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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살아있다는 기적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눈꼽 만한 기대도 안 했던,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지기도 하고 준비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펑크가 난다. 세상만사 마음 먹은대로 굴러간다면 안달할 일이 없다.   요즘 좋은 일보다 안타까운 소식들이 더 많이 듣는 것이 슬프다. 부모님들이 연로하셔서 유명을 달리하시거나 건강하게 잘 살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소식을 듣는다.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던 친구가 심정지로 쓰러져 투병하다 숨졌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은 믿기 어렵다. 황망한 소식 접할까 봐 걱정돼서 선배나 작가, 은사님들의 존함을 검색하지 않는다.   ‘굿모닝’은 ‘좋은 아침’이라기보다는 ‘밤새 안녕하세요?’를 묻는 인사다. 평범한 하루를 시작하며 오늘 하루도 잘 살아계시라는 염원을 담은 따뜻한 인사다.   나이 들면 살아가는 모든 방식에서 평준화가 시작된다. 행복과 불행, 가진 자와 적게 가진 자,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의 차이가 없어지고, 높은 사람 낮은 사람의 키재기가 비슷해진다. 화려한 직함은 명함에 새겨진 글자고 저택이나 은행 잔고는 숫자일 뿐 나이 들면 효용가치가 줄어든다.   평준화가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외모다. 내가 가장 즐겨 보는 것은 유명 연애인들의 젊을 때 사진과 나이 든 얼굴을 비교하는 ‘Before and Now’다.   시대를 향유하던 미녀들과 세기의 꽃미남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폭삭 망가진 걸 보며 위로(?)로 삼는다. 너무 튀나게 안 예쁘면 천천히 늙는구나!   기대효과(期待效果)는 어떤 일의 결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적게 이루어도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외모가 준수하지 못해도 자존감 상처 안 받는 수준에서 현실로 받아들이면 허리 펴고 당당하게 살 수 있다.   각자가 가진 행복과 불행, 빛과 어둠, 높고 낮음, 고통과 환희, 육신과 영혼의 무게를 달면 인생은 ‘희로애락 용량?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중략) 아주머니가 물었다, 무심하게 살지 그랬니?/ 내 속의 아가씨가 물었다, 연애을 세기말처럼 하기도 했어?/ (중략) 왜 나는 너에게 그 사이 아무 기별을 넣지 못했을까?/ 인간이란 언제나 기별의 기척일 뿐이라서/ 누구에게든/ 누구를 위해서든/ (중략)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내 속의 신생아가 물었다, 언제 다시 만나?/ 네 속의 노인이 답했다, 꽃다발 든 네 입술이 어떤 사랑에 정직해질 때면 - 허수경의 ‘빙하기의 역’ 중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시인은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방인으로 사무치는 외로움을 견디며 모국어로 시간의 지층을 탐사하는 고고학적 상상력을 보여주며, 물기 어린 마음이 빚은 비옥한 여성성의 언어로 우리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을 절절하게 담았다. 시인은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54세로 별세해 수목장으로 뮌스터 흙에 묻혔다.   참혹한 전쟁과 파괴, 파리 목숨보다 더 잔인한 살상과 학살에 세상의 끝을 본다. 해괴망측한 사건들을 죄의식과 반성없이 조장하고 퍼트리는 소식 듣기가 두렵다. 갑자기 무당이나 점사에 기웃거리며 운수를 살피는 지경이 됐다. 사는 것이 어지럽고 흉훙하면 민초들은 미신과 헛소문에 귀가 쏠린다.   이웃과 친구, 내가 살아있다는 기적에 몸을 떤다. (Q7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기적 소식 듣기 독일 뮌스터대학교 고고학적 상상력

2024-12-10

[브랜드 이야기] 제2의 ‘K-문화 기적’을 설계해 봅시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한국 음악과 드라마의 세계적 인기는 기적 같은 일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랑스러운 K-문화의 한 축이 됐다. 덕분에 다른 분야도 영향을 받아 K-미용, K-패션, K-푸드도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K-문화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본다.     우리는 K-음악과 드라마의 지속적인 인기와 성장을 바란다. 그러나 연예산업의 특징은 고객의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K-문화를 음악과 드라마 등 연예산업 측면만 보고 안주하다 보면 전체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K-푸드를 통해 제2의 K-문화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K-푸드여야만 하는가?  한국음식은 건강식이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 일단 맛을 들이면 지속성을 갖는다. 또한 음식은 음악이나 드라마처럼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     그러나 K-푸드가 음악이나 드라마의 후광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브랜드화다. K-팝은 싸이, 원더걸스, 보아, 블랙핑크, BTS 라는 브랜드들을 통해 명성을 쌓아왔다.  K-드라마도 비슷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K-푸드에는 잘 알려진 브랜드가 없다. 그저 ‘코리안 김치’, ‘코리안 불고기’, ‘코리안 바비큐’, ‘코리안 떡볶이’, ‘코리안 김밥’, ‘코리안 라면’ 등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반면 일본 식품은 간장하면 기코만(Kikoman), 라면은 니신(Nissin), 소고기는 고베(Kobe) 라는 확실한 브랜드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의 대표 식품인 김치를 생각해 보자. 김치는 지난해 12월6일 연방하원 의원회관에서 ‘김치 데이’ 행사가 열렸을 정도로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시장에서 한국 김치의 브랜드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치의 맛이 브랜드별로 어떻게 다르고 그런 차별성이 왜 구매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냥 전부가 ‘한국 김치’다. 포장에 왜 이 브랜드를 기억하고 다시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다 비슷한 내용의 설명뿐이다.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다. 떡볶이는 다 비슷한 떡볶이고, 고추장도 김밥도 그렇다.     왜 한국 김치와 떡볶이, 바비큐는 왜 차별화가 되지 않는 것일까?  일부 독자는 한국 제품의 브랜드화가 굳이 필요하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브랜드화가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제품의 독특성과 특수성을 알리려면 브랜드가 필요하다. 오직 우리 브랜드만이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하이트(Hite)라는 맥주 브랜드가 ‘100% 암반수와 비열처리’를 강조해 성공한 이유다.     두 번째는 경쟁 제품들로부터의 보호다. 앞의 예에서 만약 하이트의 성공에 자극받은 경쟁 브랜드가 ‘100% 암반수와 비열처리’를 홍보한다 해도 고객은 이것을 하이트 맥주의 장점으로 생각하기 쉽다. 결국 경쟁 브랜드의 이런 주장은 하이트를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만다.     셋째는 일단 고객이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이면 파생 상품 판매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라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신’ 이라면 이름하에 여러 가지 다른 ‘신’ 라면 판매가 가능해진다. 최소한의 판촉 비용으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제품의 브랜드화 방법에 대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시장에 진출한 한국식 치킨 브랜드를 생각해 보자. 현재 미국에는 ‘92치킨구이’, ‘페리카나 치킨’, ‘bbq치킨’, ‘교촌치킨’ 등 다양한 한국 치킨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이 업체들은 각자 나름의 스타일로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치킨 브랜드가 ‘한국식 치킨’으로 홍보되고 알려진다면 고객들은 ‘한국식 치킨’이 KFC보다 훨씬 맛과 종류가 다양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다양한 치킨 브랜드들이 미국 최대 치킨 업체인 KFC와도 경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치도 고객의 요구를 분석해 여러 종류의 브랜드들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마늘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숙성 기간은 얼마나 됐는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특수 포장 용기를 사용했는지, 또 유통기한은 얼마로 했는지, 그리고 어떠한 맛을 가졌는지 등을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김치를 특정한 브랜드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시장 세분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다.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김치 시장 자체를 키워 나갈 수 있게 된다.     한국식 바비큐나 김밥, 떡볶이, 라면 등도 고객의 다양화 된 욕구를 반영하는 시장 세분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세분화된 시장에서 각 업체는 그들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시장을 목표로 삼으면 된다.       안타까운 것은 한인 업체들이 거의 비슷한 제품으로 경쟁하는 무모함이다. 미리 브랜드화를 통해 제품의 차별화된 특성을 목표 고객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광고나 판촉활동 등이 필요하지만 이 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제품의 포장, 홍보용 간판 등을 이용한 브랜드 차별화는 상대적으로 빠르고 경제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인 기업인들은 지금 당장 제품 포장지나 홍보용 간판을 점검해 볼 것을 권한다. 자사 브랜드 고유의 강점을 고객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K-팝과 K-드라마에서 시작된 K-문화의 국제적 위상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K-푸드를 통한 K-문화의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브랜드화를 위해 두 가지 요소를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어떤 제품 시장이든 세분된 시장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가장 경쟁력 있고 수익성이 좋은 시장을 목표로 브랜드를 개발해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제품들이 각자 세분화된 시장에서 선두의 입지를 다진다면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면서 K-푸드를 통한 K-문화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박충환 전 USC 석좌교수는 브랜드 관리 전략의 세계적인 석학이며 권위자로  은퇴 전 USC 경영대학 브랜드 관리 센터장을 역임했음. 박충환 전 USC석좌교수브랜드 이야기 문화 기적 코리안 김치 문화 기적 코리안 떡볶이

2024-05-24

[아름다운 우리말] 그게 중요한가요?

달을 보라고 하였더니 달을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표현은 간단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간단하지 않은 순간이 많습니다. 실체를 보아야 하는데, 실체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그만 길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주로 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길을 잃습니다. 기적에 빠져서 기적이 의미하는 바를 보지 못하는 겁니다.   저는 종교를 공부하면서 늘 기적에 매여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기적을 믿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기적이 종교에서 믿음의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은 기적을 강조합니다. 종종은 기적을 일으키는 종교인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기적만 일으킬 수 있다면 유명하고, 능력이 있는 종교인이 되기는 쉬운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종교에서 기적은 조건이 아닙니다. 기적 때문에 길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전헌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레 종교를 향했습니다. 선생님이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셨고, 신학대학에서도 오래 강의를 하셨기에 종교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야기는 나누다 보면 모두 사는 문제이고, 가르침과 깨달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교 이야기를 피하라고 하지만 종교가 싸움이 되지 않는다면 종교이야기만큼 즐거운 게 없습니다.   종교의 입문이기도 하면서 걸림돌이기도 한 것이 바로 기적입니다. 저는 기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여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났던 많은 종교인은 저의 믿음이 부족함을 지적하였습니다. 믿으면 이해할 수 있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고, 그럴수록 의심은 커졌습니다. 저에게 믿음이 없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입니다.     저의 질문에 선생님은 뜻밖의 대답을 주셨습니다. “그게 중요한가요?”라는 대답은 저를 잠시 멍하게 하였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이유와 기적이 종교에서 중요한 이유를 묻는 저에게 선생님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답을 먼저 했던 겁니다. 실제로 종교에서는 기적 때문에 믿는 것을 경계합니다. 신통력을 발휘하고,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하나의 방편이지 결론은 아닌 겁니다. 그래서 기적이라는 말 대신 종교에서는 표적이나 표징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 사건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서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후에 저는 손가락을 보지 않고, 달을 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왜 그런 기적을 일으켰을까? 그 기적을 통해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를 살피면서 수많은 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기적은 믿기가 쉬운 겁니다. 아무리 믿기 어려운 기적도 실제로는 표징이 됩니다.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오히려 우리가 믿기 어려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달을 믿기 어려운 겁니다.   손가락이 기적 같은 일이라면 달은 정말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난신난해(難信難解)라고 표현했습니다. 믿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종교에서 중요한 제자들도 선생님의 그 말씀을 믿지 못합니다. 내가 수행을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못하고,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말을 믿지 못합니다. 내가 부처이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믿는 것은 어떤 기적을 믿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부처이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다면 그 밖의 믿음은 쉬워집니다. 그래서 믿으면 이해가 된다고 하였을 겁니다.   그게 중요한가요? 라는 대답이자 질문을 통해서 저는 종교가 더 좋아졌습니다. 종교를 공부하고, 철학을 공부하고, 사람을 공부하는 게 더 기쁨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사람을 바라보는 생각이 달라집니다. 물론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든가, 부처라든가 하는 말은 여전히 의심상태입니다. 아무리 봐도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더 공부해야겠지요. 그게 중요한 것이니까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종교 이야기 기적도 실제 기적 때문

2024-05-05

[삶의 뜨락에서] 기적의 화신 P

난 환자의 가족한테 허락받고 이 글을 쓴다. 기적 같은 현실이고 해피엔딩이어서 가족도 흔쾌히 허락했다고 믿는다. 22세인 P는 인도 델리에서 NYU로 유학 온 신입생이었다. 미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멋진 대학 생활을 위해 그는 출발 한 달 전부터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3주 동안 다이어트 약을 먹고 5kg을 감량했다. 나중에 그의 부모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는 결코 과체중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너무나 잘생긴 미남이었다.     미국에서의 첫 학기가 시작되었고 모든 것은 새롭고 경이롭게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Computer Science를 전공하고자 했고 인도에서도 Computer에 특별한 재능과 관심을 두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였다고 한다. 내 환자가 된 P는 10월 초에 자기 아파트에 쓰러져 있다가 룸메이트에게 발견되어 구급차로 인근 병원인 Wyckoff로 옮겨졌다. 정밀검사를 마친 후 간(liver)에 심한 손상이 왔음을 확인한 후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우리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Northwell 병원은 신장, 간, 심장, 폐 이식을 실행한다) 간이식 병동에서 필수적인 준비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의 간 수치는 날마다 호전을 보였다. 결국 더는 간이식이 필요 없게 되자 내가 근무하고 있는 Medical Intensive Care Unit으로 옮겨왔다. 간 기능은 계속 좋아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간 기능이 저하되어 해독작용을 제대로 못 해온 결과 환자는 정신이 혼미해지다가 결국 의식을 잃게 되었다. 인공호흡기를 꼽고 뇌파검사, CT Scan, MRI 등 많은 검사를 해보았으나 큰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뉴욕 법에 누구든지 사망이 임박하면 장기기능자 단체(Live On)에 보고가 된다. 당연히 그는 장기기능자 중에 우선순위 상위권에 올라간다.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P는 간이식을 받기 위해 우리 병원에 왔지만, 이제는 의식이 없는 관계로 (뇌사 판정) 그의 장기를 기증할 귀하신 몸이 된 상황이었다. 현실적으로 P의 경우나 교통사고사를 당한 경우 Live On 단체는 초비상이다. 병에 시달린 육신보다 건강한 육신은 수십 명을 살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장, 간, 심장, 폐 이식은 잘 알려져 있으나 안구, 각막, 피부, 조직 등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미세한 부위까지도 기증할 수 있다. 내가 P를 담당하게 된 날 오전에도 Live On에서 전화가 걸려 와 그의 뇌사상태를 확인하고자 했다. 난 그가 아직 뇌사가 아니며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증후들이 있음을 보고했다. (예를 들면 자극을 주면 호흡이 가빠지고 심박동 수와 혈압이 올라간다) 인디아에서 급히 부모님과 삼촌 부부가 왔다. 그들은 이 믿기 어려운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모두 환자의 손을 잡고 간절히 소리 내어 인도어로 기도했다.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그가 눈을 뜨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 것이다. 결국 그는 눈을 떴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급히 의사를 불렀고 Live On에 전화해서 P를 장기기증자 리스트에서 내려달라고 전했다. 나는 부모님과 장시간의 대화를 나눈 결과 인도에서는 다이어트 약을 누구나 쉽게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라벨이 붙어 있지 않아 약의 성분을 추적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 불투명한 약은 P의 간에 급성으로 간 기능을 훼손했으며 불행 중 다행으로 그 손상은 임시적이어서 간 기능이 회복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만성 알코올 중독자들은 간 기능이 서서히 망가지므로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칠 후 그는 일반병동으로 옮겨졌고 의식은 완전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몸은 근육이 많이 약해져 재활이 필요했다. P는 한순간에 잘못된 선택(혼자 다이어트 약을 사 먹는 일)으로 거의 죽음을 경험했다.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이 모여 삶이란 굵직한 선을 이룬다. ‘Things happen for reason’ 이처럼 엄청난 경험이 그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줄 것을 나는 믿는다. 정명숙 시인삶의 뜨락에서 기적 화신 장기기능자 단체 간이식 병동 순간 기적

2024-03-22

[브랜드 이야기] 제2의 ‘K-문화 기적’을 설계해 봅시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한국 음악과 드라마의 세계적 인기는 기적 같은 일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랑스러운 K-문화의 한 축이 됐다. 덕분에 다른 분야도 영향을 받아 K-미용, K-패션, K-푸드도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K-문화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본다.     우리는 K-음악과 드라마의 지속적인 인기와 성장을 바란다. 그러나 연예산업의 특징은 고객의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K-문화를 음악과 드라마 등 연예산업 측면만 보고 안주하다 보면 전체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K-푸드를 통해 제2의 K-문화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K-푸드여야만 하는가?  한국음식은 건강식이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 일단 맛을 들이면 지속성을 갖는다. 또한 음식은 음악이나 드라마처럼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     그러나 K-푸드가 음악이나 드라마의 후광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브랜드화다. K-팝은 싸이, 원더걸스, 보아, 블랙핑크, BTS 라는 브랜드들을 통해 명성을 쌓아왔다.  K-드라마도 비슷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K-푸드에는 잘 알려진 브랜드가 없다. 그저 ‘코리안 김치’, ‘코리안 불고기’, ‘코리안 바비큐’, ‘코리안 떡볶이’, ‘코리안 김밥’, ‘코리안 라면’ 등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반면 일본 식품은 간장하면 기코만(Kikoman), 라면은 니신(Nissin), 소고기는 고베(Kobe) 라는 확실한 브랜드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의 대표 식품인 김치를 생각해 보자. 김치는 지난해 12월6일 연방하원 의원회관에서 ‘김치 데이’ 행사가 열렸을 정도로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시장에서 한국 김치의 브랜드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치의 맛이 브랜드별로 어떻게 다르고 그런 차별성이 왜 구매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냥 전부가 ‘한국 김치’다. 포장에 왜 이 브랜드를 기억하고 다시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다 비슷한 내용의 설명뿐이다.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다. 떡볶이는 다 비슷한 떡볶이고, 고추장도 김밥도 그렇다.     왜 한국 김치와 떡볶이, 바비큐는 왜 차별화가 되지 않는 것일까?  일부 독자는 한국 제품의 브랜드화가 굳이 필요하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브랜드화가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제품의 독특성과 특수성을 알리려면 브랜드가 필요하다. 오직 우리 브랜드만이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하이트(Hite)라는 맥주 브랜드가 ‘100% 암반수와 비열처리’를 강조해 성공한 이유다.     두 번째는 경쟁 제품들로부터의 보호다. 앞의 예에서 만약 하이트의 성공에 자극받은 경쟁 브랜드가 ‘100% 암반수와 비열처리’를 홍보한다 해도 고객은 이것을 하이트 맥주의 장점으로 생각하기 쉽다. 결국 경쟁 브랜드의 이런 주장은 하이트를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만다.     셋째는 일단 고객이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이면 파생 상품 판매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라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신’ 이라면 이름하에 여러 가지 다른 ‘신’ 라면 판매가 가능해진다. 최소한의 판촉 비용으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제품의 브랜드화 방법에 대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시장에 진출한 한국식 치킨 브랜드를 생각해 보자. 현재 미국에는 ‘92치킨구이’, ‘페리카나 치킨’, ‘bbq치킨’, ‘교촌치킨’ 등 다양한 한국 치킨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이 업체들은 각자 나름의 스타일로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치킨 브랜드가 ‘한국식 치킨’으로 홍보되고 알려진다면 고객들은 ‘한국식 치킨’이 KFC보다 훨씬 맛과 종류가 다양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다양한 치킨 브랜드들이 미국 최대 치킨 업체인 KFC와도 경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치도 고객의 요구를 분석해 여러 종류의 브랜드들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마늘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숙성 기간은 얼마나 됐는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특수 포장 용기를 사용했는지, 또 유통기한은 얼마로 했는지, 그리고 어떠한 맛을 가졌는지 등을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김치를 특정한 브랜드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시장 세분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다.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김치 시장 자체를 키워 나갈 수 있게 된다.     한국식 바비큐나 김밥, 떡볶이, 라면 등도 고객의 다양화 된 욕구를 반영하는 시장 세분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세분화된 시장에서 각 업체는 그들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시장을 목표로 삼으면 된다.       안타까운 것은 한인 업체들이 거의 비슷한 제품으로 경쟁하는 무모함이다. 미리 브랜드화를 통해 제품의 차별화된 특성을 목표 고객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광고나 판촉활동 등이 필요하지만 이 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제품의 포장, 홍보용 간판 등을 이용한 브랜드 차별화는 상대적으로 빠르고 경제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인 기업인들은 지금 당장 제품 포장지나 홍보용 간판을 점검해 볼 것을 권한다. 자사 브랜드 고유의 강점을 고객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K-팝과 K-드라마에서 시작된 K-문화의 국제적 위상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K-푸드를 통한 K-문화의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브랜드화를 위해 두 가지 요소를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어떤 제품 시장이든 세분된 시장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가장 경쟁력 있고 수익성이 좋은 시장을 목표로 브랜드를 개발해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제품들이 각자 세분화된 시장에서 선두의 입지를 다진다면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면서 K-푸드를 통한 K-문화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박충환 전 USC 석좌교수는 브랜드 관리 전략의 세계적인 석학이며 권위자로  은퇴 전 USC 경영대학 브랜드 관리 센터장을 역임했음. 박충환 / 전 USC 석죄교수브랜드 이야기 문화 기적 코리안 김치 문화 기적 코리안 떡볶이

2024-01-15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기적

‘The secret dare to dream’이라는 영화 한편을 보았다. “There are only two way to live your life. One is as though nothing is a miracle. The other is as though everything is …”라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영화. 이어지는 단어는 a miracle임에 틀림없음에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기적 같은 삶을 꿈꾸어본 적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럼에도 매일 다가오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기가 일수인 우리에게 잔잔한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기적은 거짓 없는 따뜻한 마음과 이웃을 향한 긍휼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일상을 사랑의 마음으로 돕고 자신을 희생할 때 어려움에 빠진 한 가족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훈훈한 스토리였다.〉〉〉   대부분 처음 몇 장면을 보면 뒤에 전개될 내용들이 어렴풋이 읽혀지기에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기 전에 영화보기를 포기하기 다반수였다. 시사나 다큐, 탐사 프로그램을 즐기는 편이어서 영화 한편 골라 진득하니 스토리에 몰입하기가 드물었다. 시화집 ‘물소리 같았던 하루’ 북콘서트 마치고, 세번째 시문 행사를 어제 마치고, 시카고 디카시연구회 총회를 오늘 마친 후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 한편을 마주한다.     세 자녀를 홀로 키우며 생선가게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Marenda와 대학교수 Bray의 만남은 기적 같은 일들로 채워지고 있었고, 서로의 마음 속에는 행복이라는 꽃 한송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Marenda는 순수했던 Bray의 도움과 친절을 오해하게 되었고 둘은 서로의 길로 다시 헤어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Marenda는 Bray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그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Bray도 Marenda를 추억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녀를 만나는 기적 같은 일을 꿈꾸게 되었다. 서로의 일상에 충실하면서도 늘 마음에 담아두었던 만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서로의 집으로 찿아가는 길 위에서 둘은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Marenda는 Bray에게 손을 내어주고 서로를 포옹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는 어려운 일을 겪게 될 때 화를 내고 그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블레임하였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모든 문제가 클리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 기적 같은 사랑은 내 눈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Bray의 대사 한 토막이 마음에 울림으로 남는다.   바람은 아직 차지만 매서운 겨울 문턱을 넘어가기 전 어쩌면 포근히 걸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 언덕길 바로 옆으로 누렇게 물든 갈대와 고개 숙인 억새가 줄지어 나를 반기는 듯 미풍에 살랑거린다. 작은 stream을 따라 오리 가족이 유유히 흐른다. 사실 우리는 순간 순간 기적 같은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길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 비쳐 오는 풍경과 사람들은 참으로 경이롭다. 파도같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들풀의 춤사위도, 발 밑에 펼쳐 있는 낙엽들의 색과 모양도, 하늘로 뻗은 나무 가지들의 말없는 기도도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오늘의 기적이고 축복이다.   어둠이 내린 highway를 달리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두 가지 길. 하나는 매일 매일 기적 없는 밋밋한 길을 살아가는 것과 순간마다 특별한 기적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또 하나의 길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 우린 오늘 하루도 가슴 뛰는 기적 같은 축복의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마음의 밭을 기경해야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겨둘 것만 남겨두어야 한다. 오늘 눈에 비쳐오는 모든 순간을 사랑으로. 긍휼함으로, 진실함으로 마음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기적 같은 그 길을 내 발로 걸어야 한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기적 대학교수 bray 영화 한편 다람쥐 쳇바퀴

2023-12-04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기적

‘The secret dare to dream’이라는 영화 한편을 보았다. “There are only two way to live your life. One is as though nothing is a miracle. The other is as though everything is …”라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영화. 이어지는 단어는 a miracle임에 틀림없음에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기적 같은 삶을 꿈꾸어본 적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럼에도 매일 다가오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기가 일수인 우리에게 잔잔한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기적은 거짓 없는 따뜻한 마음과 이웃을 향한 긍휼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일상을 사랑의 마음으로 돕고 자신을 희생할 때 어려움에 빠진 한 가족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훈훈한 스토리였다.   대부분 처음 몇 장면을 보면 뒤에 전개될 내용들이 어렴풋이 읽혀지기에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기 전에 영화보기를 포기하기 다반수였다. 시사나 다큐, 탐사 프로그램을 즐기는 편이어서 영화 한편 골라 진득하니 스토리에 몰입하기가 드물었다. 시화집 ‘물소리 같았던 하루’ 북콘서트 마치고, 세번째 시문 행사를 어제 마치고, 시카고 디카시연구회 총회를 오늘 마친 후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 한편을 마주한다.     세 자녀를 홀로 키우며 생선가게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Marenda와 대학교수 Bray의 만남은 기적 같은 일들로 채워지고 있었고, 서로의 마음 속에는 행복이라는 꽃 한송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Marenda는 순수했던 Bray의 도움과 친절을 오해하게 되었고 둘은 서로의 길로 다시 헤어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Marenda는 Bray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그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Bray도 Marenda를 추억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녀를 만나는 기적 같은 일을 꿈꾸게 되었다. 서로의 일상에 충실하면서도 늘 마음에 담아두었던 만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서로의 집으로 찿아가는 길 위에서 둘은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Marenda는 Bray에게 손을 내어주고 서로를 포옹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는 어려운 일을 겪게 될 때 화를 내고 그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블레임하였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모든 문제가 클리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 기적 같은 사랑은 내 눈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Bray의 대사 한 토막이 마음에 울림으로 남는다.   바람은 아직 차지만 매서운 겨울 문턱을 넘어가기 전 어쩌면 포근히 걸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 언덕길 바로 옆으로 누렇게 물든 갈대와 고개 숙인 억새가 줄지어 나를 반기는 듯 미풍에 살랑거린다. 작은 stream을 따라 오리 가족이 유유히 흐른다. 사실 우리는 순간 순간 기적 같은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길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 비쳐 오는 풍경과 사람들은 참으로 경이롭다. 파도같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들풀의 춤사위도, 발 밑에 펼쳐 있는 낙엽들의 색과 모양도, 하늘로 뻗은 나무 가지들의 말없는 기도도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오늘의 기적이고 축복이다.   어둠이 내린 highway를 달리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두 가지 길. 하나는 매일 매일 기적 없는 밋밋한 길을 살아가는 것과 순간마다 특별한 기적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또 하나의 길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 우린 오늘 하루도 가슴 뛰는 기적 같은 축복의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마음의 밭을 기경해야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겨둘 것만 남겨두어야 한다. 오늘 눈에 비쳐오는 모든 순간을 사랑으로. 긍휼함으로, 진실함으로 마음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기적 같은 그 길을 내 발로 걸어야 한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기적 대학교수 bray 영화 한편 다람쥐 쳇바퀴

2023-12-04

[독자 마당] 기적

기적은 기적 그 자체보다도 기적이 일어났음을 믿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사전에서 기적의 의미를 찾아보았더니 ‘과학의 원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기적이라고 한다고 되어 있다.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고전소설 ‘심청전’의 내용 중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 인당수에 빠졌던 심청이가 다시 살아났다는 기적을 믿었다. 지금은 그 기적을 믿기가 좀 거북스럽지만….   서양의 전설에도 죽었던 사람이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놀라운 것은 많은 사람이 이 기적을 믿는다는 것이다. 기적은 기적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적이 일어났음을 믿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알려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기적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흔히들 사람이 일생 벼락에 맞을 확률은 수십만분의 1이라고 한다.  그리고 파워볼이나 메가밀리언스 로토 상금이 많이 오르면 꼭 함께 나오는 얘기가 잭팟에 당첨될 확률이다. 잭팟 당첨금이 많이 높아지면 이 확률은 수억분의 1까지도 낮아진다.       확률은 그것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수학적으로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자연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즉, 내가 수십만번 다시 태어나서 산다고 하면 한 번쯤은 벼락에 맞을 수도 있고, 로토 티켓을 수억장 구입한다면 잭팟에 당첨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연현상이나 과학현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아무리 그것이 수억 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역사와 우주 만물은 되풀이되는 것이다.   나는 LA에 살고 있고 아내는 서울에 살고 있다. 며칠 전 아내와 통화를 했다. 아내는 봄이 되면 LA로 오겠다고 한다. 기적은 아닐지 모르지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나도 기적을 믿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효원·LA독자 마당 기적 기적 다음 잭팟 당첨금 일생 벼락

2023-02-21

"지진 사망자 2만명 넘을 수도"…로이터, 희생자 8천명으로 늘어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8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7일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이 지역을 뒤흔든 규모 7.8과 7.5의 강진으로 튀르키예에서는 5894명이 사망하고 3만4000명 이상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시리아에서는 최소 1932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구조와 시신 수습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확인된 사망자로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에 따른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81개 주 중 지진 피해가 큰 10개 주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붕괴한 건물 잔해에서 8000여명이 구조됐으며, 정부가 제공한 임시숙소 등에 38만명이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이틀 밤째를 맞아 구조대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생존자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진으로 도로가 파괴됐고 폭설이 내리는 등 악천후가 겹쳐 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민들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에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한인 피해는 아직 드러난 것이 없지만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 시내 중심에 있는 한인교회인 안디옥 개신교회 3층 건물 중 2, 3층이 붕괴했다.   1923년 준공된 이 건물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으며, 과거 프랑스 영사관으로 쓰이는 등 아름답고 이색적인 건축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튀르키예 정부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 세계 65개국은 지원 의사를 밝히고 구호 물품을 전하고 나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12개국에 이어 한국은 단일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118명의 긴급 구호대를 급파했고, LA카운티는 82명의 수색팀을 현지로 보냈다.   에게 해를 사이에 두고 튀르키예와 수십 년간 대립해 온 그리스도 구조인력 20여 명을 파견했으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구조대 파견을 준비 중이다.   한편 시리아의 작은 마을인 진데리스에서는 이미 숨진 엄마와 탯줄로 연결된 상태로 울고 있는 여자 신생아가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신생아는 5층짜리 주거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됐으며 등에 타박상과 저체온증이 있었지만 빠르게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이 신생아가 구조되기 3시간 전에 잔해 속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류정일 기자사설 기적 신생아 생명 건물 잔해 트위터 캡처

2023-02-07

또 한 번의 기적을…결전의 날 밝았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2022 FIFA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한국 축구 대표팀이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팀과 오늘 오전 11시부터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격돌한다. 또 한 번의 기적을 염원하며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한인들의 열띤 응원의 함성이 LA와 OC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우선 LA한인회(회장 제임스 안)가 LA 코리아타운플라자(대표 영 김)와 한인타운 10지구 헤더 허트 시의원실의 협조로 오전 10시 30분부터 코리아타운플라자 3층에서 합동 응원전을 펼친다.     응원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선착순 200명에게 티셔츠와 응원봉을 제공하는 한인회 측은 참석자들에게 돗자리나 방석을 지참하고 주차장 1~4층에 주차할 것을 권고했다.     한인회 관계자는 “지난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한 한국팀에 환호하고 감동한 한인들이 추가 응원전 개최를 요청함에 따라 오늘 응원전을 마련했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8강 진출이 바로 결정되는 만큼 태극전사들이 더욱 힘을 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올림픽가의 코리아타운 갤러리아 2층 푸드코트에서도 응원전이 열릴 예정이며 타운 내 대형 TV 스크린이 있는 식당들에서도 자체적으로 응원전이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예선전 3경기 응원전 행사를 진행했던 LA한인타운 한식당 해마루에서도 16강전 응원전이 이어진다. 황경원 사장은 “이전과 달리 경기 시간이 오전 11시라 예약이 더 몰려 120명 정원이 조기 마감됐다. 8강에 진출해 한일전을 펼쳤으면 좋겠지만 모두들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OC지역의 경우 재미대한OC체육회(회장 최재석) 주도로 가든그로브 한식당 장모집에서 합동 응원전이 펼쳐진다.     예선전에 이어 16강전 응원전을 진행하는 풀러턴 은혜한인교회 관계자는 “포르투갈전에 150여명이 참석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고 전했다. 이어“오늘도 오전 11시부터 비전센터 친교실(식당)에서 응원전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가든그로브 한인종합회관내 북카페(대표 김석원)에서도 지역 한인들이 합동 응원에 나선다.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김석원 대표는 “우승 후보 브라질을 상대하기 때문에 한국팀이 다수의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것으로 본다. 선수들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서 찬스가 왔을 때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 선수의 출전 여부와 손흥민을 포함한 선수들의 체력 회복 정도가 승패에 변수가 될 것 같다. 브라질의 주 공격수인 네이마르 선수가 발목 부상이 심하지 않아 출전할 것 같은데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C어바인 크리티컬 한국학 센터도 오전 11시부터 유니버시티 힐스 커뮤니티센터의 미디어 라운지에서 합동 응원전을 마련했다. 박낙희 기자기적 결전 합동 응원전 16강전 응원전 응원전 참가자들

2022-12-04

'기적의 16강'…함께 울었다

추가 시간이 진행 중이던 후반 막바지, 손흥민(30·토트넘)이 역습 찬스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하프라인을 넘어 상대 아크 부근까지 진출한 그는 슈팅 대신 공간을 파고드는 황희찬(26·울버햄프턴)에게 볼을 넘겼다. 황희찬의 오른발 슈팅에 이은 득점. 16강행 티켓의 주인을 바꾼 극장 골이 터지자 관중석을 가득 메운 4만4000여 관중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또 한 번 ‘도하의 기적’을 완성했다.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머쥐며 본선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원정 16강을 달성한 건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두 번째이자 12년 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 한국은 2일 오전 7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9위)과의 카타르월드컵 본선 H조 3차전에서 전반 김영권(31·울산)의 동점 골과 후반 황희찬의 추가 골을 묶어 히카르두 오르타(28·브라가)가 한 골을 기록한 포르투갈에 2-1로 이겼다.     앞선 조별리그 1·2차전을 1무1패(승점 1점)로 마친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 포르투갈을 꺾고 승점을 4점으로 끌어올린 뒤 우루과이가 가나와의 3차전에서 이기거나 비기길 기다리는 시나리오였다. 같은 시간 열린 우루과이-가나전에서 우루과이가 2-0으로 앞서나가며 16강을 위한 경우의 수가 ‘포르투갈전 승리’로 좁혀졌고, 한국은 단 한 골만 추가하면 H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후반 추가시간(6분)을 알리는 부심의 사인이 등장한 직후, 기적이 만들어졌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의 득점포로 한국이 2-1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와 관중석 모두 뜨거운 함성으로 물들었다.   결국 H조에서는 조별리그 세 경기를 2승1패로 마무리한 포르투갈(승점 6점)과 더불어 1승1무1패를 기록한 한국(승점 4점)이 16강 티켓을 거머쥐어다. 승점과 골 득실까지 같은 우루과이를 다득점에서 앞섰다. 가나는 1승2패(3점)로 최하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앞서 16강행을 확정 지은 호주, 일본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세 번째로 16강행에 성공했다.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아시아 국가 3팀이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제 실점은 한국의 수비 조직력이 제대로 다듬어지기도 전인 전반 5분에 나왔다. 포르투갈의 측면 수비수 디오구 달로트(2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한국의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시도한 땅볼 크로스를 정면에서 쇄도하던 오르타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한국이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생긴 배후공간을 포르투갈 공격진이 파고들어 득점으로 연결한 장면이었다.   동점 골은 전반 27분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노쇼 사건’으로 국민적인 공분을 산 상대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적)가 한국의 득점에 관여했다. 코너킥 찬스에서 상대 위험지역 정면으로 올린 볼이 호날두의 등에 맞고 흐르자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영권이 넘어지며 왼발로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적극적인 돌파와 슈팅으로 흐름을 장악했다. 후반 20분 이재성(30·마인츠)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된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 활발한 돌파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앞서 조별리그 1,2차전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한 황희찬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3차전에 결승 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경기 종료 후 초조함 속에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기다리던 선수들은 우루과이 2-0 승리 확정 소식에 또 한 번 환호했다. 센터 서클 부근에 둥글게 모여 어깨동무한 채 기다리던 선수들의 환호가 관중들의 함성과 어우러졌다.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도하의 기적’이 비로소 완성된 순간이었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13%에 불과한 승률(통계 웹사이트 파이프서티에이트)을 현실화한 한국팀은 오는 5일 (월) 오전 11시 G조 1위 브라질을 상대로 운명의 16강전 단판 승부를 펼치게 된다.   송지훈, 박린 기자기적 포르투갈 카타르월드컵 본선 포르투갈전 승리 후반 추가시간

2022-12-02

실향민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기적, '광복절'

    실향민들에게 광복절은 특별하다. 1945년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된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들은 고향을 잃었다. 나라의 독립을 이루는 것과 나의 재산, 고향을 잃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억울하고 암담한 심경. 조국은 35년을 견뎌 독립을 일궜는데, 고향 잃은 설움은 70년이 훌쩍 넘어 계속되고 있다. 실향민들의 심경이 8월이면 더욱 스산해지는 이유다.     8.15 해방 이후 공산주의 폭정을 피해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내려온 피난민들과 그 후손들은 지속적으로 모임을 갖고 그들만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 지역에도 이북5도민회가 있어 매년 행사를 개최해왔다.   워싱턴 지역에는 황해도민회, 평안도민회, 함경도민회가 있다. 모든 실향민들이 함께 모이는 날이 ‘이북도민의 날’이었다. 고향 사람들을 만나 고향 이야기도 하고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간 매년 9월에 열렸던 이북도민의 날은 중단됐다.   광복절을 맞아 워싱턴 지역 이북5도민회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8.15를 맞는 실향민들의 심경은 어떠한지 이북도민연합회장 민명기 회장과의 인터뷰로 알아봤다.     민명기 회장은 우선, 이북도민의 날 행사는 중단됐지만 황해도민회 소모임 ‘석경회’라는 소모임을 통해 회원들이 매달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북에서 한국으로 월남해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 온 1세대가 대부분이며 규모는 30~40여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8.15 광복절이 되면 고향 생각이 더 난다는 민 회장은 “7살에 부모를 따라서 월남했다"면서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고향 황해도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고, 아름다운 고향으로 기억된다"고 회상했다. 민 회장은 "실향민들은 광복절 때가 되면 유독 고향 생각이 쓸쓸함에 빠진다"면서 "35년만에 해방 된 것 처럼, 늦어도 삼사십년이면 통일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언제 통일이 돼서 고향 땅을 밟아보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올 해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열린 모임에서는 '작은 기적'이 벌어지기도 했다. 82년전 황해도 신천에서 유치원과 국민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를 재회한 것. 주인공은 델라웨어에 사는 양준택(88)씨와 버지니아 우드브리지에 사는 이인숙(88) 씨로 80년만에 만나 이야기 꽃을 피웠다. "유치원 동창들이 80년만에 미국에서 만나니, 얼마나 신기하고 기쁜 일이었겠나”라며 민 회장은 그 날의 재회에 모든 회원들이 감격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끝으로 민 회장은 고령화 된 실향민들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북도민회에는 80세가 넘는 분들이 많다. 올해 90세가 되는 분도 있는데, 이산가족도 많다. 친척 형제들이 이북에 살아는 있는지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광복절, 추석 때가 되면 죽기전에 고향 땅은 밟아 볼 수 있을지, 성묘는 해볼 수 있을지, 친척들은 만나볼 수 있을지 복잡한 심경이 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email protected]광복절 실향민 기적 광복절 이북도민연합회장 민명기 광복절 추석

2022-08-15

[독자 마당] 폐허에 이룩한 기적

6·25전쟁을 생각하면 모윤숙 시인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떠오른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중략)/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1950년 6월 25일부터 1129일간 치러진 전쟁 동안 미국은 연인원 180만 명을 파병했다. 그중 전사자가 약 3만7000명, 그외 무수한 부상자와 실종자가 생겼다. 세계 각국에서 파병된 유엔군도 대한민국을 지켜 주었다.     국군은 약 12만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 그리고 실종자가 발생했다. 그들은 모두 18세에서 25세 정도의 꽃다운 청춘이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방방곡곡은 무너져 잿더미가 됐고 부모와 가족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전쟁 고아는 흘러 넘쳤다.     그러나 7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폐허의 땅은 완전 복구돼 도시마다 빌딩 숲을 이룬다.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 안에 들고 문화, 예술, 스포츠 모두 정상급에 올라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세계에 한국 제품이 수출되고 세계 어디에도 한국인이 진출하지 않은 곳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것도 국격이 높아졌음을 뜻한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반토막으로 잘린 국토, 감정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 곳곳에서 터지는 사건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국민의식을 높이고 자성해야 한다. 6·25를 생각하며 초심을 잃지 말자. 언제 또 다른 시련이 닥칠지 모른다.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한을 노리고 있다.     6·25전쟁의 아픈 기억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노영자·풋힐랜치독자 마당 폐허 기적 전쟁 고아 세계 각국 세계 10위권

2022-06-24

[뉴욕의 맛과 멋] 새해 첫 기적

새해 아침이다. 설렌다. 가슴이 콩닥거린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올해는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가 사는 아파트는 한 층에 여덟 가구가 산다. 내 쪽 윙에 네 집, 반대쪽에 네 집이다. 이사 온 지 3년이 됐어도 서로 잘 모른다. 유일하게 안면을 튼 앞집 파실리아는 한 시간마다 한 번씩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간다. 하도 이상해서 하루는 “왜 그렇게 자주 밖으로 나가느냐?”고 물었더니 “담배 피러 나간다”는 것이다. 나 같으면 담배를 끊지, 한 시간마다 담배 피러 춥고, 바람 불고, 비가 올 때도 밖에 나가서 담배 피우는 처량한 짓은 안 하지 싶다.     바로 옆집은 한국 부부가 사는데, 서너번 지나치며 인사한 게 전부다. 파실리아 옆집 사람은 인사는커녕 얼굴도 거의 본 적 없다. 어슴푸레 아랍계 사람이겠거니 추측한다. 크리스마스 전날, 과자를 구워 이 이웃사촌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와 함께 전했다.   워낙 나는 낯가림이 심해서 아침에 공원에 가서 걸을 때도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적이 거의 없다. 상대방이 인사하면 답례해주는 정도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한다. 갑자기 착한 사람이 되려고 작정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 안 하던 짓을 하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행복한 만큼 남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인 것도 같다. 한 번뿐인 인생, 길지도 않은 인생을 왜 불행한 얼굴로 낭비하느냐는 게 내 지론이다.     언제나 웃는 얼굴인 손흥민 선수의 인터뷰를 본 적 있다. 시합에 졌을 때 기분이 어떠냐? 그 기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질문에 손 선수는 망설임 없이 “저는 시합에 졌다고 기분 나쁜 적 없어요. 왜 졌는가 복기해보면 내가 부족했던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을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 시합 땐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배우는 게 나는 기뻐요”하고 대답했다. 실패를 통해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학습하며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은총임을 우리는 망각하고 살고 있다. 행복은 쉽게 생각하면 매우 쉽다. 오늘이 내 생에 마지막 날이라 생각해보자. 그러면 오늘 하루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가. 그러면 우리는 불행할 시간이 없다.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버리고, 분노도 삭이고, 불평은 물론이고 시간 낭비도 안 할 것이며 남을 비판할 여유도 없을 것이다. 가족들이 더욱 애틋하고, 소원했던 친구도 그립고, 이 세상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질 것이다. 각자의 보폭과 속도에 맞춰 자기 길을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오늘 하루만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며 살아보면 그 하루는 상상보다 찬란한 신세계가 될 것이다. 그래서 새해는 기적이고, 우리의 매일도기적인 것이다.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적’이란 시가 생각난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의미심장한 이 시처럼, 우리 모두 황새가 되어, 말이 되어, 거북이가 되어, 달팽이가 되어, 굼벵이가 되어, 바위가 되어서, 새해의 첫 기적을 매일의 기적으로 만들고 싶은 게 내 새해 소망이다. 이영주 / 수필가뉴욕의 맛과 멋 새해 기적 새해 첫날 시간 낭비 크리스마스 카드

2021-12-31

[살며 배우며] 기적 같은 우연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란 나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에서 오는 증상들 중에 일부를 알았고, 나름으로 치유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처음에 스콭-팩의 책 The Road Less Traveled 를 읽을 때 끌리고 도움을 받는 느낌이었다. 몇 십 년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어 책 겉 뚜껑이 너덜거려 새 책을 살까 한다.      스콭-팩이 말하는 기적 같은 우연 (Miracle of Serendipity) 은 은혜라는 단원 아래 여러 토픽 중에 하나다. 기적 같은 우연, 누구나 다 경험하지만, 찾아보지 않으면 감사의 느낌이 없다고 한다. 그는 다음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환자 중에 지식으로 무장한 방어기제의 벽이 높아 상담이 어려운 여자가 있었다. 상담 중에 그 여자가 전 날 밤 꿈에 황금 풍뎅이를 선물로 받았다고 했다. 황금 풍뎅이를 말 할 때, 상담실 창문에서 소리가 났다. 안으로 들어 오려는 풍뎅이 날개 소리였다. 그가 창문을 열고 그 풍뎅이를 손으로 잡아보니 황금색이었다. 그 황금색 풍뎅이를 환자에게 주었다. 기적처럼, 황금풍뎅이가 그 환자의 방어기제의 벽을 허물어 치유로 인도했다.        스콭-팩이 The Road Less Traveled 을 집필 할 때, 한 대목에서 실마리를 잃고 방황했다. 엉뚱하고 예상 못한 한 친구의 부인이 책 한 권을 주었다. 달가워하지도 않고 귀찮게 여겼던 책에서, 잃었던 실마리를 찾아 책을 썼던 일도 기적 같은 우연의 은혜라고 한다.     나에게도 기대하지도 않은 기적 같은 은혜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와, 분명하다. 너무 많다. 기적처럼 우연히 찾아온 은혜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스콭-팩의 말이 맞다.     1972년 내가 공부하는 미국 대학에 한국에서 문교부 프로잭트의 자료 수집 차 두 분이 오셨다. 우연하게도 두 분은 나의 한국에서 석사과정 교수님들이었다. 한국의 은사님들이 다녀간 후에 주임교수님이 박사과정으로 들어가는 절차를 밟으라고 했다. 미국에서 다시 석사학위 하지 않고 바로 박사과정을 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던 때였다. 절차를 밟아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삼 년 만에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학위 마치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생각도 못 했는데, 같은 해에 박사과정을 마친 미국 친구가 작은 대학으로 가며 같은 대학에 내 분야 교수도 필요하다며 알아보라고 했다. 알아보니 오라고 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미국에 남아 있게 만든 계기였고, 예상 못한 도움이 나를 미국에서 교수생활 하고 은퇴하게 만들었다. 찾아보니 우연처럼 찾아온 다행한 일들이 많고도 많다.          아내에게 새벽에 잠이 깨어 침대에 누운 채 물어 보았다. 우연히 찾아온 은혜, 계획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좋은 일 생긴 경험 있냐고 물어 보았다. 많다고 하기에 한가지만 말해보라고 했다.      아내가 말한 기적 같은 행운은 캔자스에 이사 가서 집을 산 이야기였다. 내 직장이 캔자스로 옮겨지자, 전에 살던 집을 팔지 못한 상황에서 새집을 살 엄두도 못하고 동료 교수네 집에 임시로 살았다. 주인이 물던 모기지만 계속 물면 우리 집이 될 수 있는 좋은 집이 있다고, 페니가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의 볼링 팀 팀장 페니는 그녀의 남편 병원의 간호사에게서 그 비밀을 들었다고 했다.     알아보니, 영문학 교수였던 집주인이 교통사고로 죽자, 이혼 중이던 그의 아내가 집을 모기지 은행에 맡겨 포기했고, 은행에선 남은 모기지 물 사람이 나서면 타이틀 이전에 드는 비용만 받고 집을 주겠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소유권 이전에 드는 비용만 내니 멋진 벽돌집이 우리의 소유가 되었다. 은행에서 돌아오던 차 속에서 바라보던 해바라기 꽃들, 지평선을 가득 채운 해바라기 들판이 천국의 들판 같던 기억이 난다. 그리스 신전 입구처럼 하얀 기둥 둘이 집 출입문 앞에 선 이층벽돌 집, 그 집에서 우리 가족들은 행복했고 바라는 일들을 이루었다.      아내를 처음 만난 일, 아들들이 나의 아들로 태어난 일, 기적같이 찾아온 은혜는 우리 결혼생활 50여년 동안 너무나 많다. 은혜 하나를 찾아 감상 할 때마다 우리의 감정이 하나 더 감사로 따뜻해 진다. 독자들도 우연히 생긴 기적 같은 좋은 일들을 찾아보고, 감사하는 일들이 하나씩 늘어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살며 배우며 기적 오하이오 황금색 풍뎅이 황금 풍뎅이 모기지 은행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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