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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빛이 몸에 우유를 들이붓듯

출렁이는 구름 연두색으로 개화하는 잎들
 
초록으로 가는 기적 소리 아직 고치 안에 잠들었다
 
음악 듣고 차 마시며 연두색 세상을 본다
 
흰 구름 나지막이 드리우는 창
 
창 안에서 잠든다잠드는 걸 학습한다 바벨의 도서관
 
장난감 병정들, 줄 서다 쓰러지며 서로 기댄
 
끝없는 책들  
 
시간이라 명명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펼쳐보는
 
땅을 한 걸음 한 걸음 밟고 걸어나간 그대 내면의 소리
 
숨 쉬는 활자, 공기 속에서 꿈속에서 물음 속에서
 
날아든 말의 홀씨, 발아된 음표, 몸을 살면서 기록해둔 내밀한
 
개인의 일지, 울부짖음 병약함 의혹 한 겹 한 겹 젖히면
 
미소와 활기 믿음 꽃잎이 겹치듯 피어나 무리 져 만개하는
 
빛과 어둠이 함께 일렁이는 모자이크
 
기록한다 창밖이 얼마나 연두인지
 
울음이 끝, 숨을 고르며 몸을 감싸며
 
환한 빛의 무리, 연두를 본다
 
바람이 빚어내고 바람이 무너뜨리는 연두

김종란 / 시인·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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