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칼럼] 인공지능 시대와 우리의 자세
그간 인공지능(AI)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 오고 있었다. 예컨대, 제조업에서는 AI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로봇이 자동차 조립부터 상자 포장까지 노동자가 수행했던 작업을 대신하고, 의료 부문에서는 AI가 복잡한 의료 이미지를 분석하고 질병 진행을 예측하고 심지어 수술을 보조하고 있으며, 금융업에서는 AI가 고속 거래, 사기 탐지, 고객응대 등에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대중에 공개된 chatGPT, DALL-E 등의 인공지능은 글쓰기, 추론에 근거한 대화, 그림 그리기 등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면서 그간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인문, 예술 부문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역량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경제활동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노동시장에서는 AI의 발달과 보급으로 인해 다수의 노동자가 빠르게 AI에 의해 대체될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그간 진행된 로봇 보급에 의한 생산 자동화, 키오스크 확산 등이 기술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중숙련(middle-skilled) 또는 저숙련(low-skilled) 노동자의 일자리를 대체해 왔다면, 기술발달 속도를 감안할 때 최근 공개된 AI가 머지않아 고숙련(high-skilled) 노동자의 일자리마저 대체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과거를 돌이켜보면, 18~19세기의 산업혁명 시기에 수작업을 수행하던 다수의 노동자가 화석연료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기계로 대체되거나 기계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실직 또는 임금하락의 고통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기계파괴 운동(Luddite)까지 출현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바가 있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흘러 기계화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계제조 및 관련 신산업이 출현했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 기계조작자, 조립라인 작업자, 안전 검사관 등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겼으며 인류는 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변혁의 단계인 AI 혁명의 문턱에 서 있으며,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발전의 단계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과거의 산업혁명 초기 단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일자리가 소멸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소멸된 일자리를 대체하여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AI 시대의 도래를 비관하고만 있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의 과정에서 이에 적응하기 위한 각자의 노력이 요구된다. 개인으로서 노동자의 경우에는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최신화하기 위한 재교육 및 평생학습에 매진하는 한편, 아직까지도 고유한 인간의 영역인 창의성, 비판적 사고, 공감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가정책을 담당하는 정책입안자들은 앞으로 AI 혁명의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업, 빈곤, 양극화 등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한편 AI를 통해 경제성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노심초사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변화와 혁신은 항상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수반하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지금처럼 우리에게 절실한 때도 없을 것이다. 김태경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차장한국은행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김태경 차장 인공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