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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묻고 기자들이 답합니다] 연명 의료 행위 중단 '소극적 안락사'가 존엄사

약물 투약하는 직접적 방식은 '적극적 안락사'
현재 전국 5개 주만 합법…긍정 여론 확산 추세
뉴욕·뉴저지 등 일부 지역서도 허용 법안 계류 중
여론조사 응답자 88% "죽음에 대한 선택 보장돼야"


Q. 안락사와 존엄사가 있는데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현재 미국에선 안락사에 대한 법적 규정이 어떻게 돼 있나요?.

A. 안락사는 말 그대로 편안한 상태로 죽음을 맞는 것을 말합니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불치의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치료와 생명 유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될때 직.간접적 방법으로 고통없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행위'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안락사는 전세계에서 지금까지도 찬반 논란 속에 일부 국가에만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안락사 이슈는 오랜 세월 논란이 됐습니다. 그러다 올해 지난 1월 8일 국회에서 이른바 '웰다잉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해 있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과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의료계와 환자 가족들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끝낼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으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등은 여전히 환자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전국 5개 주에서만 허용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안락사(Euthanasia)를 크게 자발적(Voluntary) 안락사와 비자발적(Non or In-voluntary) 안락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자발적 안락사는 환자의 동의와 요청에 의한 것을 의미하고 비자발적 안락사는 환자가 나이가 아주 어리거나 병환으로 의사 소통이 불가능해 직접 의견을 밝힐 수 없을때 적용됩니다. 대부분 비자발적 안락사는 금지돼 있으며 일부 주에서만 매우 특별한 사유가 있을때에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안락사와 존엄사=자발적 안락사는 크게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다시 분류되는데 소극적 안락사를 '존엄사'라고 합니다. 적극적 안락사는 환자의 몸에 약물을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소극적 안락사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생명 연장을 위해 해오던 각종 의료행위를 중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적극적 안락사는 직접적이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환자의 생명을 끊는 것이고 소극적 안락사는 치료를 중단해 환자가 스스로 생명을 잃게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존엄사는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치료 중단이고 소극적 안락사는 소생과 상관없이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치료를 중단하는 행위라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법적 현황=미국에선 안락사라는 표현 대신 '의사 도움에 의한 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란 단어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는 도움을 받아 생명을 끊는 행위를 의미하는 '어시스티드 다잉(assisted dying)' '에이드 인 다잉(aid in dying)'이란 표현도 쓰이고 있습니다. 또 죽음을 보다 존엄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데스 위드 디그니티(death with dignity)'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안락사 다시 말하면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는 오리건.버몬트.워싱턴.캘리포니아.몬타나주 등 5개 주입니다. 이 중 몬타나는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다른 주들과 다른 점입니다. 1998년부터 허용하기 시작한 오리건주가 가장 먼저 존엄사를 합법화했고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허용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뉴욕과 뉴저지주는 현재 관련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뉴욕주의 경우 올해 회기가 시작되면서부터 허용 법안이 주의회에 상정된 상태입니다. 에이미 폴린(민주.88선거구) 주하원의원과 존 보나식(공화.42선거구) 상원의원이 각각 하원과 상원에서 발의한 법안(A.5261-B/S.5814)은 불치병을 앓는 환자 중 정확한 의사 소통이 가능한 경우 자살을 위해 정식으로 독극물 처방 요청을 허용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은 의사가 처방을 해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안을 주도적으로 발의한 폴린 의원은 "생의 마지막 순간을 고통스럽고 괴롭게 맞아야 한다는 것은 남은 가족에게도 더 큰 정신적 고충을 주는 것"이라며 "내가 불치병에 걸렸다면 내 스스로 생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뉴저지주 역시 현재 존엄사 허용법안(A2270)이 지난 2014년 주상원과 하원 보건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이 외에도 캔자스.매사추세츠.미시간.미네소타.노스캐롤라이나.오클라호마.펜실베이니아주 등지에서 존엄사 허용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중적 정서=미국에서 존엄사가 처음 시도된 것은 1900년대 초입니다. 오하이오주에서 허용법안이 상정됐으나 결국 부결됐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미국에 본격적인 존엄사 허용 찬반 논란이 촉발합니다. 바로 '죽음의 의사'로 알려진 병리학자 잭 케보키언때문입니다. 케보키언 박사는 '죽을 권리'를 주장하며 9년 동안 130명의 불치병 환자의 자살을 도와 2급 살인 혐의로 수감됐다 가석방되기도 했습니다.

뉴욕 한인사회에서도 지난 2013년 뇌종양을 앓던 이성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밝혀 존엄사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이씨는 가족의 반대로 존엄사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당시 한인사회에 존엄사에 대한 선택권 여부를 놓고 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구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뉴욕주 유권자 가운데 4명 중 한 명은 존엄사 허용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88%는 불치병에 걸릴 경우 죽음에 대한 선택은 절대적으로 환자가 의사의 자문을 받아 가족과 상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죽음에 대한 선택권은 환자 본인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87%는 불치병 환자의 죽음에 대해 정부가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신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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