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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그게 중요한가요?

달을 보라고 하였더니 달을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표현은 간단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간단하지 않은 순간이 많습니다. 실체를 보아야 하는데, 실체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그만 길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주로 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길을 잃습니다. 기적에 빠져서 기적이 의미하는 바를 보지 못하는 겁니다.
 
저는 종교를 공부하면서 늘 기적에 매여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기적을 믿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기적이 종교에서 믿음의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은 기적을 강조합니다. 종종은 기적을 일으키는 종교인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기적만 일으킬 수 있다면 유명하고, 능력이 있는 종교인이 되기는 쉬운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종교에서 기적은 조건이 아닙니다. 기적 때문에 길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전헌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레 종교를 향했습니다. 선생님이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셨고, 신학대학에서도 오래 강의를 하셨기에 종교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야기는 나누다 보면 모두 사는 문제이고, 가르침과 깨달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교 이야기를 피하라고 하지만 종교가 싸움이 되지 않는다면 종교이야기만큼 즐거운 게 없습니다.
 
종교의 입문이기도 하면서 걸림돌이기도 한 것이 바로 기적입니다. 저는 기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여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났던 많은 종교인은 저의 믿음이 부족함을 지적하였습니다. 믿으면 이해할 수 있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고, 그럴수록 의심은 커졌습니다. 저에게 믿음이 없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입니다.  
 


저의 질문에 선생님은 뜻밖의 대답을 주셨습니다. “그게 중요한가요?”라는 대답은 저를 잠시 멍하게 하였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이유와 기적이 종교에서 중요한 이유를 묻는 저에게 선생님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답을 먼저 했던 겁니다. 실제로 종교에서는 기적 때문에 믿는 것을 경계합니다. 신통력을 발휘하고,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하나의 방편이지 결론은 아닌 겁니다. 그래서 기적이라는 말 대신 종교에서는 표적이나 표징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 사건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서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후에 저는 손가락을 보지 않고, 달을 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왜 그런 기적을 일으켰을까? 그 기적을 통해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를 살피면서 수많은 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기적은 믿기가 쉬운 겁니다. 아무리 믿기 어려운 기적도 실제로는 표징이 됩니다.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오히려 우리가 믿기 어려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달을 믿기 어려운 겁니다.
 
손가락이 기적 같은 일이라면 달은 정말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난신난해(難信難解)라고 표현했습니다. 믿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종교에서 중요한 제자들도 선생님의 그 말씀을 믿지 못합니다. 내가 수행을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믿지 못하고,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말을 믿지 못합니다. 내가 부처이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믿는 것은 어떤 기적을 믿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부처이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다면 그 밖의 믿음은 쉬워집니다. 그래서 믿으면 이해가 된다고 하였을 겁니다.
 
그게 중요한가요? 라는 대답이자 질문을 통해서 저는 종교가 더 좋아졌습니다. 종교를 공부하고, 철학을 공부하고, 사람을 공부하는 게 더 기쁨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사람을 바라보는 생각이 달라집니다. 물론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든가, 부처라든가 하는 말은 여전히 의심상태입니다. 아무리 봐도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더 공부해야겠지요. 그게 중요한 것이니까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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