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기적, '광복절'
광복절 특집
민명기 이북5도민회장 인터뷰
실향민들에게 광복절은 특별하다. 1945년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된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들은 고향을 잃었다. 나라의 독립을 이루는 것과 나의 재산, 고향을 잃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억울하고 암담한 심경. 조국은 35년을 견뎌 독립을 일궜는데, 고향 잃은 설움은 70년이 훌쩍 넘어 계속되고 있다. 실향민들의 심경이 8월이면 더욱 스산해지는 이유다.
8.15 해방 이후 공산주의 폭정을 피해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내려온 피난민들과 그 후손들은 지속적으로 모임을 갖고 그들만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 지역에도 이북5도민회가 있어 매년 행사를 개최해왔다.
워싱턴 지역에는 황해도민회, 평안도민회, 함경도민회가 있다. 모든 실향민들이 함께 모이는 날이 ‘이북도민의 날’이었다. 고향 사람들을 만나 고향 이야기도 하고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간 매년 9월에 열렸던 이북도민의 날은 중단됐다.
민명기 회장은 우선, 이북도민의 날 행사는 중단됐지만 황해도민회 소모임 ‘석경회’라는 소모임을 통해 회원들이 매달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북에서 한국으로 월남해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 온 1세대가 대부분이며 규모는 30~40여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8.15 광복절이 되면 고향 생각이 더 난다는 민 회장은 “7살에 부모를 따라서 월남했다"면서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고향 황해도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고, 아름다운 고향으로 기억된다"고 회상했다. 민 회장은 "실향민들은 광복절 때가 되면 유독 고향 생각이 쓸쓸함에 빠진다"면서 "35년만에 해방 된 것 처럼, 늦어도 삼사십년이면 통일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언제 통일이 돼서 고향 땅을 밟아보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올 해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열린 모임에서는 '작은 기적'이 벌어지기도 했다. 82년전 황해도 신천에서 유치원과 국민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를 재회한 것. 주인공은 델라웨어에 사는 양준택(88)씨와 버지니아 우드브리지에 사는 이인숙(88) 씨로 80년만에 만나 이야기 꽃을 피웠다. "유치원 동창들이 80년만에 미국에서 만나니, 얼마나 신기하고 기쁜 일이었겠나”라며 민 회장은 그 날의 재회에 모든 회원들이 감격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끝으로 민 회장은 고령화 된 실향민들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북도민회에는 80세가 넘는 분들이 많다. 올해 90세가 되는 분도 있는데, 이산가족도 많다. 친척 형제들이 이북에 살아는 있는지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광복절, 추석 때가 되면 죽기전에 고향 땅은 밟아 볼 수 있을지, 성묘는 해볼 수 있을지, 친척들은 만나볼 수 있을지 복잡한 심경이 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