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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집값과 달리 렌트 오르는 이유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사실 9월 들어서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떨어지기는커녕 전월보다 0.1%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그 희망은 산산히 부서진 것 같다.
 
논란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이하 CPI지수)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주거비 증가가 눈에 띈다. 가솔린가격이 전월보다 10.6%나 떨어졌지만 CPI지수에서 32%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거비가 0.7% 오르면서 CPI 상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 주거비는 렌트 상승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노동부는 CPI지수 산정시 주거비로 집값은 반영하지 않고 렌트만 반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렌트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를 체감하고 있는 입장이다. 금년 8월 뉴욕사무소로 발령받은 이후 거주할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2년전보다 30% 넘게 급등한 렌트에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비싼 렌트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인터넷에서 매물 리스트를 보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딱 하루 고민한 후 중개인에게 연락해보면 누군가가 계약을 해버렸단다. 
 
최근 30년 기준 모기지 금리가 7% 수준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걸 보면 모기지 대출을 이용해 집을 사는 건 정말 어려워졌다. 결국 주택구입 수요는 줄 것이고 집값은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과 같은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는 집값이 떨어지는 속도보다도 모기지로 집을 사는 비용이 더 빠르게 올라간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집구매 비용보다 렌트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다보니 집값이 더 떨어질 때까지 구매를 늦추고 렌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결국 금리인상이 렌트수요를 늘려 렌트와 CPI 주거비를 오히려 상승시키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렌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선 매매시장을 보면 최근 미국 집값이 조정을 받고 있는걸 알 수 있다. 기존 주택가격(중간값)은 7월과 8월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집값이 계속 하락하면 집구매로 수요가 다시 이동하기 때문에 렌트도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시점과 조정 폭이 문제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금년 중에 렌트가 정점을 찍고 조정되리라 예상한다. 렌트 하락폭은 대체관계에 있는 집값이 얼마나 떨어지느냐에 달렸는데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급격한 모기지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매물로 나오는 주택이 많지 않아 하락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30년만기 모기지 대출을 고정 금리로 많이 받기 때문에 저금리시기에 대출을 받은 집주인들이 굳이 떨어진 가격에 집을 팔기보다 매물을 거둬들이고 장기보유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높아진 렌트는 CPI지수에 반영되면서 미연준의 금리인상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나 최근 2년간 급증한 렌트는 CPI지수에 1~1.5년정도 지연되어 반영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CPI지수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존 렌트의 경우 계약기간(통상 1~2년)동안 렌트가 유지되다가 새로 계약될 때가 되서야 현재 렌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해만해도 미 연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은 가솔린 가격, 경제 재개에 따른 공급 장애 등에 기인하며 이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주거비는 임금과 더불어 대표적인 sticky price다. 한번 올라가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가격이라는 말이다. 과연 이러한 sticky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금리를 얼마나 더 올려야 하는 것인가? 미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노진영 / 뉴욕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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