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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거북이 길찿기

쭉쭉빵방 늘씬하지도 않으며 얼굴이 크게 예쁘지도 않다, 삼거리 시골 동네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손에서 촌뜨기로 자랐다. 지방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며 여류시인이 되길 꿈꾼다. 이쯤 요약하면 좋은 직장 얻어 성공하기는커녕 부잣집 맏며느리 될 확률도 낮다. 앞날이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로 걷게 될 조짐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 마음은 한결같다. 자식은 잘났건 못났건 가장 값진 보석이다. 딸의 교육을 위해 아늑한 시골 생활 접고 도시로 이사했다. 어머니는 일제 때 초등학교 문 앞에도 가지 못했지만 딸 등 너머로 글을 익혀 사자성어까지 구사하는 능력자다.   당신 딸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머니는 딸이 판사나 의사, 교수가 되길 원했다. 아니면 의사나 판사, 교수와 결혼하길 바랬다. 내 실력을 파악 못한 주문이지만 대신 세계적인 여류시인이 돼 가문의 영광으로 보답하리라 다짐했다. 소중한 사람의 믿음만큼 인생의 든든한 발판이 되는 것은 없다.   부익부 빈익빈, 금수저 은수저는 어느 시절 어디서던 엄연히 존재한다. 나의 청년시절은 지금처럼 ‘스펙’이란 말로 인간 자체를 평가하지 않았다. 스펙은 경쟁에서 타인과 비교할 만한, 학력, 학점 등의 능력치를 의미하는 단어다.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지만 연애나 결혼 등 인생의 모든 영역에 올가미로 적용된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더러 용이 나기도 했다. 내가 살던 도시에서 김원일선생과 이문열씨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소설가로 성공한 대표주자다.     가진 것 없고 능력이 모자라도 언젠가 하늘 높이 승천할 수 있는 꿈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있는 일인가. 세계적인 여류시인이 되겠다는 꿈은 높고 푸르렀다.     빠른 토끼와 느린 거북이 경주를 시작한다. 시작부터 승부가 결정 난 것처럼 보인다. 토끼는 경주 도중 당근도 먹고 낮잠도 쿨쿨 잔다. 거북이는 느리지만 꾸준히 걸었기 때문에 빨라도 끈기 없는 토끼를 이긴다는 이솝우화는 다분히 교육적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와일드 스미스는 ‘토끼를 이긴 거북이가 정말 과연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을 ‘슈퍼 거북’에서 던진다. 잘난 체하는 토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거북은 유명인사로 칭송받는다. ‘슈퍼스타’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빨라지는 방법을 찿아 헤맨다. 거북은 주변의 지나친 관심에 자신의 본 모습을 잃어버린다.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아 보게 하는 대목이다.       스스로를 지키는 자신감을 제외한 잠재력이나 주장은 스펙이 될 수 없다. 스펙은 인간의 본질을 논의하지 않는다. 스펙의 오류는 실력과 상관없는 나이, 부모나 가족, 사회적 위치, 집안, 부의 축적 등을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길을 찿으려면, 나는 핸드폰을 가장 먼저 켜고 위치를 살핀다. 쇠똥구리는 별을 보고 길을 찾는다. 쇠똥구리는 은하수뿐 아니라 달과 태양을 보고도 길을 찾는다. 시력은 안 좋지만 먼 빛을 정확하게 판별하는데 스냅사진을 찍듯 은하수를 기준점 삼아 자신의 출발 위치를 두뇌에 기록한다. 쇠똥구리는 하늘의 점을 기억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출발점을 잘 기억하면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가 수월하다.   하늘 올려다 본 적이 언제였던가.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 날들이 무시로 흔들린다.   인생은 거북이의 길찿기다. 하늘을 올려보지 못하고 땅만 보고 힘들게 길을 찿는다. 단단하고 무거운 갑옷으로 무장하고 보이지 않는 내일의 길을 간다.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토끼는 토끼답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지키는 것이 행복의 길찿기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거북이 거북이 경주 판사 교수 의사 교수

2023-12-05

[이 아침에] 달려라! 하루 우라라

2003년 12월 14일, 일본의 고우치현에 있는 고우치 경마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일류 경주마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 밀려났거나 은퇴 직전의 경주마, 혹은 삼류 경주마가 참가하는 최하급 지방 경마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지역 주민뿐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 온 단체 관람객 수천 명과 100여 명의 취재진까지 북새통을 이뤘다.     사람들의 관심은 작고 늙은 경주마에게 집중되었다.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하루 우라라’라는 이름의 경주마였다. ‘하루 우라라’라는 ‘화창한 봄날’이라는 뜻이지만, 경주마로서 ‘하루 우라라’는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다. 1등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모두 패배라고 여겨지는 경마에서 매번 열심히 달리기만 할 뿐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우라라’는 태어날 때부터 발목이 가늘고, 몸집은 작았다. 다른 말에 비해 폐활량도 떨어져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성격도 예민해 경주 전에는 여물도 먹지 않아 정작 경주에 나가면 힘을 못 썼다. 네 살을 전성기로 치는 경주마에게 여덟 살인 ‘하루 우라라’는 은퇴할 때를 한참이나 지난 노쇠한 말이었다.     많은 사람이 경마장에 모인 그 날은 ‘하루 우라라’가 100번째 경주에 도전하는 날이었다. ‘생애 첫 우승이냐? 아니면 100번째 패배냐?’ 많은 관심과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하루 우라라’는 그날도 어김없이 우승에 실패했다. 비록 우승은 못 했지만,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은 100번 연속해서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달린 ‘하루 우라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매번 달리지만 우승 한 번 못 하는 ‘하루 우라라’를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회사를 위해 평생 성실히 일했지만, 명예퇴직을 당한 사람들이 ‘하루 우라라’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고, 말기 암 환자도 ‘하루 우라라’에게서 용기를 얻었다. ‘하루 우라라’는 경제 위기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꼴찌 말의 사연이 보도되면서 폐장 위기에 있던 고우치 경마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1등만 박수받는 세상, 성공이 기준이 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달릴 때마다 꼴찌를 도맡아 하는 이 말을 응원하기 위해 경마장을 찾았다. 결국 ‘하루 우라라’는 은퇴할 때까지 113번 경주에 나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그 누구도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우승은 못 했지만,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적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라고 부추기는 세상에서, 더 빨리 달리라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채찍질하는 세상에서 이민자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성실과 인내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인정은 다른 사람의 몫이 될 때가 많다.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런 이들에게 ‘하루 우라라’는 이렇게 말한다. “꼴찌면 어때, 후회 없이 달려왔잖아. 그러면 된 거야.”     우리는 오늘도 세상이라는 경주장으로 나간다. 꼴찌면 어떤가? 달릴 수 있는 멋진 세상이 있지 않은가? 거기서 또 한 번 힘껏 달려보자.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삼류 경주마가 일류 경주마들 정작 경주

2023-11-19

[기고] 우리가 쫓는 '러스티'는 무엇일까

한 때 플로리다주에서는 ‘그레이하운드 경주(Greyhound Racing)’ 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스포츠였다. 한창 흥행했을 때에는 미식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높았던 도박성 스포츠였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비난과 반발로 많은 경주장이 문을 닫았고, 아직 몇 곳은 여전히 흥행 중에 있다.   경주가 시작되기 직전, 조련사는 ‘러스티(Rusty)’ 라 불리는 ‘가짜 토끼’를 가져와서 개들 앞에서 흔들며 펜스 앞을 왔다 갔다 한다. 이때 펜스 안에 개들은 흥분해서 창살에 머리를 들이받으며, 토끼를 잡으려고 안달이 난다.     드디어 장내 방송으로 “지금 트랙에 러스티가 등장합니다” 라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리면 군중들은 함성과 동시에 펜스 문이 열린다. 개들은 당장 러스티를 잡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튕겨 나간다. 러스티도 개들 앞에서 잡힐 듯, 말 듯 트랙을 따라 빠르게 달린다. 트랙을 돌아 결국 결승점까지 도달하면 러스티는 작은 구멍 안으로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견사(犬舍)로 돌아온 개들 중, 선두주자로 결승선을 패스한 개가 숨을 헐떡거리며, “조금만 더 빨랐으면 그 토끼를 잡을 수 있었는데, 아~ 정말 아쉽다!” 그러자 2등 주자인 친구 개도 “다음번엔 그 녀석이 내 제삿밥이 될 거야! 오늘 정말 속상하다” 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피로감에 털썩 주저앉는다.   물론 그다음 경주에서도 러스티는 무사히 돌아 왔고, 개들은 매번 죽을 뚱, 살 뚱, 결코 잡지 못할 토끼를 쫓아 달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이.   그레이하운드 경주를 즐기는 다수의 군중(인간)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멍청한 개들 같으니, 모든 게 조작된 걸 모르고 죽기 살기로 뛰는 거냐? 러스티를 진짜 토끼로 아는 거냐?”     혹시, 우리는 새벽마다 잠을 깨워주는 알람 소리가 “지금 러스티가 등장합니다” 라는 장내 방송으로 들리지는 않는지?  급하게 알람을 끄고, 샤워하고, 옷을 주워입고, 자동차 시동을 걸자마자 일터로 튕겨 나가는 것이 펜스가 열리면 러스티를 잡으려고 트랙을 따라 달리는 그레이하운드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쫓는 러스티는 테슬라 전기차, 새로 지은 콘도, 럭셔리한 사무실, 증권투자, 노후대책 등 인가? 청년이라면 새 여친을 찾고, 더 좋은 직장을, 멋진 데이트를, 돈을 벌어 연인과 여행을, 등등 이런 것들이 그들의 러스티일까?     러스티를 쫓아 달리는 것은 인생을 끊임없이 경주로 만들고, 경쟁은 만성 피로와 허무로 이어진다.  어느 날, 경주장의 러스티를 끌어가는 기계에 고장이 났다. 그러자 러스티는 뒤따르던 개에게 거칠게 잡아 채어 물려 버렸다. 행운의 경주견은 토끼를 물어뜯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거 가짜 토끼잖아! 내가 속았네!” 그 개는 결국 예전처럼 전 속력으로 러스티를 향해 달리지 않는다. 가짜 토끼를 알게 된 그레이하운드(개)는 조련사에 의해 지체없이 경주장에서 퇴출되어 버린다.     요즘 한국에선 두 마리의 풍산개를 밖으로 퇴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가(政街)에선 정치꾼들의 ‘찬반 논쟁거리’가 되고, 국민은 ‘키우고 정든 반려견을 그렇게 야멸차게 내칠 수 있을까’ 가 화두이다.   우리 옛 속담에 “딸은 옆집에 줘도, 개는 옆집에 못 준다” 라는 말이 있다.     조련사는 흥행에 경쟁력이 없어진 개에겐 더는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고 한다. 풍산개의 주인도 조련사 출신이었을까?  결코 애견가는 아닌 것 같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기고 그레이하운드 경주 가짜 토끼 진짜 토끼로

2022-11-14

[문화난장] 경주서 온 미남불, 어디가 제자리일까

25일 경주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 20여명이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을 찾아갔다. 청와대 경내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을 경주로 반환해달라는 청원서를 들고서다. 인솔자 격인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 시민운동본부 김윤근 대표는 “일제강점기에 서울로 불법 반출된 이 불상이 오늘날 청와대 경내에 있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환지본처(還至本處)야말로 정의와 상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에도 일치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반환을 요구하는 불상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977호로, 공식 명칭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다. 청와대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탐방 지도엔 ‘미남불’로 표시돼 있다.   9세기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미남불은 일제 강점기 주권 강탈의 고초를 톡톡히 겪었다. 본래 자리는 경주 도지동 이거사 터로 추정되지만, 미남불이 이곳을 떠난 게 언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조선총독부 조사서(1939) 등에 따르면, 1912년 11월 초대 조선 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경주를 방문했을 때 이미 당시 경주금융조합 이사였던 일본인 고다이라 료조 집에 있었다. 어느 시점엔가 불상이 무단 방출돼 개인 집 정원 장식물이 돼 있었던 것이다.   조사서엔 데라우치 총독이 그 석불을 ‘숙시(熟視)’했다고 기록돼 있다. 눈여겨 자세히 봤다는 것이다. 총독이 미남불을 마음에 들어한다고 해석한 고다이라 료조는 이듬해인 1913년 서울 남산 총독관저(왜성대)로 불상을 보낸다. 총독의 환심을 사기 위해 뇌물로 상납한 셈이다. 이후 1939년 총독 관저가 현 청와대 자리로 이전하면서 불상도 함께 옮겨졌다.   미남불이란 별칭은 석굴암 본존불을 닮은 잘생긴 외모 덕에 붙여졌다. 1934년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 관련 기사에서도 ‘미남석불’로 소개됐다.   미남불은 청와대 경내에 있는 유일한 국가지정문화재지만, 문화재적 가치보다는 해프닝 거리로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기독교 신자인 김영삼·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에서 이 불상을 치워버렸다, 훼손했다 등의 유언비어가 돌았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영삼 정부에선 1994년과 1996년 두 차례, 출입기자단과 조계종 대표들에게 불상을 공개해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왜 특정 종교 상징물이 청와대에 있냐며 타 종교에서 문제 제기를 한 적도 있다. 청와대 개방 이틀째인 지난 11일에도 한 50대 여성이 “난 하나님 아들”이라고 외치며 미남불 앞에 놓인 불전함을 부수고 난동을 부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경주 시민단체들이 불상 경주 반환을 펼치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2019년엔 경주시·경주시의회와 공동으로 청와대·국회·문체부·행안부·문화재청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들은 새 정부 출범과 청와대 개방을 계기로 반환 운동을 재개했다. 이번 청원서 전달에는 경주문화원과 경주예총, 경주상공회의소, 경주문인협회, 경주YMCA 등 24개 단체가 동참했다.   미남불에 대한 불교계의 입장은 경주 현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조계종 임융창 홍보팀장은 25일 “청와대 석조여래좌상의 원자리를 명확히 파악하기 전까지 성급하게 이전하기 보다는 현자리에서 신앙심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 스님은 반환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대해 “지역 이기주의”라고 못박았다. “그런 논리라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을 모두 부여·김해 등으로 옮겨야 한다는 말이냐”면서다.   청와대가 개방되기 전까지 미남불은 실물을 본 사람이 거의 없는 베일 속 문화재였다.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 시민운동본부의 박임관 운영위원장도 25일 청와대를 관람하며 미남불을 처음 봤다. 박 운영위원장은 “미남불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자비로운 모습이더라”며 “이렇게 아무도 찾지 않는 외진 데 갖다뒀다는 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남불은 청와대 관저 뒤쪽 산책로에 자리잡고 있다. 사저 옆 연못을 지나 가파른 계단 길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미남불의 시선을 따라 앞을 바라보니 남산 서울타워를 중심으로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방의 감격과 동족상잔의 아픔,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궈낸 서울의 다이나믹한 발전사를 묵묵히 지켜봤을 미남불의 타향살이 100여 년. 이 역시 역사의 한 자락일까, 아니면 청산해야 할 일제 잔재이자 적패일까. 경주 시민과 불교계뿐 아니라 역사·문화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숙고를 시작할 일이다. 이지영 / 한국 문화팀장문화난장 미남불 경주 당시 경주금융조합 경주 지역 경주 도지동

2022-05-30

"부아앙~" 귀넷서 불법 경주… 청년 80명 무더기 체포

  귀넷 카운티 피치트리코너스에서 지난 1일 굉음과 타이어 마모 연기를 내며 불법 차량 경주를 한 20~30대 청년들 80여명이 체포됐다.   귀넷 경찰은 이날 자정 피치트리 코너 서클과 스팔딩 교차로에서 '불법적이고 위험한 활동'이 있다는 소식을 제보받고 출동해 80명 이상의 청년들을 체포했다.   최근 이들은 야간에 피치트리코너스는 물론 둘루스, 로즈웰에서도 모여 불법 차량 경주를 벌였다. 운전자들은 승용차를 교차로에서 빙빙 돌리면서 타이어자국을 내고, 참가자들은 이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환호를 하며 소음을 일으켰다.   이번 체포를 위해 귀넷 경찰은 릴번, 노크로스 경찰 등 주변 구역 경찰관들은 물론 조지아주의 다른 지역의 경찰관들에 지원 요청을 했다.   해당 장소에는 26대의 차량과 탑승자들이 있었고 68명의 성인과 20명의 미성년자들이 전부 체포됐다. 미성년자들은 부모나 보호자들에게 석방됐고, 26대의 차량은 즉각 압수됐다. 이 과정에서 권총 다섯자루가 회수됐으며 도주하는 차량들 때문에 피자 배달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서 불법 경주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벌금 1000달러와 징역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귀넷 경찰측은 성명서를 내고 "이러한 불법 활동이 자동차와 보행자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모든 거리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재우 기자체포 불법 불법 경주 불법 차량 불법 활동

2022-05-02

도로서 자동차 경주 면허정지…내년 시행 가주 교통 법규

새해부터 가주에서는 새로운 교통 관련 법규가 시행된다.   먼저 앞으로 도로 등에서 자동차 경주나 과시용 운전 등을 하다 적발되면 면허 정지가 될 수 있다.   이 법(AB3)은 가주 차량 코드에서 ‘사이드쇼(sideshow)’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해부터는 사이드쇼가 “두 명 이상이 로컬 도로, 프리웨이 등에서 자동차를 과시하기 위해 벌이는 속도 경쟁, 무모한 운전, 묘기 등으로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이에 따라 사이드쇼 행위로 적발되는 운전자는 최소 90일, 최대 6개월간 면허가 정지될 수 있다.   실제 LA의 경우도 로드 레이싱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11일 USC 재학생이 캠퍼스 인근에서 불법 레이싱 차량에 치여 사망하기도 했다.   새해부터 미성년자는 아스팔트 등 포장 도로에서 말 등을 탈 경우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세이프티안전장비법(AB974)에 따르면 앞으로 가주 지역 포장 도로에서는 말, 당나귀 등을 타는 18세 미만의 라이더는 오는 1월부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다. 야간에는 반사체 헬멧이나 빛 반사 장비 등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단, 퍼레이드나 축제 등에서 말을 탈 때는 예외다. 벌금은 위반 건수당 25달러다.   원주민 부족 차량은 앞으로 긴급 차량으로 간주된다. 현재 가주에는 공식적으로 총 109개의 원주민 부족이 있으며 이중 11개가 리버사이드카운티 등에 있다.   AB798법은 연방에서 인정하는 원주민 자치 부족이 소유 또는 운영하는 차량은 비상 차량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부족들이 구급차, 소방차, 기타 비상용 차량을 구입할 수 있으며 이 차량들은 앞으로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에 의해 검사 등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가주 정부는 주법에 따라 부족 소유의 비상 차량을 검사하고 엄격한  라이선스 규정을 적용해왔다.   한편, AB47의 경우는 지난 7월부터 시행돼왔다. 이 법은 36개월 내 운전 중 휴대폰 사용으로 2회 이상 적발될 경우 벌금 뿐 아니라 벌점까지 부과된다는 내용이다.     장열 기자면허정지 자동차 자동차 경주 비상용 차량 비상 차량

2021-12-23

새 문화콘텐츠 개발로 1300만 관광객 시대 견인

최양식(62.사진) 경주시장은 지난 6월 5명의 시장 후보중 50%에 가까운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4년간 그가 흘린 땀에 대한 표심이다. 11번의 국제행사와 경주 동궁원 개장 등 새 문화콘텐츠 개발로 1300만 관광객 시대를 이끌어냈다. 20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총무처와 대통령비서실을 거쳐 인사혁신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1912년 한국에 온 선교사의 부인 플로렌스 크레인이 쓴 '한국의 들꽃과 전설'을 번역했다. 그는 "달빛 고운 밤 왕릉을 걸으면서 시정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왕경 복원 사업의 의미는. "천년의 신라 문화 속에 새로운 천년의 문화를 이어가는 미래도시 사업이다." -국가적 대사업이다. "단순한 외형만의 완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옛 신라인들의 올 곧은 애민정신까지 바탕되어야 한다. 또 중앙정부, 경상북도, 경주시간 유기적인 협업체제와 재원확보를 위한 특별법도 통과되길 바란다." -'이스탄불 in 경주' 행사 하나로 80만명 관광객을 유치했다. "경주를 지구촌 문화교류의 장으로 바꾼 행사였다. 터키 이스탄불을 경주에 그대로 재현해 국제 문화교류의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다음 교류 대상은. "내년에는 경주 실크로드 문화대축전을 개최한다. 실크로드 거점도시 경주에 중국, 우즈베키스탄, 이란, 러시아 등 세계 20개국 30개 도시를 초청한다. 역사는 문화를 남기고, 문화는 감동을 남긴다." -재선했다. 그외 핵심사업은.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유치로 첨단과학기술연구단지를 조성해 원자력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 또 내년에 개관하는 화백컨벤션센터에 세계물포럼 등 굵직한 국제회의 행사를 열어 컨벤션 도시로도 자리매김하겠다." -왜 경주에 와봐야 하나. "신라의 삼국통일은 대한민국의 뿌리, 고향이고 원형질이다. 경주는 곧 대한민국이다. 해외 동포들이 내 안에 담긴 대신라의 DNA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경주 뿐이다." 정구현 기자

2014-12-09

'신라 왕경 복원 원년' 천년 고도가 부활한다

경주가 '신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굵직한 국제 행사 개최와 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10여년만에 관광객 수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0년대 초반 500만 명에 머물렀던 관광객 수는 지난해 13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올해 경주는 국가적 사업의 이정표를 맞았다. 신라의 수도 서라벌을 부활시키는 '신라 왕경 복원'의 원년이다. 2025년까지 거의 1조 원(약 9억 달러)의 거액을 투입해 사라진 신라 핵심 유적들을 복원한다. 이른바 '천년왕국의 부활' 프로젝트다. '추억의 수학 여행지'로 기억되던 경주는 인구 100만의 국제대도시였던 서라벌의 위용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층계로 된 사다리 빙빙 둘러 허공에 나는 듯, 일만강과 일천산이 한눈에 트였다…' 고려시대 문장가 김극기가 황룡사 9층 목탑에 올라 적은 글이다. 문헌으로만 전해오던 9층 목탑의 전설은 10년 뒤면 경주에서 현실이 된다. 천년왕조 신라를 부활시키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을 통해서다. 2025년까지 총 예산 9450억 원을 들여 황룡사 등 8곳을 복원한다. 그중에서도 황룡사는 3대 핵심사업중 하나다. 최다 예산 2900억 원이 배정됐다. 1단계로 2017년까지 연구 및 복원설계를 거친 뒤 8년간 9층 목탑과 금당, 강당을 다시 세운다. 황룡사는 완공 700년만인 1238년 고려 고종 때 몽골의 침략으로 불타버려 현재는 당시 건물의 초석만 남은 상태다. 그러나 건물터만으로도 당시 황룡사의 위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전체면적은 8만2000여㎡였다. 불국사의 8배로 축구장(7140㎡) 11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절의 중심에 있는 9층 목탑의 크기도 225척(80여m)에 달했다. 현재 30층 고층 아파트 높이다. 경주시측은 "기록대로 복원되면 황룡사는 동아시아 최대 사찰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게 된다"면서 "또, 각종 부대시설까지 세워져 국제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성 일대에 복원되는 신라왕궁에는 2700억 원이 투입된다. 왕궁은 서기 101년에 축조돼 800년간 존재했지만 현재는 흔적도 없고 이름조차 거의 전하지 않는다. 2017년까지 기초 학술 연구 및 설계, 해자 등 인근 발굴이 병행된다. 이후 8년간 궁궐 핵심 유적인 조원전, 숭례문, 문, 누각 등이 옛모습을 되찾게 된다. 한반도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던 '동궁과 월지' 복원에도 630억 원이 투입된다. 발굴을 통해 기존 경역을 확대하고 임해전, 평의전 등 소실된 전각들을 복원한다. 신라왕궁과 남산을 연결하는 궁성 교량이었던 월정교는 가장 빠르게 복원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길이 66m, 폭 9m의 다리 부분은 다 지어졌고 문루 복원만 남겨놓고 있다. 2016년까지 주변 정비를 통해 신라의 옛길을 닦아 새로운 문화탐방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쪽샘지구 발굴 정비(1545억원)를 통해서는 도심고분공원이 조성된다. 또 대형고분 재발굴.전시 사업으로는 대형고분 1기가 추가로 발굴된다. 도시구획 단위를 뜻하는 '신라방' 발굴을 통해서는 신라왕경내 공간적 조성체계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경주의 상징물중 하나인 첨성대도 다시 태어난다. 361억원을 들여 주변 3만2000㎡ 부지 발굴을 통해 유적을 복원.정비한다. 또 '신라천문전시관'도 세워진다. 신라왕경 복원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크다. 한 공무원은 "은퇴전까지 황룡사 9층 목탑이 한 층만이라도 들어서는 것을 봤으면 좋겠다"고 꿈의 실현을 고대했다. ▶석가탑, 석굴암도 수술중=이번 방문길에 석가탑은 관람할 수 없었다. 2011년 5월부터 3년째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2010년 12월 안전정기점검 당시 북동측 기단 덮개에서 균열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후 탑 몸통을 위부터 차례로 해체하고 균열 탑 부재 접합과 오염물질 세척 작업이 진행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1024년 이후 989년만의 탑 전면 해체다. 보수작업 완료시기는 당초 올해 6월 끝날 예정이었으나 내년 3월로 미뤄졌다. 석굴암에도 2011년부터 입구의 보호각 보수 공사가 진행중이다. 내부로 들어가 본존불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입구부터 가설 구조물과 시멘트 기단이 만들어져 입구부터 답답해 아쉬웠다. 박송희 해설사는 "석굴암은 일본 강점기때 강제로 해체된 뒤 지금까지도 슬프게 울고 있다"면서 "접착제 하나없이 돌로 돔을 만든 선조들의 과학을 보수라는 이름으로 현대인들이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정구현 기자

2014-12-09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봐도 봐도 볼거리 천지

"묘와 고분, 능, 총의 차이를 아시나요?" 수학여행으로만 기억했던 경주를 25년 만에 찾았다. 이틀간 머물면서 가는 곳마다 스스로의 무식함에 경주는 새삼스러웠다. 양동마을에서 만난 이지휴 해설사는 모를 줄 알았다는 듯 고분의 구별법을 설명했다. 묘는 평민의 무덤이고 능은 왕이나 왕비의 무덤이다. 주인을 모르면 고분이고, 발굴 혹은 도굴된 무덤은 총이라고 한다. 천마총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다. 자신만만하게 답했지만, 다음 질문에 또 무너졌다. "천마총이 어떻게 발굴된 지 아세요?" 원래 황남대총을 발굴하려다 대신 그 옆에 시험발굴한 고분이 천마총이라고 한다. 기대하지 않던 고분에서 금관과 천마도 등 유물 1만 점이 쏟아져 나왔다. 요새 말로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경주에는 1500년 된 달걀도 있다. 역시 천마총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불국사에서도 재발견은 이어졌다. 황금돼지가 있다. 2년 전 극락전 처마밑 현판 뒤에 그려진 황금돼지가 우연하게 확인돼 관광객들에게 새 볼거리를 주고 있다. 황금돼지 그림이 유명세를 타자 경주시는 불국사 경내에 금색 복돼지상까지 세웠다. 이종란 해설사는 "사람들이 하도 복돼지를 쓰다듬어서 등이 반질반질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또 허를 찔렀다. "탑 이름 붙이는 공식 아세요?" 또 모른다고 답할 수밖에. '사찰 이름+탑층수+재료'란다. 석가탑의 원래 이름은 그래서 '불국사 삼층 석탑'이다. 시내에서 동쪽으로 달려 도착한 경주의 바다에는 용암이 만든 꽃이 있다. '주상절리'다.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다각형 기둥을 뜻한다. "보통 수직으로 생기는데, 부채꼴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죠. 사방으로 펼쳐진 모습이 곱게 핀 한 송이 해국처럼 보인다고 해서 '동해의 꽃'이라고도 부릅니다." 경주시에서 동행해준 이다현 주무관은 "경주 보문단지에는 새 둥지처럼 생긴 거대한 건물도 생겼다"고 또 몰랐던 이야기를 꺼냈다. 찾아간 곳은 '경주 동궁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관광체험시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인 '동궁과 월지'를 재해석해 동궁식물원과 버드파크를 조성했다. 이중 버드파크가 새 둥지처럼 생겼다. 버드파크의 김승한 과장은 "박혁거세의 알신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국내 최대규모의 사계절 체험형 화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야외화장실도 알모양이다. 들어가면 입구에서 앵무새들이 와락 반긴다. 250종 900수의 새들을 내부에 풀어 놓아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어떨 땐 사람이 새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새들이 사람을 구경하는 것 같아요." 옆에 있는 동궁식물원에서는 미키마우스 트리, 미인수, 용혈수 등 진귀한 아열대 식물 400종 5500본을 관람할 수 있다. 경주동궁원은 지난해 9월 개장 이후 1년여 만에 누적관광객 60만 명을 넘겨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한 가운데에는 황룡사 9층 목탑이 '음각'된 대형 유리 타워도 세워졌다. 2007년 준공된 높이 82m의 '경주 타워'다. 건물 한 가운데가 목탑 모양으로 뻥 뚫려있다. 최상층 전망대에서는 보문단지와 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경주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사실도 몰랐다. 어둠이 내리면 첨성대, 반월성, 동궁과 월지는 은은한 야간 조명으로 새 옷을 입는다. 특히 동궁과 월지에서는 조명에 비친 건물이 호수에 비쳐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장관이 연출된다. '경주야경투어'가 개발된 배경이다. 경주타워를 거쳐 가무극 찬기파랑가를 관람하고 안압지를 도는 문화관광콘텐트다. 또 보문관광단지의 보문호수의 8km 구간을 산책하는 '달빛 걷기' 행사도 인기 관광상품이다. 매달 음력 보름을 전후에 열리는데 올해 12차례 행사에 1만명이 참가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201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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