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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남겨진 바람이 되는 것이네

알프스의 숨겨진 보석 동쪽 계곡 돌레미티(Dolomiti)로 가는 길은 너에게로 가는 길과 닮아있네. 기억나지 않는 일을 기억하려는 시간 동안 나무는 숨 쉬지 않았고 들꽃은 개화를 멈추었네. 2.000 고지 높이의 산행은 숨이 차지 않았네. 보는 사람들과 누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난 왜 마음이 아파지는 걸까? 얼마나 더 걸어야 하나? 뒤돌아보지 않는 삶을 살 순 있을까? 오랜 시간 누리고 살지 못해 내게 또 미안하네. 하늘은 산등성이를 내려다보고 산에는 작고 앙증한 꽃 비올라, 꽃 한 송이 흐드러진 마음 보라색 꽃잎으로 펼쳐 보듬고 보라색 메아리, 비올라 꽃 한 송이.   산을 오르다 보면 산이 나를 데리고 가네. 푸른 가지 흔들며 오라 하네. 산에 잠깐 머무는 동안 발끝으로 수액이 흐르고 여러 장의 꽃잎이 피어나네. 하늘이 맞닿은 곳에 구름계단을 만들고 한참을 오르다 보면 덩그렇게 산봉우리와 구름과 나만 남았네. 맞은편 산등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나는 이곳에, 또 저곳에도 살고 있었네. 버려진 땅은 없었고 눈이 녹아 내리는 물가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네. 소리가 사라져 버린 땅, 그림자 지나간 숨결과 걸음 흔들어 깨워도 기척이 없네. 누구는 집으로 가고, 누구는 집을 떠나고 있네.   산을 내려오면서 집으로부터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네. 차창 밖으로 너를 보고 있네. 너는 산 정상을 향해 걷고 있네. 멀어지는 너를 돌아다보았네. 햇살 아래 사라져 버린 너는 눈 덮인 알프스로부터 내려온 보라색 메아리가 되었다. 나의 사랑이 죄가 된 날부터 산 속에 피어난 비올라 한 송이 안개처럼 내 속에 살아가고 있네.   독수리의 높은 창공을 날았네. 아래는 아찔했었네.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는 게 신기했네. 성당의 뾰족한 탑 위 십자가 고공 낙하를 시작했네. 양팔로 방향을 조절하고 오른발은 엑셀레이터, 왼발은 브레이크 도착한 곳은 알프스 산골 마을, 작은 돌멩이로 높지 않은 담장을 쌓고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알프스 작은 정원엔 들꽃이 피기도 하였네.   한때는 사랑에 목이 메었네. 밤낮 그의 이름에 토씨를 달고 그의 주변에 꽃씨를 뿌렸네. 그에게 나는 하루가 열리는 호흡이었다가 버린 후 어딘가에 남겨질 먼 발 등성이가 되기도 하였네. 나의 발끝부터 사라지는 꿈. 거의 몸의 절반이 보이지 않았네. 백포도주 한 잔을 비울 즈음 나는 사라졌네. 콘도라를 타고 구름 운하를 건너는데 신기하게도 우린 한 배를 타지 못했네. 두리번거렸지만 그는 내 곁에 없었네. 나는 그의 향기를 가져와 들꽃이 되었네. 베네치아의 새벽이 되었네.   하늘에 오래 남겨진 구름은 없네. 늑대가 양의 다리를 물었다가 두 마리의 악어가 되기도 하고 저무는 노을로 피어나기도 하였네. 누구나 그런 거라네. 처음 그 설렘으로 몇 년은 버티고 몇 년은 지워져 가는 것이네. 알프스 설산 눈물처럼 흘러내려 한 번도 손 잡지 못한, 막연히 따뜻했을 다른 하늘, 다른 풍경으로 마주 잡는 것이네. 백팔번의 천둥이 치고 셀 수 없는 별들이 저물어도 나는 그 앞에 그는 내 앞에 무엇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네. 출렁이는 물결 위에 내려놓은 시간, 그 시간이 여전히 나를 끌고 가고 있네. 베네치아에 남겨진 바람이 되는 것이네. (시인, 화가)     Kevin Rho 기자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바람 알프스 산골 보라색 메아리 마음 보라색

2024-04-22

[살며 생각하며] 불안한 아이들(2)

최근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며, 머리가 아프다며 데이케어 가기를 거부한다는 네 살짜리 A, 원래도 데이케어 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처음에는 매일 떨어질 때마다 울어, 떼어놓고 일을 가야 하는 싱글맘의 마음을 아주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엄마와 헤어지고 나면 선생님들과 시간을 잘 보내던 아이였다. 이렇게 매일 아프다며 엄마와 안 떨어지려고 하는 것은 약 한 달 전부터라고 했다.     혹시 A의 분리불안이 아빠와 상관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엄마에게 물었다. “아빠는 얼마나 자주 A를 만나나요?” “원래 매주 토요일 아이를 데려가 일요일 저녁에 데려오기로 되어 있어요.” “아빠가 약속을 잘 지키나요? A는 아빠 만나는 것을 좋아하나요?” “A는 원래 아빠를 아주 많이 좋아했어요. 어릴 때도 아빠가 많이 놀아주고 내가 일이 늦어지면 아이를 자상하게 많이 돌보았거든요.”     “이혼 후 처음 아빠가 집을 나갔을 때 A도 아주 힘들어 했겠네요.” “그때는 겨우 두 살이어서 그랬는지 전보다 많이 울고 나한테 매달리기는 했어도, 데이케어도 그런대로 잘 다니고 큰 문제는 없었어요. 아빠가 처음에는 약속을 잘 지켜서, 주말에는 꼭꼭 아빠와 시간을 보냈어요. 크면서부터는 아빠 만나는 주말이 기다려진다고 늘 말하곤 했어요.” 말하던 엄마가 갑자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보니, 아이가 아침마다 아프기 시작한 때가 아빠와 상관이 있는 거 같네요.” 이 말을 하는 그녀의 얼굴에서 순간 분노가 확 느껴졌다. “사실 아이 아빠가 자기 여자친구와 작년에 살림을 합쳤어요. 4살 난 아이가 있는 여자예요. 그러면서 종종 A를 안 데리러 오는 주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A가 많이 기다렸을 텐데요.” 엄마의 얼굴은 이제 노골적으로 분노를 나타내고 있었다. “마음이 변한 거 같아요. 아무리 독촉을 해도 온갖 변명을 하며 A를 안 데리러 오기 시작했어요. 나도 주말이라도 내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아이에게 매여있으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요.” 아빠가 두 시간 거리로 이사를 한 두 달 전부터는 이제 A를 만나는 것을 거의 중단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면서, A도 A의 엄마도 둘 다 너무 안쓰럽기만 했던 첫 세션이었다.   부모가 훌륭하든 부족하든,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온 우주가 된다. 대부분의 우리는,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의 막중함과 숭고함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 채 어느 날 부모가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찾아온 고귀한 생명에게 일생 영향을 끼치는 그들의 전 우주가 된다. 갑자기 우주 한 부분이 무너져버린 어린 A에게, 아빠가 사라진 우주는 많이 불안했을 것이다. 그래도 주말마다 느끼는 아빠의 사랑이 그 아이의 불안한 우주를 그럭저럭 지탱해주고 있었을 터였다.     그러다 아빠가 아주 사라져버린 지난 두 달, 그녀의 작은 우주는 아빠가 안 보이는 슬픔의 안개로 가득 차고, 아빠가 다신 안 올까 봐, 자신을 영영 떠나버렸을까 봐, 불안하고 두려울 때마다 무서운 천둥 번개가 마구 내리치고 있었을 터였다. 그러다 보니 옆에 있는 엄마와도 더 떨어지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바람이, 이 아이에게 두통이나 배 아픔 같은 정신적 이유로 인한 신체 증상(psychosomatic)들을 나타나게 했다.     A 엄마도 이제 A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고 매달리는지(clingy) 그 가장 큰 이유가 깨달아지는 것 같았다. 엄마의 힘든 감정을 공감해주고 엄마는 엄마대로 지원 해주면서,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A의 분리불안을 치료해보기로 하였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불안 자기 여자친구 일요일 저녁 무의식적 바람

2024-01-3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바람이 갈비뼈 치고 달아나면

마음이 허하면 그 때가 그리워진다. 사는 것이 옹골차지 못하고 빈틈이 생기면 속이 빈 것처럼 허전해진다. 수목들은 한여름 찌는듯한 더위와 폭우에도 악다물고 잘 버텨냈다. 코발트빛 하늘 높이 뭉게구름이 목화꽃처럼 흩날리고 한줄기 스쳐가는 가을바람이 심장을 찌르고 달아난다. 며칠째 마음에 송송 구멍이 났다. 시나브로 떨어지는 마른 꽃잎에 울적해지고, 스쳐가는 그대 눈빛처럼 초록을 잃어가는 잎새들은 쓸쓸하다. 이유도 사연도 없이 그냥 잠시 시계를 멈추고 싶은 날. 안간힘 쓰며 헤어나려고 바둥대지 않고 ‘구름에 달 가듯이’ 살기로 한다. 천번 만번, 죽을 때까지 생각해도 답을 찿을 수 없는 생의 의미를 찿으려 애쓰지 않고 강물 따라 바다로 흘러갈 작정을 한다.     유년의 바다에는 떠있는 지푸라기도 그립다. 망아지처럼 뛰놀던 날들, 그 시절에 먹었던 음식들이 생각난다. 마음이 공허해지면 무엇인가 채우고 싶어지는 것일까. 갈피없이 마음이 흔들리는 날엔 바싹하고 고소한 돈까스가 추억의 쟁반 위에 떠오른다.     ‘돈까스’는 나의 소울푸드(Soul food)다. 내 영혼의 동반자다. 건강식 먹는다고 보통 때는 안 해 먹지만 영혼의 돛단배가 밑바닥으로 가라앉을 징조가 보이면 서둘러 앞치마를 입는다. 양념에 살짝 잰 돼지고기에 밀가루로 옷 입히고 계란물 바른 뒤 빵가루 입혀 튀긴 뒤 새콤달콤한 소스 뿌리면 끝! 양배추 잘게 채쳐 곁들이면 생일 날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했던 경양식식당 음식이 부럽지 않다.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해진다. 배가 부르면 만사가 든든해진다. 소울푸드는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다. 음식은 단지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속에 추억과 사랑을 담고 있어 지친 삶의 원동력이 된다. 소울푸드는 상처 난 마음을 다독거려주고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준다.     영혼도 흔들리고 소리 없이 흐느낀다. 인생이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고, 덫에 걸려 덧없이 흘러간다 해도 ‘그 때가 참 좋았지’ 하는 때가 온다.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을 뒤로 하고 비 오는 날 창 밖을 무심히 바라보면 유년의 기억은 빗방울로 눈물로 흘러내린다,   우리 아이들 소울푸드는 양념 안 바르고 튀겨 소스에 찍어먹는 닭날개 요리다. 우리 동네에만 있는 식당이다. 도착하기 전 미리 주문해 첫 식사메뉴로 수십개씩 후다닥 먹어치운다. 아들은 엄마 상봉보다 치킨 먹고 싶어 집에 온다고 너스레를 떤다.     소울푸드는 미국 남부에서 노예 제도를 통해 태어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전통 요리의 총칭이다. 남부에서 형성된 미국 흑인들의 식문화는 20세기 초반에서 중반에 걸쳐 흑인들이 북부로 대거 이주해 미국 전역으로 전파된다. 흑인들의 식생활이 ‘소울 푸드’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은 1960년대인데 당시 흑인들의 문화에 ‘소울 음악’등 ‘Soul’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것에서 유래한다.     소울푸드는 어머니 젖가슴처럼 따스하고 감미롭다. 세월에 묻혀 얼굴은 잊어버려도 혀끝에 맴도는 유년의 촉감은 영원히 남는다. 나이 들어도, 늙어도 어릴 적 즐겨먹던 입맛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연어는 민물에서 태어난 뒤 바다로 나가 일생의 대부분을 보내지만 다시 민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숨겨둔 일기장 속의 연애편지 꺼내보듯, 혀끝에 맴도는 추억의 단맛은 세월을 비껴간다. 다시는 싱그러운 그 하늘로 돌아갈 수 없다 해도, 가을 바다 떠도는 황금빛 잎새에서 유년의 고소한 맛을 떠올리듯, 아이들이 맞이할 무궁한 세월 속에 영혼의 맛을 기억하기를. 바람이 갈비뼈 치고 달아나는 허전한 날들이 오면.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갈비뼈 바람 경양식식당 음식 돈까스가 추억 며칠째 마음

2023-09-05

[열린광장] 독서가 주는 것들

얼마 전 동네를 산책하다 어느 집 앞 인도와 가까운 코너 잔디 위에 나무로 제법 크게 만든 상자가 받침대 위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도에서 손에 닿는 거리다.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상자에는 ‘동네 대여 도서관’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누구나 가져가서 같이 읽으세요. 읽은 후에는 가져다 놓으세요’라는 문구도 있었다. 상자 문을 열어 보나 50여권의 다양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동네 사람들이 책을 나누어 읽는구나. 깨끗하게 정돈된 동네가 더 정답게 느껴 졌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안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변하였는지를…. 책은 먼 과거로도, 또 가고 싶은 곳에 데려다주기도 한다. 마음이 약해졌을 때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디지털 시대라지만 전문가들은 독서는컴퓨터,태블릿,휴대폰의 스크린으로 읽는 것보다 종이책으로 읽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내용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지고 사고하는 뇌가 활성화되어 어휘력,집중력,사고력 등도 더 향상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로맨스 소설을 읽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운동선수들도 치열한 경쟁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를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푼다는 것이다. 출판계는 로맨스 소설 독자의 30% 이상이 남성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기 시작하면 수준이 더 높은 책을 읽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국 서점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0년부터 동네 서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서점 ‘반스 앤드 노블’의 매출도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조앤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가 한창 발간될 때 뉴욕 맨해튼의 주요 서점 앞에는 책을 먼저 사기 위해 고객들이 텐트까지 치고 밤새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었다. 교사협회 등은 이 열기가 학생들의 독서량 증가로 이어지길 기대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아 실망하기도 했다.   요즘 미국에서 일고 있는 독서 바람은 오래돼 미국인들을 변화시키는 운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미국사회에는 지금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종교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데 점점 힘겨워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독서가 도움되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살고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 ‘평산 책방’이라는 서점을 내 화제다. 그는 재임 기간에도 짬을 내 꾸준히 독서를 했다고 한다.     카터 전 대통령의 ‘사랑의 집짓기 운동’  참여로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듯,  한국 양산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책방’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인 운동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런원장열린광장 독서 독서량 증가 독서 바람 동네 서점도

2023-06-13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그발 강 가에서

*그발 강 가에서   말 한마디 돌려 받지 못한 저녁 / 그믐달도 한 사나흘 배를 홀쪽히 굶는다 / 별마저 가물거려 걸음마저 흔들리고 만다 / 문밖에 세워둔 숨겨진 모습으론 볼 수 없어 / 당신의 눈을 빌어 투명해지고 싶다 / 유리바다 같고, 수정 같은 길이기에 // 땅에서, 하늘에서 번갈아 열리는 문 / 내게서 먼 곳이기도, 내 안에 있는 곳이기도 하는 // 봄볕에 익은 한 동이 물로 온 몸을 씻는다 / 깨끗하게 만나는 첫 걸음을 위해 한 생애를 건너온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 견딜 수 없는 것들이 티끌만큼 가벼워져 / 바람에 흩어지는 안간힘을 먼 발치에서 바라 보았다 / 당신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를 향한 / 그발 강 가에서 본 순백의 날갯짓으로  *에스겔 10:20   오늘은 정말 따뜻한 봄날입니다. 자동으로 셋업한 자동차에서 에어콘 바람이 나오는 걸 보니 바깥 날씨가 제법 더운 듯했다. 차 윈도우를 내려도 바람이 차지 않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성 금요일 날은 늘 날씨가 궂고 비가 오거나 갑자기 추워져 진눈깨비가 흩날릴 때가 태반이었다. 그런데 올 해는 따뜻한 봄날에 바람도 적당해서 교회로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부활절 음악 예배를 위해 젊은 찬양팀과 나이든 성가대원이 함께 해 찬양 연습을 하였다. 음악의 질보다 세대간의 화합이 목적이었기에 큰 부담 없이 조인하게 되었다. 총 다섯 곡이지만 독창 한 곡, 남성 중창 한 곡, 여성 중창 한 곡을 빼면 두 곡을 합창 하는 것이었다. 합창곡을 연습하는 중에 마음에 깊숙이 다가 오는 가사가 있었다. ‘부활의 호흡이 시작됐네’라는 가사였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부터 이제 부활의 삼 일, 그 호흡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의 가사였다. 숨이 멎은 몸에, 물과 피를 다 쏟은 그 몸에, 붕대로 온몸을 칭칭 감아 어두운 굴속에 안치된 시체에 호흡이 시작되는 순간을 상상해 볼 수 있는가? 피가 다시 돌고 죽었던 세포가 다시 깨어나는, 그야말로 부활로 가는 첫 걸음의 시간을 우리는 두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것인가?   연습 후 함께 나눈 기도를 통해 마음속 깊이 울림이 있었다. 내 안에도 살아나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알지 못하는 사이 나는 많이 죽어있었다. 숨쉬어야 할 곳에 숨쉬지 못하고 호흡을 멈춰야 할 곳에 오히려 정신을 팔았으니 살았다 하나 죽은 것이었고 생각은 나의 뜻과 달리 저급한 곳에 놓여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빛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지 못했고 삶의 지향을 거스리는 곳에 눈길을 주었다. 마음을 담아 드리는 기도를 하지 못한 시간이 오래 지나갔다.   집으로 오는 길. 당신의 손길을 보았다. 넓은 면적에 청보라의 꽃들이 이불을 깔아놓은듯 펼쳐져 있었다. 지나쳐 온 길을 되돌아가 그 속에 물들고 싶었다. 부활의 호흡은 이런 것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그저 발걸음이 그 앞에 멈춰지는, 일 순간 물들어 오는 환희! 부활의 호흡은 얼어붙었던 대지 위에서도, 죽은 듯했던 나뭇가지 사이에도, 봄바람의 춤사위 속에서도, 새들의 날갯짓에서도, 합창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호흡 속에서도,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도 힘찬 심장의 박동이 뛰고 있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부활절 음악 에어콘 바람 찬양 연습

2023-04-10

[이 아침에] 파도타기

고국의 광복 8월을 맞이하며 지나온 많은 이야기를 손자에게 하고픈 여름밤이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고요 속 긴 역사의 자부심을 이어온 할아버지의 나라에 대해서다. 이국땅에서 태어나 겪어보지 않은 3세대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손자는 어릴 적 파도타기를 좋아했다. 몰려오는 파도를 리듬 타듯 올라타며 물살에 묻히면서도 보드에 엎드렸다. 밀려오는 푸른 등줄기에서 아찔한 속도를 즐겼다.     파도는 대양에서 중력, 바람, 밀물과 썰물의 영향에 의해 하얀 포말을 그리며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밀 당긴다. 서퍼(surfer)는 파도의 파동, 바람의 방향에 따라 앞을 향해 나가거나 이동한다. 널(board)을 이용하여 파도 위에 올라야 한다. 무서워하지 않고 두려움을 떨쳐버린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손자의 모습은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 꼬마는 일찍이 모험의 매력을 알았을까. 새로운 곳을 향하기 위해 먼저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았을 것이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손자는 방학 동안 태평양 한가운데 마우이섬 Hokiokio에서 도전해본다. 첫 단계로 균형을 잡고 서야 하는데 양팔과 다리를 벌려야 밸런스를 잡기 쉽다고 한다. 이때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고 눈은 파도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려면 앞으로 다가오는 상대를 직시해야 한다고 할까. 적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생의 깊이에서 오는 강한 고통을 감수해야 옳고 풍성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의를 행하기 위해 나아가는 세상 속으로의 도전을 통한 극복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넓은 바다는 역동적인 한 모멘트로 감정을 가진 생명체인 듯싶다. 달라지는 날씨에 의해 하늘과 바다는 한마음 되어 서로를 전한다. 찬란한 햇빛을 반사해 환희로 가득 차다가도 갑자기 어두워져 검정빛으로 분노하며 비를 쏟아내기도 한다. 마치 인생의 항해처럼. 서퍼는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를 뱃머리에서 부딪혀 맞아내는 것이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선택해 여러 상황과 마주하며 가는 것이다. 우리 삶은 창의적인 타기(ride)를 통해 숭고하고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거친 파도가 몰려온다. 높은 산 같은 물이 밀려올 때도 있다. 집채보다 더 큰 파도가 벽처럼 덮친다면. 쓰나미를 다룬 영상을 보며 공포에 싸인 적이 있다. 위기를 맞는 순간에 오싹한 스릴, 소름 끼치는 공포를 이겨내는 노력과 작업이 필요하다. 오히려 더 큰 속도에 도전해보자.     구름 속에서 얼굴 내민 달빛이 백사장을 고요하게 비추고 있다. 뜨겁게 타오르던 대지의 열기가 바닷바람에 식어가며 파도도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적막 속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모래사장에 흡수되는 듯하지만 되돌아 넓은 세계로 나간다. 역사의 흐름과 진리는 그렇게 반복해 왔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에 맞추어 할머니는 읊조린다.   타 문화 속의 소수민족으로서 새로이 창조된 고유하고 풍부한 숨결을 숨 쉬며 자라나거라. 파도를 올라타는 기상으로.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파도타기 스릴 소름 한가운데 마우이섬 파동 바람

2022-08-15

[이 아침에] 파도타기

고국의 광복 8월을 맞이하며 지나온 많은 이야기를 손자에게 하고픈 여름밤이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고요 속 긴 역사의 자부심을 이어온 할아버지의 나라에 대해서다. 이국땅에서 태어나 겪어보지 않은 3세대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손자는 어릴 적 파도타기를 좋아했다. 몰려오는 파도를 리듬 타듯 올라타며 물살에 묻히면서도 보드에 엎드렸다. 밀려오는 푸른 등줄기에서 아찔한 속도를 즐겼다. 햇살에 번뜩이는 물빛과 어우러져 피부가 까맣게 그을리면서 꼬마는 반복해 도전하며 한 낮을 만끽했다.   파도는 대양에서 중력, 바람, 밀물과 썰물의 영향에 의해 하얀 포말을 그리며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밀 당긴다. 밀려오는 힘찬 물살이 파도를 마구 일구어낸다. 육지에 다가와 바위에 부딪히며 하얀 거품을 뿜어내기도 한다. 서퍼(surfer)는 파도의 파동, 바람의 방향에 따라 앞을 향해 나가거나 이동한다. 널(board)을 이용하여 파도 위에 올라야 한다. 무서워하지 않고 두려움을 떨쳐버린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손자의 모습은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 꼬마는 일찍이 모험의 매력을 알았을까. 새로운 곳을 향하기 위해 먼저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았을 것이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손자는 방학 동안 태평양 한가운데 마우이섬 Hokiokio에서 도전해본다. 첫 단계로 균형을 잡고 서야 하는데 양팔과 다리를 벌려야 밸런스를 잡기 쉽다고 한다. 이때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고 눈은 파도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려면 앞으로 다가오는 상대를 직시해야 한다고 할까. 적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생의 깊이에서 오는 강한 고통을 감수해야 옳고 풍성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의를 행하기 위해 나아가는 세상 속으로의 도전을 통한 극복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넓은 바다는 역동적인 한 모멘트로 감정을 가진 생명체인 듯싶다. 달라지는 날씨에 의해 하늘과 바다는 한마음 되어 서로를 전한다. 찬란한 햇빛을 반사해 환희로 가득 차다가도 갑자기 어두워져 검정빛으로 분노하며 비를 쏟아내기도 한다. 마치 인생의 항해처럼. 서퍼는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를 뱃머리에서 부딪혀 맞아내는 것이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선택해 여러 상황과 마주하며 가는 것이다. 우리 삶은 창의적인 타기(ride)를 통해 숭고하고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거친 파도가 몰려온다. 높은 산 같은 물이 밀려올 때도 있다. 집채보다 더 큰 파도가 벽처럼 덮친다면. 쓰나미를 다룬 영상을 보며 공포에 싸인 적이 있다. 위기를 맞는 순간에 오싹한 스릴, 소름 끼치는 공포를 이겨내는 노력과 작업이 필요하다. 오히려 더 큰 속도에 도전해보자. 밀려오는 파도의 힘을 이용해서 더 힘차게 전진하여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름 속에서 얼굴 내민 달빛이 백사장을 고요하게 비추고 있다. 뜨겁게 타오르던 대지의 열기가 바닷바람에 식어가며 파도도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적막 속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모래사장에 흡수되는 듯하지만 되돌아 넓은 세계로 나간다. 역사의 흐름과 진리는 그렇게 반복해 왔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에 맞추어 할머니는 읊조린다.    타 문화 속의 소수민족으로서 새로이 창조된 고유하고 풍부한 숨결을 숨 쉬며 자라나거라. 파도를 올라타는 기상으로.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파도타기 스릴 소름 한가운데 마우이섬 파동 바람

2022-08-11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바람의 하루

같은 눈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고 불투명하게 비쳐질지라도 믿어주고 힘을 실어주는 것. 갈등과 반목의 마음을 다잡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김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기에 같음이란 단어는 걸맞지 않게 들릴지도 모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자, 무엇이 다른가?     급히 대답하는 자가 잘못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급한 말은 실수를 낳는다. 말이 씨가 된다. 행여 그 씨가 자라면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이때 씨의 의미는 긍정과 부정 모두 적용되지만 부정적으로 쓰여지는 경우가 많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말이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로 인하여 심한 갈등을 경험하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길이 아니면 가질 말고 말이 아니면 탓하지 마라’는 속담을 기억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도 있다. 수 없이 갈등하는 순간순간의 일들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말 말 말만 무성했다. 그리고 우리는 달랐다. 서로의 등을 지고 사랑했지만 시선은 다른 곳이었다. 길이 아닌 곳은 걷지 말하더니 우린 용감하게 비탈을 걸었다. 다름이 없는 건 봄이다. 어김 없는 것은 바람이다. 제 갈 길도 있고 내 갈 길도 있지만 난 바람의 길을 찬미한다. 말과 행동의 괴리가 없는, 겉과 속이 꽉 찬 봄을 밀고 오는 너. 바람은 사랑을 품은 진정한 고수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나를 민다 뒤돌아본다 바람의 손 발은 없다 바람이 구른다 동그랗게 어깨를 누른다   바람이 운다 소리내 우는 바람 바람의 성대가 떨린다 바람을 안을 수 없다 들꽃을 부둥켜 안고 바람은 오래도록 운다   해는 지는데 바람의 집은 멀다 부딪혀 오고 빠르게 간다 쉼 없는 자유 머물러 있기를 거부한 바람의 생이다 지금 여기 바람의 하루가 간다     오랜만에 데크에 앉아 뒷뜰을 바라보았다. 삼월의 중순에 한차례 눈이 내렸고 쌀쌀한 겨울 바람이 몰아친 후, 홀연히 따뜻한 봄날이 왔다. 4월에도 눈이 오고 이른 아침 서리가 내리는 시카고의 변덕스런 날씨. 진정한 봄을 맞으려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 지칠 무렵 비로서 봄은 한발 한발 내게로 다가오곤 했다. 오늘같이 하늘하늘 바람이 불고 나도 모르게 스웨터를 걷어올리게 되는 날이 찿아 오면 봄을 마냥 즐긴다. 바람이 얼굴을 간지르며 벌써 저만치 달아난다. 뒤따라오는 오는 바람은 내 머리칼을 들어 올리고 같은 방향으로 줄행랑을 친다. 쉼이 없는 무한의 자유. “너 잠은 자고 다니니?”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또 바람이 불어 온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겨울 바람 시인 화가 부정 모두

2022-03-14

[여행 박사-스티브 조 길 따라 바람 따라] ‘멕시코 속 미국’ 힐링 휴양지

멕시코 남동부에 위치한 칸타나로오 주의 북동부에 있는 칸쿤은 멕시코 시티에서 약 1000마일 떨어져 있다. 칸쿤은 UN 산하 세계 관광 기구의 인증을 받은 관광 특화 도시로서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는 유카탄주에 편입됐다. 칸쿤은 개발되기 30년 전까지 인구 100명의 어부가 살았던 곳으로 그냥 한적한 농촌 마을이었다가 1970년대 들어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외국인의 관광 투자가 시작되면서 칸쿤 일대에 비약적인 호화  관광 단지가 조성됐다.   칸쿤 지역을 소개하면 유카탄 반도에  북동쪽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L자 모양의 섬에 있다. 편의시설이 밀집된 본토의 시와 이곳의 휴양지는 둑길로 연결된다. 행정구역상 칸쿤 시에 속하는 칸쿤 섬과 해안지역에는 백사장·야자나무숲·산호초 등이 풍부하며, 킨타나로오 주 남쪽의 정글과 같이 1년 내내 우기가 없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쿠쿨칸 대로에는 최고급의 호텔과 수상 스포츠 시설, 고급 레스토랑, 술집, 클럽, 쇼핑몰이 들어서 있다. 짐 캐리 주연 영화 ‘마스크'에 나왔던 코코 봉고도 이 구역 안에 있다.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과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함을 모델로 마치 두 도시를 중화시켜 만든 곳이기에 전 세계 젊은이의 최고 신혼여행지로 꼽히며 오늘날 미국인들에게는 선망의 관광지가 되었다.   칸쿤에서 2시간 거리의 치첸이사(CHICHEN ITZA)는 마야족이 정착해 살던 곳으로 선조들은 아시아에서 온 종족으로 추정되며 과테말라지역에서부터 유카탄 반도로 이주했다. 마야인은 키가 작고 얼굴이 동그랗다. 사진을 통해 여러 색깔의 면으로 된 원피스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많이 접하는데 이미 365일의 달력을 만들었고 4계절 10진법 계산법, 12진법, 99단 등 천문학, 수학, 건축, 토목 등이 발달한 종족이었다.   기원전부터 9세기까지 찬란했던 마야 문명은 토착 문명의 중심지로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린다. 수학과 천문학에 의해 만들어진 카스티요 피라미드는 9층 꼭대기까지 12진법의 24로 4면에는 각각 91개의 계단이 있다. 1년을 뜻하는 총 365개의 계단으로 밑부분 양쪽은 뱀머리 석상이 세워져 있다. 뱀의 목 부분부터 꼭대기까지 사선의 일직선이 몸체에 해당하고 그 앞쪽 또 하나의 삼각형의 9개의 계단은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좁아진다. 앞쪽 계단식 사각형의 끝부분이 햇볕을 받아 그림자가 생기는데 이 그림자는 뒤에 사선으로 된 뱀 몸체에 그 그림자가 비쳐 꼬리를 하늘로 들고 있는 뱀의 모습을 만들어 준다. 매일 일어나는 모습이 아니고 1년 중 딱 한 번 3월 22일쯤 볼 수 있다. 이 시즌에는 이 미스터리 현상을 보기 위해 전 세계 20만명 이상의  관광객 찾는다.     멕시코에서 미국 문화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칸쿤은 다른 도시와는 달리 미국 관광객에 맞추어져 개발되었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로 인해 칸쿤 개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아예 “이곳은 미국”이라고 하기도 한다.     코로나, 델타, 오미크론과 멀어 지고 싶다면 무조건 청정지역 칸쿤으로 떠나보자. 칸쿤의 택시들은 공영으로 운영하기에 바가지요금이 없어 좋다. 휴양지로 갖추어야 할 모든 시설에 맑고 깨끗한 바다와 밀가루같이 고운 모래의 백사장 있는 천연 휴양지 칸쿤을 최고의 힐링 관광지로 추천한다.         〈삼호관광 전무〉 스티브 조 / 삼호관광 전무여행 박사-스티브 조 길 따라 바람 따라 미국 멕시코 멕시코 남동부 멕시코 시티 행정구역상 칸쿤

2022-02-03

퇴직 바람에 기업들 '인력 쟁탈전'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직장을 그만두는 근로자 수가 또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방 노동부가 4일 공개한 지난해 11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미국의 퇴직자 수는 453만 명, 퇴직률은 3.0%로 각각 집계됐다.   전월보다 8.9% 급증한 11월 퇴직자 수는 같은 해 9월 436만 명을 넘어 지난 2000년 12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고, 퇴직률은 역대 최고 타이기록이다.   구직자보다 기업의 구인건수가 훨씬 많아 직장을 옮기기 쉬워지면서 이른바 '대량 퇴직'(the Great Resignation)으로 불리는 현상이 심화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실제로 레저·접객업에서만 100만 명이 작년 11월 직장을 그만두는 등 주로 저임금 업종 근로자들이 급여가 높고 근로 여건이 우수한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숙박업과 물류업 등에서도 퇴직자가 많았다.   함께 발표된 미 기업들의 11월 구인건수는 1060만 명으로 전월(1109만 명)보다는 감소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채용사이트 글래스도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대니얼 자오는 NYT에 "고용주들의 수요는 여전히 극도로 높고, 그 결과 인력 쟁탈전이 더 심해졌다"면서 "이는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 노동시장의 더 많은 혼돈을 의미한다"고 말했다.쟁탈전 퇴직 퇴직 바람 대량 퇴직 기업들 인력

2022-01-04

[수필] 바람의 빛깔

모든 자연에는 빛깔이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볼 때 형형색색의 조화로운 배합에 매료되어 탄성을 지르곤 한다. 그런데 한평생을 살면서 바람에도 빛깔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얼마 전에 제주도에 사는 오연준이란 소년이 부른 ‘바람의 빛깔’이란 노래를 동영상을 통해 듣게 되었다. 10여세 안팎으로 보이는 아주 귀여운 소년이 아주 청아한 목소리로 눈망울을 깜박이며 불렀다. 가사 내용도 아주 시적인 서정이 담겨 있어서 감동을 주었다.   이 노래 제목이 ‘바람의 빛깔’이었다. 이 노래는 듣고 들어도 마음이 새로워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는 바람의 빛깔은 어떤 색깔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에서 무심히 넘겨버린 내 무딘 감성을 깨우쳐 준 두 마디 ‘바람의 빛깔’ 그 노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뭘 말하려는 건지 아나요/ 한적하고 깊은 산 속 숲 소리와 바람의 빛깔이 뭔지 아나요/ 바람의 아름다운 저 빛깔을…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 없죠/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 해도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죠/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다면 바로 그런 눈이 필요한 거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이 노래 가사에서 내가 감동을 한 대목은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뭘 말하려는 건지 아나요’ 와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 없죠’이다. 달을 보고 늑대가 왜 울까 하고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늑대는 사나운 짐승으로 사람을 공격하고 다른 짐승을 잡아먹기 때문에 맹수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런 사나운 짐승도 아름다운 달을 쳐다보면 감격하여 운다고 생각해 보기도 하고 추운 겨울바람은 견뎌도 외로움은 견딜 수 없다고 울부짖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양심이 없고 말 못하고 정서가 없는 동물일지라도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 도취하여 울음으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는 파라독스가 나오는 것이다.     혹은 아무 감성이 없다고 생각한 동물도 밝은 달밤엔 외로움을 견딜 수 없다고 울부짖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난 인간이 아름다운 바람의 빛깔을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다면 늑대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 없죠’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나무가 잘 자라도록 가꾸어 열매도 맺게 하고 큰 나무는 재목으로도 사용할 수도 있게 해야 하는데 충분히 자라기도 전에 성급하게 베어 버리면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요즈음 한국에서 일어나는 어린이 학대와 폭행 사건으로 죽음으로 몰고 가는 어른들 특히 부모들의 횡포가 극에 달한 것을 볼 수 있다. 자기 친자식까지 죽음으로 몰고 가는 비정한 부모들, 하물며 성직자까지도 딸에게 폭행해 죽게 한 이 현실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난감하다. 새순과 같은 어린 연약한 생명을 잘 보살피고 양육해야 하는데 자라기도 전에 나무줄기를 꺾어 버리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노래 가사처럼 얼마나 크게 나중에 될지도 모르는데 어린이의 장래를 전혀 볼 줄 모르는 눈이 먼 부모들. 그러니 늑대보다 감성이 메말라 버린 사람들. 우리가 모두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좀 배우면 좋을 것 같다. 자연은 우리들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말했듯이 자연에 고개 숙이고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고 자연과 친해지는 것이 정서를 키우고 감성이 풍부해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바람의 빛깔이 무엇일까. 바람의 빛깔은 무지갯빛처럼 아름답다. 바람이 하는 일을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민들레꽃을 만나 요정이 되어 꽃씨까지 날려 보내는 바람을 만나면 나도 꽃이 되고 싶다. 송홧가루를 날려 보내어 소나무 향을 피우고 봄에 피는 갖가지 꽃들의 향기를 산들바람으로 흩날려 온 세상에 스며들게 한다. 그 향기는 지친 몸과 마음에 파고들어 보듬어주고 진정시키는 약보다 더 좋은 자연의 선물이 된다. 바람이 물을 만나면 물결을 일으켜 반짝이는 푸른 물빛이 되고 불가에 머물면 훨훨 불붙게 하여 어두운 온 세상을 환히 밝히는 붉은 빛으로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것이다.   바람이 없다면 물 없는 사막처럼 너무나 무미건조한 삶이 될 것 같다. 노래 가사처럼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심금을 잔잔히 울린다.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바람을 통한 갖가지 빛을 서로가 본다면 이심전심이 되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아름다움의 극치에 서로가 눈에 불을 켜 바라볼 때 눈에 불꽃이 튀어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사람이 바람의 빛깔을 볼 수 없다면 바람은 폭풍을 일으켜 바람의 위력을 보여주며 바람의 빛깔을 느껴 보라고 우리를 조용히 흔들 것이다. 바람의 빛깔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과 영혼의 눈이 열린다면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김수영 / 수필가수필 빛깔 바람 늑대 울음소리 노래 가사 모두 자연

2021-12-09

“한인회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겠습니다”

“한인 이민사가 이제 10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2세들이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전면에 나서서 봉사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인회장 선거에 나선 것은 이런 사명감 때문입니다. 제가 당선되면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뉴저지한인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활성화시키겠습니다.”   오는 9일 열리는 뉴저지한인회 제30대 회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 2번 이창헌 후보.     1세대 또는 1.5세대라고 할 수 있는 기호 1번 김일선 후보와 일종의 신구 대결을 펼치게 된 이 후보는 선거공약과 미래 한인회 운영에 대해 “젊은 힘을 보탠다○라는 큰 그림으로, 또 주요 분야에 대해서는 “세심한 실천 계획”을 밝혔다.   “이민사회를 개척한 부모님 1세대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2세들은 이러한 1세들의 노력과 희생에 대해 감사하면서 한편으로 이를 다음 세대와 연결해 미국사회에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발전시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후보는 한인사회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려면 젊은 세대 참여가 꼭 필요하다며 “한인회장이 되면 다양한 사업을 통해 1세대와 미국에서 교육 받은 젊은 세대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담당해 역동적인 한인회, 활기 넘치는 한인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한인회장이 되면 추진할 당면 사업으로 ▶한인 권익신장 ▶한인 정치력 신장(정치 꿈나무 육성) ▶한국 정부와 유대강화(영주권자 권익 향상) ▶한인 경제 활성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또 이와 함께 ▶한인 시니어 복지지원 ▶소수민족 연대 강화 ▶코로나19 예방활동 ▶한인회 사무실 운영 정상화 ▶주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추석잔치 프로그램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인회 사무실 운영과 관련해 이 후보는 ▶풀타임 근무 사무총장 채용 ▶차세대 이사 적극 영입(역할 강화) ▶재정 자립(연방과 주정부 비영리단체 지원금 확보) ▶한인회관 건립을 위한 종자돈 마련(기금마련 골프대회/한인회 후원의밤 개최 등)을 착실하게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한인사회가 빠르게 실버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감안해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신청 안내와 점심 제공 등의 경로 사업을 실시하고, 한인 시니어들의 신명나는 생활을 위해 경로잔치 등도 구상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 후보는 “선거공약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뉴저지한인회를 발전시킨 1세들을 모시고, 의견을 듣고 수렴해 한인회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최근에 일부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의 성향과 검증 등을 두고 여러가지 불미스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젊은 후보 입장으로서는 깨끗하게 한인 유권자들의 의사를 묻는 선거를 통해 당락이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30대 뉴저지 한인회장 선거는 오는 9일 뉴저지 한인회관 및 4곳의 H마트 지점(포트리·리지필드·리틀페리·에디슨)에서 실시된다.  문의 201-667-3663. 박종원 기자한인회 바람 한인회장 선거 한인회관 건립 한인회 사무실

2021-12-01

오광운 시인 신작 출간…두 번째 시집 ‘바람의 끝’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오광운(사진) 시인이 최근 두 번째 시집 ‘바람의 끝’(표지 사진)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이 된 ‘바람의 끝’에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힘들었던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떠가는 구름, 바람의 눈, 붉게 떨어지는 노을 등을 언급하며 독자들이 지나쳤을 순간을 시에서 생생하게 담아내며 위로를 건넨다.     오 시인이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한 내용을 담은 시들도 담겼다. ‘기습’에서 그는 ‘밀착되어 온 복병’, ‘아무도 몰랐던, 무능한 방어벽이었다’라는 표현으로 코로나19의 느낌을 적어냈다.     그는 팬데믹이 막 시작할 때 코로나19를 몸소 겪기도 했다. 오 시인은 “많은 분이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잘 극복했다”며 “다시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심정으로 시를 썼다”고 전했다.     롱아일랜드 끝자락에 거주하는 그의 취미는 편도에 10시간 넘게 걸리는 원양낚시(deep fishing)다. 오 시인은 “8~10시간가량을 배에서 자고 먹으며 낚시를 하니 시상은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셈”이라고 했다. 약 35년간 서폭카운티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산 그는 특히 자연시에 강하다.     시집에 담긴 사진들 역시 모두 오 시인이 직접 찍었다. 표지사진으로 쓰인 앙상한 단풍나무는 그가 매일같이 만나는 나무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31일 밤에 찍었다. 오 시인은 “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남은 모습이 ‘바람의 끝’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표지를 자세히 보면 왼쪽엔 달, 오른쪽 아래엔 금성도 찾아볼 수 있다”며 웃었다. 김은별 기자오광운 시인 오광운 시인 구름 바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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