운 주요 구역들은 시의회 10지구에 포함되며 이미 지난 10일부터 한인타운 관련 행정 업무는 10지구에서 관할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양선교교회와 지도 작성 과정에서 누락됐던 한남체인 뒤의 11가까지 모두 포함돼 선거구에 대한 오랜 한인 커뮤니티의 염원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추후 한인 등 10지구를 대표할 아시안 시의원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도 모이고 있다.       이번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는 10년 전 단일화 무산의 설움을 딛고 한인 커뮤니티가 단합해 동분서주하며 노력을 쏟은 결과다.     특히 한인 단체들의 협력과 신속한 대응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구 재조정 과정 시작과 함께 주요 한인 단체 1.5세, 2세 리더들로 구성된 한인타운선거구재조정 태스크포스팀(Ktown-RTF)은 타운홀 미팅, 청원 운동, 정치인에 이메일 보내기 캠페인 등을 통해 한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독려했다.     태스크포스는 LA한인회,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한미연합회(KAC)가 주축이 되어 끌어갔으며,한인가정상담소(KFAM), 페이스(FACE), LA아태정의진흥협회, 아태여성보호센터가 동참했다.   장수아 기자송년기획 한인사회 la한인타운 선거구 올해 한인사회 한인타운 구역

2021-12-21

[송년기획-힘들지만 훈훈한 연말] '선한 사마리아인 봉사회' 이순재 회장

메릴랜드 엘리컷시티 고전마을의 한 빵집(Sweet a Bakery and Cafe). 매일 저녁 어스름하게 어둠이 내릴때면 챙이 있는 모자를 푹 눌러쓴 어수룩한 할아버지가 양손에 상자를 들고 들어선다.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탁자위에 놓여 있는 도넛을 상자에 넣고 다시 가게문을 나선다. 이순재(75) 할아버지다. “한 2년 6개월 됐어요. 푸드 뱅크를 통해 이 빵집과 인연을 맺게 됐지요. 팔다 남은 도넛을 가져다 다음날 아침 가게에서 흑인 주민들에게 나눠줍니다. 주민들이 너무 좋아해요.” 도넛 봉사는 월요일을 제외한 1년 365일 계속된다. 적게는 50개에서 많게는 하루 100개가 넘을 때도 있다. 볼티모어 다운타운에서 조그만 그로서리를 운영하는 이순재 할아버지에게 있어 가게는 바로 나눔의 현장이다. 도넛을 나눠주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가게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상당부분을 흑인사회에 또는 한인사회에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지난 1974년 도미한 그는 77년부터 ‘리 푸드 마켓’이라는 그로서리를 시작, 나눔운동을 시작했다. 불록 파티를 비롯 크리스마스 파티 등을 열며 이웃들의 친구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사랑을 실천했다. 워싱턴-볼티모어 일원 각 교회들이 한글학교를 운영하기 이전 볼티모어 한국학교를 13년간 재정을 후원하기도 했다. 그에게 봉사활동의 전환점이 된 것은 지난 1992년. 지인 2명과 함께 비영리단체인 ‘선한 사마리아인 봉사회’를 조직, 본격적인 자선사업에 나섰다. 당시 2만달러가 넘는 돈을 들여 요리가 가능한 트럭을 구입, 직접 빵, 우유, 과자, 캔디, 시리얼 등 200여명분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11년전에는 메릴랜드 푸드 뱅크의 멤버로 가입, 더 많은 음식을 흑인들과 나눴다. 선한 사마리아인 봉사회는 외부에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손을 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전쟁당시 이북 출신자들로 구성된 8240 출신인 그는 현재 받는 연금과 사회보장연금, 여기에 가게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재정을 충당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후원도 큰 몫을 담당한다. 가족들이 매월 600달러를 보탠다. 이렇게 해서 선한 사마리안 봉사회가 연간 봉사활동에 쓰는 비용만도 무려 3만달러. 물론 고스란히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금액이다. “흑인 커뮤니티에 1만달러 정도가 쓰이고 한인 사회나 교회에는 쌀을 전달합니다. 매년 800포~1000포(20파운드) 정도가 나간다고 생각하면됩니다.” 재정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나누는 만큼 채워주시는 하나님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선행이 계속되면서 지인들의 따뜻한 손길도 이어진다. 뉴저지 의류 제조 판매업체인 K.S. Trading의 강신억 사장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의류를 제공한다. 이 회장은 이 옷들을 흑인들을 비롯 중국 선교 또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3년전 중국선교를 앞두고 또다른 삶을 경험한 그다. “선교는 가야겠는데 병원에서 전립선암이라고 합디다. 기도중에 수술보다는 중국을 먼저갔지요. 이후 돌아와서 수술준비까지 다 마쳤는데 어느날 기도로 기적적으로 완치가 됐어요. 병원에서는 이상하다고 해 검사를 받았는데 암세포가 정말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은퇴를 생각하던 그였기에 이같은 기적은 그를 더욱 봉사현장으로 이끌었다. “봉사한다고 하면 보통 3년을 넘지 못합니다. 지치고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생각을 하니 더 신이납니다. 난 단지 그분의 손과 발이 되어줄 뿐이지요.” ‘아프지 않은것 자체가 은혜’라는 그, “건강이 허락할때까지 봉사는 계속하겠지만 ‘선한 사마리아인 봉사회’는 조만간 아들(이상진)이 이어갈 것”이라고 이 회장은 말했다. 사랑나눔이 대를 이어가는 순간이다. 허태준 기자

2009-12-16

[송년기획-힘들지만 훈훈한 연말] 알링턴 거주 이상현 옹

워싱턴 한인 행사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할아버지 사진사가 있다. 바로 알링턴에 거주하는 이상현 옹(73·사진)이다. 그는 오늘도 백발이 성성한 짧은 머리에 다리 한쪽을 절뚝거리는 불편한 몸으로 SLR(렌즈교체식) 사진기를 목에 건채 현장을 누빈다. 그에게 왜 사진을 찍느냐고 묻자 “사진은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며 “행복한 사람들의 사진속 모습에서 나도 덩달아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 이민 제2의 인생과 불의의 사고 이상현 옹은 지난 1972년 가족과 함께 도미, 자동차 정비공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처음 기름을 손에 묻히는 일이었지만 한국에서 택시 운전을 했던 탓에 차량 손보는 일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자동차 정비를 통해 온가족 영주권도 획득하고 삶에 안정도 찾아갔다. 그뒤 건설업에도 진출했다. 그러던 1980년 10월 6일 뜻밖의 불운이 찾아왔다. 일꾼들에게 연락하고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차를 몰고 나서던 중이었다. 갑자기 맞은편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와 곧장 돌진해 왔다. 너무 순식간이어서 미처 피할 틈이 없었다. 정신을 완전히 잃었다가 구조대원들이 차량 프레임을 뜯어내는 소리에 눈을 떴다. 나중에 보니 오른쪽 팔 이외에 성한 곳이 없었다. 뼈란 뼈는 모두 다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식물인간이 될까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3개월 후에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곳은 회복됐지만 왼쪽 다리가 문제였다. 목발을 뗄 수 없었고 몸이 성치 못해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다. 이 옹은 장장 7년이나 변변한 돈벌이를 할 수 없는 굴욕의 세월을 보냈다. ◇ 사진과의 만남 2005년 암으로 아내를 잃은 후 깊은 외로움이 찾아왔다. 이때 만난 것이 사진이었다. “어느날 노인 모임에 나갔는데 노인들이 사진을 잘 못찍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찍어주겠다’고 ‘그게 뭐 어렵냐’ 하면서 사진기를 손에 잡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자동카메라(흔히 똑딱카메라)로 노인 행사때마다 찍어주는 일을 했다. 그러다 사진에 대해 점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2년 정도 사진기를 지니고 다니면서 식견도 늘었다. 제대로 사진을 배우기 위해 SLR 사진기도 구입했다.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한 아들의 도움도 컸다. 사진작가협회에서 주최한 사진 강좌도 이수했다. 이외에도 주말이면 ‘출사(出寫)’를 업으로 삼는 동료 노인들을 따라 산으로 들로 사진 찍기도 즐겼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주변의 부탁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일주일이면 기름 1통이 모자랄 정도로 왕래가 잦다. 하루에 100마일 이상 달릴 때도 많았다. ◇ 사진 나누기는 약값 대신 이 옹은 이제 자신이 배운 사진 기술을 주변에도 전하고 싶어 한다. 나이 들어 도전에 두려움을 느끼는 노인들에게 친절한 안내자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사진 강좌 책자도 꾸준히 써 나가고 있다. 사진을 일삼아 찍다 보니 얻은 것이 또 있다.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다리에 큰 힘을 얻고 건강을 되찾았다. 사실 이 옹이 거의 무료 봉사로 사진 찍는 일에 나서는 것도 일종의 ‘약값 대신 봉사’라는 의식이 깔려 있다. 이상현 옹은 “사진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의욕을 상실한 채 남은 인생을 허비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나에게 있어서 사진은 취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천일교 기자

2009-12-14

[송년기획 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 4년째 입양가정 대상 요리 강좌 운영

“갖고 있는 지식을 함께 나누는 게 즐거워요.” 뉴저지 여성사회봉사센터(AWCA)가 운영하는 한인 입양아를 위한 한국학교 ‘엔젤스쿨’에서 요리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우영순(62·사진)씨. 브롱스에 있는 ‘도터스 오브 제이콥 널싱홈’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는 우씨는 주말 시간을 이용해 입양아 부모들에게 2~3차례씩 요리 강습을 하고 있다. 2005년부터 봉사한 것이 벌써 4년째를 맞았다. 우씨의 요리 강습은 한인 입양아 부모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다. 자녀들에게 직접 만든 한국 요리를 만들어 준다는 생각에 즐겁기 때문이다. 우씨는 “입양 부모들이 더 열심”이라며 “메뉴를 직접 선정해 요리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1969년 이민온 우씨는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결혼 후 한국에서 생활하다 1999년 미국으로 다시 이주했다. 요리 강습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바쁘다. 10여 가정 정도가 먹을 분량의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조리도구도 챙겨 엔젤스쿨로 향한다. 급한 마음에 길을 막고 서있는 사복경찰 차량에게 비키라고 경적을 울렸다가 티켓을 받은 적도 있다. 우씨는 “수업에 늦을 지 모른다는 급한 마음에 경적을 울렸는데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며 티켓을 받았다”며 멋적은 미소를 보였다. 요리 강습은 학생과 부모가 모두 참여한다. 4~5개 테이블에 그날 만들 요리의 재료가 준비되면 우씨의 지시를 따라 음식을 만든다. 요리 강습은 농담과 함께 재미있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된다. “엄마들은 설명을 듣고 따라하느라 열심이지만 시큰둥한 학생들도 있어요. 그래도 시식 시간에는 맛있게 먹는 모습이 정겹지요. 처음 먹어보면서도 금새 좋아하는 입양아들을 보면 이래서 한국인이구나 하고 느낍니다.” 우씨는 “양부모들은 입양 자녀가 한국인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가르친다”며 “자녀에게 뿌리교육을 시키는 모습에 감동을 받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입양 부모들은 집에 가서 다시 음식을 만들어 보고 잘 안되는 점과 재료 구입처 등을 많이 문의한다. 미국 마켓과 한인 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달라 헷갈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씨는 “뉴저지에 대형 한인 마켓도 있지만 입양 부모들이 원하는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미국인을 위한 가이드나 요리 강좌 등이 있으면 한국 음식 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디포가 집수리 강좌를 운영하듯 한인 마켓도 한국 음식 강좌가 있으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한인을 위한 통역 자원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우씨는 “영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을 많이 본다”며 “이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은무 기자 emchoi@koreadaily.com

2009-12-11

[송년기획 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 노인아파트서 혼자 살며 매일 7시간씩 급식 봉사

“몸 멀쩡한데 그냥 놀리면 뭐 합니까. 이렇게라도 나와서 남 돕는 일 하는게 더 좋아요.” 플러싱 커뮤니티경로센터 자원봉사자 김정애(72)씨. 김씨가 하는 일은 센터에서 급식으로 제공되는 음식을 만드는 일이다. 2004년부터 시작해 벌써 6년째. 칠순을 넘긴 나이지만 주위에서는 “뒤에서 보면 아가씨”라고 할 정도로 정정하다. 주방일을 돕고 있는 7~8명의 자원봉사자 중 가장 고령자임에도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을 정도로 매사에 긍정적이고 쾌할한 성격이다. 센터에서의 자원봉사도 누구의 권유없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한 지인의 소개로 센터 행사에 참석했는데, 그 후 직접 찾아와서 “아무 일이나 하게 해 달라”고 했다. 그 후부터 매일 오전 7시 30분이면 센터로 출근해 주방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있다. 오후 2시까지 남아 뒷정리까지 하고 나서야 퇴근한다. 밥과 국, 반찬 3~4가지로 이루어지는 센터 급식은 매일 식단이 바뀌기 때문에 만들어야 하는 음식 종류도 매일같이 다르다. 김씨는 반찬 만들기가 주 업무다. 나이 덕에 부주방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간을 볼 때는 다른 봉사자들과 ‘합의’를 한 뒤 내놓는다. 지난 1970년 남편과 함께 이민 온 김씨는 15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 당시 옐로택시 사업체를 운영하던 남편이 폐암과 위암으로 건강을 잃었고, 결국 먼저 보낸 뒤 지금은 플러싱 34애브뉴에 있는 노인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자녀 없이 두 부부가 평생을 살아왔다는 김씨, 그러나 오빠와 언니 등 형제가 많이 살고 있어 조카들이 많다고 오히려 자랑한다. “저희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조카들이 많아 전혀 외롭지 않아요. 그 아이들이 내 자식들이나 마찬가지예요.” 김씨의 형제들은 김씨보다도 10여년이나 먼저 이민와 정착했다. 덕분에 그 후손들이 지금은 주류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플러싱 관할 109경찰서 형사과 심재일 형사도 김씨의 조카다. 신동찬 기자 shin73@koreadaily.com

2009-12-10

[송년기획 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 수강생 실력 늘수록 보람도 ‘쑥쑥'…성악과 출신으로 8년 봉사

“학생들의 노래 실력이 늘수록 가르침의 보람은 더욱 커집니다.” 뉴저지 FGS 코리안커뮤니티센터(KCC)에서 8년째 한인 노인들에게 무료로 노래를 가르치는 이해경·남옥우 교사. 이들은 2001년부터 매주 화요일 열리는 노래교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8년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한시간동안 노인들에게 노래지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악보 읽기, 합창, 화음 등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며 아름다운 노래 실력을 이끌어냈다. 두 교사들의 열정은 노래 교실이 FGS KCC강좌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유지 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56년 이민온 이해경 교사는 “물질적인 봉사보다 몸과 마음으로 남을 돕고 싶어 자청했다”며 “한인 노인들이 노래를 통해 건강과 젊음을 찾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 남옥우 교사는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봉사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몸이 안 좋아 쉬고 싶어도 수업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빠질 수가 없다”고 밝혔다. 노래교실은 고교 음악 수업과 비슷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중앙여자중고에서 음악교사를 지내다 80년 이민온 남씨가 작은 실수까지 지적하며 학생들에게 ‘채찍질’을 하면 이 교사는 칭찬을 통해 학생들에게 용기를 실어주는 ‘당근’ 역할을 한다. 노래교실 학생들의 실력도 날로 발전해 정기 양로원 위문 공연을 나설 정도다. 평소에 목소리가 작은 노인들도 수업 시간만 되면 자신의 좋아하는 노래를 목청껏 신나게 부르며 젊음을 되찾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자비를 털어 피아노를 조율하고 수업에 필요한 CD를 구입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다. 두 교사는 “한인 노인들이 노래를 통해 건강과 젊음을 찾을 수 있다면 건강이 허락되는 한 수업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tar@koreadaily.com

2009-12-09

[송년기획-힘들지만 훈훈한 연말] '서바이버쇼' 베키 리씨 "매일 가정폭력과 싸워요"

이 가운데 이웃을 돌아보고 따스한 온정을 보탠 분들이 있다. 이들의 따스한 손길이 바로 희망이고 힘이 됐다. 이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어본다. <편집자> 포부,계획,선의의 말을 내뱉는 건 쉽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지난 2006년 CBS 방송국의 리얼리티 TV쇼 ‘서바이버(Survivor)’에 출연했던 레베카 ’베키’ 리(한국명 이설희) 씨. 작은 키, 동안의 그는 자신이 버릇처럼 말하던 꿈을 차근차근 이뤄나가고 있다. 무인도에서 펼쳐진 39일간의 생존 경기에 참여한 그는 20명 중 마지막 3인으로 남았다. 당시 또 다른 한인 권 율 씨가 최종 우승자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덜 받았지만 그에게 쏟아진 관심은 엄청났다. 화려했던 쇼가 끝난지 3년여. 그는 현재 워싱턴 DC에 거주하며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을 도와주는 비영리재단 ‘베키스 펀드(Becky’s fund)’를 성공적으로 운영중이다. 변호사로 일하다 TV 출연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던 그다. “부모님도 처음엔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쇼가 끝난 뒤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TV에 나왔던 변호사라고 신용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거요. 하지만 일생에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생각하고 꽉 잡았어요. 위험없이 성장할 순 없겠죠.” 뉴욕에서 태어난 이 씨는 미시간대에서 여성학을, 피츠버그 법대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당시 한 강연회에 참석했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이들을 보호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12년간 그는 전국 아태계 여성 포럼, 여성법 프로젝트, 전국 가정폭력 방지협회 등 하나같이 여성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를 위해 일해왔다. “TV 출연, 만약에 우승까지 하면 분명 제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돕자’는데 대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경험면에서도 서바이버 출연은 많은 도움이 됐어요. 특히 카메라 앞에서 당황하지 않게 된 점, 또 일반인이었을 때보다 언론과 접하는 횟수가 많은 점도 그런 것 중 하나죠.” 물론 우승 상금도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받은 우승상금 7만5000달러를 전부 재단 설립에 쏟아부었다. 베키스 펀드는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폐해를 널리 알림으로써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한다. 설립 3년만에 지역내 다양한 기관, 전문인들과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이들중엔 의사, 변호사, 심리 상담가, 보건 전문가, 심지어 교통·호텔업 관계자도 있다. 이 씨는 “이민자 여성의 경우 언어 장벽, 문화 차이 등으로 폭력 피해를 당해도 이를 호소할 방법이 없는 점이 늘 마음 아팠다”며 “어떤 사회 계층이든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워크숍, 설명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특히 워싱턴 내셔널스와 ‘가정 폭력 알리기 공원 캠페인’, ‘워크 디스 웨이(Walk This Way)’라는 기금 모금 패션쇼를 개최했다. 이 패션쇼엔 워싱턴 풋볼팀 레드스킨스의 클린턴 포티스 선수가 참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인 2세인 그는 자신의 최고 강점으로 “강한 성격과 고집, 인내심”이라고 말했다. ‘싸워보지 않고는 포기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가르침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한인 1.5세, 2세들의 모임인 한미연합회(KAC)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이 씨 같은 변호사로 얼마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소비자 행정국 부국장에 임명된 권 율씨와는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권 씨는 베키스 펀드 이사로 많은 도움을 준다. “가정 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나이나 인종, 배경,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리지 않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폭력 피해 여성과 가족들을 돕고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워싱턴 지역 한인 여성단체와 협력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네요.” ▷웹사이트: www.beckysfund.org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

2009-12-09

[송년기획 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 점심 한 끼로 ‘사랑 바이러스’ 전파

할렘 무료 급식소 봉사 김명희씨 지난 8일 맨해튼 124스트릿 할렘 한복판에 있는 소울세이빙스테이션 무료 급식소. 브니엘선교회 김명희(56) 선교사는 오늘도 이곳에서 ‘밥 당번’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오늘의 메뉴는 피시 버거와 애플 주스. 피시 버거를 받아 들고 즐거워 하는 가난한 이들을 보면서 김씨는 마냥 흡족한 표정이다. 김씨가 뉴욕의 대표적인 슬럼가인 이곳 맨해튼 할렘에서 봉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 13년간 매주 화요일이면 이곳에 나와 노숙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점심 배급 봉사를 해왔다. 얼핏 보면 소녀처럼 여리고 수줍음을 많이 탈 것 같지만, 덩치 큰 흑인 300여명을 아들·딸 처럼 여기는 ‘대모’ 같은 존재다. 이곳 급식소를 찾는 주민들은 13년전 40여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300여명에 이른다. 경기침체로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무료 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점심 한끼로 하루를 때우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왜 하필 할렘에서 봉사하냐고 물어요. 할렘은 집과 가족이 없는 이들이 가장 많은 곳이지요. 그래서 이곳을 택했어요. 이들이 따뜻한 점심을 먹고 사랑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김씨는 또 이곳에서 끼니를 때우던 흑인들이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이곳에 와서 직원이 됐을 때, 알코올과 마약을 끊고 자원봉사를 자처하고 나섰을 때 보람을 느낀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그 상처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베푸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뜨거워져요. 그런 변화들이 제가 13년 동안 봉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지요.” 한 때 자기들을 위해 시간을 쓰지 않고 남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을 못 마땅해 하던 자녀들도 나중에는 함께 봉사를 하기도 하고, 이제는 커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단다. 김 씨는 햄버거 같은 양식만 고집하지 않고 가끔 불고기 같은 한식을 서비스 하기도 한다. 8일에 열린 무료 배식 행사에는 뉴저지 필그림교회도 참여했다. 장갑과 목도리 등 크리스마스 선물을 홈리스 300여명에게 나누어 주었다. 모두가 함께 부른 캐롤은 삭막한 할렘을 사랑이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용복 인턴기자 lyb8686@koreadaily.com

2009-12-09

[송년기획 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 매달 한 번 어르신 머리 손질…회장 바뀌어도 전통은 그대로

"어머니, 한달새 머리가 많이 길었어요. 제가 예쁘게 손질해 드릴께요.” 한미미용인연합회 허미경 회장은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뉴욕한인봉사센터(KCS) 코로나경로회관을 찾는다. 이날은 연합회가 ‘이발 봉사’를 하는 날. 지난 2001년 제3대 회장 당시부터 시작된 이발 봉사는 그동안 회장이 수차례 바뀌었지만 올해까지 8년째 계속되며 연합회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노인들도 월말이 되면 연합회 회원들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당일 시간이 허락되는 7~8명의 임원, 회원들이 참여합니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동안 진행되는데, 보통 50여명의 머리를 손질해 드려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대부분 본인의 헤어스타일에 만족해 하시면서, 몇번이고 고맙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노인들은 굳이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훌륭한 실력을 갖춘 미용사들이 경로회관까지 찾아와주니 기쁠 따름이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이발비를 아낄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허 회장은 이발 봉사가 시작된 계기에 대해 “미용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좀 더 의미있는 곳에 사용하자는 선배님들의 뜻이 모아져 시작됐다”면서 “모두들 업소 일을 제쳐두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기쁜 마음으로 봉사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또 “연합회 일부 회원들은 효신장로교회, 퀸즈한인천주교회, 실로암교회도 방문해 별도로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코로나경로회관에서 정기적으로 이발 봉사를 하는 모습에 동화된 일부 회원들이 연합회와는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이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발을 해줄때마다 고맙다며 몇달러씩 저희들에게 팁을 주신다”면서 “이렇게 모아진 팁이 연말이면 1000여달러에 이르는데, 이 돈에 저희가 조금 보태서 노인들에게 필요한 양말, 헤어제품 등을 구입해 선물로 전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한인 노인이 많이 입주한 양로원에서도 이발 봉사를 할 계획이었지만, 양로원측의 위생 규정이 까다로워 성사시키지 못했다면서 아쉬워 했다. 안준용 기자 jyahn@koreadaily.com

2009-12-07

[송년기획-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 7년간 주 6일 '밥 당번'…장애아 식습관 훤히 파악

"준명이는 꼭 콩나물만 먹고, 헬렌은 감자만 그렇게 먹어요.” 주 6일씩 7년간 장애인단체 코코(COCO)에서 봉사를 해온 유영자씨. 매주 토요일 순복음뉴욕교회에서 진행되는 장애인단체 코코에서 점심식사와 간식을 준비하는 ‘밥순이’를 자처하는 그는 장애아 한 명 한 명의 식습관을 모두 꿰차고 있다. 정신 지체아들과 봉사자들까지 40명을 먹이려면 아침 9시부터 꼬박 3시간은 준비해야 한다. 한 음식만 먹는 아이용 음식을 만들고, 잡채와 야채볶음 등 야채가 많이 들어간 식단을 짠다. 12시에 점심 먹이고, 1시쯤 설겆이가 끝나면 또 곧장 간식 준비. 떡볶이, 핫도그, 과일 등 아이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준비한다. “무슨 돈이 있어 그렇게 잘 먹이느냐”는 이상한 핀잔을 들을 정도로 코코 식단은 푸짐하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전업 주부인 유씨는 평일에는 코코 방과후학교에서도 봉사를 한다. 6명 정도 모이는 장애아들과 함께 오후 2시30분부터 4시간 가량 숙제와 간식 등을 맡고 있다. 가족들이 오후 9시 넘을 때까지 아이를 데려가지 않아 마냥 기다린 적도 허다하다. 처음에는 아이들 대소변 처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이고~ 그건 문제도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일요일을 빼곤 주 6일을 코코에서 봉사하는 그는 “자원 봉사가 풀타임 잡”이라면서 웃는다. 지난 7년간 한국에 3주 다녀온 것 빼고는 무단 결석을 한 번 안 한 장기 근속자다. 그 때도 아이들이 눈에 밟혀 국제 전화를 걸어 시시때때로 안부를 챙겼을 정도로 ‘코코 중독 증세’가 심하다. 유씨의 표현대로 “코코에 코를 꿴”이유는 아들 유영재씨가 코코에서 봉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남편 유병수씨와 함께 “아들이 무슨 일 하나~” 한번 둘러보려던 것이 계기였다. 그때, 청소년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여태껏 뭐했나”라는 충격을 받았다고. “특수교육 전공을 한 것도 아니니 주방에서 음식이나 만들자”면서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야간에 트럭 운전을 하는 남편도 자신을 낮에 집에 홀로 남겨두고 코코로 출근하는 아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유씨는 코코가 준비 중인 한인 장애인을 위한 복지 그룹홈이 세워지면, 그 곳에 아예 들어가 살 작정이란다. 그는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18세 이상 불법체류자 장애인들을 보듬을 곳은 이같은 그룹홈 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인다. 현재는 자본도 없고, 돕겠다고 자청하는 사람도 없다. 아예 “내가 낸 세금으로 왜 불체 장애인을 돕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유씨는 한인 2세 특수 교육자들이 많이 배출되길 고대하고 있다. 그는 “한인 가정과 사회의 고정관념 때문에 미국서 태어난 한인 장애인들만의 특수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특성을 잘 이해하는 2세 특수 교육자들이 나와서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진화 기자 jinhwa@koreadaily.com

2009-12-04

[송년 기획 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 여든, 불편한 몸이지만 독거 노인의 다정한 말벗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더 외로운 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다. 그러나 남 모르게 불우한 이웃, 외로운 노인과 홈리스들을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있다. 한인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안겨주는 이들 봉사하는 삶, 아름다운 삶을 찾아 가 본다. “몸은 좀 어떠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그래요 조만간 찾아뵐께요.” 플러싱 뉴욕효신장로교회 지하실에 있는 뉴욕한인봉사센터(KCS) 플러싱경로회관 사무실. 사무실 한쪽에서 원용신 권사(80)는 아침부터 혼자사는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신도 거동이 불편해 잘 다니지도 못하면서 다른 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 하루를 보내는 원 권사. 원 권사가 KCS에서 가정급식을 받는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다른 노인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원 권사가 하루에 방문한 노인들은 평균 3~4명, 그러나 한 아파트에서 여러 가구가 모여있으면 10여집도 방문하기도 했다. 플러싱과 우드사이드, 엘름허스트 등 지역을 나눠서 다녔는데, 차도 없이 걸어서 한 집 한 집 찾아다니며 이들 노인들을 방문했다. 원 권사가 방문 봉사 대신 전화 봉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 기력이 쇠잔해져서 일일이 찾아다니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봉사활동을 접을 수는 없어 전화로 대신하기 시작했다. 94년부터 미국으로 이민, 현재 엘름허스트에서 아들 유재춘씨와 며느리, 손주, 손녀 등 4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는 원 권사는 지금도 매일같이 오전 7시까지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플러싱 경로회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전화 봉사 외에도 아침에 경로회관에서 식권을 팔기도 한다. “지금이야 내가 거동이 불편해서 찾아다니지 못하지만, 건강만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노인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대화 상대에요. 날 반기며 웃는 노인들 얼굴이 아른거려 방문봉사를 중단한다는 게 괴로웠어요.” 원 권사의 희망은 기력이 나아져서 전화대신 직접 노인들을 찾아 가는 것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이 봉사를 하고 싶어요. 조만간 노인들을 한 번 찾아가야 할텐데…” 원 권사의 눈빛에는 기대와 희망이 가득했다. 신동찬 기자 shin73@koreadaily.com

200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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