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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꺼져가는 인플레이션 불씨에 기름붓는 국제유가 오름세

요 주유할 때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매번 갈 때마다 기름이 계속 오르는 게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동네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 간판에 갤런당 3달러80센트 수준까지 나타나고 있고 미 서부지역은 이미 5달러를 넘은 곳이 많다고 한다. 국제유가(WTI기준)로 본다면 금년 6월에만 배럴당 67달러 수준이 어느새 90달러를 상회하더니 조만간 1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최근 유가의 강세는 사우디가 7월부터 단독으로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시행한 데다 러시아도 8월부터 자발적 수출 감축을 공언함에 따라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촉발되면서 시작됐다. 9월 들어서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과 수출 감축 시한을 금년말로 연장하고 중국 또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국제유가 상승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현재 주요 전망기관들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으로 인해 연말까지 공급부족이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유가의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고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미 국가 신용등급 강등 이슈 등과 맞물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4.5%를 상회하는 등 2007년 이후 16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5%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JP 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세계가 7% 금리에 준비되어 있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으로 불안심리를 증폭시키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유가가 오를까? 국제유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지는 앞으로의 수급여건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을 이어가더라도 Non-OPEC 국가들은 원유생산 확대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Non-OPEC 국가의 원유생산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68%를 차지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빼더라도 58%에 달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호전되면서 이들 Non-OPEC 국가들은 생산량을 늘릴 유인이 강해진다.  
 
또한 OPEC 회원국 중에서도 최근 수년간 생산 확대를 시도해온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의 국가들은 증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만약 여타 산유국들이 적극적으로 증산하면 사우디와 러시아가 시장 점유율 상실을 우려하여 감산을 완화할 소지도 있다.  
 
더불어 최대 원유 수요국 중 하나인 중국 경제가 여전히 부동산시장 부진 등으로 경기회복이 더딘 모습이고, 미국도 높은 금리로 인해 성장세 지속에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원유수요가 과거처럼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어찌되었든 유가상승은 최근 안정되어가고 있는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고 연준의 통화긴축기조 종료 기대를 약화시키는 악재이다. 다행스럽게도 금년 초까지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근원물가상승률이 하반기 들어서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필자도 미국에 온 이후 렌트에 민감하기 때문에 늘 시장 상황을 지켜보지만 렌트가 지난해에 비해 두드러지게 하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간 근원물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주거비 물가가 확연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유가만 안정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유가의 변동성이 워낙 높은 만큼 지금의 상승세가 잠잠해지고 세계경제에 가장 큰 근심거리인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기를 기원해본다.

노진영 / 뉴욕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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