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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기적의 화신 P

난 환자의 가족한테 허락받고 이 글을 쓴다. 기적 같은 현실이고 해피엔딩이어서 가족도 흔쾌히 허락했다고 믿는다. 22세인 P는 인도 델리에서 NYU로 유학 온 신입생이었다. 미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멋진 대학 생활을 위해 그는 출발 한 달 전부터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3주 동안 다이어트 약을 먹고 5kg을 감량했다. 나중에 그의 부모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는 결코 과체중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너무나 잘생긴 미남이었다.  
 
미국에서의 첫 학기가 시작되었고 모든 것은 새롭고 경이롭게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Computer Science를 전공하고자 했고 인도에서도 Computer에 특별한 재능과 관심을 두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였다고 한다. 내 환자가 된 P는 10월 초에 자기 아파트에 쓰러져 있다가 룸메이트에게 발견되어 구급차로 인근 병원인 Wyckoff로 옮겨졌다. 정밀검사를 마친 후 간(liver)에 심한 손상이 왔음을 확인한 후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우리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Northwell 병원은 신장, 간, 심장, 폐 이식을 실행한다) 간이식 병동에서 필수적인 준비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의 간 수치는 날마다 호전을 보였다. 결국 더는 간이식이 필요 없게 되자 내가 근무하고 있는 Medical Intensive Care Unit으로 옮겨왔다. 간 기능은 계속 좋아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간 기능이 저하되어 해독작용을 제대로 못 해온 결과 환자는 정신이 혼미해지다가 결국 의식을 잃게 되었다. 인공호흡기를 꼽고 뇌파검사, CT Scan, MRI 등 많은 검사를 해보았으나 큰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뉴욕 법에 누구든지 사망이 임박하면 장기기능자 단체(Live On)에 보고가 된다. 당연히 그는 장기기능자 중에 우선순위 상위권에 올라간다.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P는 간이식을 받기 위해 우리 병원에 왔지만, 이제는 의식이 없는 관계로 (뇌사 판정) 그의 장기를 기증할 귀하신 몸이 된 상황이었다. 현실적으로 P의 경우나 교통사고사를 당한 경우 Live On 단체는 초비상이다. 병에 시달린 육신보다 건강한 육신은 수십 명을 살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장, 간, 심장, 폐 이식은 잘 알려져 있으나 안구, 각막, 피부, 조직 등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미세한 부위까지도 기증할 수 있다. 내가 P를 담당하게 된 날 오전에도 Live On에서 전화가 걸려 와 그의 뇌사상태를 확인하고자 했다. 난 그가 아직 뇌사가 아니며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증후들이 있음을 보고했다. (예를 들면 자극을 주면 호흡이 가빠지고 심박동 수와 혈압이 올라간다) 인디아에서 급히 부모님과 삼촌 부부가 왔다. 그들은 이 믿기 어려운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모두 환자의 손을 잡고 간절히 소리 내어 인도어로 기도했다.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그가 눈을 뜨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 것이다. 결국 그는 눈을 떴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급히 의사를 불렀고 Live On에 전화해서 P를 장기기증자 리스트에서 내려달라고 전했다. 나는 부모님과 장시간의 대화를 나눈 결과 인도에서는 다이어트 약을 누구나 쉽게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라벨이 붙어 있지 않아 약의 성분을 추적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 불투명한 약은 P의 간에 급성으로 간 기능을 훼손했으며 불행 중 다행으로 그 손상은 임시적이어서 간 기능이 회복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만성 알코올 중독자들은 간 기능이 서서히 망가지므로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칠 후 그는 일반병동으로 옮겨졌고 의식은 완전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몸은 근육이 많이 약해져 재활이 필요했다. P는 한순간에 잘못된 선택(혼자 다이어트 약을 사 먹는 일)으로 거의 죽음을 경험했다.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이 모여 삶이란 굵직한 선을 이룬다. ‘Things happen for reason’ 이처럼 엄청난 경험이 그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줄 것을 나는 믿는다.

정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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