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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도 안락사 허용하나

    버지니아 상원의회가 밀기 질환 환자가 원할 경우 안락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21대19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민주당 소속의 자잘라 하쉬미 의원이 발의했으나 의원 각자의 소신대로 찬반이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말기 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요청할 경우 이를 허용하도록 했다. 안락사는 독극물 주입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락사는  존엄사로도 불리며,  의학적으로 완치되거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극약을 투입해 스스로 자살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의식불명 상태의 환자 뿐만 아니라 불치병, 난치병 환자에게 자기 생명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게 된다.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 등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의식불명 환자에 대해 산소호흡기를 제거해도 범죄로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소극적 존엄사 법률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버지니아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적극적 존엄사 법률로,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행위를 죄악시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의원들은 노인과 장애인에게 선택이라는 명목으로 죽음을 강요하는 법안이라고 반대했다.   하쉬미 의원은 “말기 질환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도 정부의 의무”라면서 “생명의 자기 결정권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인권과 관련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존엄사 법안은 기독교 윤리에 충실한 흑인 커뮤니티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들 흑인 민권단체에서는 주의회의 존엄사 법률 제정이 흑인말살 정책의 일환이라고 비판하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반면 세속화된 백인계층을 중심으로 실리적인 관점에서 존엄사 찬성비율이 높다.   1997년 오레곤주를 시작으로 , 워싱턴, 버몬트, 몬태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주 등이 존엄사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낙태는 양당 사이의 치열한 진영논리로 대립하고 있지만, 존엄사는 뚜렷한 구분점을 찾기 힘들다. 주로 보수적인 기독교 색채가 강한 공화당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양당의 정책적 차이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될 경우 매우 민감한 이슈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존엄사는 고액의 진료비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에게 매우 손쉬운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자의 경우 연명치료를 계속하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연명치료가 오히려 큰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존엄사를 허용할 경우 저소득계층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버지니아 안락사 버지니아 상원의회 존엄사 법안 버지니아 의회

2024-02-16

존엄사 선택 증가세…찬반 논란은 여전

가주에서 존엄사법(End of Life Option Act: ELOA)이 시행된 지도 벌써 8년째다. 지난 2016년 발효된 법안에 따라 수 천명이 죽음을 선택한 가운데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본지 8월 16일자 A-1면, 17일자 A-3면〉 특히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들도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 중이다. 이제까지 현황을 알아본다. ◆존엄사와 존엄사법   가주 존엄사법(ELOA)은 2016년 발효됐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에게 삶의 마지막 순간을 존중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법안이다.     존엄사는 나라와 문화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안락사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다. 특히 가주 존엄사법의 경우, 원래 '선택적 안락사(aid-in-dying)' 혹은 '능동적 안락사'에 관한 법안인데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로 명확한 번역이 어렵고 길고 복잡해서 그냥 '존엄사법(ELOA)'으로 부르고 있다. 반면 '수동적 안락사'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가족들이 동의 하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무의미한 추가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좁은 범위의 존엄사로 일반적으로 존엄사라 하면 이를 말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수동적 안락사와 더 좁은 의미의 존엄사를 구분하기도 한다. 가주에서는 '존엄사법'이라고 쓰고 '선택적 안락사를 실행하기 위한 법률'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가주 존엄사법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안 적용조건을 따져보면 명확해진다. 우선 18세 이상의 가주 거주자여야 한다. 타주 거주자가 '극약 처방'을 위해서 가주 의사를 만난다면 안된다고 볼 수 있다.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환자여야 한다. 6개월이나 시한부라는 것이 의학적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최소 2명의 의사로부터 판정을 받아 처방을 받아야 한다. 당뇨 같은 일반 불치병은 제외된다. 또한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여야 하는데 누군가에 의해서 떠밀리 듯 의사에게 잘못된 요청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6개월 시한부 말기 환자로 자신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해 2명의 의사에게 극약 처방을 받아 이를 시행하는 것이다.   반면 '적극적 안락사(active euthanasia)'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것으로 존엄사법과는 거리가 멀다. 가주에서는 불법 의료행위다. 안락사는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뜻이지만 한국, 미국, 그외 여러나라에서도 불법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실제 의사들조차도 존엄사와 안락사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안락사를 동의 여부에 따라서 다르게 분류하기도 한다. 환자가 처방약을 먹거나 의사나 법이 허락하는 의료인이 환자의 요구대로 극약을 주사하는 '자의적 안락사'와 환자의 동의 없이 극약을 주입하는 '수동적 안락사'가 있다. 수동적 안락사는 살인으로 해석하는 나라도 많다.     ◆가주 법 제정 경과 및 결과   2016년 6월9일부터 가주 존엄사법(ELOA)이 시행됐다. 당시 가주는 오리건(1994년), 워싱턴주(2008년), 몬태나(2009년), 버몬트(2013년)에 이어 전국에서 5 번째로 존엄사를 허용했다. 현재는 이들 외에도 워싱턴DC, 뉴저지, 뉴멕시코, 버몬트, 콜로라도, 하와이 등 총 11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2022년1월1일부터는 개정된 가주 존엄사법이 시행되고 있다. 약물 신청 기간이 15일에서 48시간으로 크게 단축됐다. ELOA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가주 거주자 ▶환자의 기대 생존 기간이 6개월 이하라는 의학적 판단 ▶치사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의사 2명으로부터 정신적으로 결정 능력이 있음을 확인 받아야 한다.   가주에서 2022년 853명이 존엄사를 선택했다. 전년 522명에 비해 331명(63%)이나 늘었다. 최근 4년간 추이는 423명(2018년), 497(2019), 496(2020), 522(2021)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지만 증가세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이런 결과는 가주공공보건국이 발표한 '2022 연례보고서'에 나타난다. 2022년 가주에서는 1270명이 ELOA에 따라 치사 약물을 처방 받았고 이중 853명이 실제 약물을 복용해 사망했다. 처방 받은 환자 10명 중 7명이다.     보고서 본지 분석 결과, 지난 2016년부터 가주는 총 5168명이 약물 처방을 받았고 이중 3349명이 약물 복용 후 사망했다. 역시 처방자 중 65%가 존엄사를 선택했다. 인종 별로 보면 백인(2951명.88.1%)이 가장 많고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210명.6.3%), 히스패닉(116명.3.5%), 흑인(28명.0.8%) 등의 순이다. 한인은 21명이다. 아시아계만 보면 중국계(90명), 일본계(32명)에 이어 3번째다. 연령 별로 보면 70~79세(1048명.31.3%)가 가장 많았으며 60세 이하도 345명(10%)을 차지했다.     말기 질환별로 보면, 2291명(68.4%)이 폐, 췌장, 전립선 등의 말기암 환자였다. 신경계통 환자(351명.10.5%)이었으며 이중 루게릭병(202명), 파킨슨병(61명)이 가장 많다. 이외 대졸 이상은 1714명(51.2%), 남성이 1703명으로 여성(1646명)보다 많았다. 대부분이 가족의 동의(2875명.85.8%)를 얻었고 자택(3028명.90.4%)에서 생을 마쳤다. 대다수가 존엄사 신청을 메디케어 또는 의료 보험(2384명.71.2%)을 이용했다.     ◆찬성론   법안에 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은 무엇이 더 인도주의적인 것이냐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도 중요하지만 존엄도 중요하다고 보며 인간답게 살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이고 불치병으로 인한 고통이 투병 중일 때보다 더 크다면 이를 멈춰 주는 것이 더 인도적인 것이라는 논리다.     법안을 실제로 통과시키고 시행하는데 큰 역할을 한 찬성 측은 말기 환자의 가족이거나 이들을 바로 옆에서 치료했던 의료진이다. 찬성론자 중에 암전문의, 너싱 홈 관계자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법안을 이끈 비영리 단체도 고통이 극심한 환자를 지켜보다가 법안 제정에 나섰고 25년 만에 법제화시켰다고 알려졌다. 한 찬성론자는 "존엄사는 자살 방조가 아니라 환자에게 의료 행위의 선택권을 넓혀준 것"이라며 "법에 대한 진실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반대론   법안을 반대하고 폐지하자는 소송이 지난 4월에 제기된 바가 있을 정도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찬성측에 의료진이 많듯이 반대측에도 의료진이 많다. 이들의 주장은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치료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6개월 시한부, 말기 환자에 대한 판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예측이 50%는 틀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통은 고통 치료 전문가들에 의해서 경감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견해다.   다른 견해는 '고통 경감'을 핑계로 보고 있다. 뒤에는 돈을 절약하기 위한 의료 시스템의 교묘한 방법의 살인이라는 것이다. 상당수의 말기 환자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료 시스템에서 치료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먼저 시행되고 있는 나라들이 의료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않은 북유럽 국가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12세부터 존엄사가 가능해 실제로는 인권 침해 문제로 보고 있다.     한 종양 관련 전문의는 "대상자가 결국 가난하고 늙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로 몰리는 최악의 상황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장애인의 삶은 무가치하다고 믿는 사회적 인식, 우생학적 관점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또한 환자 중 상당수가 남은 가족들에 대한 배려로 존엄사 선택을 도모한다는 의견이다. 말기 환자의 경우 대부분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병원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나오고 가족들이 환자에 매달려 생계에 어려움이 있어 환자가 오히려 가족을 걱정하며 선택한다는 것이다.     반대론의 가장 강력한 그룹은 역시 종교계다. 가톨릭의 경우 '신의 영역'이라며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고 개신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절대자에 의해서 주어진 생명을 그렇지도 않은 인가들이 종료 시킬 권리는 없으며 누구든 서둘러 사망하게 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가주 존엄사법에 따르면 병원 등 의료 시설은 고용한 전문의에게 약물 처방을 금지할 수 있다. 가주 전체 병원의 13%를 차지하는 가톨릭 및 개신교 관련 병원들이 그렇다. 개인 클리닉 역시 처방하지 않아도 되며 상담조차 거부할 수 있다. 장병희 기자증가세 존엄사 선택적 안락사 말기 환자여야 가운데 존엄사

2023-08-27

한인 존엄사 관심 증가, 의사는 극도로 꺼려

존엄사법 시행 이후 가주에서 지난 6년간 수천 명이 죽음을 선택한 가운데 존엄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본지 8월 16일 자 A-1면〉   특히 가주에서는 지난 2022년 1월 존엄사법 개정 이후 약물 신청 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존엄사를 통해 환자의 죽음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먼저 한인사회 관계자들은 존엄사법 시행 규정의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시에라호스피스 박영심 대표는 “한인 중에도 고통이 너무 심할 경우 존엄사에 관해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인 사회에서는 존엄사법에 따라 약물 처방이 가능한 의사를 찾기도 쉽지 않고 존엄사 요청 당시 환자 상태가 법 규정에 맞아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존엄사법(End of Life Option Act)에 따르면 ▶환자의 기대 생존 기간이 6개월 이하라는 의학적 판단 ▶치사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의사 2명으로부터 정신적으로 결정 능력이 있음을 확인받아야 존엄사 선택 조건에 부합한다.   LA지역 미셸 최 간호사는 “환자들을 만나보면 한인들도 존엄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 존엄사를 선택하고 싶지만, 가족 간의 의견이 달라 갈등이 심한 경우도 봤다”며 “더구나 의료 윤리상 의사들은 환자에게 먼저 죽음을 권고하거나 치명적인 의약품을 투여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죽음에 대한 의미가 존엄사로 인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의료 보험이 그렇다. 존엄사가 의료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방책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의료 업계에 따르면 실제 존엄사를 선택할 경우 진단, 처방 등의 비용은 약 700달러 선이다. 존엄사를 선택한다면 연명 치료 등 그 외 추가 의료 비용이 들지 않는 셈이다.   한 말기 암 환자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생명 연장에 필요한 약 처방을 원했지만, 보험사가 이를 거부했고, 대신 존엄사를 택하면 해당 비용은 100% 보험 커버가 된다는 편지를 보내왔다”며 “죽는 건 도와줄 수 있는데 더 살기 원하는 건 ‘돈’ 때문에 도울 수 없다는 의미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주에서는 존엄사법 폐지를 위한 소송도 제기됐다.   연방법원가주중부지법에 따르면 전국장애인협회, 환자권리위원회 등은 지난 4월 가주 정부를 대상으로 존엄사법 폐지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원고 측은 “예를 들면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잉그리도 티셔라는 여성은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지만, 존엄사에 대한 정보는 신속하게 얻을 수 있었다”며 “이는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과 같은데, 장애인의 삶은 무가치하다고 믿는 사회적 인식, 우생학적 관점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존엄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점점 확산하고 있다.   호스피스로 일하는 유모씨는 “이쪽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생존해 있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고통이 극심한 환자는 본인부터 가족까지 여러모로 너무나 힘들어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존엄사를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이 법을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본지는 지난 2016년 존엄사법 시행 후 법 찬반 논란 가운데 통과를 관철한 단체 ‘컴패션앤초이시스(Compassion and Choices·이하 C&C) 가주 본부를 방문한 기획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본지 2016년 7월 11일 자 A-1·10면〉     당시 C&C에 따르면 가주민 10명 중 7명(74%)이 존엄사를 찬성했다. 아시아계 역시 찬성 비율은 74%로 높았다. 전문의 1만7000명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54%가 존엄사를 지지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존엄사 의사 존엄사법 시행 존엄사법 개정 존엄사 선택

2023-08-16

존엄사<캘리포니아> 63% 급증…작년 853명…시행 6년내 최다

가주에서 지난 한해 853명이 존엄사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522명) 대비 존엄사를 선택한 사례는 무려 63%나 급증했다.   최근 가주공공보건국이 발표한 ‘2022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주에서 1270명이 존엄사법(End of Life Option Act·이하 ELOA)에 따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의사가 처방한 치사 약물을 처방받았다.   이 중 853명은 실제 치사 약물을 복용한 뒤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치사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 10명 중 7명(약 67%)이 합법적으로 죽음을 선택한 셈이다. 지난해만 총 341명의 의사가 치사 약물을 환자에게 전달했고, 처방건은 전년(863명) 대비 47% 늘었다.   한인들도 존엄사를 선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존엄사법 시행(2016년 6월 9일) 이후 치사 약물을 처방받아 생을 마감한 한인은 총 21명이었다. 아시아계만 놓고 보면 중국계(90명), 일본계(32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본지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존엄사법 시행 이후 약 6년간 가주에서는 총 5168명이 의사로부터 치사 약물을 처방받았다. 이 중 3349명이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 뒤 사망했다. 전체 처방건 중 약 65%가 존엄사 선택으로 이어진 셈이다.   대부분의 의사는 치사 약물로 강심제(cardiotonic), 오피오이드(opioid), 진정제(sedative) 등 3개 약물을 혼합해서 처방(2337명·69.8%)했다.   인종별로 보면 백인(2951명)이 가장 많았다.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 10명 중 9명(88.1%)이 백인인 셈이다. 이어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210명·6.3%), 히스패닉(116명·3.5%), 흑인(28명·0.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를 연령별로 나눠보면 70~79세(1048명·전체 중 31.3%)가 가장 많았다. 60세 이하도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 중 약 10%(345명)를 차지했다.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 10명 중 7명(2291명·68.4%)은 폐, 췌장, 전립선 등 대부분 암 말기 환자였다. 신경계통 환자(351명·10.5%)는 두 번째로 많았다. 신경계통 부분만 따로 나눠보면 루게릭병(202명), 파킨슨병(61명) 환자들도 존엄사를 선택했다.   존엄사를 선택한 2명 중 1명은 박사 학위자를 포함, 대학 졸업 이상(1714명·51.2%)의 학력을 소지했다. 또, 남성(1703명)이 여성(1646명)보다 많았다.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 중 대부분이 가족의 동의(2875명·85.8%)를 얻었고, 자택(3028명·90.4%)에서 생을 마감했다. 또, 대다수가 존엄사 신청에 있어 메디케어 또는 개인 의료 보험(2384명·71.2%)을 이용했다.   존엄사는 지난 2022년 법이 개정되면서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는 “지난 2002년 1월 존엄사를 위한 치사 약물 신청이 48시간(기존 15일)으로 단축됐다”며 “이 보고서는 의사가 보건국에 정식 보고한 경우만 취합했기 때문에 실제 존엄사에 의한 사망은 더 많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존엄사는    18세 이상이면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환자의 기대 생존기간이 6개월 이하여야 한다. 정신적으로 온전해야 하며, 의사 2명으로부터 스스로 약물 복용을 결정할 능력이 있다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 진료와 처방약을 포함한 비용은 약 700달러로 보험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가주는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존엄사를 시행했다. 현재 뉴저지, 워싱턴, 오리건, 콜로라도, 하와이 등 총 11개 주에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캘리포니아 존엄사 존엄사법 시행 존엄사 선택 결과 존엄사법

2023-08-15

[오픈 업] ‘존엄사’, 무엇이 존엄한 것인가?

얼마전 급히 한국을 다녀왔다. 100세에서 3년이 모자라는 시어머님이 위중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였다. 몇 년 전부터 양로시설에서 지내오셨는데 응급상황이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셨다. 치료는 연명 치료였다. 한국말로는 ‘비경구영양법’이라고 하는 치료로 ‘티피엔(Total Parenteral Nutrition)’ 주사가 정맥으로 흐르고 있었다.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액을 정맥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시어머님처럼 가사(假死) 상태일 때는 정맥주사를 통해서 영양제를 빨리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산소호흡기와 오줌을 받아내기 위한 폴리 카테터도 연결되어 있었다.     한국은 그동안 의료 관련 분야에도 엄청난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죽음을 바라보는 의학적 사회적 법적 윤리적 관념의 변화일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있는 시어머님은 '죽음의 윤리'나 행정적인 변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신다.     남편과 그의 형제들은 시어머님이 위기를 넘기고 양로시설로 돌아가시는 것에 우선 안도했다. 그러나 다시 응급상황이 생길 경우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형제들은 ‘존엄사'를 의논했고 그 방법이 아프지 않고 가장 편안하게 세상을 뜨는 방법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은 것 같았다. 그러나 시어머님은 유언장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vanced Directives)를 작성하신 적이 없어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다.     ‘존엄사'와 ‘안락사'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죽음이 가깝다고 확정된 사람들이 대상이지만 불치병은 해당하지 않는다.     ‘안락사'는 그리스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뜻이지만 진정 아름다운 죽음을 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안락사'는 한국 미국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불법이다.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먹거나 의사나 법이 허락하는 의료인이 환자의 요구대로 극약을 주사하는 ‘자의적 안락사'와 환자의 동의 없이 극약을 주입하는 ‘수동적 안락사'가 있다. ‘수동적 안락사'는 살인으로 해석하는 나라도 많다.   ‘존엄사'란 문자 그대로 ‘잘 죽는 것' 또는 ‘존엄하게 죽는 것'이라는 뜻이다. ‘존엄사'는 ‘연명치료 중단으로 인한 죽음'이라고도 한다. 본인이 정신이 있을 때 연명 치료 여부를 문서로 기록해 놓았다가(사전연명의료의향서) 때가 되면 그대로 하는 것이다.     문서를 미리 작성하지 못했지만 임종이 가깝고 본인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라면 그때라도 ‘연명의료계획서'를 만들 수 있다. 문서가 없는 상태에서 회생 불가능 판정이 났다면 가족들 합의하에 연명을 포기하고 ‘존엄사'의 길을 가는 것이다.     존엄사(Death with Dignity) 안락사(euthanasia) 능동적 안락사 타의적 또는 수동적(involuntary) 안락사 의사조력사망(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 의사조력자살 임종의료지원(medical aid in dying:MAiD) 등의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5년 동안 무려 25만6377명이 ‘존엄사'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일 년에 평균 5만 명이 넘는다. 2021년 캐나다 1만64명 네덜란드 7666명 미국 1300명(자료: statista)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다. 미국도 근본적으로 비슷한 법을 갖고 있다. 조력자살은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 몬태나 하와이 뉴멕시코 등 10개 주서만 합법이다.     그런데 한국의 연명의료결정 사망자 중 61.5%가 본인 결정이 아니었다고 한다. 생명 경시 현상 탓은 아닌지 우려된다.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존엄하다고 믿는 죽음을 택하기 전에 생명이 주어져 세상으로 불려왔던 것처럼 그렇게 세상에서 불려 나가야 맞을 것 같다. 한국의 ‘존엄사'방식 선택 절차를 더 이해하려면 2023년 4월 15일 업데이트 된 법제처 웹사이트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류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존엄사 존엄 존엄사방식 선택 안락사 의사조력사망 수동적 안락사

2023-06-05

[오픈 업] 존엄사, 안락사와 생명 윤리

얼마 전 플로리다주의 한 말기 환자 병동에서 환자의 부인이 남편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은 병이 위중해지자 존엄사를 원했다고 한다. 부부는 ‘살해 후 자살’ 시나리오를 계획했고 남편은 숨졌지만 부인은 자살에 실패했다. 플로리다주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라 부인은 살인혐의로 구속됐다. 숨진 남편에게 증상 완화를 위한 호스피스 치료를 제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존엄사나 안락사의 해당 범위나 시행 규정은 국가에 따라 다르다. 존엄사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스스로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무의미한’ 연명 치료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안락사라는 것은 의사 (또는 면허가 있는 전문인)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말기 환자들이 죽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을 일찌감치 제정하고 시행해 온 국가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범주가 넓어지면서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생명윤리를 배반하는 숨겨진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선천성 기형, 치매, 극심한 청각장애, 만성간경화, 폐쇄성 질환, 면역 결핍증 환자들이 안락사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차트조차 정확히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이런 병들은 불치병인 것은 맞지만, 금방 죽을 병은 아니다. 고혈압, 당뇨도 완치되는 병은 아니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통해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사용되는 용어도 ‘존엄한 죽음(death with dignity)’, ‘자의적 안락사(voluntary euthanasia)’, ‘의사조력 사망(physician assisted death)’, ‘임종 의료지원(medical aid in dying:MAiD)’, ‘조력사망(assisted dying)’, ‘타의적 안락사(involuntary euthanasia’ 등 다양하다. 어떤 경우가 ‘존엄사’ 이며, 어떤 경우가 ‘안락사’인지 혼동되기 쉽다.   우리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태어난 것처럼, 때가 되면 예외 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죽음은 자연사, 사고사, 존엄사, 안락사 등 네 가지 길을 통해서 도달한다. 아파서 죽는 것은 자연사, 피살은 사고사로 분류된다. 존엄사는 본인이 행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고통경감을 위해서 조기 사망을 유도하는 것인데, 타인이 죽는 과정에 개입한다. 어떤 죽음을  존엄, 또는 안락사라고 할 수 있을까? 종교적 가치관은 차치하더라도 인위적인 사망을 윤리적으로 또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벨기에는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불치병이나 말기 질환 때문에 고통 받는 환자 중에, 남은 삶이 6개월 미만일 때 안락사를 허용한다. 시행 20년이 지나면서 안락사 숫자가 10배나 늘었다고 한다. 2014년에는 아동에게도 이 법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얼라이언스 비타(Alliance Vita)라는 프랑스 인권단체는 지난해 벨기에의 규정 적용이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존엄한 죽음’을 위한 연명의료결정법 개정 및 의사 조력사망 법제화에 대한 안건이 인권위에 제출되었다고 한다. 두 안건 모두, 인위적 죽음에 관한 것이다. 한국은 몇몇 선진국들처럼 제한적인 연명의료결정법이 있지만 아직조력사망, 또는 조력 존엄사를 입법화하지 않고 있다. 조력 사망은 대다수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26명/10만명, 미국 14.2명/10만명)을 생각할 때 존엄사, 안락사는 염려스럽게 다가온다. 생명의 귀함을 무시하고, 아파서 괴로워한다고 인위적 죽음을 제시하거나,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도록 종용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개인은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 지침서(advanced directive)를 준비해 놓고, 사회는 개개인의 행복한 삶,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 이미 잘 만들어진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돕고, 말기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호스피스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생명을 놓고 거래하거나, 법을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존엄사 안락사 안락사 숫자 타의적 안락사 자의적 안락사

2023-01-3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꽃길 가듯 나비처럼 가볍게

‘죽음은 적(敵)./ 너를 향해 나는 불패(不敗)./ 불굴(不屈)의 내 자신을 내던진다. / 죽음이여, 파도가 기슭에 부서졌다.’ 버지니아 울프 (1881~1941)의 묘비에 적힌 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올랜도’를 연달아 출간하며 서술에 대한 비선형적인 접근으로 문학 장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식의 흐름에 따른 서술을 통해 등장 인물들의 내면과 몽타주 같은 기억의 각인을 묘사하는 기법으로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불리며 20세기 주요 작가로 평가 받는다. ‘자기만의 방’(1929)에서 ‘우리가 모두 일 년에 500파운드를 벌고 자기 방을 갖는다면’이라는 유명한 구절은 어째서 여성이 작가가 되기 어려운지를 사회적, 역사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정신건강의 악화로 괴로워했던 울프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런던을 떠나 교외 강 근처로 거처를 옮겼는데 평소 앓던 신경증이 악화돼 1941년 봄, 우즈 강가로 산책을 나갔던 그녀는 다시는 돌아 오지 않았다. “여보, 내가 다시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또다시 그런 지독한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다시 건강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중략) 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호의에 대한 확신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당신의 인생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아요’라는 작별의 글을 남편에게 남긴다.   이별도 연습이 필요하다. 죽음은 이승에서 누리는 이별의 마지막 축제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작별이다. 악착같이 삶에 매달리지 않으면 죽음을 애달파하지도 않을 것이다. 죽음은 한 생명체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원형대로 회복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삶이란 무엇인가를 규명하지 않고는 죽음에 대한 완전한 해답은 없다.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다. 오복의 마지막은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것’이다. 슬프지 않는 죽음이 있을까만은 가장 억울한 것은 ‘제명대로 못 살고 원통하게 죽는 것’이다. 일찍 죽는 것(夭死), 객지에서 죽는 것(客死), 횡액으로 죽는 것(橫死), 원통하게 죽는 것(寃死), 분하게 죽는 것(憤死),은 모두 억울한 죽음이다. 하늘에서 받은 수명대로 오래 살다가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자리에 누워 죽는 것(臥席終身)이 가장 좋은 죽음이다.     어머니는 갑자기 죽으면 애들이 놀랄 테니 감기 몸살 든 것처럼 몇 주 아프다가 자식들에게 작별 인사하고 죽게 해달라고 매일 엎드려 기도하셨다. 어머니는 그렇게 돌아가셨다. 요즘 주변에 병마와 투병하는 사람이 많아 마음이 심란하다. 젊고 건강해도 언제 마지막 종이 울릴 지 모른다.   나이 들면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죽기 위해 산다. 건강식 먹고 운동하는 건 자식이나 가족, 친구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잘 죽기 위해서다. 집착을 버리고 생의 매듭을 풀면 편하게 떠날 수 있지 않을까. 변호사 만나 유언장과 ‘존엄사 희망 유언장(living Will)’ 업데이트 할 생각을 한다. ‘Living Will’은 본인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가 되었을 때 존엄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뜻을 밝힌 유언이다. 모든 것 버리고 떠나는 그 날 위해, 꽃길 가듯 나비처럼 가볍게 떠날 준비를 하면 죽음도 사는 것처럼 견딜 수 있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꽃길 나비 버지니아 울프 존엄사 희망 living will

2022-03-15

MD 존엄사 법안 추진

메릴랜드 하원의회가 존엄사로 알려진 의사조력사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을 6년 연속 상정해온 쉐인 펜더그래스 의원(민주,하워드 카운티)은 “지금이야 말로 고통받고 있는환자들을 진정으로 도와줄 때”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2019년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최근 메릴랜드 지역 여론조사에 의하면 존엄사 찬성비율이 69%에 달했다.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행위를 죄악시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의원들은 노인과 장애인에게 선택이라는 명목으로 죽음을 강요하는 법안이라고 반대했다. 대체로 기독교 윤리에 충실한 흑인 커뮤니티가 존엄사에 반대하고 있다. 흑인 민권단체에서는 시의회의 존엄사 법률 제정이 흑인말살 정책의 일환이라고 비판하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반면 세속화된 백인계층을 중심으로 실리적인 관점에서 존엄사 찬성비율이 높다. 제이 워커 의원(민주,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은 “신은 언제나 우리에게 기적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인간이 너무 앞서가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워싱턴D.C.시의회가 4년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존엄사를 인정했으며, 전국적으로 오레곤, 워싱턴, 버몬트, 몬태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이 존엄사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존엄사는 의학적으로 완치되거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극약을 투입해 스스로 자살하도록 돕는 방법으로, 의식불명 상태의 환자 뿐만 아니라 불치병, 난치병 환자에게 자기 생명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게 된다.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 등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의식불명 환자에 대해 산소호흡기를 제거해도 범죄로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소극적 존엄사 법률을 시행해 왔다.   미국에서는 오레곤주가 지난 1997년 처음으로 적극적 존엄사를 허용했다. 환자 본인이 존엄사를 요구했거나, 이를 요구했다는 가족의 증언이 있다면 가능하다. 치료를 해도 6개월 이상 살기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을 두 명 이상에게 받은 경우에만 가능한데, 제한적인 형태의 존엄사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낙태는 양당 사이의 치열한 진영논리로 대립하고 있지만, 존엄사는 뚜렷한 구분점을 찾기 힘들다. 주로 보수적인 기독교 색채가 강한 공화당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양당의 정책적 차이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될 경우 매우 민감한 이슈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존엄사는 고액의 진료비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에게 매우 손쉬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고소득자의 경우 연명치료를 계속하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연명치료가 오히려 큰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존엄사를 허용할 경우 저소득계층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차원에서 존엄사를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할 경우,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등 공적의료보험 지출액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인은 생애 마지막 5년 동안 일생 주기 의료비 지출액의 70%를 쓰고 죽는다. 정치적인 관점에서만 놓고볼 때 존엄사 허용은 획기적인 의료비 절감책인 것이다. 약물에 의한 존엄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발적 단식에 의한 존엄사’가 늘고 있다.   2년전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에 거주하던 로즈메리 보우웬(94세)의 ‘자발적 단식 존엄사’를 선택하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다큐멘타리로 촬영한 바 있다.     그는 죽음이 얼마나 평화롭고 즐거울 수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단식을 시작한지 8일만에 지극히 평화로운 모습으로 숨을 거뒀다. 자발적 단식 존엄사는 약물 투여에 의한 존엄사와 달리 메릴랜드와 버지니아를 비롯한 50개주 모두 금지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존엄사 법안 존엄사 찬성비율 존엄사 법률 적극적 존엄사

2022-02-08

"내 삶을 내가 마무리할 수 있는 것에 큰 위안"

말기 골수암으로 시한부 판정 "갈 때 되면 처방 약물 먹을 것" 악기 레슨 등 버킷리스트 실천 말기 골수암 진단을 받은 로버트 스톤(69)은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죽음을 삶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보다는 남은 날을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달리며 온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연명하다 죽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달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끝낼 수 있는 약물을 처방받았다. 지난 6월 존엄사법이 발효된 캘리포니아에서 스톤은 존엄사를 택한 첫번째 환자들 중 한 명이 됐다. LA타임스는 3일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 실버레이크에 사는 스톤의 스토리를 소개하면서 섣부른 자살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논란 속에서도 존엄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존엄사 합법화를 추진하는 주도 25개 주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존엄사법을 시행하고 있는 주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모두 5개 주다. 오리건주가 1997년 처음으로 존엄사법을 시행한 데 이어 워싱턴주(2008년), 버몬트주(2013년)가 뒤를 이었다. 몬태나주는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2009년 주 대법원이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존엄사가 인정되고 있다. 2014년 11월 이후 25개 주가 존엄사 합법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갖은 논란 속에서도 이렇듯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들이 늘고 있는 것은 베이비부머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대학 노인학 연구소의 렌 피셔맨 디렉터는 "5년 전부터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80~90대까지 살면서 회복 가능성이 없는 신체적, 인지적 질환을 겪으며 연명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근래들어 단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집중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존엄사를 택한 스톤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1992년 울혈성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한 그의 엄마는 병원 침대에 양손이 묶이고 목구멍에 튜브를 끼워 넣은 채 한달 여 연명치료를 받다가 결국은 코마 상태로 숨졌다. 당시 그의 엄마는 80세 생일을 몇 주 앞두고 있었다. 스톤은 "엄마도 아버지도 삼촌도 숨지기 전에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면서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스톤의 의사는 그에게 화학요법이 더 이상 효과가 없고 길면 1~2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스톤은 엄마처럼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스톤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몸이 계속 쇠약해지고 있지만 아직은 약물을 먹지 않을 것"이라며 "떠날 때가 되면 몸이 알 수 있을 것이고 내 삶을 내가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 살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베트남과 일본을 여행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보관해온 옛날 편지를 다시 읽고 있다. 196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편지를 읽으며 옛 친구들과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감돈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 자유의 바람이 거셌던 60년대 UC버클리를 다녔고 평화봉사단으로 필리핀에서 봉사했고 노숙자들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보람있게 일했고 …." 그는 LA타임스에 "진단을 받은 이후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마지막을 보낼 수 있는 것에 감사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코디언으로 '레이디 오브 스페인'을 연주하고 싶어했는데 몇 주 후면 11살 때 포기한 아코디언 레슨도 다시 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8%가 존엄사를 지지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10%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신복례 기자 [email protected]

2016-08-03

행복 위한 존엄사 선택 … 무겁지만 밝은 로맨스

미 비포 유 (Me Before You) 감독: 테아 샤록 출연: 에밀리아 클라크, 샘 클라플린 장르: 로맨스 등급: PG-13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새 직장을 찾던 중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 윌(샘 클라플린)의 임시 간병인이 된다. 루이자의 우스꽝스러운 옷과 수다스러운 농담이 불편한 윌과 절망에 빠져 매사 비뚤어진 태도를 보이는 윌이 치사하기만 한 루이자. 하지만 둘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여행광, 만능 스포츠맨, 촉망받던 젊은 사업가였지만 사고로 인해 목 위와 한 손의 손가락만 움직이는 근육 손실 환자가 된 윌. 그리고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없이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루이자. 상반된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하며 변화한다는 '미 비포 유(Me Before You)'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러브 스토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윌이 6개월 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계획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 비포 유'는 기존의 로맨스영화와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행복을 위해 죽음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존엄사를 택한 윌. 루이자는 그가 삶을 버틸 수 있게끔 노력하지만, 결국은 그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보내 주는 것과 붙잡는 것 중 어떤 게 더 사랑하는 걸까.' 이 질문은 각각 윌과 루이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봐도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존엄사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영화의 톤은 밝다는 것. 이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보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더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판단과 의지대로 후회 없이 살아왔고, 죽음까지도 스스로 선택한 윌은 인생을 의미 없이 보내는 루이자에게 커다란 선물을 남긴다.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멋지게 살길 바라는 그 마음을 담아서. "인생은 한 번이에요. 최대한 열심히 사는 게 삶에 대한 의무예요"라는 윌의 조언은 저마다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며 깊은 여운을 준다. 통통 튀는 매력으로 귀엽고 사랑스런 루이자를 표현한 에밀리아 클라크와 윌의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은 샘 클라플린의 섬세한 연기는 루이자와 윌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 원작에서 가져올 부분과 버릴 부분을 영리하게 택하며, 536페이지의 원작 소설을 111분이라는 상영 시간 안에 모자람 없이 담아낸 원작자이자 각본가 조조 모예스의 문력이 빛을 발한다. 이지영 기자 [email protected]

2016-06-02

[닥터 권 줌인]존엄사 vs 살인

존엄사(death with Dignity)와 안락사(Mercy Killing)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안락사는 ‘고통스런 불치병이나 신체질환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을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지만 자연적인 죽음보다 훨씬 이전에 생명을 마감시키며, 질병에 의한 죽음이 아니라 인위적인 행위에 의한 죽음까지 포괄한다. 반면 존엄사는 의학적 치료를 했음에도 죽음이 임박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즉,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영양공급, 약물투여 등을 ‘중단’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를 소극적 안락사라고도 한다. 현행 법률과 판례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생명을 단 1분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제시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중단시키기 위해 약물을 주입시키는 적극적 안락사와 인공호흡기를 떼고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소극적 안락사를 미국에선 ‘사전의사 결정제도’로 인정하고 있다. 즉, ‘인간이 스스로 자의에 의해 죽음의 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이를 구속하지 못한다’고 하는 이율배반적이고 좀 혼란스런 규정인 것 같다. 오늘 저녁에 한국에서 대학 친구가 “친구야, 예쁜 우리 엄마가 어제 밤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라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순간 눈물이 핑 돌고 한국으로 당장 달려가서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한국에서 근무할 땐 슬플 때나 기쁠 때, 아무리 멀어도 언제든 달려가서 서로 나누고 위로하던 친구다. 정확히 13년 전 2003년 4월의 일이다. 친구의 어머니는 그 때 정년 퇴직하시고 딸이 사는 곳을 잠시 방문하셨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코마(coma)상태가 되었다. 뇌 수술을 세 번이나 하셔서 그 미인이시던 어머니의 이마가 보기 흉하게 움푹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무의식 상태가 계속 되었고 친구는 어머니를 병원에서 자신의 집 안방으로 모시고 온갖 정성을 다해 어머니가 깨어나도록 도왔다. 물론 풀타임(full-time) 간호원을 고용했지만 코마 상태인 환자를 돌보는 것은 중노동이라 그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결국 파격대우 즉, 출퇴근 9-5시, 주말은 휴가, 그리고 높은 연봉으로 어렵게 좀 오래 머무는 간호원을 어머니 곁에 둘 수 있었다. 저녁과 주말에는 친구가 학교에서 일이 끝나면 항상 어머니 옆에서 병간호를 했다. 친구의 병 간호는 그야말로 감동적이었다. 의식 없는 어머니를 의식 있는 사람을 대하듯 대화했다. 예를 들면, 내가 전화하면 “엄마, 내 친구야, 알지? 그 미국 유학한 친구” 라고 말하면서 나에게도 “어머니와 대화해 보라”고 했고 나도 “어머니 안녕하세요? 좀 어떠세요?”라고 인사 드리면서 무반응인 어머니였지만 그 친구가 평소에 하던 대로 나의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1년이 지나도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직장 가기 전에 그리고 돌아와서 어머니를 포옹하고 키스하면서 인사하고 저녁엔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어머니이게 자세히 들려 준다. 코마 상태인 어머니를 일으킬 때도 몸을 닦아 드릴 때도 갓난 아기 다루듯이 진정한 사랑으로 정성스럽고 부드럽게 돕는다. 2년이 지난 2005년 주위 사람들의 희망도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친구야, 딸이 아니면 이런 간호도 어려울 거야” 라며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정성껏 어머니를 간호했다. 2006년 2월, 코마상태로 3년을 침상에서 보낸 어머니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친구 어머니가 깨어나서 일어나신 것이다. 책도 읽으시고 식사도 하시고 약해진 다리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시지만 행복해 보였다. 지난해, 2015년 9월,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머님은 농담으로 나에게 영어 인사를 하시면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13년 전에 친구 어머니에게 ‘생명 연장한 보조기구들’을 떼어 버렸다면 ‘존엄사’ 일까 아님 ‘살인’이라고 해야 할까? 내 조카도 초등 때 가족여행 중 교통사고로 1년간 코마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가 곁에서 회복을 기원하며 치료를 도왔고 1년 후에 다시 깨어나서 건강해졌다. 그녀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다. 인체의 신비를 대할 때마다 난 고등학교 천재 물리 선생님이 “우리가 배우는 모든 지식은 이 우주의 먼지 즉 점과 같은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존엄사는 인간의술의 한계와 윤리 도덕적 문제로 아주 신중히 다루어져야 할 것이며 움직이는 모든 생명, 심지어 미물도 그리고 식물조차 그 생명은 소중하고 존중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2016-03-03

[독자가 묻고 기자들이 답합니다] 연명 의료 행위 중단 '소극적 안락사'가 존엄사

약물 투약하는 직접적 방식은 '적극적 안락사' 현재 전국 5개 주만 합법…긍정 여론 확산 추세 뉴욕·뉴저지 등 일부 지역서도 허용 법안 계류 중 여론조사 응답자 88% "죽음에 대한 선택 보장돼야" Q. 안락사와 존엄사가 있는데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현재 미국에선 안락사에 대한 법적 규정이 어떻게 돼 있나요?. A. 안락사는 말 그대로 편안한 상태로 죽음을 맞는 것을 말합니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불치의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치료와 생명 유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될때 직.간접적 방법으로 고통없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행위'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안락사는 전세계에서 지금까지도 찬반 논란 속에 일부 국가에만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안락사 이슈는 오랜 세월 논란이 됐습니다. 그러다 올해 지난 1월 8일 국회에서 이른바 '웰다잉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해 있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과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의료계와 환자 가족들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끝낼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으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등은 여전히 환자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전국 5개 주에서만 허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안락사(Euthanasia)를 크게 자발적(Voluntary) 안락사와 비자발적(Non or In-voluntary) 안락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자발적 안락사는 환자의 동의와 요청에 의한 것을 의미하고 비자발적 안락사는 환자가 나이가 아주 어리거나 병환으로 의사 소통이 불가능해 직접 의견을 밝힐 수 없을때 적용됩니다. 대부분 비자발적 안락사는 금지돼 있으며 일부 주에서만 매우 특별한 사유가 있을때에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안락사와 존엄사=자발적 안락사는 크게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다시 분류되는데 소극적 안락사를 '존엄사'라고 합니다. 적극적 안락사는 환자의 몸에 약물을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소극적 안락사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생명 연장을 위해 해오던 각종 의료행위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적극적 안락사는 직접적이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환자의 생명을 끊는 것이고 소극적 안락사는 치료를 중단해 환자가 스스로 생명을 잃게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존엄사는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치료 중단이고 소극적 안락사는 소생과 상관없이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치료를 중단하는 행위라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법적 현황=미국에선 안락사라는 표현 대신 '의사 도움에 의한 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란 단어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는 도움을 받아 생명을 끊는 행위를 의미하는 '어시스티드 다잉(assisted dying)' '에이드 인 다잉(aid in dying)'이란 표현도 쓰이고 있습니다. 또 죽음을 보다 존엄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데스 위드 디그니티(death with dignity)'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안락사 다시 말하면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는 오리건.버몬트.워싱턴.캘리포니아.몬타나주 등 5개 주입니다. 이 중 몬타나는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다른 주들과 다른 점입니다. 1998년부터 허용하기 시작한 오리건주가 가장 먼저 존엄사를 합법화했고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허용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뉴욕과 뉴저지주는 현재 관련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뉴욕주의 경우 올해 회기가 시작되면서부터 허용 법안이 주의회에 상정된 상태입니다. 에이미 폴린(민주.88선거구) 주하원의원과 존 보나식(공화.42선거구) 상원의원이 각각 하원과 상원에서 발의한 법안(A.5261-B/S.5814)은 불치병을 앓는 환자 중 정확한 의사 소통이 가능한 경우 자살을 위해 정식으로 독극물 처방 요청을 허용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은 의사가 처방을 해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안을 주도적으로 발의한 폴린 의원은 "생의 마지막 순간을 고통스럽고 괴롭게 맞아야 한다는 것은 남은 가족에게도 더 큰 정신적 고충을 주는 것"이라며 "내가 불치병에 걸렸다면 내 스스로 생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뉴저지주 역시 현재 존엄사 허용법안(A2270)이 지난 2014년 주상원과 하원 보건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이 외에도 캔자스.매사추세츠.미시간.미네소타.노스캐롤라이나.오클라호마.펜실베이니아주 등지에서 존엄사 허용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중적 정서=미국에서 존엄사가 처음 시도된 것은 1900년대 초입니다. 오하이오주에서 허용법안이 상정됐으나 결국 부결됐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미국에 본격적인 존엄사 허용 찬반 논란이 촉발합니다. 바로 '죽음의 의사'로 알려진 병리학자 잭 케보키언때문입니다. 케보키언 박사는 '죽을 권리'를 주장하며 9년 동안 130명의 불치병 환자의 자살을 도와 2급 살인 혐의로 수감됐다 가석방되기도 했습니다. 뉴욕 한인사회에서도 지난 2013년 뇌종양을 앓던 이성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밝혀 존엄사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이씨는 가족의 반대로 존엄사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당시 한인사회에 존엄사에 대한 선택권 여부를 놓고 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뉴욕주 유권자 가운데 4명 중 한 명은 존엄사 허용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88%는 불치병에 걸릴 경우 죽음에 대한 선택은 절대적으로 환자가 의사의 자문을 받아 가족과 상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죽음에 대한 선택권은 환자 본인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87%는 불치병 환자의 죽음에 대해 정부가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신동찬 기자

2016-02-23

존엄사법 시행 임박…이르면 상반기 발효

해가 바뀌면 각종 법규도 바뀐다. 올해에 발효되는 가주의 새로운 법안은 모두 807개. 1일부터 발효됐거나 연내에 발효될 주요 법규를 살펴봤다. 이어폰 두 귀에 꽂고 운전하면 단속=차량 운전 또는 자전거를 몰면서 이어폰을 양쪽 귀에 모두 꽂아선 안 된다.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출동 차량의 사이렌 소리, 다른 차량의 경적소리 등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총기 압류=경찰이 폭력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주민 소지 총기를 임시압류할 수 있게 됐다. 압류를 위해 총기 소유주를 기소할 필요가 없으며 최장 3주간 압류가 가능하다. 총기 압류조치에 불복, 법적대응에 나설 기회도 제공되지 않는다. 프리웨이 전광판으로 뺑소니차 수배=각 지역 경찰국은 프리웨이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을 이용해 뺑소니차 관련 정보를 전파, 범인 검거에 프리웨이 운전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가주 최저임금이 1일부터 종전의 시간당 9달러에서 시간당 10달러로 1달러 올랐다. 가뭄 내성 조경에 대한 벌금 부과 금지=로컬정부는 주택소유주가 뜰의 잔디를 없애고 가뭄에 강한 식물을 심거나 잔디에 물을 주지 않아도 벌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인조잔디에 대한 벌금 부과도 금지됐다. 고교졸업시험 폐지=가주 고교 졸업장을 받기 위해 졸업시험을 볼 필요가 없어졌다. 이 법의 효력은 2017~2018학년도까지 지속되고 2004년까지 소급적용된다. 아동 예방접종 사실상 의무화=부모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자녀의 예방접종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절대 다수의 학생이 가을학기엔 각급학교에 예방접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환자에게 죽음 결정권 부여=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환자가 의사의 처방약을 받아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은 헬스케어 관련 특별회기가 끝난 뒤 90일 이후 발효된다. 회기 종료 시점은 결정된 바 없으나 이르면 이달 중 끝날 수도 있다. 운전면허증 신청 시 자동 유권자 등록=가주차량등록국(DMV)에서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받거나 갱신하는 시민권자는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자동으로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게 됐다. 시행은 6월 중 가주유권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완료된 이후 가능하다. 임상환 기자

2016-01-01

"존엄사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유혹 경계해야"

당사자가 잘 결정하도록 철저한 교육이 선행돼야 존엄사 부추기는 건 우려 의료계에서도 의견 갈려 지난 10월 제리 브라운 가주 주지사가 서명함으로써 미국에서 5번째로 존엄사가 법(End of Life Option Act)으로 허용된 주가 되었다. 2016년 시행을 앞두고 의견들이 이미 분분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 대하고 있는 안상훈 LA암센터 암전문의, 류모니카 카이저병원 방사선 암전문의, 유분자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R.N.)과 조동혁 신장내과 전문의와 함께 의견을 나눠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행될 존엄사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안상훈) 18세 이상인 환자가 2명의 의사로부터 6개월 이상 살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때 순전히 본인이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상태에서 15일 이상 간격을 두고 2차례 구두로 존엄사를 희망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 다음 2명의 증인이 보는 앞에서 존엄사를 원한다는 것을 글로 한 번 적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존엄사 신청서를 2명의 증인이 보는 앞에서 직접 작성하여 이것을 본인이 담당의사에게 전해주는 것이 일 단계의 절차이다. 의사는 위의 진행과정들에 하자가 없는 지를 확인한 다음에 약을 처방하여 직접 환자에게 건네준다. 환자는 이 처방을 갖고 약을 구입한 후 누가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순수히 자신의 손으로 먹는 것이 이번 존엄사법의 큰 윤곽이다." "(유분자) 지금 우리 소망 소사이어티에서 해오고 있는 '아름다운 죽음 준비하기'와는 그래서 실제의 내용에 차이가 있다. 당사자로 하여금 스스로 목숨을 마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치료를 원치않은 상태에서 서서히 평화롭고 또 마음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말기환자의 경우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 어느 단계에서 튜브를 뽑아달라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통과된 존엄사법은 우리와 같은 자연사(소극적인 안락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액티브하게 약을 본인이 먹음으로써 자신의 생을 자의로 마감할 수 있다. 적극적인 안락사라고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류모니카) 미국에서 1997년에 처음 시행된 오리건주를 보면 2012년에 122명에게 약 처방을 해주었는데 실제로 이 약을 본인이 먹고 생을 마감한 사람은 71명으로 나타났다. 70% 정도가 실제로 본인이 먹고 사망했지만 30%는 자신이 결정해서 약 처방까지 받았지만 막상 그 순간에 마음이 변했음을 말해준다. 지금 이미 실행되고 있는 오리건주를 비롯한 워싱턴주, 몬타나주, 버몬트주의 평균적인 약 복용률은 0.2%~0.3%이다. 이 같은 비율은 미국 외에 존엄사법을 갖고 있는 네덜란드(최초 시행국), 독일, 스위스 등에서도 비슷한 상태다." -이 법이 환자와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나. "(안) 둘 다 영향은 미칠 것이다. 암 4기로 치료가 불가능할 때 호스피스를 권하면 환자 쪽에서는 이제 죽는 것만 기다리라는 것이구나 하면서 절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태에서 스스로 죽음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환자는 한순간의 감정으로 섣불리 선택할 위험소지가 있을 수 있다. 지금은 호스피스와 특히 고통을 줄여주는 증상완화치료가 많이 개발되었다. 호스피스를 권한다고 해서 반드시 곧 죽음을 뜻하지 않고 또 고통 그 차제만도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통증완화치료제에 대한 개발 노력이 이로 인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암전문의로서 앞선다." "(조)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진료하고 있을 때 12개 응급실 중에서 반 정도가 회복되기 힘든 상태에서 튜브에 의존하는 환자들이었다. 이런 환자들은 물론 특히 가족들에게는 약을 먹고 그 상황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 한 예로 투석을 반복해 온 환자들은 이젠 힘들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는데 이때 의사가 간접적인 방법으로(직접 권할 수 없다) 은근히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투석 환자들은 비록 그 순간만 넘기면 다시 계속해서 삶을 살아간다. 환자 쪽이나 또 의사 쪽에서나 자칫 악용할 위험요소가 있다고 본다. 영어로 'physician-assisted suicide(의사 도움을 받아 시행하는 자살)'란 표현을 사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류) 존엄사의 역사를 보면 호스피스나 안락사는 개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정했다. 나치정부의 경우 선천성 기형이나 지능부족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안락사 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무모한 죽음을 당한 케이스가 몇십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시대가 변화되어 이것을 인간의 (죽을) 권리라는 이슈로 접근하는데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치료비용, 보험관계 등등 철저한 자본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시행을 두고 이견들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안) 의사라고해서 생명을 대하는 시각이 항상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닥터 류가 지적했듯이 미국처럼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실상 환자에게 의사가 마음을 존엄사쪽으로 유도할 수 있는 유혹들은 사실상 너무나 사방에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극단적인 예로 암선고를 받았을 때 처음에 충격을 받고, 원망하다가 절망하는 단계에 있는 환자에게 옆에서 의사가 '단숨에 고통에서 해결될 방법'이라며 간접적으로 존엄사를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닥터 조가 언급한 것처럼 우울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서는 쉽게 그쪽을 택할 위험성이 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존엄사법을 환영하지 않는다." "(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환자들이 충분히 이성적으로 시간을 갖고 고민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교육과 계몽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소망 소사이어티에서의 이같은 교육프로그램이 더 홍보돼야겠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 좋은 점은 뭘까. "(류) 굳이 한가지 든다면 오랜 투병 끝에 진정으로 죽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재차 강조하지만 그 전에 호스피스, 증세완화치료와 충분한 상담이라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카이저병원에서는 윤리위원회가 있다. 만일 존엄사를 생각한다면 당사자가 결정을 잘 내릴 수 있도록 전문적인 상담을 충분히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선택하게 된다면 나치정부 때처럼 무모한 생명들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리를 해주신다면. "(안) 설사 6개월밖에 못산다고 해도 지금 본인이 약을 먹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과연 존엄한 죽음일까 의문이 생긴다. 유선생님 말씀처럼 이를 계기로 호스피스와 증세완화치료에 대한 교육과 계몽이 더 요구됨을 느낀다." "(조) 투석이 힘들어서 이제 그만 받고 싶다며 존엄사를 얘기하는 환자에게 나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말릴 것 같다. 그리고 그 환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증세를 어떻게든 완화해주는 데 집중할 것 같다. 그것이 의사인 내가 할 일이므로. 그래서 개인적으로 참 궁금하다. 존엄사법에 의료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닥터 안의 말처럼 의사라고 해서 다 한마음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순 기자

2015-11-17

존엄사 윤리 논란…"돈 없으면 죽음 내몰릴 수도"

'돈이냐, 목숨이냐.' 캘리포니아에서 존엄사법이 시행되면 향후 돈과 목숨을 놓고 계산기를 두들기는 또 다른 윤리문제 논란이 대두될 것이라고 LA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말기 환자에게 존엄사를 택할 것을 종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존엄사를 시행하고 있는 오리건주의 경우, 실제로 이 같은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말기 환자 바버러 와그너는 몇 개월이라도 더 살기 위해 생명 연장에 필요한 약 처방을 원했으나, 보험사 측이 약값이 너무 비싸고 처방을 받더라도 생명이 연장될 가능성이 극히 적다면서 보험커버를 거부했다. 하지만 정작 와그너를 분노케 한 것은 보험사 측이 보낸 서한 내용이었다. 서한에는 "존엄사를 택한다면 100% 보험커버가 된다"고 적혀 있었다. 와그너는 "만약 죽음을 택할 것이라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더 살기를 원한다면 그건 못 도와준다는 얘기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관계자들은 최근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서명한 존엄사법안이 오리건주 존엄사법을 모델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캘리포니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UC어바인 의학윤리 프로그램의 애런 케리아티 국장은 "죽음을 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안겨줄 수 있다"면서 "특히 저소득층과 건강보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병원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 가족들로부터 존엄사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존엄사를 택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는 확실하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존엄사 법안에 줄곧 반대해 온 테드 게인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존엄사 법안은 늙고 약한 사람들을 세상 밖으로 쫓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가주에서 통과된 존엄사법안에 따르면 민영 보험사의 경우, 말기 환자에게 존엄사 약 처방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1200만 명의 저소득층이 가입돼 있는 메디캘에서는 존엄사 약 처방을 의료 서비스 프로그램에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존엄사법이 2016년 11월29일, 늦으면 2017년 3월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엄사법은 주의회 보건특별회기 완료 시점으로부터 90일이 지난 후 효력이 발생하는데, 특별회기 완료가 예산 문제로 인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원용석 기자

2015-10-19

[사설] 존엄사·공정임금법 통과의 의미

캘리포니아주가 잇따라 진보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5일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전국에서 5번째 주로 존엄사 법안에 서명했다. 종교.의료계 일부의 반대가 있기는 하지만 시한부 환자에게 스스로 자신의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브라운 주지사는 또 6일엔 여성 근로자들이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을 받지 않도록 한 남녀 공정임금 법안에도 서명했다. 이로써 동일한 일을 하고서도 남성 임금의 84% 정도를 받는 여성들의 실질 소득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여성뿐 아니라 그동안 임금 및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아온 소수계 복지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주 정부의 이런 진보적 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전국 어느 주보다 강한 곳이 캘리포니아이기 때문이다. 가주는 이미 소수계 권익과 동성결혼 합법화 이슈 등에서 전국 어느 주보다 진보적 입장을 보여 왔었다. 가주 정부의 이런 정책은 한인사회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론 보수적 성향을 가진 한인들에겐 불편하거나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세계의 기본적인 정책 흐름은 '평등'과 '인권' 쪽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특정 종교나 경제적 이해 때문에 시대의 흐름을 반대하거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동안 한인사회는 끊임없이 복지, 평등, 사랑, 관용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정작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존엄사법과 공정임금법의 통과는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확정된 가주 법안들이 한인사회에 스며있는 차별의식을 시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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