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내가 마무리할 수 있는 것에 큰 위안"
존엄사 합법화 가주서 존엄사 택한 로버트 스톤
"갈 때 되면 처방 약물 먹을 것"
악기 레슨 등 버킷리스트 실천
말기 골수암 진단을 받은 로버트 스톤(69)은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죽음을 삶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보다는 남은 날을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달리며 온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연명하다 죽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달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끝낼 수 있는 약물을 처방받았다. 지난 6월 존엄사법이 발효된 캘리포니아에서 스톤은 존엄사를 택한 첫번째 환자들 중 한 명이 됐다.
LA타임스는 3일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 실버레이크에 사는 스톤의 스토리를 소개하면서 섣부른 자살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논란 속에서도 존엄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존엄사 합법화를 추진하는 주도 25개 주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존엄사법을 시행하고 있는 주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모두 5개 주다. 오리건주가 1997년 처음으로 존엄사법을 시행한 데 이어 워싱턴주(2008년), 버몬트주(2013년)가 뒤를 이었다. 몬태나주는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2009년 주 대법원이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존엄사가 인정되고 있다.
2014년 11월 이후 25개 주가 존엄사 합법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갖은 논란 속에서도 이렇듯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들이 늘고 있는 것은 베이비부머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대학 노인학 연구소의 렌 피셔맨 디렉터는 "5년 전부터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80~90대까지 살면서 회복 가능성이 없는 신체적, 인지적 질환을 겪으며 연명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근래들어 단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집중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존엄사를 택한 스톤도 그런 경우에 속한다. 1992년 울혈성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한 그의 엄마는 병원 침대에 양손이 묶이고 목구멍에 튜브를 끼워 넣은 채 한달 여 연명치료를 받다가 결국은 코마 상태로 숨졌다. 당시 그의 엄마는 80세 생일을 몇 주 앞두고 있었다. 스톤은 "엄마도 아버지도 삼촌도 숨지기 전에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면서 "그들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스톤의 의사는 그에게 화학요법이 더 이상 효과가 없고 길면 1~2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스톤은 엄마처럼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스톤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몸이 계속 쇠약해지고 있지만 아직은 약물을 먹지 않을 것"이라며 "떠날 때가 되면 몸이 알 수 있을 것이고 내 삶을 내가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 살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베트남과 일본을 여행했다. 최근에는 그동안 보관해온 옛날 편지를 다시 읽고 있다. 196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편지를 읽으며 옛 친구들과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감돈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 자유의 바람이 거셌던 60년대 UC버클리를 다녔고 평화봉사단으로 필리핀에서 봉사했고 노숙자들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보람있게 일했고 …."
그는 LA타임스에 "진단을 받은 이후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마지막을 보낼 수 있는 것에 감사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코디언으로 '레이디 오브 스페인'을 연주하고 싶어했는데 몇 주 후면 11살 때 포기한 아코디언 레슨도 다시 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8%가 존엄사를 지지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10%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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