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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문을 활짝 열라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더위에 이상기후라는 말도 정상이 되어버리는 요즘이다. 올 봄은 왜 이리 춥냐고 집어넣은 겉옷을 꺼내던 날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에어컨이 없으면 여름이 도통 비켜주질 않는다. 사무실 주인은 여름이 아니라 에어컨이다.
 
그런데 문을 열고 가만히 숨을 고르며 늦은 오후에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반소매로 드러난 팔을 금방 싸늘하게 만드는 것이 에어컨이지만, 머리카락 사이까지 새로운 숨을 넣으며 지나가는 바닷바람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도시 속 빌딩에서야 힘들지만, 소박한 평상에서 맛보는 '함께 사는 여름'이다. 문을 닫은 바람과 문을 연 바람은 이렇게 다르다.
 
에어컨은 문을 닫아야 켤 수 있다. 우리가 만드는 바람은 문을 닫게 만든다. 그런데 에어컨이 세게 돌수록, 콧물도 나고 머리가 아프며 오한에 열까지 난다. 이럴 때 전문가들이 항상 말한다. "문을 열라".
 
교회는 열심이 필요한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헌신을 드린다. 우리의 헌신이 없으면 하나님은 아무것도 하시지 못하실 것처럼 그렇게 열심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다 우리도 모르게 문을 닫는다. 은혜를 그렇게 바라면서 우리가 만든 바람만 찾는다. 감동과 눈물, 강한 믿음과 헌신, 봉사와 여러 행사를 구하고 좇다가 오한이 나고 숨이 가쁘고 메말라가고 머리가 아프다.
 
'이럴 리가 없는데', '하나님을 위해 헌신한 것밖에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내 열매가 무엇인지 헛갈린다면, 의심해 보라. 문이 닫혀있지 않는지.
 
주님을 밖에 세워놓고 문을 닫은 채 부리는 열심은, 나 자신을 땔감으로 삼아 태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신자라면 누가 예수님을 부르지 않으며, 하나님을 찾지 않겠는가. 그러나 막상 그 주님은 우리의 주가 아니다. 내 감동, 내 섬김, 내 열심, 내 평안이 내 주인이다. 은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은혜조차도 받는 내가 주인이다.
 
그러나 회개 없는 은혜는 신발을 신은 채로 가려운 곳을 긁는 것이다. 주님이 없는 열심은 문을 닫아 놓고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의외로 문은 열지 않은 채 에어컨이 싫다고 꺼버리는 이들도 있다. 에어컨 바람에 열광하다가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이나 그건 아니라면서 목마름도 모르고 고생하는 이나 문을 닫고 살기는 마찬가지다. 은혜는 원하나 회개하지 않고, 겸손은 원하지만 낮아지지 않고, 사랑은 원하지만 자신의 손은 내밀지 않는다.
 
나 주를 믿노라고 그 이름 부르나 문밖에 세워두니 참 나의 수치라.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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