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진짜 야생을 만나다, 옐로스톤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1872년,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옐로스톤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대자연의 위대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와이오밍 주, 몬태나 주, 아이다호 주에 걸쳐 있다. 자그마치 90만㏊(헥타르), 서울의 10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 광대한 국립공원에서 그리즐리불곰, 흑곰, 회색늑대, 바이슨(아메리칸들소), 엘크 등 온갖 희귀 동물과 다양한 식물들이 생생한 자연의 생태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현재도 활동 중인 화산대에 위치하고 있어 온천과 간헐천이 즐비하며, 특히 전 세계 간헐천의 60~70%에 해당하는 500여 개의 간헐천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   옐로스톤은 미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136평방마일의 산정호수와 알래스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야생동물, 나이아가라 폭포의 2배가 넘는 폭포, 1만여 개가 넘는 온천, 그리고 1만피트가 넘는 산봉우리도 45개나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전 세계 여행자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버킷리스트 여행지로 통한다. 평생소원을 이루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한 해에만 400만명에 달한다.   옐로스톤을 대표하는 간헐천은 올드 페이스풀이다. 19세기 탐사대가 물이 솟는 주기가 일정하다며 '오래된 믿음'이란 이름을 붙였다. 뿜을 듯 안 뿜을 듯, 여행자들의 속을 애태우는 올드 페이스풀은 보통 90분가량마다 8000갤런 이상의 온천수를 160피트 높이로 약 3분간 뿜어내는 환상적인 분출쇼를 펼쳐 보인다.   '물 구경'과 함께 여행자들이 열광하는 건 '동물 구경'이다. 멸종위기종인 그리즐리부터 1930년대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돌아온 늑대, 바이슨 등 TV에서나 봤던 야생동물들을 예사롭게 마주치니 마치 세렝게티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외에도 옐로스톤를 소개하는 사진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그랜드 프리즈매틱, 예측하기 어려운 증기 분출을 보여주는 스팀보트와 영롱한 옥색 물빛이 매력적인 에메랄드, 2단 폭포가 절경인 캐년 컨트리의 아티스트 포인트, 진흙 웅덩이들이 모여 부글부글 끓는 머드 볼케이노 등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옐로스톤은 남쪽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레이크, 캐니언, 루스벨트, 매머드, 가이저 컨트리가 8자 형태의 도로로 연결돼 있다. 5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가 옐로스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시기이고 이왕 옐로스톤까지 갔다면 그랜티톤 국립공원을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다.     옐로스톤에서 191번 하이웨이를 타고 직진하면 만년설 얹은 산봉우리, 바닥이 보일 만큼 투명한 호수, 야생화 만발한 초원의 그랜티톤 국립공원이다. 엽서와 달력에 자주 등장하던 바로 그 비경이며, 200마일에 이르는 등산로까지 품고 있어 '미국의 알프스'로 평가받는다. 대부호 록펠러 가의 별장이 있던 곳으로 이 지역 52평방마일 상당의 땅을 기증하면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옐로스톤 야생 옐로스톤 국립공원 야생동물 나이아가라 호수 야생화

2024-04-25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여유와 행복 넘치는 '휘바 라이프' 핀란드

전 국민이 다 아는 핀란드 말이 하나 있다. 모 껌 CF에서 '좋다'라는 뜻으로 사용한 '휘바(Hyva)'가 그 주인공이다.   휘바의 나라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야라인(Silja Line)을 이용하는 것이다. 실야라인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국경을 넘나드는 크루즈다. 크루즈란 것이 자칫하면 탑승해서 밥 먹고 잠만 자다 도착하는 것이 다일 테지만 실야라인은 바이킹 후예의 면모를 과시하는 조선술 덕분인지 확실히 좀 다르다.   5만톤이 넘는 이 여객선은 12층 규모로 별을 여럿 단 럭셔리 크루즈에 버금가는 웅장함을 연출한다. 특히 여름에는 백야와 함께 아름다운 피오르 해안을 따라 항해해 더욱 멋진 풍광을 펼쳐 보이며,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식사도 수준급이다. 실제로 북유럽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고객들이 실야라인에서의 밤을 가장 특별한 날 중 하루로 기억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면세점, 나이트클럽은 기본에 그 유명한 핀란드 사우나까지 있다. 갑판 위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발틱해의 근사한 풍경을 배경 삼아 핀란드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실야라인은 여행자들을 핀란드에 내려놓는다.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북극에서 가장 가까운 핀란드는 산타클로스의 본고장이자 북유럽 디자인을 대표하는 마리메꼬와 이딸라의 고향이기도 하다.   핀란드는 한반도의 1.5배쯤 되는 면적에 인구가 550만 명에 불과해 어딜 가나 쾌적하고 여유롭다. 수도인 헬싱키(Helsinki)의 랜드마크는 녹색 지붕을 얹은 헬싱키 대성당과 흡사 방공호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템필리아우키오(암석 교회)다. 1969년 티모와 투오모 수오말라이넨 쌍둥이 형제는 거대한 암석의 속을 파낸 뒤 그 위에 동철판 지붕을 덮고 그 지붕을 지탱하는 180개의 창문을 달아 자연광이 스며드는 독특한 교회를 완성했다. 땅에서 솟아난 것 같기도 하고 일부러 숨겨둔 것 같기도 한 암석교회를 통해 과도한 장식을 배제한 단순함과 태초의 자연을 활용하는 핀란드 특유의 디자인 감성을 읽을 수 있다. 자연과 신앙이 공존하는 세계 최고의 걸작으로도 평가받는 암석교회는 또한 음향 전문가와 지휘자가 처음부터 건축 설계에 참여해 뛰어난 음향 시설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핀란드가 자랑하는 음악가인 시벨리우스를 기념하여 만든 조각공원에서는 24톤의 강철 600개로 만든 은빛 파이프 오르간 조형물도 만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2024 세계행복보고서(WHR)'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핀란드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지난해보다 다섯 계단 오른 57위를 기록했고 우리가 살아가는 미국은 8순위 하락한 23위를 차지했다.   핀란드인들은 서로를 믿고 정부를 신뢰하며 큰 걱정 없이 건강과 교육, 가족을 챙길 수 있어 행복하다. 맑은 공기와 황홀한 오로라보다 더 부러운 것은 이 행복지수다. 자연의 영향력 아래 여유롭게, 소박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처럼 우리도 외쳐보자. 휘바 휘바!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라이프 핀란드 라이프 핀란드 핀란드 사우나 핀란드 특유

2024-04-1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빙하가 그려낸 한 폭의 명작, 노르웨이

피오르는 수만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거대한 빙하가 산을 천천히 긁고 내려와 만든 U자형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찬 지형이다. 스칸디나비아 산맥의 등줄기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노르웨이는 피오르의 나라다. 피오르야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페루, 뉴질랜드 남섬 등지에서도 볼 수 있지만 유독 노르웨이가 주목받는 것은 길게 뻗은 이 나라에 피오르가 약 1200개나 되고 피오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매력적인 풍광 덕분이다.   노르웨이의 3대 피오르는 게이랑에르, 송네, 하당에르다. 노르웨이인에게 혹은 노르웨이를 사랑하는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피오르를 꼽으라 하면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을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승부다. 노르웨이 여행책의 표지를 장식하는 것은 게이랑에르(Geirangerfjord)다. '피오르의 제왕'이라 불리는 게이랑에르는 풍광으로는 으뜸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요정의 사다리'라 불리는 꼬불꼬불한 트롤프겐 도로를 따라가다 피오르 중간 즈음에서 만나는 7자매 폭포가 게이랑에르의 최고 명소. 독일 황제는 게이랑에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려 7번이나 방문했다고 한다. 맞은편에는 이들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총각이 매일 술만 마시다 폭포가 됐다는 구혼자의 폭포가 있다.   노르웨이 서해안에 자리한 송네 피오르(Sognefjord)는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깊숙이 파고들어 보다 아찔한 풍광을 연출한다. 길이 127마일, 가장 깊은 곳의 수심 4290피트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 깊은 피오르이기도 하다. 페리를 타고 돌아보는 여정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진초록의 숲 사이, 마치 갈고리로 긁어내린 듯 촘촘한 고랑으로 이어진 협곡과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그 사이를 바다표범이 유유히 헤엄치고, 파란 하늘에는 먹잇감을 찾는 독수리의 비행이 이어진다. 피오르 주변에 수직으로 솟은 설산에서 녹은 물은 수십수백 가닥의 폭포가 되어 바다로 쏟아진다. 평생 볼 폭포를 노르웨이에서 다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발치에서 볼 때는 뱀처럼 가늘게 보이던 폭포도 가까이 다가가면 완전히 다르다. 굉음과 함께 쏟아지는 폭포 주변으로 자욱한 물보라가 하얗게 피어오른다.   하당에르 피오르(Hardangerfjord)는 아름다운 절벽으로 이름난 트롤퉁가가 하당에르가 있는 오따 지역에 위치해 있다.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피오르이자, 과일나무와 정원이 많아서 '노르웨이의 과수원'이라고도 불린다. 봄부터는 피오르 전역에 과일꽃들이 만발해 부드럽고 목가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뵈링엔 폭포와 폴게포나스 빙하의 웅장한 모습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여행을 선사한다.   다시 피오르의 계절이 찾아온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의 피오르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노르웨이 빙하 명작 노르웨이 노르웨이 여행책 노르웨이 서해안

2024-04-11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타지마할, 영원한 사랑의 징표…인도

인구 14억의 거대한 나라 인도 하면 흔히들 요가, 명상, 힌두교, 카스트제도를 떠올리지만 이것들이 인도의 전부는 아니다. 아그라에는 수백 년간 아름다움을 간직해온 타지마할이 있다. 무굴 제국의 5대 황제 샤 자한은 너무나도 사랑했던 왕비 뭄타즈 마할이 14번째 아이를 출산하다 사망하자 이를 추모해 궁전 형식의 무덤인 타지마할을 건축했다.   타지마할은 단순히 죽은 아내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만든 무덤이라기엔 지상 최고의 완벽미를 갖추고 있다. '이슬람 예술의 보석' '시공간을 초월한 완벽한 아름다움'이라 찬사 받는 타지마할은 무굴 제국은 물론 외국의 내로라하는 건축가와 전문 기술자들을 불러오고 무려 2만 명의 노동력을 동원해 22년간 대공사를 한 결과물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국고를 손실하고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어두운 면은 평생 따라다닐 꼬리표지만 타지마할이 전 세계 사람들이 손꼽는 꼭 한 번쯤 보고 싶은 랜드마크임엔 틀림없다.   심지어 샤 자한은 후세에 더 이상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 중요 건축공과 기능공의 손목을 절단하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이후 그 자신도 국고를 탕진했다는 이유로 둘째아들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아그라 성의 감옥에 유배됐다. 그 감옥은 타지마할과 지척에 위치해 있는데 샤 자한은 8년간 아내의 묘만 바라보며 살다가 숨을 거뒀다고 한다.   그 시대에도 역사적, 정치적, 예술적으로 한 획을 그은 타지마할은 후세에도 그 명성을 이어갔다. 1983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2007년에는 세계의 경이적인 문화유산 7곳(피라미드, 만리장성, 콜로세움, 파르테논 신전, 에펠탑, 타지마할) 중 하나로 선정됐다.   타지마할은 양파 돔과 4개의 첨탑, 아치형 벽감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있으며 흰 대리석 벽엔 마노, 홍옥, 백옥, 터키석 같은 아름다운 보석들이 장식돼 있다. 타지마할은 어느 방향에서 나누어도 정확한 대칭을 이룬다. 네 개의 첨탑과 거대한 정사각 정원이 수로를 따라 또 네 개로 분리되고 수로 중심에는 물이 솟아나는 인공 연못이 조성돼 있다. 또한 타지마할은 일출과 일몰, 달이 뜨는 보름 등 시간에 따라 빛깔과 자태가 변한다. 이는 주요 자재로 사용된 대리석이 빛을 투과시키거나 굴절시키는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포인트는 1992년 영국 다이애나 왕비가 앉았던 '다이애나 의자'다. 정확한 대칭을 이루는 타지마할의 정원과 분수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기 가장 좋은 장소다. 타지마할에는 두 개의 관이 있는데, 가운데 뭄타즈 마할의 관이 있고 다른 쪽에는 샤 자한의 관이 더 크게 안치되어 있다. 360도 돌면서 무덤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타지마할의 외관보다도 그 속에 숨겨진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에 더 관심을 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죽은 아내를 향한 샤 자한의 눈물겨운 세레나데야말로 타지마할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타지마할 영원 사랑 이야기 나라 인도 다이애나 왕비

2024-03-2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 인도 바라나시

최근 만화가 겸 방송인인 기안84가 유튜버 빠니보틀, 덱스와 함께한 인도 여행기가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MBC에서 방영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프로그램에는 기안84가 인도 바라나시(Varanasi)를 여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갠지스강에 입수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갠지스강 물을 마시기도 했으며, 터번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생소한 여행지인 인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소탈하고도 진솔한 여행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인도 여행을 고려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일찍이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바라나시를 두고 '역사보다, 전통보다, 전설보다 오래된 도시'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필자 역시 인도를 가보지 않고는 세계일주를 했다고, 갠지스 강변의 바라나시를 가보지 않고는 인도를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바라나시는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 에 있는 도시다. 과거 '빛의 도시'라는 뜻의 카시(Kashi)라고 불렸다. 갠지스강 중류에 자리하며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도시로 여겨진다. 바라나시에서는 소들이 가게를 기웃거리고 거리를 활보하고 소똥이 널브러져 있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모습이 마치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듯한데, 힌두신을 태우고 다니는 소를 신성시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갠지스강을 처음 봤다면 예상보다도 탁한 강물과 여기저기 떠다니는 오물을 보고 실망할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인도 사람들, 특히 힌두교도들에게 있어 갠지스강은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 성스러운 영혼의 젖줄이다.   바나라시의 강물 한 방울이면 모든 물이 갠지스강이 된다는 믿음이 있기에 이 강물에 몸을 담그려는 열망으로 이른 새벽부터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다양한 계층의 순례객들이 넘쳐난다. 강변을 따라 수십 개의 '가트(터)'가 줄지어 있는데 여기서 가트란, 강변과 맞닿아 있는 계단을 뜻한다. 고유한 이름을 가진 각각의 가트는 개인, 단체, 혹은 왕가의 사유물이다. 가트 아래에서 힌두교도들은 강물을 머리 위에 끼얹는다. 누군가에게는 더러운 물이지만 힌두교도에게는 죄를 씻을 수 있는 성수이다.   또한 인도인들은 이곳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기도 한다. 이곳에서 화장한 골분을 갠지스강에 흘려보내면 억겁의 윤회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즉, 생과 사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화장터에는 통곡하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성지의 화장터에서 죽는 것을 큰 영광이라 여긴다. 저녁 무렵이면 힌두교 시바신을 향한 제사가 펼쳐지는데 종소리로, 디아 꽃잎으로, 연기로, 불로 행하는 영혼 정화를 위한 의식은 신비한 기운마저 감돈다.     그렇다고 가트에서 종교적인 행위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빨래를 하는 아낙네부터 수염을 늘어뜨리고 경전을 읽는 수행자, 이방인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도 만날 수 있다. 바라나시는 소우주와 같이 다양한 문화, 종교, 철학이 교차하는 성스러운 명소이자 그 안에서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힐링 여행지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바라나시 죽음 인도 바라나시 도시 인도 인도 여행

2024-03-21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요정들의 신비로운 산책로…플리트비체(크로아티아)

최근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적 관광지인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호수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과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제주와 플리트비체는 경관적.지질학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곳으로, 이번 자매결연 체결로 양 지역 간 세계유산지구의 효율적 관리 운영을 위한 활발한 국제교류가 이뤄질 전망이다.   플리트비체는 16~17세기에 이르러 터키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 문제로 인해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접근이 너무 어려워 '악마의 정원'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이후 1951년 지형 침식의 훼손을 최소화하고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플리트비체는 자연 스스로 오랜 세월 빚어낸 '마스터피스'다. 3만 ha 규모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깊게 팬 골짝을 따라 호수 16곳이 층층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호수와 호수 사이를 연결하는 크고 작은 폭포도 무려 92개나 된다. 울창한 숲 사이로 저마다 신비로운 색깔을 뽐내며 영롱하게 빛나는 호수들과 천사의 머릿결처럼 흘러내리는 폭포들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요정들이 사는 판타지 속 세상을 연상시킨다. 금방이라도 툭 하고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에 괜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고나 할까.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이곳을 보고 아바타의 숲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바닥까지 투명한 호수에는 1급수에만 산다는 송어 떼와 열심히 발길질하는 청둥오리 무리가 시선을 사로잡고 눈을 들면 싱그러운 풀과 나무들이 360도 파노라마로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그 비경만큼이나 생물의 다양성 또한 오롯이 보존돼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불곰, 늑대, 오소리, 여우 등 50여 포유동물과 120가지 이상의 조류, 300여 종의 나비, 20여 종의 박쥐, 1200여 종의 희귀식물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산다고 한다.   플리트비체의 트래킹 코스는 2~3시간이 소요되는 A코스에서부터 6~8시간이 소요되는 K코스까지 총 11개 경로로 되어 있다. 폭포에 이르는 트래킹 코스의 출발점이 정반대 지점에 각각 한 곳씩 있지만, 대개는 코츠약 호수 선착장에서 전기 모터로 가는 환경친화적인 유람선을 이용해 20분 남짓 산속으로 들어가 본격 트래킹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고요하며 깨끗한 플리트비체는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혹여 걷는 것을 싫어한다 하더라도 플리트비체의 신비로운 산책로에 들어서는 순간 저절로 발길을 내딛게 될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크로아티아 산책로 트래킹 코스 호수 선착장 호수 사이

2024-03-14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아드리아해를 수놓은 붉은 지붕, 두브로브닉(크로아티아)

'도시평온지수'라는 게 있다. 영국의 머니슈퍼마켓이 대기오염, 빛 공해, 소음 공해, 교통 혼잡도, 평균 일조시간, 주민 행복도 및 주민 친절도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한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평온한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Dubrovnik)이 있다. 두브로브닉은 V자 형으로 생긴 크로아티아 땅덩어리의 맨 아랫부분에 자리한 도시다. 애칭은 '아드리아해의 진주'이고 1979년 구시가지 전체와 성벽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크로아티아 최대 관광지다.   두브로브닉 구시가지는 해안절벽을 따라 높이 82피트, 총 길이 약 6300피트의 두꺼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길목에 위치한 두브로브닉은 베네치아, 오스만투르크, 프랑스, 오스트리아와 같은 주변 국가들의 끊임없는 침략과 전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아름다운 도시를 성벽으로 두르고 거대한 요새를 만들어야 했다. 1991년에는 크로아티아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유고연방군이 폭격을 퍼부어 건물 지붕의 70%가 파괴됐다. 이때 프랑스 학술원 회장 장 도르메송 등 유럽 지성인들이 폭격을 중지시키기 위해 '인간사슬'을 시도하기도 했다. 내전이 끝난 후 시민들의 열성적인 복구로 두브로브닉은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브로브닉 관광의 명장면을 하나만 뽑으라면 단연코 성벽투어다. 푸르른 아드리아해와 해안 절벽을 따라 웅장하게 솟은 성벽,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운 빨간 타일 지붕이 일렁이는 모습은 두브로브닉을 크로아티아 대표 여행지로 만들어줬다. 시간을 품은 중세 유적에 마음을 빼앗기다가도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아드리아해의 깊은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총 5개의 요새와 16개의 탑으로 구성된 성벽 안은 자동차 통행이 금지되어 있고 14세기에 지어진 두 수도원 중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은 서쪽 입구를, 도미니쿠스 수도원는 동쪽 통로를 맡고 있다. 성내 동서를 잇는 도로는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13세기 운하를 메우기 전까지만 해도 배들이 지나가던 해협이었다. 이후 돌로 메워 길을 만들었는데 당시 자재를 조달 받기 위해 통행세로 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자왕 리처드가 지었다는 두브로브닉 대성당을 비롯해 군돌리치 광장, 수호성인인 성 블라호에게 봉헌된 성 블라호 성당, 오노프리오 분수, 열주 기둥과 인물상들이 인상적인 렉터 궁전 그리고 프란체스코 수도원과 시 상징 종탑 등이 대표적인 명소들이다.     성벽 밖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 전망대에 올라 두브로브닉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보통 성벽투어와 구시가지를 다 둘러본 후 들르는 코스인데 이곳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의 풍경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크로아티아에 품는 환상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냉소적인 독설가로 유명했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마저 두브로브닉에 대해서는 이렇게 극찬했다. '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닉으로 가라'고.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아드리아해 두브로브닉 두브로브닉 구시가지 두브로브닉 관광 크로아티아 대표

2024-03-07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플라멩코와 투우의 본고장, 세비야

흔히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로 통하는 스페인. 그러나 뜨거운 심장을 가진 스페인의 도시는 세비야라 말하고 싶다. 1년에 3000시간이나 내리쬐는 세비야의 정열적인 태양 아래서 영혼과 정열의 춤인 플라멩코가 태어났고 투우도 이 지방에서 시작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비야는 굵직한 역사와 예술 작품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이탈리아에 카사노바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돈 후앙이 있는데 세비야는 돈 후앙의 출생지로 유명하다. 콜럼버스도 세비야의 황금시대를 열어젖힌 상징적인 존재다. 콜럼버스 이후 신대륙 대부분이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고 은을 비롯한 여러 자원이 유입되면서 16세기 스페인은 유럽 최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당시 신대륙의 물자가 세비야를 통해 쏟아져 들어왔으니 세비야는 스페인을 넘어 유럽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였다.   '카르멘'은 19세기 세비야를 배경으로 경비병 돈 호세와 집시 여인 카르멘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카르멘이 일하던 담배 공장은 이제 대학교가 되었는데 댄 브라운이 그곳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던 중 '다빈치 코드'를 구상했다고 한다.   세비야의 명물은 스페인의 랜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스페인 광장과 세비야 대성당을 꼽을 수 있다. 유럽을 여행할 때 흔히 마주치는 것이 성당이지만 세비야 대성당은 남다르다. 기존의 모스크를 개축한 성당은 세비야의 엄청난 부를 만천하에 과시할 웅장하고 아름답고 화려한 고딕식 대성당으로 증축되어 1528년에 완공되었다. 대성당은 규모로 보면 당시 세계 최대였고 오늘날에는 세계 세 번째이다. 이곳에 콜럼버스의 관이 안치되어 있다. '죽어서도 절대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콜럼버스의 유언에 따라 네 명의 왕이 공중에 관을 메고 있다.   어느 CF에서 배우 김태희가 붉은 드레스를 입고 플라멩코를 추던 곳은 스페인 광장이다. 이 광장은 스페인의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가 총책임자로 1913년 시작해 1916년에 완공되었다. 반원형 모양으로 길게 늘어선 건물과 회랑은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건물의 1층 벽면은 한 칸 한 칸 구획되어 있는데 각각의 공간은 다양한 색깔의 아줄레주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구획된 공간마다 벽에는 스페인의 도시 이름과 그 도시에 얽힌 역사적 사건이, 바닥에는 각 도시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세비야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단연 플라멩코다. 세비야에는 크고 작은 플라멩코 공연장이 즐비하다. 무용수 바일레와 노래하는 가수 칸테, 기타리스트 토케가 짝을 이뤄 무대에 오르는데 정말이지 플라멩코만큼 숨 가쁘게 열정적인 춤사위는 평생 본 적이 없다. 노래에도, 기타 선율에도, 춤에도 삶의 애환이 애잔히 녹아 있다.   세비야가, 세비야의 플라멩코가, 가장 스페인다운 진짜 스페인을 보여준다. 여행자들의 마음 한구석을 '툭' 하고 건드리면서.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플라멩코 본고장 세비야 대성당 본고장 세비야 플라멩코 공연장

2024-02-22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축구와 예술이 공존하는 '유럽의 오아시스' 마드리드

스페인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행지가 즐비하다. 그 유명한 바르셀로나부터 세비야 대성당과 절벽 위 다리로 유명한 론다, 알람브라 궁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산을 품고 있다. 실제로도 스페인은 이탈리아, 중국 다음으로 유네스코 유산이 많다.   그러나 자칫 지나치기 쉬운 마드리드야말로 자연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오아시스 같은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명품 여행지다. 축구부터 압도적인 미술, 수준 높은 음식 등 마드리드는 알면 알수록 깊이 빠져들게 하는 대단한 매력이 있다.   스페인을 안 가봤어도 모두가 아는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정상급 축구팀을 넘어 도시를 상징하는 브랜드 그 자체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경기장을 구경하기 위한 여행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아마도 프라도 미술관일 것이다. 유럽 3대 전시관으로 중세 시대부터 18세기까지의 작품 6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등 거장의 작품들을 찬찬히 음미하려면 하루도 부족할 것이다. 파리의 루브르에서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모나리자'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화폭 속 인물들의 강렬한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술관 옆 프라도 거리와 레티로 공원은 마드리드 최초의 세계유산이다. 마드리드에서는 이를 '빛의 풍경'이라고 한다. 또는 '녹색의 길'이나 '왕후의 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여의도의 4배가 넘는 이 거리와 공원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했고 과학, 예술, 문학이 융성했다.   그 결과 프라도 거리 주변에는 3대 미술관인 프라도, 티센 보르네미사, 레이나 소피아뿐만 아니라 왕립 천문대, 헤로니모 성당 같은 유서 깊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또한 레티노 공원은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정상 회의 참석차 마드리드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산책한 곳이다. 귀족들만 이용하던 이 공원은 약 150년 전 시민에게 개방됐다.   스페인 왕궁도 마드리드에 있다. 스페인은 국왕이 존재하는 나라로 왕가에 대한 스페인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도 대단하다. 왕궁은 본래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이었으나, 불타 버린 뒤 베르사유 궁전에서 영감을 얻은 아름다운 바로크식 궁전으로 새롭게 건축됐다. 관광객도 입장권을 구입해 들어갈 수 있는데, 방 개수만 2800개가 넘는 내부에 갖가지 예술 작품과 왕실의 보물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마드리드에서는 최초의 근대소설 '돈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세르반테스 서거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스페인 광장에는 그의 석상을 비롯해 소설 속 주인공인 돈키호테와 산초의 동상이 여행자들을 반기고 있다.   유럽에는 '평생 스페인을 보아도 질리지 않고, 평생 스페인만 보더라도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미술관, 박물관, 유적들이 매력을 발산하는 마드리드에도 유효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오아시스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마드리드 최초 스페인 왕궁

2024-02-15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겨울 추위 녹이는 온천 왕국, 벳푸(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열도에는 어디를 가나 온천이 솟아난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온천들이 즐비하지만 남서쪽 규슈 오이타는 '온천현'이라 불릴 정도로 그 숫자와 용출량에서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온천지로는 단연 벳푸를 꼽을 수 있다. 벳푸 하면 온천, 온천 하면 벳푸다. 하루에 솟아나는 분출량이 약 13만 톤에 달하는 벳푸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온천의 왕국이다. 그야말로 온천수가 '콸콸' 쏟아지는 이곳은 12세기부터 몸에 상처를 입은 사무라이들이 빠른 회복을 위해 온천에 몸을 담가 치유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예부터 온천 여관, 온천 욕장으로 번창해 1950년에는 국제관광온천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도시 전체를 감싼 츠루미다케 산, 멀리 펼쳐진 벳푸 만, 낮고 높은 건물들이 안개처럼 연기로 뒤덮인 풍광은 '100년 후에도 간직해야 할 일본의 풍경 100선'에 든 벳푸의 상징이다. 이곳에는 '벳푸 8탕'이라 부르는 8개의 온천지구에 무려 300여 개의 온천과 료칸이 있어 어디서나 뜨거운 온천 열기로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수증기가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온천 열기만으로 피부가 촉촉해지는 것 같지만, 잔뜩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에는 역시 온천욕만 한 게 없다. 호텔에 준비된 일본 전통 목욕 가운인 유카타를 입고 뜨끈한 온천욕을 즐기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근 채 눈을 지그시 감으면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고 온천욕 후 한결 부드러워진 살결은 덤이다.   보면서 즐기는 지옥온천 순례도 벳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온천수가 뻘겋게 보이는 피지옥, 회색빛 진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도깨비머리지옥, 수십 마리의 악어가 기어다니는 악어지옥은 정말 지옥 그 자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전 매력으로 온천 속에 함유된 황산철 때문에 보석처럼 아름다운 코발트빛을 띠는 바다지옥, 일본식 정원과 흰색 온천수 연못이 어우러진 하얀지옥처럼 여기가 왜 지옥이지? 싶은 곳도 있다. 또한 온천수의 열기를 이용해 쪄 먹는 지옥계란부터 온천물로 만든 지옥간장, 그 간장으로 만든 푸딩, 극락 소프트아이스크림 등 간식거리도 다양한 덕에 입까지 호강이다.   마지막으로 유노하나 유황재배지도 벳부에 왔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300년 전부터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유황을 채취해오고 있다. 약용 효과가 뛰어나 천연 입욕제로 불티나게 팔리는 유노하나의 재배과정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옥만큼 뜨거운 벳푸에서 여행자들이 만나는 것은 지옥이 아닌, 온천 천국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일본 겨울 지옥온천 순례 흰색 온천수 온천 왕국

2024-02-0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신비로운 천사의 섬, 몽생미셸(프랑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는 이렇게 말했다. '사막에 피라미드가 있다면, 바다에는 몽생미셸이 있다'고.     몽생미셸은 애니메이션 '라푼젤' 속 코로나 왕국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몽(mont)은 산을 뜻하고 생미셸(Saint Michelle)은 성 미카엘의 불어식 발음이므로 우리말로 풀이하면 '성 미카엘의 산' 정도가 될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서기 708년, 이 일대를 다스리던 주교 생 오베르(Saint Aubert)의 꿈속에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났다. 천사는 "바다의 반석 위에 나를 위한 교회를 세워라" 라고 계시를 내렸는데, 오베르는 이를 단순한 꿈이라 치부하고 무시하고 만다. 이후에도 오베르는 같은 꿈을 꾸게 되는데, 특히 세 번째 꿈에서는 미카엘이 손가락을 내밀어 오베르의 이마에 강한 빛을 비추었다고 한다. 다음날, 꿈에서 깨어난 오베르는 자신의 이마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고 마침내 천사의 계시를 받들어 수도원 공사에 착수한다. 오베르는 큰 바위 위에 기도대를 세웠고, 미카엘이 강림한 땅인 이탈리아 몬테 가르가노에서 화강암을 공수해 예배당을 건설했다. 그렇게 바다 위 천공의 섬 몽생미셸이 탄생하게 되었다.     성의 용도 또한 역사를 따라 숱한 변화를 겪었다. 10세기까지는 수도원으로 쓰이다가 11세기에는 교회가 건축되었고 백년전쟁 중에는 성벽이 둘러쌓여지면서 요새의 기능을 담당했다.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혁명군의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19세기 들어 대규모 증축 및 보수공사를 거친 후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고, 역사 유적지 및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인기 있는 명소가 됐다.   해무를 발아래 감싸고 그 위에 높이 솟은 몽생미셸은 가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오른 듯 섬 전체를 덮은 수도원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몽생미셸만의 독특함이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유럽에서 가장 큰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라 시시각각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경치는 마치 마법의 성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몽생미셸은 낮에 봐도, 밤에 봐도 아름답다. 또 누군가는 썰물 때 봐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밀물 때 봐야 신비롭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니 대부분의 여행객들처럼 당일치기로 잠깐 들르기보다는 하루나 이틀 정도 섬에 숙박하며 밀물부터 썰물까지, 그리고 야경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몽생미셸의 아름다움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말고 감상해 보길 바란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몽생미셸 프랑스 대천사 미카엘 프랑스 혁명 수도원 공사

2024-01-25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절경, 빅토리아 폭포

지구 방방곡곡 이름난 폭포에는 거의 다 가봤지만, 최고의 폭포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빅폴'이다.   누군가의 버킷리스트에 한 줄을 차지할, 생애 한 번쯤은 꼭 만나야 할 빅토리아 폭포. 이 빅토리아 폭포를 위해 존재하는 작은 마을이 있다. 잠비아 남단에 위치한 리빙스턴은 1855년, 빅토리아 폭포를 처음 본 스코틀랜드 출신의 탐험가이자 선교사인 데이비드 리빙스턴(1813~1873)의 이름을 딴 마을이다. 아프리카 횡단 여행 중 빅토리아 폭포를 발견한 리빙스턴은 "하얀 물살을 따라 천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라고 고백하며 폭포에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폭포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다시피 빅토리아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 폭포, 미국과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통한다.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 짐바브웨 쪽 어느 곳에서나 구경할 수 있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흘러들어가는 잠베지강의 계곡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이 잠비아의 리빙스턴이고, 다른 한 쪽이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폴스다.     원주민들은 빅토리아 폭포를 '모시 오아 투냐(Mosi-Oa-Tunya)'라고 부른다. '천둥처럼 울려 퍼지는 연기'라는 뜻이다. 처음엔 왜 폭포를 연기라고 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빅토리아 폭포에 가보면 이보다 적당한 이름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찔한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면서 솟아오르는 물보라가 마치 거대하게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보이니 이 얼마나 직관적인 이름인가.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무려 두 배나 높은 360피트의 폭포들이 쉬지 않고 하얀 물보라를 뿜어낸다. 각 폭포의 모양과 특징에 따라 이름을 달리 지은 '악마의 폭포' '중심 폭포' '말발굽 폭포' '안락의자 폭포' '무지개 폭포' '동쪽 폭포'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원근과 높낮이에 따라 모습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빅토리아 폭포는 검은 대륙의 강물이 흐르다가 수직 절벽을 만나 낙하하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파노라마를 선사한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경이로운 장면이다. 리빙스턴의 고백처럼 하얀 물살을 따라 천사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전율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물보라가 햇빛을 받아 빚어내는 무지개는 또 어찌나 탐스럽고 선명한지.     평생 가장 시원하고, 흥분되고, 감동적인 순간을 맞닥뜨리고 싶다면 빅토리아 폭포를 추천한다. 아름다운 빅토리아 폭포는 '행운' '희망' '평화'를 상징하는 쌍무지개를 두둥실 띄운 채 여행자들을 맞이할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빅토리아 죽기 빅토리아 폭포 절경 빅토리아 나이아가라 폭포

2024-01-1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유럽 귀족처럼 아프리카 여행해 볼까…세렝게티(아프리카)

같이 아프리카를 여행하자는 제안에 평소 동물원도 싫어하던 아내는 "무섭고 더럽고 원시적이라 싫어요. 접시에 파리가 드글거린다던데요”라며 거절했었다. 아내의 마음을 돌린 건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이었다. 세렝게티에서 만나게 되는 야생동물은 동물원의 동물들과는 완전히 다르고, 그곳이야말로 천국 같다는 호평과 감탄을 연거푸 듣고 난 후에야 부부가 함께 떠나는 아프리카 여행이 현실화됐다.   제일 먼저 아내를 놀라게 한 건 초호화 시설이었다. 아프리카야말로 극소수 유럽 귀족들이 즐기는 여행지이다 보니 식사도, 호텔도 으리으리하다. "이곳에 오니 꼭 유럽 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이네요"라며 아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내를 완전히 매료시킨 것은 세렝게티였다. 스와힐리어로 '거대한 초원'을 뜻하는 세렝게티는 케냐 남부와 탄자니아 북부에 걸친 사바나 지역이다. '동물의 왕국' 촬영지이자 세상에서 가장 드넓은 초원으로서의 상징성과 위용을 자랑하는 그곳을, 사륜구동을 타고 경쾌하게 질주한다. 지축을 흔들며 이동하는 누우 떼와 얼룩말 무리, 그중 낙오자를 잡아먹으려 호시탐탐 노리는 사자들, 라이온킹 심바의 친구인 멧돼지들, 집채만 한 몸을 느릿느릿 움직이는 코끼리 무리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기린들… 과연 세렝게티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대로 동물의 왕국이었다.   세렝게티는 무엇보다 매년 누우 떼의 이동으로 유명하다. 초원에 건기가 찾아오면 세렝게티에 살던 누우와 얼룩말, 영양 등 수백만 마리의 초식동물들이 물과 풀을 찾아 마사이마라 지역으로 대이동을 시작한다. 물론 이들을 먹이로 삼는 육식동물들도 이 행렬에 동참한다. 그만큼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매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제목을 붙이자면 '버팔로 구출 작전'. 아프리카 버팔로는 아프리카 물소라고도 불리는데 초식동물이지만 몸집이 크고 성격도 터프한 편이라 적이 나타나면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큰 무리를 이뤄 생활하기 때문에 아무리 사자라도 혼자서는 버팔로를 사냥할 수 없다.     사자들 역시 혈연관계인 암컷들과 그들의 새끼, 그리고 수컷들로 한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대개 6~7마리가 무리 지어 움직이는데, 그날 사자 무리가 육중한 덩치의 버팔로를 몰아붙이며 사냥에 성공했다. 만찬을 시작하려는 찰나, 버팔로를 구하고자 버팔로 특공대가 나타났다. 사자들은 순식간에 진을 치고 경계태세에 나섰다. 위용을 뽐내는 사자들의 비호 아래 연한 내장과 넓적다리로 새끼 사자들이 먼저 배를 채운다. 특공대는 울고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진 버팔로를 일어나라 독려한다. 뜨거운 눈물이 차오른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이곳에서 사냥은 하루라도 목숨을 더 잇기 위해 매일 치러야 하는 경건한 의식인 것을.     반면에 새끼들은 어찌나 귀여운지, 행여 엄마와 떨어질세라 허리춤에 찰싹 붙어 걷는 아기 코끼리는 미소를 자아내고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 인간들을 구경하는 아기 사자는 한 마리 집어오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위험이 도사리는 처절한 약육강식의 세계. 그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는 세렝게티는 드넓은 초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감동의 대서사시이자, 영락없이 우리네 인생과도 닮아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아프리카 세렝게티 아프리카 여행 아프리카 버팔로 유럽 귀족

2024-01-11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호주의 그랜드캐니언 '블루마운틴'

달력에 각종 모임과 약속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일까? 그 어느 때보다 때묻지 않은 자연이 그리운 요즘이다.   천혜의 자연을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는 호주만 한 곳이 없다. 호주는 1994년부터 생태관광 국가전략을 발표하는 등 자연 보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자연 생태 보존 지역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한편, 여행자들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즐길 수 있어 '에코 투어리즘'의 중심지로 꼽힌다.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한두 시간을 이동하면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이다. 블루마운틴은 코알라가 즐겨 먹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울창한 거대한 협곡으로, '호주의 그랜드캐니언' '호주의 알프스'로 통한다. 산 전체가 푸른빛이라 블루마운틴이라 불리는데 이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에서 나오는 수액에서 증발한 알코올 성분이 빛과 반응해 대기 중 푸른빛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곳은 유칼립투스 희귀종을 포함해 멸종 위기에 처한 호주의 다양한 식물을 보존하고 있어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블루마운틴에는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의 전설을 품은 봉우리도 있다. 이름하여 블루마운틴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세 자매봉(Three Sisters)! 옛날 옛적, 세 자매의 아름다움에 반한 마왕이 이들을 납치하려 했는데, 마법사인 자매의 아버지가 이를 막기 위해 딸들을 돌로 만든 뒤 마왕과 맞서 싸웠다고 한다. 하지만 마법사는 결국 죽고 딸들은 마법을 풀지 못해 아직까지 돌로 남아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제미슨 밸리 절벽 사이에 높이 솟은 세 자매봉은 에코 포인트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다.       남성적인 기암절벽과 부드러운 푸른 숲이 공존하는 블루마운틴을 구석구석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벼운 산책 코스를 따라 걸을 수도, 케이블카를 타고 산 중턱까지 이동해 삼림욕을 즐길 수도, 궤도열차를 타고 가파른 경사를 오를 수도 있다.   인근한 훼더데일 야생 동물원(Featherdale Wildlife Park)도 인기가 높다. 호주의 마스코트인 코알라를 비롯해 캥거루, 에뮤, 오리너구리, 주머니쥐, 웜뱃 등 오직 호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들이 여행자들을 반겨준다. 귀여운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거나 품에 안아볼 수도 있어 동물 애호가라면 필수적으로 들러봐야 할 명소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시드니는 이외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평가받는 오페라하우스, 싱글 아치 다리 중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하버 브리지,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미시즈 맥콰리 포인트 등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살 수 있는 유토피아를 가득 펼쳐 보인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그랜드캐니언 블루마운틴 그랜드캐니언 호주 블루마운틴 최고 호주 원주민

2023-12-2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 피지(남태평양)

2023년 새해가 밝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 한 해를 돌이켜보고 정리해야 하는 12월이다. 인생이 20대 때는 시속 20㎞로 느리지만, 40대 때는 40㎞로 달리다가 60대가 되면 60㎞, 70대가 되면 70km 속도로 달린다던 농담이 실감 난다. 연말이 되면 빠르게 흐르는 세월 속에서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마음에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떠나고 싶은 개개인의 상황과 취향, 목적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맘때엔 늘 같은 곳이 생각나곤 한다. 바로 남태평양의 지상낙원, 시간이 멈춘 섬, 피지다.   남태평양 쪽빛 바다가 넘실거리는 겨울의 피지는 정말 따뜻하다.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불라(Bula)!' 하며 여행객들을 반겨주는 피지 주민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정겹다. 잘 찍은 유명 관광지의 사진을 보고 실제로 그곳에 가게 됐을 때 간혹 실망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피지만큼은 뛰어난 사진이나 비디오로도 그 아름다움을 오롯이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그 덕에 영화 '피서지에서 생긴일', '캐스트 어웨이' 등의 촬영지로 활약했으며 영화 '트루먼 쇼'에서도 한 번도 자신이 사는 섬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주인공 트루먼이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남태평양의 낙원 피지를 소개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피지는 행복의 섬이자 살아서 여행하는 천국 그 자체다. 그래서 전 세계 수많은 여행지를 다녀보았을 할리우드 연예인 및 정재계 인사들이 바쁜 일정 속 휴식을 취하기 위해, 또한 허니무너들이 신혼여행을 위해 피지를 찾는다.   피지에는 총 333개의 부속 섬이 점점이 박혀 있는데 큰 섬을 빼고는 하나의 섬에 하나의 리조트만 조성함으로써 잠시나마 섬 전체를 통째로 소유하는 듯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프라이빗 바다에서는 스노클링이나 씨 카약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데다가 수영장 시설도 수준급이고 정글 분위기가 물씬 나는 정원까지 어우러져 리조트에 머무는 것만으로 완벽한 힐링이 된다. 이윽고 밤이 되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별들이 총총 모습을 드러내 별 헤는 낭만까지 누릴 수 있다. 이처럼 하늘에서 쏟아질 듯한 별들, 지는 저녁노을, 지구상에 거의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또 감동하는 곳이 피지다.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이어서 아침마다 세상에서 제일 먼저 뜨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피지를 특별하게 하는 요소다.   피지 사람들의 행복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전염이라도 되는 것일까? 투어멘토인 필자뿐만 아니라 피지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모든 이들은 입을 모아 천국에 머물렀던 것처럼 '행복했다'라고 이야기한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 파라다이스 남태평양 쪽빛 점도 피지 낙원 피지

2023-12-21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청정 자연…뉴질랜드(남태평양)

뉴질랜드 출신의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타이카 와이티티(Taika Waititi)가 최근 뉴질랜드 관광청과 협력하여 새로운 뉴질랜드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토르(2017)', '조조 래빗(2020)' 등을 연출한 와이티티 감독은 뉴질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곳(No Place Like it on Earth)'라는 타이틀의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에서는 여행자들이 뉴질랜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스릴 넘치는 광경과 매혹적인 경험들이 연이어 보여진다.   와이티티와 스턴트 배우 데니엘스는 북섬의 로토루아에서 화이트워터 래프팅을 즐기고, 호수 남동쪽에 위치한 타라웨라산 상공을 비행하며 장엄한 풍경을 펼쳐 보인다. 또 바다를 자유롭게 헤험치는 돌고래를 관찰하고 오클랜드에서 와인을 시음하며 세상 그 어디에도 뉴질랜드만 한 곳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이 밖에도 코로만델 핫워터비치, 타우포의 후카 폭포, 웰링턴의 케이블카, 마오리족의 전설이 깃든 와이타키의 모에라키 바위 등 뉴질랜드 곳곳에 숨은 그만의 '최애' 여행지를 추천한다.   뉴질랜드는 와이티티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거장들로부터 남다른 사랑을 받는 나라다. 뉴질랜드 태생의 영화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비롯해 '호빗' 3부작, '나니아 연대기', '킹콩', '라스트 사무라이', '울버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등 빼어난 영상미를 지닌 다수의 수작이 뉴질랜드에서 촬영됐다. 그 이유는 한없이 순수에 가까운 청정한 자연에 있다. 울창한 원시림부터 빙하와 해안, 목장까지 컴퓨터 그래픽으로는 재현할 수 없는 광활한 대자연을 가진 곳이 뉴질랜드뿐이기 때문이다.   와이티티 감독만큼이나 필자도 뉴질랜드를 사랑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매년 거르지 않고 찾는 여행지다. 몇 가지 보충해 설명하자면 뉴질랜드는 두 개의 큰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남섬은 빙하와 피요르가 장관이고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북섬은 동굴, 온천, 마오리족 문화 등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자리한 로토루아에서는 세계 10대 온천인 폴리네시안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수 천년에 걸쳐 형성된 오묘한 빛깔의 온천에는 라듐과 프리스트가 첨가돼 근육통이나 관절염, 피부미용에 효과가 탁월하다. 또한 양 목장에서는 새끼 양에게 먹이를 주고 쓰다듬는 것부터 양털 깎기 시범, 목양견들의 양몰이 쇼를 감상하며 뉴질랜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섬에서는 퀸스타운에서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호머 터널을 지나 밀포드사운드(Milford Sound)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신의 조각품'이라 부르는 밀포드 사운드에서는 크루즈에 올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항해할 수도 있다. 협곡 여기저기서 폭포들이 쏟아지는데 그중 높이가 나이아가라의 3배나 되는 스털링 폭포 물을 맞으면 10년 젊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또한 항해 중에 만나는 돌고래 가족과 바다표범, 가마우지 등도 밀포드 사운드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말이 옳다. 뉴질랜드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곳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뉴질랜드 남태평양 뉴질랜드 홍보 뉴질랜드 태생 뉴질랜드 출신

2023-12-14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리스본(포르투갈)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한 이화자 작가는 '트래블 어게인'이란 책에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치 20대의 영광을 다 누린 후 곱게 나이가 든, 그 자체로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사람이 떠오른다. 유럽의 화려한 다른 도시들처럼 꾸미고 성형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더 아름다운 사람. 주름마저 빛나는 사람. 영광과 고통의 상처를 온몸에 문신처럼 새긴 리스본의 사람들과 건물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알디시피 포르투갈은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대표 국가이자, 제국이었다. 이베리아반도의 끝에 위치한 땅이 좁은 이 국가는 일찌감치 바다로 눈을 돌렸고, 한때 바다의 지배자가 됐다.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해양왕 엔리케 왕자는 아프리카를 탐험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희망봉을 발견했던 바스쿠 다 가마도 이 시대 인물이다. 현지에서는 '리스보아(Lisboa)'란 이름으로 불리는 리스본은 대항해 시대의 중심이었던 도시다. 한때 신대륙을 누비며 본토의 몇 배나 되는 식민지를 건설하고 금과 향신료를 실어 날랐던 포르투갈의 번영과 쇠락의 역사가 응축해 있다. 당시에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불렸지만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인해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새로운 도시계획이 진행되면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눠졌는데, 구시가지에 있는 벨렘 지구에서 대항해 시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엔리케 왕자의 아프리카 탐험을 기념해 세운 발견기념비, 그리고 항해의 안전을 수호하는 마리아상이 있는 벨렘탑 등이 대표적이다. 이 탑은 바스쿠 다가마의 세계 일주를 기념하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한때 탑의 일부가 왕족의 거실로도 사용되기도 했는데, 여러 역사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인근에 있는 제로니모 수도원도 빼놓을 수없다. 이탈리아, 스페인, 플랑드르 디자인을 합친 건축 양식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근처 에그타르트 원조 맛집인 '파스테이스 데 벨렘((Pasteis de Belem)'도 꼭 들러야 할 명소로 거론되는데, 이 집 에그타르트 레시피의 출발지가 바로 수도원이라는 점이다. 당시 수녀들은 수도승의 옷을 세탁할 때 달걀 흰자를 썼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노른자가 남았는데, 수녀들은 고민 끝에 이를 빵의 원료로 활용했다고 한다.   프랑스 크루아상만큼 유명한 에그타르트 외에도 명물인 대구 요리와 정어리 소금구이, 올리브 오일이 듬뿍 들어간 문어 요리, 하몽, 풍미 좋은 와인 등도 리스본 여행의 행복을 더해준다.   리스본을 여행하는 동안에는 지금껏 포르투갈 말인지조차 모르고 사용했던 '따봉!'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골목마다 역사의 흔적들이 툭툭 나타나고 전망대에 다다르면 붉은 지붕들과 저 멀리 바다가 그림처럼 다가오기에. 과거와 현재가 멋스럽게 공존하는 리스본을 유럽에 남은 마지막 보석이라 부르고 싶은 이유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포르투갈 리스본 리스본 여행 도시 대부분 에그타르트 레시피

2023-12-07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몸치도 춤추게 하는 삼바의 세계로…브라질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멈췄던 지구촌 최대 축제가 돌아왔다. 브라질의 삼바 축제는 지난 2월, 3년 만에 개최됐다. 내년에 열리는 2024 삼바 축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카니발이 될 것이며 참가 인원 역시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삼바 축제를 즐기기 위해 1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축제다. 국경일로 지정할 만큼 정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이 시기에만 전 세계 70만 명의 관광객들이 브라질로 집결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시끌벅적하고 정열적인 축제로 평가받는 삼바 축제는 브라질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진행된다. 특히 남동부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의 카니발이 가장 유명하여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파티장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각 지역 삼바학교들이 펼치는 삼바 퍼레이드다.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들이 야외 공연장인 삼보드로모를 행진하며 최강의 삼바 무용수를 가려낸다. 카니발 경연이 펼쳐지는 전용경기장을 '삼보드로모(Sambdromo)'라고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 1907~2012)가 설계한 초대형 경기장에는 7~8만 명의 관중이 입장해 자리를 꽉꽉 채운다. 음악이 시작되면 이날을 위해 일 년을 꼬박 연습한 각 팀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꼬리를 부채 모양으로 활짝 펼친 공작새처럼 화려한 의상과 형형색색의 깃털 모자로 한껏 치장한 리더를 수백수천 명의 팀원들이 현란한 스텝과 춤사위로 뒤따른다. 그 스케일이 가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폐막식 수준이다. 그러니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퍼레이드란 이런 거다.   경기장 안의 열기는 순식간에 달아오른다. 퍼레이드가 무르익을수록 관중들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스텝을 밟고 있다. 삼바 리듬은 4분의 2박자, 우리나라 사물놀이의 엇박자와 비슷해 몸치라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카니발 행렬의 주제도 다양한데 전쟁부터 이민자의 슬픔, 역사, 브라질의 가장 큰 근심인 부패와 치안 등도 카니발 행렬의 주제가 된다. 다소 무거운 주제들이지만 극적으로 화려하게 또 예술적으로 표현되어 관객들을 열광케 한다.     카니발 기간에는 숙박시설이 비싸므로 미리 예약을 서두르는 게 좋다. 또 예선 경연보다 결승전인 챔피언십 퍼레이드에 가야 가장 잘하는 팀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삼바 축제는 암표상도 많고 가짜 티켓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삼바와 리듬, 춤과 노래, 환호와 불꽃이 어우러지는 삼바 축제에 더해 이과수 폭포, 코르코바도 언덕의 거대 예수 동상,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를 잉태한 라 보까, 고대 잉카문명의 유적지인 산토 도밍고 성당, 세계문화유산이자 7대 불가사의인 마추피추, 물개섬, 나스카 등을 둘러보면 한 치의 부족함도 없는 완벽한 남미 여행이 될 것이다. 2024년에는 "렛츠 댄스 삼바!"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브라질 삼바 삼바 축제 지역 삼바학교들 삼바 리듬

2023-11-23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건축의 신' 가우디가 사랑한 도시, 바르셀로나

발음부터 경쾌한 바르셀로나(Barcelona). 거친 항구도시였던 바르셀로나는 황영조가 금메달을 딴 1992년 올림픽을 개최하며 도시를 말끔하게 단장했다. 복원한 가우디의 걸작이 빛을 발했고 아름다운 주택가와 세련된 호텔들도 늘어섰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바르셀로나를 찾는 목적에는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 I Cornet, 1852-1926)가 꼭 들어있다. 오직 가우디의 흔적을 찾으려 바르셀로나행 티켓을 끊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바르셀로나 여행을 다른 말로 '가우디 투어' '건축 기행'이라고도 한다.   1878년, 바르셀로나 건축학교의 교장은 가우디에게 졸업장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이 졸업장을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아니면 미치광이에게 주는 건지 모르겠네. 시간이 우리에게 말해주겠지'라고. 바르셀로나 여행은 그 역사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가우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스페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가우디의 유작으로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가우디는 1926년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 전차에 치여 세상을 뜨기 전까지 일생을 오롯이 이 성당 건축에 매달렸다. 하늘을 박차고 올라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그 끝을 한눈에 담기 어렵다. 높이 솟은 4개의 첨탑과 옥수수같이 생긴 외관은 그 어디서도 본 적 없고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독특함 그 자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 사후 100주기인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가우디의 또 다른 역작으로는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가 있다. 1907년 완공된 카사 바트요는 지금은 막대사탕으로 유명한 츄파춥스의 소유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 성 조지와 용의 전설을 모티프로 용의 비늘이 지붕에 얹어진 형태이며, 베란다는 해골과 뼈를 표현한 장식들로 꾸며졌다. 지붕의 뾰족한 탑은 성 조지가 용을 찌른 창을 상징한다고 한다. 지어진 지 100년이 넘어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독창적이면서 산뜻한 색채감을 자랑한다. 카사 바트요를 짓고 나자 가우디의 명성은 바르셀로나 전역에 퍼졌는데 그때 밀라라는 사람이 가우디에게 의뢰해 지어진 맨션이 카사 밀라다. 몬세라트 바위산에서 영감을 얻은 가우디는 석회암과 철을 이용해 물결치는 산을 형상화해냈다. 옥상의 굴뚝을 산봉우리로 표현했고 건물 외벽은 부드러운 산 주름을 닮은 곡선으로 연출했다. 이 고급 멘션 역시 1984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구엘공원은 바르셀로나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 중턱에 자리한다. 유네스코는 구엘공원을 두고 '인간의 창조적인 천재성이 어디까지 뻗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극찬했다. 과자의 집부터 시그니처인 도마뱀 분수, 뱀처럼 구불구불한 벤치, 반쯤 기울어진 인공석굴 등 가우디만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는 건축물들이 모여 있다. 가우디가 남긴 천재적인 창의력이 도시 곳곳에 번뜩이고 뮤지엄 등 볼거리도 풍부한 바르셀로나는 눈이 즐겁고 입에서 감탄이 쏟아지는 여행지다.   US아주투어 대표 박평식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바르셀로나 가우디 바르셀로나 건축학교 도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행 티켓

2023-11-16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반짝반짝 빛나는 파리의 크리스마스

"진짜 장님은 크리스마스가 마음 속에 없는 사람이다(The only real blind person at Christmas-time is he who has not Christmas in his heart, 헬렌 켈러)."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 역시 '파리는 날마다 축제'란 책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평생 파리를 사랑했습니다. 아직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군요.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산타클로스, 루돌프, 캐럴, 크리스마스트리와 화려한 오너먼트… 종교를 떠나 한 해를 마무리하며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 유럽은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이지만, 특히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지는 겨울 시즌에는 몇 배 더 로맨틱해진다.   예술의 도시 파리도 반짝반짝 자체발광하며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무드를 연출한다. 12월의 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파리의 향기를 진하게 풍긴다.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마켓도 무려 6개나 된다. 그것도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몽마르트 언덕,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등 그림 같은 명소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선다. 파리를 다른 말로  '빌 뤼미에르(Ville Lumiere)'라고도 한다. '빛의 도시'란 뜻인데 이 말의 어원은 17세기경 파리 시내에 조명이 설치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빛의 도시라는 말이 무색지 않게 파리는 오색찬란한 빛과 무드를 펼쳐 보이며 여행가들을 맞이한다. 그 유명한 라파예트 백화점 로비에 설치되는 초대형 트리, 에펠탑을 밝히는 크리스마스트리, 셀 수 없이 많은 전구들로 장식된 샹젤리제 거리, 밤하늘을 밝히는 야간 조명 등 파리는 빛의 도시로서의 진면목을 뽐낸다.   샹젤리제를 지나면 루이 16세와 마리 앙뚜와네트가 처형 당했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광장으로 변모한 콩코드 광장이고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배경이 되었던 알렉산더 3세 다리, 노트르담 대성당, 오페라하우스, 세계 3대 박물관이자 세계유산인 루브르 박물관 등 걷는 곳마다 예술이 피어난다.   특별히 파리를 여행할 때엔 그림 같은 소도시들을 여정에 곁들이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노르망디 대교를 건너면 구스타브 쿠르베, 클로드 모네 같은 대가들이 앞다퉈 화폭에 담으려 했던 항구마을 옹플레르(Honfleur)다. 또 옹플레르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달리면 몽생미셀(Le Mont Saint Michel)이다. 성 오베르의 꿈속에 수도원을 세우라는 계시를 받고 지어진 천공의 섬은 만조 때가 되면 주변이 모두 물에 잠기며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빛의 도시 파리에서 소중한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엽서를 보내보길.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크리스마스 파리 크리스마스 시즌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무드

2023-11-09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