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한인사회도 비상
#. 컬럼비아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정 모씨(33)는 학비 송금일을 앞두고 고환율 날벼락을 맞았다. 학비와 생활비 등 2만 달러를 송금받을 계획이라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환율 추이를 보고 있었는데, 한국의 비상계엄·탄핵정국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갑자기 1400원대 중반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조금이라도 덜 손해 보려고 환전을 미루고 있었는데 손해가 크다”며 “환전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 한국 기업의 뉴저지주 북미법인 주재원 최 모씨(41)는 요즘 지인들을 만나기만 하면 환율 얘기를 하고 있다. 고물가 때문에 회사에서 받는 달러 체재비로는 부족해 2~3개월마다 원화로 받는 기본급을 달러로 송금해왔는데, 이제 손에 쥐는 돈이 눈에 띄게 줄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른다고 하니 월급은 더 줄어들게 될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통령 탄핵 정국에 환율이 폭등하자,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인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12일(한국시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1.9원으로 마감했고, 환율은 한때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등락을 반복 중이다. 불안한 정세가 장기화하면서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원화를 달러로 송금받아야 하는 이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막 미국으로 이민 와 거액의 송금을 받아야 하는 이들도 문제다. 고학력·전문직(NIW) 영주권을 받아 온 가족이 뉴저지주로 건너온 한인 김 모씨(43)는 “이민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아닌가”라며 우려했다. 김 씨는 “크레딧이 없어 초기엔 중고차 구매 등에 목돈이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손해가 클 것 같아 꼭 필요한 금액만 송금해 왔고 환율이 진정될 때까지 버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달러 수입이 있는 한인들은 고환율 시대에 이득을 볼 방법을 찾기 위해 나서고 있다. 퀸즈와 뉴저지 한인밀집지역에서 영업하는 한인·한국계 은행에는 환율 향방에 대한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원한다면 바로 달러를 원화로 송금 가능한지, 얼마까지 한국으로 보낼 수 있는지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 여행을 앞둔 한인들은 미리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 다만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다양한 문의에 비해 실질적으로 달러 송금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 눈에 띄게 나타나진 않았다고 전했다. 한 한인은행 지점장은 “한국의 불안한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지켜보고 움직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최근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로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되면서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은별 기자한인사회 환율 한인은행 관계자들 고환율 날벼락 고환율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