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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현해탄이 아니라 대한해협

해협은 육지 사이에 있는 좁고 긴 바다를 말한다. 물살이 거세고 매우 빠르다. 이순신 장군은 해협의 이런 점을 이용해 명량에서 큰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규슈 사이에도 해협이 있는데, 대한해협이다. 대한해협은 황해와 남해, 동중국해, 동해와 연결된다. 길이는 약 200㎞. 우리는 대한해협이라 부르지만 일본은 쓰시마해협이라고 한다.   일부에선 대한해협 대신 현해탄(玄海灘)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때 현해탄은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현해탄은 규슈 북쪽 끝에 있는 일부 바다를 가리킨다. 일본에선 이곳을 ‘겐카이나다(玄海灘)’라고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전에서 ‘겐카이나다’를 치면 ‘대한해협 남쪽 일본 후쿠오카현 서북쪽에 있는 바다. 방어·정어리 따위의 난류성 어류가 많이 잡힌다. =현해탄’이라고 돼 있다. 대한해협과 현해탄은 동일한 바다가 아님이 확인된다. 대한해협은 현해탄보다 더 큰 바다다. 쓰시마섬을 지나 규슈 앞쪽까지가 대한해협이다. 일본에선 대한해협을 쓰시마해협이라 부르지만 국제적으로도 대한해협이 공식적인 용어다.   현해탄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가 아니다. 일본의 작은 바다 이름이 왜 대한해협 대신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현해탄이 왠지 더 그럴듯해 보이는 모양이다. ‘현해탄 오가는 항공기’ ‘현해탄 넘은 야구 사랑’ ‘현해탄을 건넜다’ 등 현해탄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인 것처럼 표현한다.     말맛은 다르겠지만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에서’ ‘대한해협을 가로질러’ ‘대한해협 건너 길을 찾다’처럼 쓰는 게 정확하다. 우리말 바루기 대한해협 현해탄 대한해협 남쪽 대한해협 대신 대한해협 건너

2024-12-11

“유난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2001년 9월 11일.     23년 전 오늘, 공포의 바람이 뉴욕 하늘을 뒤덮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날의 아픔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리고 여기,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가 있다. 사건 당일 남쪽 타워 79층 후지뱅크에서 근무 중이었던 1943년생 김 모 씨는 40분가량 진행된 전화 인터뷰 내내 떨리는 목소리를 여러 번 가다듬으며 긴박했던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 언론에 한 번도 나선 적 없었지만, 모두가 기억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용기를 내 입을 뗐다. 아직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그는 “지금도 말하다 보면 흥분이 돼서 덜덜 떨린다”는 말을 반복했다. 수화기 너머로 긴장감과 두려움이 전해질 정도였다.   ◆구름 한 점 없던 맑은 날   전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던 그날, 김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에 나섰다. 그는 “유난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뉴욕 스카스데일 집에서 오전 7시반쯤 출발해 8시40분경 자리에 도착했다. 자리 정리를 하고, 늘 그랬듯 화장을 고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오전 8시46분. 아메리칸항공11편 비행기가 월드트레이드센터 북쪽 타워를 향해 돌진했다.   ◆화장을 고치고 나와보니   화장을 고치고 나와보니 평소와 달리 라운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순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복도로 나와보니 이미 사람들이 뛰어다니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남자 행원들이 그를 향해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고, 이에 급히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물 끼얹듯 조용해졌다   79층에서 53층까지. 20층 넘게 걸어 내려오는 동안 김 씨는 정확히 무슨 일이 터졌는지 알지 못했다. “비행기가 사고로 북쪽 타워를 쳤대.” 내려오면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맑은 날 비행기 사고가 났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사고 현장은 소통을 위해 층마다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뒀고, 오피스 스피커에서 조그맣게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와글와글한 사람들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다들 조용!” 아래층에 있던 한 남성의 고함에 현장은 일순간 물 끼얹듯 조용해졌다.     ◆분명 ‘세이프존’이라고 했는데   “남쪽 타워는 ‘세이프존’입니다.” 스피커에서는 ‘세이프존’이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됐다. 북쪽 타워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하니, 남쪽 타워에 있는 이들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라는 얘기가 들렸다. 도저히 다시 걸어 올라갈 수 없었던 김 씨는 52층 계단 벽에 몸을 기대고 서있었다. 2~3분쯤 지났을까. 찌이이익! 무언가 빌딩을 쥐고 흔드는 느낌이 들었다.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고, ‘테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이 흔들리며 먼지와 파편들이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손잡이를 붙잡고 겨우 한 칸씩 내려가고 있는데, 불이 번쩍하며 빌딩 위쪽에 뭐가 부딪혔다. 비명 소리가 들리며 한 남성이 “킵 워킹!”이라고 소리쳤다. 그때부터 아비규환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비틀즈의 노래가 뇌리를 스치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계단을 3~4칸씩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잔뜩 겁먹은 몸이 따라주지 않아 김 씨는 빠르게 내려갈 수 없었다. 그때 한 미국 청년이 다가와, “두 유 워너 홀드 마이 핸드?”라고 물었다. 김 씨는 우습게도 그 순간 비틀즈의 ‘아이 원 투 홀드 유어 핸드’라는 곡이 뇌리를 스쳤다고 했다. 그는 노래 제목처럼 청년의 손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청년은 “가끔 빌딩이 바람에 흔들리곤 하는데, 그게 좀 심해진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자”며 공포에 질린 김 씨를 안심시켰다. 중간쯤 내려왔을까. 함께 내려오던 무리에서 떨어져 자신 때문에 천천히 이동하는 청년에게 미안했던 김 씨는 “이제 내가 알아서 가겠다”며 손을 놨다. 그래도 청년은 쉽게 가지 못하고 자꾸 뒤를 돌아봤고, 김 씨는 “뒤돌아보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전했다.      ━   “죽음을 향해 오르던 소방관의 뒷모습 눈에 밟혀”     붕괴 전 일으켜 세운 소방관 덕에 목숨 구해 김 씨 근무했던 후지뱅크 직원 23명 사망   ◆온 세상이 시꺼먼 재로 뒤덮였다   드디어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3층까지 내려온 김 씨의 귀에 “지하 1층에 도착하면 북쪽으로 뛰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지하 1층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는 직감했다. 엄청나게 큰 일이 터졌다는 것을. 사람들이 1m 간격을 두고 양쪽으로 줄을 서 있었는데, 이를 통제하는 경찰들 표정이 엄청나게 심각했다. 하이힐과 휴지 등 물건이 사방에 널려있었고, 대낮인데도 온 세상이 시꺼먼 재로 뒤덮여 있었다. 줄을 따라가다 보니 회전문이 나왔고, 깨진 유리 사이로 빠져나온 김 씨는 강가 쪽으로 향했다. 북쪽으로 뛰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다리가 너무 떨려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신없이 이동하던 그는 순간 뒤를 돌아봤다. 북쪽 타워에서는 90층 즈음에서, 남쪽 타워에서는 김 씨가 다니던 은행이 위치한 70~80층 즈음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고   처참한 광경을 뒤로하고 전철역에 다다른 그는 고민에 빠졌다. 이게 테러가 맞다면, 전철역 내부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빌딩이 무너질 거라는 확신이 생겼기에, 어디로든 피신해야 했다. 문제는 전철을 이용해 통근하지 않았던 그가 노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무작정 한 여자아이를 따라갔다.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전철이 김 씨 앞에 섰고, 열차에 올라타 여자아이에게 집 가는 길을 물었다. 그랜드센트럴역에서 환승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내렸는데, 공포가 얼마나 거셌으면 열차가 움직이는 소리조차 무서웠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고 환승역에 도착했고, 이때도 열차가 바로 왔다. 김 씨는 “천운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시간에, 월드트레이드센터는 붕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 향해 오르던 어린 소방관   오전 11시.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후유증 때문에 아파트마저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문 열기도 힘들었다. 그날 김 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정신없이 계단을 내려올 때, 무거운 도끼를 들고 죽음을 향해 계단을 오르던 소방대원들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그는 특히 “내 목숨을 구해준 어린 소방대원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계단을 내려오다 너무 힘들어 주저앉았는데, 무거운 소방호스를 맨 소방대원이 그의 팔을 잡아 일으키며 “곧 건물이 무너질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내려가라”고 등을 밀어줬다. 곧 무너질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앞날이 창창한 어린 소방대원은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김 씨는 “그 뒷모습이 지금까지도 마음 아프게 자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씨가 근무했던 후지뱅크는 이날 23명의 직원을 잃었다. 그는 “은행 보스들과 시큐리티들은 회사 기밀이 유출될까봐 자리를 지키다가 모조리 희생됐다”고 말했다.     살아나오지 못한 동료들, 그리고 자신을 살려준 어린 소방관을 기억하기 위해서일까. 사건을 겪은 많은 이들이 뉴욕을 떠났지만, “아직도 스카스데일 그 집에 살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윤지혜 기자구름 특별기획 북쪽 타워 남쪽 타워 월드트레이드센터 북쪽

2024-09-10

베이커스필드 5.2 강진, 깜짝 놀란 남가주

베이커스필드 남쪽 5번 프리웨이 인근에서 규모 5.2 지진이 발생해 남가주 전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베이커스필드 주민은 계속된 여진에 불안에 떨었다.   연방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9시9분쯤 베이커스필드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18.5마일 떨어진 5번 프리웨이 서쪽 지역에서 규모 5.2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은 진앙에서 약 11킬로미터 지하로 기록됐다.     이날 지진은 89마일 떨어진 LA 도심과 샌디에이고 등 남가주 전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특히 규모 5.2 지진 발생 후 1분 뒤 규모 4.6 등 여진이 31회 이상 계속됐다.     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센트럴 밸리 끝부분에서 발생했다. 인근 화이트울프 단층(White Wolf fault)에서는 지난 1952년 규모 7.5 강진이 발생한 바 있다. USGS 지질학자 루시 존스 박사는 “이번 지진이 화이트울프 단층과 연관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다행히 USGS, 캘리포니아고속도로순찰대(CHP), LA소방국 등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LA소방국은 지진 직후 사회기반시설 안전점검에 나섰고 별다른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베이커스필드 도심 상가와 주택, 공장은 계속된 강진으로 크고 작은 재산피해를 봤다. KTLA5가 공개한 버듀고 한 마켓 방범카메라 영상에는 지진 당시 진열장 술과 물품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손님들이 흔들림에 놀라 건물 밖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베이커스필드 한 감귤 출하공장은 지진 직후인 오후 9시15분쯤 공장 내부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감지됐고, 직원들은 모두 공장 밖으로 대피했다.   그레이프바인 지역 5번 프리웨이 남쪽 방면에서는 사람 어깨높이의 거대한 바위가 절개지에서 떨어져 차량통행이 제한됐다. CHP 측은 절개지에서 바위가 도로 2차선 위로 떨어졌고, 갓길 낙석방지용 철제 펜스도 손상됐다고 전했다. CHP는 긴급 도로보수에 나서 차량 통행을 재개했다.   한편 USGS와 비영리기관 어스스코프의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 ‘셰이크 얼럿(Shake Alert)'은 베이커스필드 지진 발생 30초 전 조기경보를 발령해 주목받았다. 주민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된다. 셰이크 얼럿은 지진 발생 약 10초 전 주민 셀폰에 지진 발생 경보음과 문자를 발송한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베이커스필드 남가주 베이커스필드 주민 베이커스필드 도심 베이커스필드 남쪽

2024-08-07

달튼·뷰포드·래니어 등서 소규모 지진 왜?

잇따른 지진 원인 아직 밝혀지지 않아 매년 규모 2.0 이상 지진 10~20회 발생   지난주 조지아 북부 지역에서 작은 지진이 이어진데 이어 지난 10일 밤에도 래니어 호수 남쪽 끝에서 2.3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조지아는 지진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곳이어서 최근의 잦은 지진은 주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래니어 호수 인근 주민 수백 명이 지진 진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나 부상은 없었지만, 지진의 원인과 다음 지진이 또 올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뒤따랐다.   래니어 호수에서 가까운 뷰포드에서는 지난 7일 두 차례 지진이 발생했었다. 강도는 각각 2.5와 2.1 규모로 주변 지역에서 몇 시간 동안 진동이 느껴졌다. 또 지난 3일에는 북서부 달튼 외곽에서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처럼 주요 판의 경계에 있는 지역에 강한 지진이 주로 발생지만, 조지아는 북미판 중앙에 있어서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아에서는 소규모 지진이 흔한 편이다.   앤디 뉴먼 조지아텍 교수(지구물리학)에 따르면 조지아는 일반적으로 매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을 10~20회 경험한다. 그러나 최근 여러 차례 이어진 지진의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마틴 채프먼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래니어 호수는 ‘브레바드 존’이라고 알려진 수억 년 전 애팔래치아 산맥이 형성될 때 활성화됐던 주요 단층계 근처에 있다”고 애틀랜타 저널(AJC)에 설명했다. 단, 이런 고대 단층은 대부분 더이상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호수 근처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지진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작은 단층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달튼 근처에서 발생한 지진은 테네시주 동부 지진대 남쪽 끝에서 시작됐다. 토마스 프랫 USGS 연구원은 “이곳과 조지아 북서쪽 지진이 연관됐을 수 있지만, 해당 지진대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일반적으로 훨씬 더 깊은 곳에서 발생한다”고 전했다.   다른 가설은 인공 저수지다. 래니어 호수는 애틀랜타의 주요 수원인데, 일반적으로 저수지가 채워지거나 큰 수위 변동이 발생하면 지진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수를 관리하는 미 육군공병대의 데이터에 의하면 래니어 호수의 수위는 올들어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진이 또 발생할까. 뉴먼 교수는 “다음 지진이 어디에서 발생할지 짐작하기 가장 좋은 곳은 바로 같은 위치 근처”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작은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전조일 수 있지만, 조지아에서는 가능성이 적다고 말한다. 채프먼 교수는 “지나치게 걱정할 것 없이, 강한 흔들림이 일어날 가능성을 인지하고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윤지아 기자지진 호수 호수 근처 호수 남쪽 조지아 북서쪽

2024-06-11

[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대자연 신비에 빠져들다, 옐로스톤 호수

삼호관광 옐로스톤 3박4일의 일정에서 3일째 진행되는 북미 대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넓은 호수인 옐로스톤 호수는 고도 7733피트, 호수 변의 길이만 110마일이다. 이 호수는 오래전 용암이 분출하며 넓은 지역이 함몰된 뒤 그곳으로 높은 산의 눈들이 녹아 스며들어 호수가 된 곳이다.   겨울 동안 빙원이었던 옐로스톤 호수는 5월 중순부터 완전히 녹게 되는데 이때부터 요트, 카누, 트래킹, 낚시, 승마, 사진촬영 등으로 곳곳을 탐사할 수 있게 품을 열어준다.   호수를 따라 간헐천, 분기공, 온천, 진흙탕 등이 곳곳에서 지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데 설치된 산책로를 따라 호숫가를 걷다 보면 어느 곳은 뜨거운 물이 흘러내리고 어느 곳은 그 뜨거운 물에 사는 박테리아에의해 꽃같은 색들이 온천 주위를 수놓듯 덮고 있고, 호수 속 작은 화산 분화구처럼 솟아 오른 곳에서 뜨거운 물이 흘러내린다. 이 아름다운 관경을 보고 감탄을 자아내는 방문객들은 호숫가를 걷는 내내 행복으로 가득 찬 시간을 갖게 된다. 바로 이곳이 옐로스톤 호수의 웨스트 썸(West Thumb)이라 부르는 곳이다.   이 곳을 떠나 공원 남쪽 게이트를 통해 또 한 곳의 국립공원인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을 관광하게 된다. 1800년대 초 프랑스계 모피 사냥꾼들이 산의 모습이 여인의 가슴(teton)과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1929년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485평방마일의 넓이로 옐로스톤의 7분의 1 사이즈지만 옐로스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 공원에는 13775피트 높이를 자랑하는 티턴 봉을 위시하여 하늘을 꿰뚫을 것 같은 높은 산들과 더글러스퍼(Douglas fir), 롯지폴 파인(Lodgepole pine), 아스펜 트리(Aspen tree) 등 숲 가운데 자리한 에메랄드빛 호수들이 여러 곳 있다. 이런 멋진 풍광 때문에 1953년에 개봉되었던 미 서부영화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셰인(Shane)'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옐로스톤 남쪽 출구로 나오면 바로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으로 연결이 되는데 공원을 가로지르는 길 이름이 존 록펠러 메모리얼 파크웨이(John D. Rockefeller Jr. Memorial Parkway)다.   1930년대 미국 최대 거부였던 록펠러의 이름을 도로 명으로 표기한 것은 록펠러가 이 지역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당시 상업적인 수단에 의해 이 지역이 개발되면 원래의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기 어렵다 생각해서 '스네이크 리버 랜드 컴퍼니(Snake River Land Company)'를 설립하고 약 3만5000에이커의 땅을 구입하게 된다.     후일 그는 이 아름다운 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보존해 줄 것을 요구하는 조건으로 소유한 모든 땅을 국립공원에 기증하게 되고 그 연유로 이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케 된 공을 기리는 뜻에서 그의 이름을 도로명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그랜드 티튼 국립공원의 비경인 잭슨호수(Jackson Lake), 제니호수(Jenny Lake) 등 비경을 만날 수 있고, 1만450피트 산 정상으로 오르는 감동의 티턴 에어리얼 트램(Teton Aerial Tram)도 탈 수 있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옐로스톤 대자연 옐로스톤 호수 삼호관광 옐로스톤 옐로스톤 남쪽

2024-06-06

"내 가족 어디 묻혔나..." 비석 마음대로 옮긴 공동묘지 "끔찍"

"관리소 측이 멋대로 비석 옮기고, 장지 파면 이미 다른 시신 있기도"   비석이 사라져도 무덤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 애틀랜타의 한 공동묘지에서 유가족의 동의 없이 비석이 옮겨져 도대체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베라 블라운트 씨는 지역 매체 채널2 액션뉴스에 사망한 남편의 묘 위치가 바뀌며 묘지 관리소 측과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남편의 묘는 애틀랜타 남쪽 '그린우드 공동묘지'에 있었는데, 약 2년 전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블라운트 씨는 말했다.   그는 "당시 묘지 직원이 내 허락 없이 남편의 비석을 옮겼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슬픈 일인데, 끔찍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유가족이 묘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며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블라운트씨의 변호를 맡은 올타비아 사이먼 변호사는 묘지 직원들의 증언을 인용, "있을 자리가 아닌 묫자리에 시신이 발견되는 사례가 2018년부터 최소 17~20건 발생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장지를 정하고 땅을 파고 나서야 그 자리에 이미 시신이 매장돼 있던 경우도 여럿 있었다"고 덧붙였다.   블라운트 씨 측은 어디에 누가 묻혀있는지 기록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외에도 '묫자리 섞임'이 더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정부 국무장관실 산하 묘지담당 부서도 경위 조사에 나섰다.   윤지아 기자애틀랜타 묘지 애틀랜타 묘지 애틀랜타 남쪽 사이먼 변호사

2024-04-16

[사진의 기억] 바다 건너 찾아오는 봄

바람이 분다.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고목은 남쪽 바다를 건너오며 한결 순해진 바람 소리를 기억한다. 때가 이르렀음을 아는 나무는 조용히 제 속의 것들을 흔들어 깨운다. 말랑말랑해진 흙 속으로 힘차게 뿌리를 뻗어 서서히 물을 빨아올린다. 겨우내 참았던 오랜 목마름을 풀어줄 수액이 수관을 따라 실개천으로 흐른다. 서너 아름이 넘는 굵은 기둥을 지나 줄기를 타고 가지 끝에 물이 오르면 비로소 딱딱한 표피를 뚫고 부드럽고 여린 새잎들이 다투어 나올 것이다. 그러면 나무는 몸속에 사계절을 지나왔음을 알리는 나이테 하나를 완성한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동네 어귀에 마을의 수문장처럼 동구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나무의 나이가 몇 살인가에 따라 그 마을의 역사도 가늠되었으므로 수령 수백 년의 멋진 동구나무는 마을의 자부심이었다. 나무를 타고 놀던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고 나무와 함께 나이를 먹어갔다. 또한 집에서 멀리 떠났다가 오래간만에 귀향하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맞이해주는 것도 동구나무였다. 타향에서 거칠게 혹은 서럽게 살아왔다면 나무를 보며 슬그머니 위로받고, 자랑스럽게 잘 살아왔다면 당당하게 어깨를 펼 것이다. 이때 나무 아래 평상에 모여있던 노인들은 “누구네 집 자식이구만!” 묵은 기억을 끄집어내고, 숨바꼭질하며 놀던 동네 개구쟁이 중에는 “삼촌~”하고 뛰어오는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 고향의 문지방을 넘어선 것이다.   전남 강진에서 허리 굽은 노인처럼 ㄷ자로 구부러져 자라는 웅장한 고목을 보았다. 남쪽 바다를 향해 몸을 한껏 내민 나뭇가지는 반갑게 봄을 부르는 손짓 같았다. 그 손끝마다 새순이 돋아나면 겨울과 막 이별한 잿빛 고목은 점차 연둣빛으로 물들고 늦가을 이후 성장을 멈췄던 나무는 싱싱한 계절을 다시 펼칠 것이다. 또한 나무처럼 나이테를 하나 더 그린 사람들도 새봄을 맞이하여 농부는 밭으로, 어부는 바다로, 거침없이 삶의 한가운데로 나아갈 것이다. 어느새 봄이다. 김녕만 / 사진가사진의 기억 바다 남쪽 바다 바다 건너 나이테 하나

2024-03-07

남가주 기록적인 폭우로 일부 도로 폐쇄

남가주에 겨울폭풍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LA인근 일부 도로가 폐쇄됐다. 가주 교통국에 따르면 5일 오전 LA다운타운 동쪽, 5번 프리웨이와 110번 프리웨이 남쪽을 연결하는 구간에 진흙 이류로 통행이 차단됐다. 볼드윈힐스 인근 북쪽 라브레아애비뉴는 폭우로 인해 콘크리트가 도로를 덮치면서 폐쇄됐다. 또 도로침수로 차량이 통제를 잃고 회전하는 스핀아웃 충돌사고가 발생하며 추가로 도로가 폐쇄되기도 했다. 할리우드 버뱅크 공항, 라투나캐년로드 지역에서도 일부 차량 이동이 금지됐다. 지난 4일 밤 스튜디오시티, 베벌리글렌 지역에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피해를 봤다. KTLA에 의하면 이날 스튜디오시티에는 진흙이 떠내려와 주택 두 채를 덮쳤으며, 16명의 주민이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베벌리글렌에서도 진흙 사태로 주택 한 채가 파손됐다. 다만 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폭풍우가 밤새 지속되면서 LA지역 일부 지역은 일일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국립 기상청(NWS)은 LA다운타운에 지난 4일 총 4.10인치의 비가 내리며 이전 기록인 1927년 2.55인치를 크게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5일 새벽 4시 기준 세풀베다캐년 지역은 9.57인치의 폭우가 내렸으며, 우드랜드힐스와 벨에어에도 각각 9.29인치와 9.25인치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베벌리힐스에는 6.36인치의 비가 내렸다.   우훈식 기자 [email protected]남가주 기록 이전 기록인 스튜디오시티 베벌리글렌 프리웨이 남쪽

2024-02-05

[음악으로 읽는 세상] 내 황금 같은 젊은 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유명한 러시아 작가 푸시킨은 서른여덟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사건의 시간적 배경은 1837년 1월 27일 오후 4시, 공간적 배경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쪽의 초르나야였다. 여기서 푸시킨은 당테스라는 프랑스 장교와 결투를 벌였다. 당테스가 푸시킨의 아내와 자기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을 퍼트리자 화가 난 푸시킨이 결투를 신청한 것이다. 결투는 푸시킨의 패배로 끝났다. 평생 글이나 쓰던 백면서생이 군인에게 대들었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그렇게 푸시킨은 결투 중에 상대편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이렇게 어이없는 죽음이 또 있을까. 러시아가 자랑하는 위대한 작가가 겨우 이런 일로 목숨을 잃다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푸시킨이 세상을 떠나기 9년 전에 이미 소설을 통해 자기와 똑같은 최후를 맞은 인물을 창조했다는 점이다. 문제의 소설은 『예프게니 오네긴』이다. 여기에 렌스키라는 시인이 나오는데, 그가 바로 푸시킨처럼 애정 문제로 결투를 벌이다가 친구의 총에 맞아 죽는다.   푸시킨은 소설에서 렌스키에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시를 읊게 한다. 레테강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젊은 시인의 마지막 독백이다. ‘오! 어디로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내 젊음의 황금 같은 날들이여./ 다가오는 내일은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두었는가. 헛되이 그것을 바라볼 뿐 모든 것이 어둠 속에 가려져 있구나./ 그러나 상관없는 일 운명이 가는 길은 항상 옳은 것이니 눈을 뜨고 있거나 감고 있어도 모든 것은 예정된 시간에 따라 움직이거늘.’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이 소설을 가지고 오페라를 만들었다. 소설에서처럼 오페라에서도 렌스키는 생의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푸시킨의 주옥같은 시어를 담은 선율이 가슴을 울리는데, 그 울림이 그렇게 허망할 수가 없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황금 러시아 작곡가 시간적 배경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쪽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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