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윤리 논란…"돈 없으면 죽음 내몰릴 수도"
말기환자에 보험사들 약 처방 커버 거부
가족도 병원비 부담 늘면 '압력' 가능성
오리건서는 이미 부작용
캘리포니아에서 존엄사법이 시행되면 향후 돈과 목숨을 놓고 계산기를 두들기는 또 다른 윤리문제 논란이 대두될 것이라고 LA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말기 환자에게 존엄사를 택할 것을 종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존엄사를 시행하고 있는 오리건주의 경우, 실제로 이 같은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말기 환자 바버러 와그너는 몇 개월이라도 더 살기 위해 생명 연장에 필요한 약 처방을 원했으나, 보험사 측이 약값이 너무 비싸고 처방을 받더라도 생명이 연장될 가능성이 극히 적다면서 보험커버를 거부했다.
하지만 정작 와그너를 분노케 한 것은 보험사 측이 보낸 서한 내용이었다. 서한에는 "존엄사를 택한다면 100% 보험커버가 된다"고 적혀 있었다. 와그너는 "만약 죽음을 택할 것이라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더 살기를 원한다면 그건 못 도와준다는 얘기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관계자들은 최근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서명한 존엄사법안이 오리건주 존엄사법을 모델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캘리포니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UC어바인 의학윤리 프로그램의 애런 케리아티 국장은 "죽음을 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안겨줄 수 있다"면서 "특히 저소득층과 건강보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병원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 가족들로부터 존엄사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존엄사를 택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는 확실하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존엄사 법안에 줄곧 반대해 온 테드 게인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존엄사 법안은 늙고 약한 사람들을 세상 밖으로 쫓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가주에서 통과된 존엄사법안에 따르면 민영 보험사의 경우, 말기 환자에게 존엄사 약 처방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1200만 명의 저소득층이 가입돼 있는 메디캘에서는 존엄사 약 처방을 의료 서비스 프로그램에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존엄사법이 2016년 11월29일, 늦으면 2017년 3월1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엄사법은 주의회 보건특별회기 완료 시점으로부터 90일이 지난 후 효력이 발생하는데, 특별회기 완료가 예산 문제로 인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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