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경 복원 원년' 천년 고도가 부활한다
동아시아 최대 사찰 황룡사·9층목탑·왕궁 등
2025년까지 1조원 투입해 유적 대대적 복원
'층계로 된 사다리 빙빙 둘러 허공에 나는 듯, 일만강과 일천산이 한눈에 트였다…'
고려시대 문장가 김극기가 황룡사 9층 목탑에 올라 적은 글이다.
문헌으로만 전해오던 9층 목탑의 전설은 10년 뒤면 경주에서 현실이 된다. 천년왕조 신라를 부활시키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을 통해서다. 2025년까지 총 예산 9450억 원을 들여 황룡사 등 8곳을 복원한다.
그중에서도 황룡사는 3대 핵심사업중 하나다. 최다 예산 2900억 원이 배정됐다.
1단계로 2017년까지 연구 및 복원설계를 거친 뒤 8년간 9층 목탑과 금당, 강당을 다시 세운다.
황룡사는 완공 700년만인 1238년 고려 고종 때 몽골의 침략으로 불타버려 현재는 당시 건물의 초석만 남은 상태다. 그러나 건물터만으로도 당시 황룡사의 위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전체면적은 8만2000여㎡였다. 불국사의 8배로 축구장(7140㎡) 11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절의 중심에 있는 9층 목탑의 크기도 225척(80여m)에 달했다. 현재 30층 고층 아파트 높이다. 경주시측은 "기록대로 복원되면 황룡사는 동아시아 최대 사찰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게 된다"면서 "또, 각종 부대시설까지 세워져 국제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성 일대에 복원되는 신라왕궁에는 2700억 원이 투입된다. 왕궁은 서기 101년에 축조돼 800년간 존재했지만 현재는 흔적도 없고 이름조차 거의 전하지 않는다.
2017년까지 기초 학술 연구 및 설계, 해자 등 인근 발굴이 병행된다. 이후 8년간 궁궐 핵심 유적인 조원전, 숭례문, 문, 누각 등이 옛모습을 되찾게 된다.
한반도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던 '동궁과 월지' 복원에도 630억 원이 투입된다. 발굴을 통해 기존 경역을 확대하고 임해전, 평의전 등 소실된 전각들을 복원한다.
신라왕궁과 남산을 연결하는 궁성 교량이었던 월정교는 가장 빠르게 복원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길이 66m, 폭 9m의 다리 부분은 다 지어졌고 문루 복원만 남겨놓고 있다. 2016년까지 주변 정비를 통해 신라의 옛길을 닦아 새로운 문화탐방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쪽샘지구 발굴 정비(1545억원)를 통해서는 도심고분공원이 조성된다. 또 대형고분 재발굴.전시 사업으로는 대형고분 1기가 추가로 발굴된다.
도시구획 단위를 뜻하는 '신라방' 발굴을 통해서는 신라왕경내 공간적 조성체계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경주의 상징물중 하나인 첨성대도 다시 태어난다. 361억원을 들여 주변 3만2000㎡ 부지 발굴을 통해 유적을 복원.정비한다. 또 '신라천문전시관'도 세워진다.
신라왕경 복원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크다. 한 공무원은 "은퇴전까지 황룡사 9층 목탑이 한 층만이라도 들어서는 것을 봤으면 좋겠다"고 꿈의 실현을 고대했다.
▶석가탑, 석굴암도 수술중=이번 방문길에 석가탑은 관람할 수 없었다. 2011년 5월부터 3년째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2010년 12월 안전정기점검 당시 북동측 기단 덮개에서 균열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후 탑 몸통을 위부터 차례로 해체하고 균열 탑 부재 접합과 오염물질 세척 작업이 진행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1024년 이후 989년만의 탑 전면 해체다. 보수작업 완료시기는 당초 올해 6월 끝날 예정이었으나 내년 3월로 미뤄졌다.
석굴암에도 2011년부터 입구의 보호각 보수 공사가 진행중이다. 내부로 들어가 본존불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입구부터 가설 구조물과 시멘트 기단이 만들어져 입구부터 답답해 아쉬웠다.
박송희 해설사는 "석굴암은 일본 강점기때 강제로 해체된 뒤 지금까지도 슬프게 울고 있다"면서 "접착제 하나없이 돌로 돔을 만든 선조들의 과학을 보수라는 이름으로 현대인들이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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