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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 7년간 주 6일 '밥 당번'…장애아 식습관 훤히 파악

② 장애인단체 코코 자원봉사자 유영자씨

"준명이는 꼭 콩나물만 먹고, 헬렌은 감자만 그렇게 먹어요.”

주 6일씩 7년간 장애인단체 코코(COCO)에서 봉사를 해온 유영자씨. 매주 토요일 순복음뉴욕교회에서 진행되는 장애인단체 코코에서 점심식사와 간식을 준비하는 ‘밥순이’를 자처하는 그는 장애아 한 명 한 명의 식습관을 모두 꿰차고 있다.

정신 지체아들과 봉사자들까지 40명을 먹이려면 아침 9시부터 꼬박 3시간은 준비해야 한다. 한 음식만 먹는 아이용 음식을 만들고, 잡채와 야채볶음 등 야채가 많이 들어간 식단을 짠다.

12시에 점심 먹이고, 1시쯤 설겆이가 끝나면 또 곧장 간식 준비. 떡볶이, 핫도그, 과일 등 아이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준비한다.

“무슨 돈이 있어 그렇게 잘 먹이느냐”는 이상한 핀잔을 들을 정도로 코코 식단은 푸짐하고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전업 주부인 유씨는 평일에는 코코 방과후학교에서도 봉사를 한다. 6명 정도 모이는 장애아들과 함께 오후 2시30분부터 4시간 가량 숙제와 간식 등을 맡고 있다.

가족들이 오후 9시 넘을 때까지 아이를 데려가지 않아 마냥 기다린 적도 허다하다. 처음에는 아이들 대소변 처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이고~ 그건 문제도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일요일을 빼곤 주 6일을 코코에서 봉사하는 그는 “자원 봉사가 풀타임 잡”이라면서 웃는다. 지난 7년간 한국에 3주 다녀온 것 빼고는 무단 결석을 한 번 안 한 장기 근속자다.

그 때도 아이들이 눈에 밟혀 국제 전화를 걸어 시시때때로 안부를 챙겼을 정도로 ‘코코 중독 증세’가 심하다.

유씨의 표현대로 “코코에 코를 꿴”이유는 아들 유영재씨가 코코에서 봉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남편 유병수씨와 함께 “아들이 무슨 일 하나~” 한번 둘러보려던 것이 계기였다. 그때, 청소년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여태껏 뭐했나”라는 충격을 받았다고.

“특수교육 전공을 한 것도 아니니 주방에서 음식이나 만들자”면서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야간에 트럭 운전을 하는 남편도 자신을 낮에 집에 홀로 남겨두고 코코로 출근하는 아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유씨는 코코가 준비 중인 한인 장애인을 위한 복지 그룹홈이 세워지면, 그 곳에 아예 들어가 살 작정이란다.

그는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18세 이상 불법체류자 장애인들을 보듬을 곳은 이같은 그룹홈 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인다.

현재는 자본도 없고, 돕겠다고 자청하는 사람도 없다. 아예 “내가 낸 세금으로 왜 불체 장애인을 돕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유씨는 한인 2세 특수 교육자들이 많이 배출되길 고대하고 있다.

그는 “한인 가정과 사회의 고정관념 때문에 미국서 태어난 한인 장애인들만의 특수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특성을 잘 이해하는 2세 특수 교육자들이 나와서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진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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