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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봐도 봐도 볼거리 천지

경주의 멋
천마총 '1500년 달걀'
불국사 '황금돼지'
용암 꽃 '주상절리'…
경주 재발견도 진행형

"묘와 고분, 능, 총의 차이를 아시나요?"

수학여행으로만 기억했던 경주를 25년 만에 찾았다. 이틀간 머물면서 가는 곳마다 스스로의 무식함에 경주는 새삼스러웠다.

양동마을에서 만난 이지휴 해설사는 모를 줄 알았다는 듯 고분의 구별법을 설명했다. 묘는 평민의 무덤이고 능은 왕이나 왕비의 무덤이다. 주인을 모르면 고분이고, 발굴 혹은 도굴된 무덤은 총이라고 한다.

천마총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다. 자신만만하게 답했지만, 다음 질문에 또 무너졌다. "천마총이 어떻게 발굴된 지 아세요?"

원래 황남대총을 발굴하려다 대신 그 옆에 시험발굴한 고분이 천마총이라고 한다. 기대하지 않던 고분에서 금관과 천마도 등 유물 1만 점이 쏟아져 나왔다. 요새 말로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경주에는 1500년 된 달걀도 있다. 역시 천마총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불국사에서도 재발견은 이어졌다. 황금돼지가 있다. 2년 전 극락전 처마밑 현판 뒤에 그려진 황금돼지가 우연하게 확인돼 관광객들에게 새 볼거리를 주고 있다. 황금돼지 그림이 유명세를 타자 경주시는 불국사 경내에 금색 복돼지상까지 세웠다. 이종란 해설사는 "사람들이 하도 복돼지를 쓰다듬어서 등이 반질반질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또 허를 찔렀다.

"탑 이름 붙이는 공식 아세요?"

또 모른다고 답할 수밖에. '사찰 이름+탑층수+재료'란다. 석가탑의 원래 이름은 그래서 '불국사 삼층 석탑'이다.

시내에서 동쪽으로 달려 도착한 경주의 바다에는 용암이 만든 꽃이 있다. '주상절리'다.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다각형 기둥을 뜻한다.

"보통 수직으로 생기는데, 부채꼴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죠. 사방으로 펼쳐진 모습이 곱게 핀 한 송이 해국처럼 보인다고 해서 '동해의 꽃'이라고도 부릅니다."

경주시에서 동행해준 이다현 주무관은 "경주 보문단지에는 새 둥지처럼 생긴 거대한 건물도 생겼다"고 또 몰랐던 이야기를 꺼냈다. 찾아간 곳은 '경주 동궁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관광체험시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인 '동궁과 월지'를 재해석해 동궁식물원과 버드파크를 조성했다.

이중 버드파크가 새 둥지처럼 생겼다. 버드파크의 김승한 과장은 "박혁거세의 알신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국내 최대규모의 사계절 체험형 화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야외화장실도 알모양이다.

들어가면 입구에서 앵무새들이 와락 반긴다. 250종 900수의 새들을 내부에 풀어 놓아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어떨 땐 사람이 새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새들이 사람을 구경하는 것 같아요."

옆에 있는 동궁식물원에서는 미키마우스 트리, 미인수, 용혈수 등 진귀한 아열대 식물 400종 5500본을 관람할 수 있다.

경주동궁원은 지난해 9월 개장 이후 1년여 만에 누적관광객 60만 명을 넘겨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한 가운데에는 황룡사 9층 목탑이 '음각'된 대형 유리 타워도 세워졌다. 2007년 준공된 높이 82m의 '경주 타워'다. 건물 한 가운데가 목탑 모양으로 뻥 뚫려있다. 최상층 전망대에서는 보문단지와 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경주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사실도 몰랐다. 어둠이 내리면 첨성대, 반월성, 동궁과 월지는 은은한 야간 조명으로 새 옷을 입는다. 특히 동궁과 월지에서는 조명에 비친 건물이 호수에 비쳐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장관이 연출된다.

'경주야경투어'가 개발된 배경이다. 경주타워를 거쳐 가무극 찬기파랑가를 관람하고 안압지를 도는 문화관광콘텐트다.

또 보문관광단지의 보문호수의 8km 구간을 산책하는 '달빛 걷기' 행사도 인기 관광상품이다. 매달 음력 보름을 전후에 열리는데 올해 12차례 행사에 1만명이 참가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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