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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발자국밖에 못 걷는 아이가 멀쩡한 거냐"

김일병 치료 경위 관련 육군 뒤늦게 조사 의사
‘의병제대’가아닌 ‘복무 부적합자’ 형식도 의문

복무중 장애를 얻은 LA출신 김믿음(22) 일병의 치료 경위에 대해 육군이 뒤늦게 조사 의사를 밝혔다.

김 일병의 어머니 안나(49)씨가 청와대, 국방부 등을 상대로 민원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한 지 4개월만이다. 조사 발표 자체도 본지가 23일 12사단에 보낸 질의 응답에 대한 답변 형식이어서 '적극적인 조사'라고 보기 어렵다. 또, 조사를 하겠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그동안 적절한 조사가 없었다는 뜻이어서 향후 조사가 제대로 될 지는 의문이다.

현재 사실관계 조사가 가장 필요한 부분은 김 일병이 장애를 얻게 된 경위다. 김 일병 가족들은 "군이 뇌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장애자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 일병은 4월17일 처음으로 고열과 복통, 구토 등의 증세를 보였다. 이후 5월6일 증세가 악화해 국군 수도병원으로 응급 이송됐다.

군이 가족에게 김 일병의 증세를 알린 시점도 의문이다. 3주간 고열에 시달렸는데도 응급실로 실려가는 당일인 5월6일에서야 가족들에게 연락했다.

납득되지 않는 점은 김 일병이 여전히 복무중이라는 것이다. 12사단의 한 장교는 지난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김 일병이 멀쩡히 잘 걸어다닌다"며 복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가족들은 같은 날에 12사단 대대장과 통화한 내용의 녹음 파일을 제시했다. 이날 대대장은 가족들에게 "우리 사단으로 전입(8월5일)왔을 때 다섯 발자국 걸었는데 지금은 열 발자국 정도 걷는다"고 했다. 가족들은 "열 발자국 밖에 못 걷는 아이가 멀쩡한 거냐"고 되물었다.

군은 다음달 김 일병을 제대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가족들은 그 형식에도 반대하고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군은 김 일병을 '복무 부적합자'로 판정해 제대시키려한다. 복무중 부상을 입은 장병이 왜 '의병 제대'가 아닌지 설명도 필요하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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