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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신뢰와 깨어진 꽃병

신뢰는 흔히 사회적 자본이라고 일컬어진다. 옥스퍼드 사전 등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네트워크로서, 그 사회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규범, 제도 등을 의미한다”고 정의된다.  
 
이에 비춰보면 신뢰는 비록 사람들에게 강제로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제력이 있는 법규만큼이나 사회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가계, 기업 및 정부가 어우러진 경제활동은 사회현상의 하나이므로 신뢰는 경제활동을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신뢰가 경제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근자에 미국과 영국에서 발생한 거시경제 관련 주요 이벤트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미국의 경우 연준은 금년 상반기부터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해 왔다. 이로 인해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책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요구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불구하고 파웰 의장 등 연준의 주요 인사들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안정되는 모습이 확인될 때까지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견해를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연준은 정책집행 초기에 제시한 물가안정에 대한 공약을 지킴으로써, 가계와 기업의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만들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민간이 미국 경제가 장기에서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른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물가목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와 같이 궁극적인 물가안정 달성에 대한 민간의 신뢰가 확고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실업 등 경제적 비용을 덜 치르고도 경기 및 물가 안정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지는 장점이 있다.  
 
한편, 영국의 경우에도 영란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물가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트러스 정부가 지난 9월에 430억파운드(약 69조원) 규모의 감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밝히면서 영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감세 정책은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유동성을 줄이려는 금리인상 정책과 서로 상충하는 바가 있다.  
 
그런데, 정책당국이 이처럼 상충된 정책을 병행 추진함에 따라 민간은 정책당국의 물가안정 의지가 ‘공약이 아닌 공약’으로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연결되면서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후 민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감세 정책을 제안한 트러스 총리가 퇴진하고 영국 정부는 동 정책을 철회하였으나, 이후에도 영국 연기금 펀드의 부실 우려 등과 같은 여진이 이어지며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민간의 신뢰 여부로 대서양의 양편에 위치한 두 경제 대국의 희비가 엇갈린 모습인데, “꽃병이 깨지면 다시 붙일 수는 있으나 예전과 똑같은 꽃병이 되지 않는 것처럼 신뢰도 그러하다.”라는 경구는 정책입안자들이 한 번쯤 음미해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김태경 / 뉴욕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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