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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킹달러의 귀환

세계경제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1980년대 이후 약 40년 만에 찾아온 고물가에 미국은 강력한 긴축정책에 돌입했고 이는 달러의 초강세, 이른바 ‘킹달러’ 현상을 부추기며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지만, 다른 나라들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긴축정책으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불똥을 맞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언제나 달러가 모든 자산의 피난처(safe heaven)가 된다.  
 
미국이 금리를 높일수록 전 세계의 자금은 점점 더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시장에서의 달러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경제 역시 예외일 수는 없어서,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원화 가치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율 변동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일까?
 
단기적으로 환율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방향성(상승 또는 하락)에 대한 기대나 각종 뉴스, 은행의 외환포지션 변화, 주변국의 환율 변동 등에 따라서 움직인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면 환율이 오르기 전에 미리 달러를 매수해 향후 차익을 누리고자 한다. 이러한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릴 경우 일시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게 된다. 또한 각종 뉴스는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쳐 원달러 환율을 변동시키기도 한다.  
 
이 밖에 은행의 외환포지션 변동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데, 외환포지션(외화자산 - 외화부채)이 매도초과(외화부채 > 외화자산) 혹은 매입초과(외화부채 < 외화자산)의 한 방향으로 크게 노출될 경우 포지션 조정을 위한 거래가 일어나고 그 결과로 환율이 변동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대외거래, 거시경제정책, 생산성 변화 등이 있다. 환율은 상품의 수출입, 서비스거래, 자본거래 등 대외거래의 결과에 따라 변동한다. 대외거래의 결과 국제수지가 흑자를 보이면 외환의 공급이 늘어나 원화가치가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하는 반면 국제수지가 적자를 보여 외환의 수요가 늘어나면 원화가치는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한다.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정책도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면 통화공급이 감소하여 외국의 통화량에 변화가 없다면 원화의 상대적인 공급이 줄어들어 환율이 하락한다. 이 외에도 한나라의 생산성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향상될 경우 해당 통화의 가치는 올라간다. 한 국가의 생산성이 개선되면 더 싼 값에 재화를 공급할 수 있게 되므로 국내 물가가 하락하거나 자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대해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을 좇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수많은 나라의 국민들은 높아진 이자부담으로 허리가 휜다. 이젠 고물가가 문제인지 ‘킹달러’가 문제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고물가는 허리띠를 졸라매면 된다지만, 통화가치 급락은 자칫 한 나라의 경제를 파탄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달러가치 급등으로 아우성이지만 정작 미국은 고환율로 인한 다른 나라의 고민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냉혹한 글로벌 경제논리에서 미국에게 킹달러에 대한 책임을 기대한다는 것은 순진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은 투자손익과도 직결되는 환율 변동요인을 스스로 점검해보고 환율위험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자천 / 뉴욕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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