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기획 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 여든, 불편한 몸이지만 독거 노인의 다정한 말벗
(1) KCS 자원봉사자 원용신 권사
“몸은 좀 어떠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그래요 조만간 찾아뵐께요.”
플러싱 뉴욕효신장로교회 지하실에 있는 뉴욕한인봉사센터(KCS) 플러싱경로회관 사무실. 사무실 한쪽에서 원용신 권사(80)는 아침부터 혼자사는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신도 거동이 불편해 잘 다니지도 못하면서 다른 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 하루를 보내는 원 권사. 원 권사가 KCS에서 가정급식을 받는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다른 노인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원 권사가 하루에 방문한 노인들은 평균 3~4명, 그러나 한 아파트에서 여러 가구가 모여있으면 10여집도 방문하기도 했다. 플러싱과 우드사이드, 엘름허스트 등 지역을 나눠서 다녔는데, 차도 없이 걸어서 한 집 한 집 찾아다니며 이들 노인들을 방문했다.
원 권사가 방문 봉사 대신 전화 봉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 기력이 쇠잔해져서 일일이 찾아다니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봉사활동을 접을 수는 없어 전화로 대신하기 시작했다. 94년부터 미국으로 이민, 현재 엘름허스트에서 아들 유재춘씨와 며느리, 손주, 손녀 등 4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는 원 권사는 지금도 매일같이 오전 7시까지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플러싱 경로회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전화 봉사 외에도 아침에 경로회관에서 식권을 팔기도 한다.
“지금이야 내가 거동이 불편해서 찾아다니지 못하지만, 건강만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노인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대화 상대에요. 날 반기며 웃는 노인들 얼굴이 아른거려 방문봉사를 중단한다는 게 괴로웠어요.”
원 권사의 희망은 기력이 나아져서 전화대신 직접 노인들을 찾아 가는 것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이 봉사를 하고 싶어요. 조만간 노인들을 한 번 찾아가야 할텐데…”
원 권사의 눈빛에는 기대와 희망이 가득했다.
신동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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