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복무중 기막힌 장애…어머니 인터뷰
"꾀병이라고 해열제만 주고 방치
체류신분 때문에 아들도 못만나"
김믿음(22)씨의 어머니 안나 김(49)씨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LA에서 초중고를 다닌 믿음씨는 피하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입대였지만, 한국 남자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부모를 설득했다.
한국의 입시 지옥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11년 전 아들 둘을 데리고 미국에 왔던 김씨 부부는 바르게 큰 아들이 대견했다.
믿음씨의 아버지는 일식집에서, 어머니는 한식당 주방일을 하면서 믿음씨 형제를 키웠다. 미국 온 지 12년 만에 체류신분을 해결될 수 있게 돼 한숨을 돌리나 싶었던 차에 한국에서 들려온 아들 소식은 날벼락이었다. 어머니는 전화 통화 내내 울먹였다.
-아들이 왜 입대했나.
"우리 가족은 서류미비자로 11년간 미국에서 살았다. 곧 체류신분이 해결될 예정이어서 아들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아들이 가야 한다고 우겼다. 아들 이름을 들으면 알겠지만, 믿음이 독실하다. 꿈이 의료 선교사다. 선교를 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불법(입대기피)을 저지를 수 있느냐고 했다. 한국 가는 날 공항에 가서까지 뜯어말렸는데도 군에 가야한다고 했다. 곧은 아이다."
-아들의 지금 상태는.
"뇌염 때문에 뇌의 균형신경이 영구 손상됐다. 걷지 못하고, 눈동자가 계속 흔들려 두통을 안고 산다. 폐 기흉도 앓고 있다. 처음에 뇌수막염으로 잘못 진단하는 바람에 척추뼈에 염증이 생겨 허리 디스크가 됐다. 아픈 동안에 잇몸이 부어 이빨 4개를 뽑았다. 발치한 뒤에 잇몸을 볼 살과 같이 봉합해버려 하품도 제대로 못한다. 소변 호스를 잘못 꽂아서 요도에까지 염증이 생겼다. 그런데도 군에선 아들이 꾀병을 부린다고 한다. 이게 꾀병인가."
-군이 잘못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처음 고열에 시달린 게 훈련받고 이틀 뒤였다. 계속 열이 나는데도 해열제만 주고 2주간 방치했다. 3주가 지나서야 우리 가족한테 애가 아프다고 연락해왔다. 그사이 이미 아이의 뇌는 심한 손상을 입은 뒤였다. 한 달 반만에 서울대학병원에 입원시켰을 때 '생명을 보장못한다. 살아난다해도 장애자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군에서 도대체 무엇을 했나."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은.
"매순간 계속 아프다. (울음) 한국 남자로 의무를 다하려 했던 것 뿐인데 평생 장애를 얻게됐다. 엄마 입장에서 기가막힌 건 아들이 아픈데도 아들을 만날 수 없다. 체류신분 때문이다. 나가려고도 했지만 막내 아들만 여기 혼자 둘 수도 없다. 다행히 한국에 있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아들을 돌봐주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동안 엄마가 아무것도 못해줘서…."
-청와대에 민원을 올렸는데.
"어제 듣기로는 아들이 다음달 제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군에서 현역부적합자로 제대시킨다고 했다. 그렇게되면 불명예제대로 꼬리표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의병제대를 시켜달라고 애타게 부탁했는데도 군에서 허락하지 않는다. 군복무중 다친 아이에게 부적합자가 웬 말인가."
-한국 군에 아들을 보내려는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절대 보내지말아라.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군에서 벌어졌던 별별 끔찍한 이야기를 다 들었다. 장애인이 된 아이를 꾀병이라고 하고, 마약 중독자로까지 몰았다. 한국 군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정구현 기자
안나씨의 사연은 페이스북에서 Anna Kim을 찾으면 볼 수 있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