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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사모대출, 사채의 진화

최근 금리상승에 따른 자산손실 등으로 은행들이 신용공급을 줄이면서 기존 대출의 차환이 어려워지자 저신용·저수익 기업들이 사모대출을 대안으로 찾고 있다.
 
그럼 은행을 대신하여 기업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사모대출은 무엇인가? 사모대출은 펀드가 연기금, 보험사 등의 기관투자가로부터 투자자금을 모집하여 이를 기업들에게 차입인수(leveraged buyout), 리파이낸싱 등의 용도로 직접 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사모대출의 90% 이상이 부채수준이 높은 B-이하 등급의 중견기업(middle market)에 취급된다. 사모대출이 선진 금융시장인 미국에서 은행을 대신한다고 하니 첨단 금융상품으로 보여지지만 본질적으로 한국의 사채와 비슷한 컨셉←트다.
 
금융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주요 차입 주체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모대출과 관련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첫째, 금리상승 등으로 사모대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사모대출은 변동금리로 취급되고, 금리 수준이 은행대출 및 회사채보다 높아 금리상승시 차입 기업의 이자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과거에는 사모대출 기업의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이 3~4배 수준이었으나, 금리상승이 본격화된 2022년 이후 동 비율이 하락세를 지속하여 최근에는 2배 수준까지 낮아졌다. 그 만큼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를 지불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대출총액 대비 향후 2년 내 만기도래 금액 비중이 30% 수준으로 내년부터 원금상환이 늘어날 계획임에 따라 사모대출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늘어날 전망이다.
 


둘째, 부실 위험 증대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을 기대한 투자자금이 사모대출펀드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 사모대출의 잠재부실 규모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모대출의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하락건수/상승건수)은 금년 2분기 2.2배에서 3분기 4.8배로 가파르게 높아졌으며, S&P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마일드한 경제충격(수익 10% 하락, 기준금리 0.5%p 상승)에도 사모대출 기업의 46%만이 양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투자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대출처를 찾지 못한 미집행 약정액(드라이파우더)이 증가(전년말 대비 9%)함에 따라 관련 펀드간 대출경쟁이 심화되어 부실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보다 완화된 조건으로 자금이 대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사모대출은 소프트웨어 및 헬스케어와 같이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가 커 해당 부문의 부실 확대시 투자자금의 회수가 제한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M&A가 성행하던 시기에는 사모대출의 60% 이상이 차입인수 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중 상당 부분이 소프트웨어 및 헬스케어 부문으로 유입되었다.   그러나 사모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소프트웨어와 헬스케어 부문의 상당수 기업들이 영업수익을 통한 이자지급도 어려운 상태이며, 해당 섹터는 여타 부문에 비해 금년 상반기중 신용등급의 하락조정이 많았다. 산업 특성상 소프트웨어 및 헬스케어는 매각 가능한 자산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부실 확대시 사모대출 자금의 회수율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모대출은 기관투자가로부터 장기로 자금을 조달하여 장기로 빌려준다는 점에서 만기불일치 위험이 낮고, 유연한 계약을 통해 위기시 차주와 대주간의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사모대출은 근본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차주를 대상으로 취급되며, 기대와 달리 대규모 부실 발생시 차주에 대한 안정적인 자금지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거 경험과 같이 금융위기는 인간의 오만과 무지로부터 발생하였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엄태균 / 뉴욕사무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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