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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기적

[신호철]

[신호철]

‘The secret dare to dream’이라는 영화 한편을 보았다. “There are only two way to live your life. One is as though nothing is a miracle. The other is as though everything is …”라는 자막으로 시작되는 영화. 이어지는 단어는 a miracle임에 틀림없음에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기적 같은 삶을 꿈꾸어본 적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럼에도 매일 다가오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기가 일수인 우리에게 잔잔한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기적은 거짓 없는 따뜻한 마음과 이웃을 향한 긍휼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일상을 사랑의 마음으로 돕고 자신을 희생할 때 어려움에 빠진 한 가족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훈훈한 스토리였다.
 
대부분 처음 몇 장면을 보면 뒤에 전개될 내용들이 어렴풋이 읽혀지기에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기 전에 영화보기를 포기하기 다반수였다. 시사나 다큐, 탐사 프로그램을 즐기는 편이어서 영화 한편 골라 진득하니 스토리에 몰입하기가 드물었다. 시화집 ‘물소리 같았던 하루’ 북콘서트 마치고, 세번째 시문 행사를 어제 마치고, 시카고 디카시연구회 총회를 오늘 마친 후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 한편을 마주한다.  
 
세 자녀를 홀로 키우며 생선가게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Marenda와 대학교수 Bray의 만남은 기적 같은 일들로 채워지고 있었고, 서로의 마음 속에는 행복이라는 꽃 한송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Marenda는 순수했던 Bray의 도움과 친절을 오해하게 되었고 둘은 서로의 길로 다시 헤어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Marenda는 Bray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그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Bray도 Marenda를 추억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녀를 만나는 기적 같은 일을 꿈꾸게 되었다. 서로의 일상에 충실하면서도 늘 마음에 담아두었던 만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서로의 집으로 찿아가는 길 위에서 둘은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Marenda는 Bray에게 손을 내어주고 서로를 포옹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는 어려운 일을 겪게 될 때 화를 내고 그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블레임하였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모든 문제가 클리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 기적 같은 사랑은 내 눈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Bray의 대사 한 토막이 마음에 울림으로 남는다.
 
바람은 아직 차지만 매서운 겨울 문턱을 넘어가기 전 어쩌면 포근히 걸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 언덕길 바로 옆으로 누렇게 물든 갈대와 고개 숙인 억새가 줄지어 나를 반기는 듯 미풍에 살랑거린다. 작은 stream을 따라 오리 가족이 유유히 흐른다. 사실 우리는 순간 순간 기적 같은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길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 비쳐 오는 풍경과 사람들은 참으로 경이롭다. 파도같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들풀의 춤사위도, 발 밑에 펼쳐 있는 낙엽들의 색과 모양도, 하늘로 뻗은 나무 가지들의 말없는 기도도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오늘의 기적이고 축복이다.
 
어둠이 내린 highway를 달리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두 가지 길. 하나는 매일 매일 기적 없는 밋밋한 길을 살아가는 것과 순간마다 특별한 기적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또 하나의 길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 우린 오늘 하루도 가슴 뛰는 기적 같은 축복의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마음의 밭을 기경해야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겨둘 것만 남겨두어야 한다. 오늘 눈에 비쳐오는 모든 순간을 사랑으로. 긍휼함으로, 진실함으로 마음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기적 같은 그 길을 내 발로 걸어야 한다.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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