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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려는 로봇…드림웍스 최고의 명장면 탄생

‘와일드 로봇(The Wild Robot)’은 2025년 오스카상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뿐만 아니라 작품상 후보로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드림웍스의 30주년 기념작이자 마지막 자체 제작 작품이다. 디즈니의 ‘인사이드 아웃2’가 없었다면 2024년의 애니메이션 부문은 ‘와일드 로봇’의 해로 마감되었을 터이지만, 다가오는 시상 시즌 두 영화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바이킹 족장과 드래곤의 영원한 우정과 모험을 그린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 제작진이 그대로 다시 모여 만든  ‘와일드 로봇’은 아동문학의 거장 피터 브라운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와일드 로봇’을 원작으로 한다.     아이(로봇)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진부할 수 있는 서사를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드림웍스 특유의 감동과 압도적 시각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애니 ‘와일드 로봇’은 매 장면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색감으로 채워져 있고 자연과 로봇이 만들어 내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전개된다.     먼 미래, 북가주로 보이는 어느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섬. 로봇들을 싣고 가던 화물선이 사나운 태풍을 만나 난파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로봇 로즈(Roz, 루피타 뇽오의 목소리 연기)는 무인도 거대한 야생에 불시착한다.     인간과 가정을 위한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인간형 로봇 로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할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자신이 필요한 도움을 찾지 못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들과는 다행히 프로그래밍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물들은 여전히 로즈의 존재를 반기지 않는다.       로즈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야생의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섬의 곳곳을 살피다가 악동 여우 핑크를 만난다. 그러나 이 만남이 계기가 되어 로즈는 곧 난관에 봉착한다. 로즈가 새 둥지를 밟는 바람에 알을 품고 있던 어미 기러기가 죽게 되는 불행한 사고!     기러기 알 하나가 유일하게 살아남아 차가운 금속으로 제작된 로봇 로즈의 품 안에서 부화하고 수컷 새끼 브라이트빌이 태어난다. 엄마를 죽인 로봇을 새끼 기러기가 엄마로 부르는 순간, AI 휴머노이드 로즈의 ‘마음’ 속에 미묘한 감정이 일어난다. 로봇의 정체성을 버리고 점점 인간화되어 가는 로즈.     디스토피아에 버려진 AI 봇 로즈에게는 엄마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래밍이 입력되어 있지 않다. 엄마의 고뇌, 새로운 관계에 대한 대응법도 알지 못한다. 로즈와 브라이트빌은 주변에 적응하지 못하고 배척당하지만,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엄마’ 로즈는 겨울이 오기 전 남쪽으로 떠나야 하는 새끼 기러기 브라이트빌에게 먹이를 먹이고, 수영과 날갯짓을 가르치는 등 자연에서의 생존법을 가르친다. ‘아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물들의 만장일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로즈에게 엄마처럼 돌보는 모성애가 발동한다. 자신이 부숴버린 둥지에서 불행으로 시작한 그들의 운명적 관계를 숨겨둔 채.   정교하게 만들어졌지만 로즈는 비상시 자율적인 판단 하에 행동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연에 우연이 겹쳐 스스로 제어할 수 있고 수정할 수 있는 AI에게는 드문 능력을 습득한다. 무감각한 로봇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연 속의 로봇으로 발전해가는 로즈는 궁극적으로 엄마의 사랑과 고뇌, 가여운 존재에 대한 연민 등 인간다운 행동들을 구현해간다.   처음에는 낯선 존재를 반기지 않던 동물들도 점차 서툴지만 늘 진심을 다하는 로즈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보육과 교육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로즈는 공장에서의 초기화를 극복하고 임무 완수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기억과 인격을 유지하는 로봇의 ‘일탈’이 지속된다. 로즈는 점차 ‘엄마’라는 초자연적인 힘에 접근해간다.     연령대와 장르를 초월한 ‘와일드 로봇’은 가족, 모성, 우정, 생존에 대한 우화이다. 영화는 연약하기만 한 아이(로봇)와 동물 사이의 마법 같은 유대감을 온기 가득한 감동으로 풀어낸다. 친절의 중요성과 완고한 편견을 변화시키는 사랑과 연민의 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단순하지만 세련된 방식으로 관객을 명상에 잠기게 한다.     엄마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하는 드로이드 로즈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2013년 ‘노예 12년(Twelve Years a Slave)’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루피타 뇽오다. 그녀의 목소리는 표정 없는 로봇에게 친절함을 부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엄마의 고뇌라는 감정적 맥락을 모호하게 터치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의 최대 공헌자이다.     표정 없는 로봇. 표정이 없다는 건 로봇에게 건 감정을 투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목소리로 감정을 투사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베테랑 감독 크리스 샌더스는 처음부터 뇽오의 목소리를 원했다고 전해진다.     인간보다 더 사실적인 로봇의 모성애! ‘와일드 로봇’은 무엇보다 모성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흔치 않은 주제다. 외딴 섬에서 동물과 교감하는 외로운 로봇에 야생과 로봇이라는 소재를 엮어 이토록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작가 피터 브라운의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기러기 떼를 배경으로 로즈와 브라이트빌이 나란히 달리는 장면은 드림웍스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왜 로즈와 같은 인공 창조물에 그토록 매료되는 것일까.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인간들은 동물을 의인화한다. 우리와 다른 것에서 우리 자신을 보고 싶어하고,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어린 시절 인간은 누구나 엄마가 안내하는 세상으로 이끌려 가게 된다. 하지만 엄마들도 처음으로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아이들처럼 엄마의 역할을 배우며 엄마로 성장해야 한다. 로봇 로즈는 새끼 기러기 브라이트빌을 무사히 이주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며 자신도 엄마로서 성장한다.     혼란이 자신감으로 바뀌는 여정!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해가며 진화하는 생명의 고귀한 가치와 아름다운 인생 교훈을 많이 담고 있는 ‘와일드 로봇’은 애니메이션 팬들이 탐닉할 만한 모험과 유머로 가득 차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로봇 드림웍스 인간형 로즈 드림웍스 특유 새끼 기러기

2024-11-06

[신 영웅전] 맹손의 자식 교육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 노(魯)나라에 맹손(孟孫)이라는 세도가(勢道家)가 살고 있었다. 맹손은 사냥을 아주 좋아했다. 어느 날 부하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가 새끼 사슴을 잡아 진서파(秦西巴)를 시켜 집으로 가져오도록 했다.   진서파가 새끼 사슴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어미 사슴이 슬피 울며 따라왔다. 그 눈빛에 자식을 돌려 달라는 소망이 그토록 간절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착한 그는 어미 사슴의 모정에 감동해 새끼를 풀어 주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진서파가 집으로 돌아오자 맹손은 잡은 사슴을 가져오라 했다. 진서파는 그간의 사정을 보고하고 어미 사슴의 슬픔을 뿌리칠 수 없어 새끼를 돌려보냈노라고 대답했다. 그의 말을 들은 맹손은 크게 화를 내면서 그를 쫓아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석 달이 지나 맹손은 진서파를 다시 불러들여 자기 아들의 가정 교사로 삼았다. 많은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맹손의 마부(馬夫)가 “지난날에는 진서파에게 죄를 물어 몰아냈다가 이제는 그를 불러 아드님의 스승으로 삼으시니 그 연유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맹손이 “진서파가 사슴의 새끼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했다면 항차 내 아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느냐”고 대답했다. (『한비자』, 『여씨춘추』)   누구인들 자식이 소중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찌 내 자식만 소중하겠는가.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아이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자살한 담임 선생님도 누군가의 자식이며, 가슴 아파할 엄마와 아버지가 있다. 그런데 왜 그들이 죽어야 하나. 나 자신을 포함해 모두 부모 잘못이며, 그 잘못의 뿌리에는 무지가 있다.   퇴계(退溪) 선생은 사랑(仁)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情)이 아니라 머리로 느끼는 이치(端)라고 했다.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이래 아버지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나라가 어지러워졌으니 모두가 내 탓이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자식 교육 자식 교육 누구인들 자식 새끼 사슴

2024-09-29

[열린광장] 얌전한 우리 집 강아지

우리 집 강아지는 얌전하다. 온종일 움직이지도 않고 앉아 있다. 먹이를 주지 않아도, 아침저녁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손녀가 선물로 준 장난감 강아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덩치에, 양쪽 귀에 갈색 물감을 살짝 입힌 털이 돋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푸들을 닮았다. 가끔 구부러진 다리를 바로 세워주고, 나와 눈을 마주 보게 만들어도 준다. 나는 개띠라서 그런지 동물 가운데 강아지를 특히 좋아한다.   이 장난감 강아지는 중국제품이다. 미국 시장에는 중국산 제품이 무척이나 많다. 내가 사용하는 일상 용품 가운데도 중국제가 많다. 우선 온종일 사용하는 돋보기 안경을 비롯해 수영장에서 입는 고무 수영복, 발에 끼는 오리발, 튜브, 타이머 시계 등 다양하다. 시계는 단돈 5달러에 구입했지만 성능은 좋다. 어린이 장난감 판매 업소에 가 봐도 거의가 중국제다.     나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좋아하지만 전도서 말씀에는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다고 했다. 아무나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본인 몸을 겨우 돌볼 수 있는 90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개를 키우는 것은 자녀가 하나 더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침저녁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하고 자주 목욕도 시켜줘야 한다. 옛날 시골에서 기르던 개나 고양이는 여름이 되면 온 몸에 벼룩이 들끓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나는 우리집에서 기르던 개를 빗으로 빗겨주고 바다로 데리고 나가 목욕을 시키기도 했다.       우리 주택단지 안에 고양이 열 마리를 기르는 60대 독거 남자가 있다. 그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다. 그에게 고양이는 자녀처럼 보인다. 온종일 먹이를 주고, 변을 처리하고, 같이 놀아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고양이들이 자동차 주변과 마당, 그리고 방 안과 그가 자주 이용하는 현관 의자에까지 맴돌고 있다.     며칠 전, 그 집 앞을 지나다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끼고 있는 어미 고양이를 보았다. 새끼들이 어미 고양이만치 컸는데도 모두 어미 젖을 빨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이 예뻐서 번갈아가며 핥아주고 있다. 젖을 뗄 때가 되었는데…. 어미 고양이는 영양실조인지 삐쩍 마르고 뼈가 앙상하게 드러났다. 나는 새끼들을 향해 “그만해라, 너희 엄마 쓰러져!”라고 외치고 싶었다. 새끼를 키우고 보호하려는 동물의 모성애도 인간 못지 않은 듯하다.         요즘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 집에 얹혀 사는 경우가 늘면서 이들을 캥거루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옆 집의 큰 고양이 새끼들도 이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방을 드나들며 우리 강아지와 눈을 맞춘다.  표정이라도 좀 지어보렴. 올해 크리스마스때는 손녀에게 디지털 AI 강아지를 부탁해야지.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면 꼬리를 치며 반응하는 강아지 말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강아지 장난감 강아지 새끼 고양이 고양이 새끼들

2023-10-23

청둥오리의 지극한 모성애

청둥오리의 지극한 모성애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모성애는 동물과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자식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다. 아니, 어쩌면 동물들이 더 모성애가 강할지도 모른다.     2019년 5월, 중국 후베이성 샹양의 한 동물원에서 세 살 된 암컷 원숭이가 새끼를 낳았다. 생전 처음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엄마 원숭이는 자신의 새끼 원숭이가 어찌도 소중한지 애지중지 돌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새끼 원숭이는 선천적으로 몸이 매우 약했다. 엄마 원숭이의 열정적인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결국 새끼 원숭이는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죽고 말았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다른 원숭이들의 위생과 관리를 위해, 새끼 원숭이를 치우려는 사육사들은 뜻밖의 상황과 마주쳤다. 엄마 원숭이가 사육사들에게 거세게 반항하며 새끼 원숭이를 내주지 않고 계속 품에서 보호하는 것이었다.     사육사가 조금이라도 다가서면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사육사를 위협하여 다가서지 못하게 했다. 더욱더 슬픈 것은 엄마 원숭이의 위협에 사육사가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으면, 엄마 원숭이는 죽은 새끼를 품에 안은 채 핥고 쓰다듬으며 어떻게든 새끼를 깨우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이미 떠나버린 새끼를 보내지 못하는 엄마 원숭이 마음에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했다.   문어는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머리가 좋다. 문어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경험을 기억하였다가 다음번에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이를 이용해 해결한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 때 무려 8 경기에서 어느 나라가 이길지 모두 맞춰 신문지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문어가 있었다. 바로 독일의 한 수족관에 살았던 ‘점쟁이 문어’파울(Paul)이다. 4강에서 강적 스페인을 만난 독일은, 파울이 독일의 패배를 예언하자 "해산물 샐러드에 넣어버리겠다"며 '살해협박'(?)을 했다. 그런데 남아공 월드컵 우승국인 스페인은, 경우가 달랐다. 자국 축구대표팀의 승리 결과를 미리 예견해준 고마운 점쟁이 파울에게 스페인 명예시민권을 수여함으써 그 은혜에 보답했다.     문어는 개에 버금가는 아이큐를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사육사를 인지하고, 플라스틱 통 뚜껑을 돌려 열고 탈출하기도 한다. 문어(文魚)라는 이름에 글을 뜻하는 문(文)자가 들어간 것이 우연은 아닐 듯싶다. 우리 선조들은 문어가 지닌 먹물 때문에 글을 아는 물고기라고 귀하게 여겼다. 문어의 먹물은 선비들이 글을 쓸 때 이용하기도 했다, 머리가 크면 머리가 좋을 거란 속설이 있다. 문어의 머리가 커서 지능이 높을 거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문어의 머리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머리가 아니라 몸통이다. 이 때문에 강원도나 경북지방에서는 제사상에 반드시 올라가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문어는 머리만 좋은 것이 아니라 모성애 또한 뛰어나다. 문어는 살신(殺身孵化)로 유명하다. 어미 문어는 산란기가 되면 바위 밑 같은 곳으로 들어가 몸을 숨긴 뒤 알을 낳고 그 알들이 부화될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버티며 알을 보호한다. 그 기간이 보통 여섯 달이다. 인간은 일주일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 그런데 심해문어 중 하나가 자그마치 53개월이나 알을 품었고, 부화하자 죽었다. 어미 문어는 포란기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새끼들이 태어나면 어미는 죽는다. 그 새끼들의 첫 먹이가 제 어미의 살이다. 그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통해 첫 교육이자 마지막 교육을 받는다. 너희들도 네 새끼를 위해서 네 몸을 이렇게 내놔야 한다고. 그래서 새끼들도 자라나 어른이 되면 제 어미가 한 그대로 자신의 몸을 바친다.     어느 스쿠버다이버가 들려준 또 다른 문어의 모성애 일화다. 잠수 중에 바위틈에 있는 문어를 발견하고는 잡으려고 다리를 잡아끌었단다. 그러나 문어가 도망가지 않고 버티자 칼로 다리 하나를 잘랐는데 그래도 꿈적 안하고 버티고 있었다고 한다. 한참 사투 끝에 다리가 여럿 잘린 문어가 바위틈에서 끌려 나왔는데 그곳에는 문어 알이 가득 붙어있었다. 알을 보호하려고 어미 문어가 끝까지 버텼던 것이다. 자식을 무책임하게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인간사회를 둘러보면 문어만도 못한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비닐 팩에 꽁꽁 싸여 마트 진열대에 올라있는 검붉은 문어의 조각난 몸통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영험하고 신성한 존재를 이렇게 씹어 삼켜도 되는 것인가. 숨진 문어의 넋들이 구천 위를 떠돌면서 자신들의 육체가 한낱 미물 인간에게 배설·소화되는 장면을 피울음을 울며 바라보는 건 아닐지......   “우리 집 처마 밑에 새끼친 딱새. 공부하다 보면 딱새 엄마 둥지로 들어갈 때도 뭔가 주둥이에 물고 가고. 나올 때도 주둥이에 뭔가 물고 나온다. 들어갈 때는 먹이를 물고 가고 나올 때는 새끼새 똥을 물고 나오는 거란다. 엄마가 일러주시는 말씀. 아 그렇구나. 엄마 새도 새끼새 기저귀를 그렇게 갈아주는 거구나.”나태주 시인의‘새집 관찰’이다.     동물의 모성애는 내 주변에서도 목격되었다. 달포 전이었다. 내가 출석하는 시니어센터에 진기한 손님 하나가 찾아왔다. 청둥오리 한 마리가 건물 현관 앞 잔디밭에 당당하게(?)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앉은 것이다. 애틀란타에는 조용한 숲도 많으데 왜 하필 소란스러운 건물 현관 앞에  둥지를 틀었을까. 사람들이 신기해서 다가가도 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진기한 손님의 안부는  곧 센터 노인들의  주요화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머지 않아 귀여운 새끼 오리들이 엄마와 함께 뒤뚱뒤뚱 산책하는 모습을 보게 될 거라는 기대 속에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때가 한참 지났는데도 부화 소식이 없는 것이다. 알고 보니 품고 있는 알이 모두 무정란이었다. 하지만 청둥오리는 밤이나 낮이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사람들은 따뜻한 둥지를 만들라고 검불도 갖다 놓고 먹을 것도 날라도 주었다. 처음에 올 때 토실토실하던 모습은 점점  까칠해졌다..이제 인간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안부가 걱정되었다. 둥지는 무사할까? 그런데 며칠 전부터 청둥오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 품고 있어봐야 부질없는 일이란 것을 알았을까. 둥지 앞에는 스티로폴  먹이그릇만  뎅그러니 남아 있었다. 마음이 찡했다.     며칠 후 다시 찾아가 보니 이것마저 모두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청둥오리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손님은 떠나간 것이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유산의 아픔(?)이 얼마나 컸을까. 자연의 품에서 어서 기력을 회복하여 힘차게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그래, 다음에는 건강한 알을  낳아 잘 부화하거라.’   그렇다. 두려움, 슬픔, 그리움 등의 감정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성애는 결코 사람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동물도 자식을 위한 사랑은 사람 못지않다.  모성애가 가진 애절한 사랑의 힘, 그만큼 사람과 동물이라는 경계마저 허무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모성애가 시들면 지구도 시든다’는 어느 시인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김지민 기자청둥오리 모성애 어미 문어가 새끼 원숭이 엄마 원숭이

2023-06-01

옐로스톤서 사람 손 탄 새끼 바이슨 결국 죽음 맞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여행객의 무지 때문에 공원 관계자가 갓 태어난 바이슨(Bison, 들소의 일종)을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   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주 토요일인 20일,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남성이 옐로스톤 북동쪽에 있는 라마르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새끼 바이슨을 손으로 건져 올려 길 위에 놓아줬다.   당시 바이슨 떼가 이 강을 건너면서 새끼가 어미를 놓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공원 관계자들은 구조된 새끼를 원래 속해 있던 무리에 합류시키려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구조과정에서 사람 손을 거치면서 새끼한테서 사람 냄새가 나자 바이슨 무리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리에 합류하지 못한 이 새끼는 계속 사람이나 차를 따라 다니면서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고 공원 측은 결국 이 새끼 바이슨을 죽이기로 결정했다.     공원 관계자는 2016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며 당시 캐나다 남성과 그 아들이 새끼 바이슨을 구조한다는 마음에 자신들의 SUV 차량에 태웠으나 그 이후 무리에 합류하지 못해 결국 안락사시켰다고 말했다.   당시 이 남성은 유죄를 인정해 235달러의 벌금과 함께 옐로스톤 공원기금 중 야생동물 보호 기금에 500달러를 내도록 명령받았다.   최근에는 바이슨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갔던 여행객들이 바이슨에게 뿔로 들이받치는 사고가 여러 건 발생하기도 했다.   공원 측은 바이슨이나 사슴류의 경우 최소 25야드(23미터), 곰과 늑대류를 만나면 최소 100야드(91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원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40~50대 연령대의 백인 남성을 찾고 있다.  김병일 기자옐로스톤 바이슨 새끼 바이슨 옐로스톤 공원기금 옐로스톤 국립공원

2023-05-25

[글마당] 죄의 눈물

  잠시 눈을 감으면 멀어진 것들은 더 멀리   그리움으로 쌓인다   미운 것 없이 밀려간 시간들도 잘라내지 못한 미움의 아픔도   온기 솟는 푸른 냄새 사이로 가만가만 또 천 리 길을 간다       갑갑한 기운은 행간마다 미끄러지는   혀의 시간 속으로 떨어지고   용서할 이유를 찾기보다는 미워할 이유를 먼저 찾는   모순투성이의 권한 속에   울고 싶을 때 울어야 할 이유조차 놓쳐버린 지금   비정한 그 족보의 얼룩들이 죄악의 한으로 남아   숨을 곳이 없어야 죄가 없어질 거라는 수난의 길을 택한   그때 그 호랑나비의 새끼를 지금 나는 보고 있다       얼룩진 가루를 털어내며 홀로 떨고 있는   아주 작은 날개   폭풍이 몰려오는 바람 속에 먹이 사슬을 끊어내고   외로운 구원의 신비를 찾아 나선 새끼나비의 모진 고독이   피의 존속 앞에 꿇어 엎드린 증언으로 맺힌 고리를 풀어간다       온실 속을 빠져나와 고삐가 풀렸는데 갈 곳은 어디에   밤마다 음침한 골짜기를 헤매어 돌다   스스로 몸부림치고 있는 죄의 뿌리에 갇힌 새끼 나비를 보며   억지의 숲속을 더듬게 했던 그때 그 사람들   잘린 숨 잘린 몸 맺힌 설음 어찌 삭아 들까서릿발친다       손 모아 우는 죄의 눈물 그 순환의 연속을 끊어내려   부르르 떠는 날개 만지며   다독이는 사랑을 전하는 장한 시대의 아픔을   지금 나는 보고 있다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눈물 나선 새끼나비 새끼 나비 냄새 사이

2023-04-28

[중앙 칼럼] ‘무모한 도전’이 위험한 이유

뉴스를 접할 때 이해 안 되는 것들이 종종 있다. ‘아무개가 에베레스트 산에 올랐다가 실종됐다. 아무개가 설산에서 길을 잃어 목숨을 잃었다.’ 스스로 산에 올라 목숨까지 바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굳이 힘들게 찾아가 사고를 자초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등산뿐인가. 인간이란 동물은 까딱하면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행위에 ‘미친 듯’ 덤벼든다. 미디어는 도전 정신을 높이 사며 비보도 전한다. 매년 슬픈 소식이 반복되지만, 신기하게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 죽음을 각오한 호기심과 도전, 참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캘리포니아주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PCH) 1번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1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색다른 볼거리가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다. 파도가 넘실대는 곳에서 펭귄이나 물개 떼마냥 검은색 무리가 둥둥 떠 있다. 잔잔한 파도 위에 넘실대는 모습일 때는 ‘그까짓 거 나도 한 번!’이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5~10피트(2~3미터) 높이의 거친 파도에 검은 무리가 초토화될 때면 ‘아이고~!’라는 감탄과 두려움이 몰려온다.   서핑은 오묘하다. 물과 파도, 눈에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다. 보드 위에 앉아 있으면 세상 평화롭고, 파도에 휩쓸리면 숨통을 조여온다. 서핑보드에서 균형을 잃고 파도에 휩쓸린다. 발은 밑바닥에 닿지 않는데 정신없이 때려 치는 파도의 힘이란…물 공포는 언제 겪어도 두렵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세탁기 옷감처럼 ‘통돌이’ 할 때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본능이 발동한다.   위험요소는 또 있다. 백상어다. 캘리포니아 해변은 새끼 상어의 놀이터란다. 드론을 띄워보면 새끼 상어(8~10피트)가 모래사장 가까이까지 접근해 유유히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끔 새끼 상어는 웻수트를 입은 검은 서퍼를 물개로 착각해 물기도 한다. 뼈가 많은 인간은 식감이 별로라며 뱉어내지만, 치명상으로 이어진다. 서퍼의 대응은? 송사리가 무리 지어 다니듯 ‘한 데 모여’ 위험요소를 최소화할 뿐이다.   자연의 힘은 순식간에 인간의 숨통을 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른다. ‘정복’을 위한 담대한 도전이라고 미화한다. 과연 그럴까. 삶과 죽음의 갈림길임은 본인이 잘 안다. 무섭고 두렵다. 그럼에도 과정에서 느끼는 내면의 평화와 희열은 참 강렬하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숨통을 조여오는 5~10초 동안, 공포와 평화를 동시에 느꼈다고 말하는 식이다. 위험이 지나고 숨통이 트이면 겸손과 감사도 배운다.   심리학에서 호기심과 도전은 ‘새로운 자극’을 찾도록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내모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 달 사이 마운틴 볼디에서 구조된 사람만 약 15명이다. 사망자도 2명이 발생했고 1명은 실종 상태다. 실종 58시간 만에 살아 돌아온 75세의 한인은 설산의 아름다움에 취했고, 두려움 대신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고 전했다. 극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었지만, 그 또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달관이다.   자연의 힘에 도전하는 자세는 달관이란 깨달음과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를 준다. 기억할 것은 ‘목숨’이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샌버나디노카운티 셰리프국은 “마운틴 볼디의 겨울 산행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다.  제발 자제해 달라”고 읍소할 정도다.     자연이 호기심과 도전을 자극할 때면 ‘목숨도 내놓을’ 준비가 됐는지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 칼럼 무모 도전 도전 정신 캘리포니아주 퍼시픽코스트 새끼 상어

2023-02-07

[이 아침에] 울 엄마

몇 년 전 ‘울 엄마’를 주제로 책을 만든 적이 있다. ‘울 엄마’는 우리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어머니, 얼마나 숭고하고 위대한 말인가.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말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세월의 흐름도 공간의 부피도 아랑 곳 없이 사랑과 그리움이 서린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계신다.     책에 글을 쓴 이들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보다 불효를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글을 쓰기 전부터 어머니 하면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어머니 하면 마음이 찡하는 울림이 온다고 했다. 그렇다.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생명이시다. 만물의 근원이시다. 어머니는 우리의 빛이시다. 글을 쓴 이들은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는 밥을 안 드시고도 항상 배가 부르다고 하셨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항상 굶으셨다. 어머니는 자식의 아픔을 대신하려고 했다. 자식은 어머니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요새 자식들은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는 자연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보게 된다.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염낭거미가 있다. 염낭거미는 모성이 강한 거미로 알려져 있다.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나뭇잎을 말아 작은 주머니 모양의 둥지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알을 낳는다. 어미 거미는 새끼거미가 부화하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먹이로 내어준다. 그 희생적인 사랑은 어미만이 베풀 수 있는 위대함이다. 어미의 몸을 먹고 자린 새끼거미들은 둥지를 뚫고 나와 바람 따라 제 갈 길 찾아 흩어져 산다. 자식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고 조용히 사라져 가는 염낭거미는 우리 어머니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논우렁이가 있다. 우렁이는 자기 몸 안에 알을 낳고 부하가 된 새끼들은 제 어미의 살을 파먹고 성장한다. 어미 우렁이는 한 점의 살도 남김이 없이 새끼들에게 다 주고 빈껍데기로 흐르는 물길 따라 둥둥 떠내려간다고 한다. 그런 새끼 우렁이도 어미가 되어 알을 낳으면 같으리라 생각된다.   가물치는 우렁이와는 반대의 삶을 산다. 가물치는 수천 개의 알을 낳고 장님이 된다고 한다. 장님 가물치는 먹이 활동을 할 수 없어 굶주림을 참아야 하는데 이때쯤 알에서 부하가 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어미 가물치가 죽지 않도록 한 마리씩 자진해서 어미 입으로 들어가 먹이가 되어 준다는 것이다. 얼마나 애틋한 내용인가.   결국 어미 가물치는 새끼 덕에 다시 눈을 뜬다고 한다. 수천의 새끼 중에 생존 가물치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90%가 어미를 위해 희생을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얼마 전에 세상을 뜬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 그리워하면 뭐하리, 우리는 항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를 하면서 산다. 김일홍 / 소설가이 아침에 엄마 새끼 우렁이도 우리 어머니 어머니 얼마

2022-12-02

[이 아침에] 울 엄마

몇 년 전 ‘울 엄마’를 주제로 책을 만든 적이 있다. ‘울 엄마’는 우리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어머니, 얼마나 숭고하고 위대한 말인가.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말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세월의 흐름도 공간의 부피도 아랑 곳 없이 사랑과 그리움이 서린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계신다.     책에 글을 쓴 이들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보다 불효를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글을 쓰기 전부터 어머니 하면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어머니 하면 마음이 찡하는 울림이 온다고 했다. 그렇다.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생명이시다. 만물의 근원이시다. 어머니는 우리의 빛이시다. 글을 쓴 이들은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는 밥을 안 드시고도 항상 배가 부르다고 하셨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항상 굶으셨다. 어머니는 자식의 아픔을 대신하려고 했다. 자식은 어머니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요새 자식들은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는 자연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보게 된다.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염낭거미가 있다. 염낭거미는 모성이 강한 거미로 알려져 있다.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나뭇잎을 말아 작은 주머니 모양의 둥지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알을 낳는다. 어미 거미는 새끼거미가 부화하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먹이로 내어준다. 그 희생적인 사랑은 어미만이 베풀 수 있는 위대함이다. 어미의 몸을 먹고 자린 새끼거미들은 둥지를 뚫고 나와 바람 따라 제 갈 길 찾아 흩어져 산다. 자식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고 조용히 사라져 가는 염낭거미는 우리 어머니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논우렁이가 있다. 우렁이는 자기 몸 안에 알을 낳고 부하가 된 새끼들은 제 어미의 살을 파먹고 성장한다. 어미 우렁이는 한 점의 살도 남김이 없이 새끼들에게 다 주고 빈껍데기로 흐르는 물길 따라 둥둥 떠내려간다고 한다. 그런 새끼 우렁이도 어미가 되어 알을 낳으면 같으리라 생각된다.   가물치는 우렁이와는 반대의 삶을 산다. 가물치는 수천 개의 알을 낳고 장님이 된다고 한다. 장님 가물치는 먹이 활동을 할 수 없어 굶주림을 참아야 하는데 이때쯤 알에서 부하가 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어미 가물치가 죽지 않도록 한 마리씩 자진해서 어미 입으로 들어가 먹이가 되어 준다는 것이다. 얼마나 애틋한 내용인가.   결국 어미 가물치는 새끼 덕에 다시 눈을 뜬다고 한다. 수천의 새끼 중에 생존 가물치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90%가 어미를 위해 희생을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얼마 전에 세상을 뜬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 그리워하면 뭐하리, 우리는 항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를 하면서 산다. 김일홍 / 소설가이 아침에 엄마 새끼 우렁이도 우리 어머니 어머니 얼마

2022-11-14

[기고] 무서운 지구온난화 여파

지난 50년 동안 미국 최북단에 위치한 베로우 (Barrow, 현재 우트퀴아그빅(Utqiagvik)으로 개명) 외곽에 있는 국립해양대기청 (NOAA) 연구소에서 온실효과 기체의 농도를 관측해 왔다. 지난 1958년 하와이 마우나 로라에서 처음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것이 온실효과 기체 관측 계기가 되었다.     공장 등에서 배출하는 대표적인 온실효과 기체는 이산화탄소 (CO2), 메탄 (CH4), 아산화질소(N20) 등이다.     특히,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농도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온실효과는 20~300배에 달하기 때문에 메탄과 아산화질소 유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 지구 전체의 기온 상승에 비해 극지방에서의 온도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 때문에 극지방을 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최전선이라고 부른다. 특히, 빙산의 감소는 상상을 초월하는 영향을 인류에게 미치고 있다. 당연히 해양 및 육상 생태계에도 직간접으로 피해를 끼친다.     빙산 감소의 주요 원인은 북극해로 유입되는 북대서양 해류 및 러시아 강물의 온도 상승이다. 또 다른 원인은 산불 및 선박 엔진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 먼지가 빙산 표면에 떨어져 반사율 (유입된 햇빛양에 비해 반사되는 비율)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눈이나 빙산은 대부분의 햇빛을 반사하지만, 미세먼지 등이 있으면 그곳에서는 햇빛을 흡수했다가 에너지를 발산해 빙산을 녹인다. 눈은 반사율이 0.8이다. 이는 20%만 눈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반사된다는 의미다.     빙산 감소로 인한 영향을 살펴보자. 우선, 물개는 삶의 터전을 상실하게 된다. 즉, 물개는 새끼를 유빙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새끼가 차가운 북극해에 들어갈 만한 체력을 갖출 때까지 먹이를 잡아다 준다. 이때, 유빙 밑부분에 미로를 만들어 새끼 물개가 북극곰의 공격으로부터 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유빙이 얇아지거나 없어지면 물개가 새끼를 키울 곳이 없어진다. 또한, 얇아진 유빙은 북극곰이 쉽게 깰 수 있어 새끼 물개가 피할 곳이 없게 된다.     또 북극곰의 후각 능력은 매우 뛰어나 유빙 속 물개 새끼를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된다.     하지만 물개 서식지의 파괴는 북금곰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해양 생태계의 정상적인 순환이 파괴되기 때문에 어떤 영향이 어떻게 일어날지 상상하기가 힘들다.     현재 온난화는 유럽의 가뭄, 아시아와 미국의 홍수 등 지역 및 대륙별로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빙산 감소로 남태평양 섬들은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받고 있다. 언젠가는 아틀란티스 (Atlantis)가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주요 대도시 대부분이 해안에 인접해 있어 인류의 대부분도 해수면 상승의 영향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산물 어획량의 감소다. 한국의 동해를 생각해 보자. 명태를 잡으면 현상금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동해 북쪽으로 내려오는 한류가 더는 내려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쓰시마 난류가 북쪽으로 올라가는 기세가 더 강해진 탓이다.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동해서 잡히지 않는 이유이다.     이러한 온난화의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한 NOAA 지구관측 연구소가 지구 모든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베로우 NOAA관측소는 2020년 말 첨단시설로 교체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식행사는 지난 8월 초에나 가졌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온실효과 기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대기 중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315 ppm에서 430 ppm으로 증가했다.     온난화 및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단지, 온실효과 기체를 최대한 줄이는 것만이 후세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 줄 수 있는 방법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페어뱅그스 교수기고 지구온난화 여파 새끼 물개가 물개가 새끼 온실효과 기체

2022-08-31

[기고] 무서운 지구온난화 여파

지난 50년 동안 미국 최북단에 위치한 베로우 (Barrow, 현재 우트퀴아그빅(Utqiagvik)으로 개명) 외곽에 있는 국립해양대기청 (NOAA) 연구소에서 온실효과 기체의 농도를 관측해 왔다. 지난 1958년 하와이 마우나 로라에서 처음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것이 온실효과 기체 관측 계기가 되었다.     공장 등에서 배출하는 대표적인 온실효과 기체는 이산화탄소 (CO2), 메탄 (CH4), 아산화질소(N20) 등이다.     특히,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농도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 온실효과는 20~300배에 달하기 때문에 메탄과 아산화질소 유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 지구 전체의 기온 상승에 비해 극지방에서의 온도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 때문에 극지방을 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최전선이라고 부른다. 특히, 빙산의 감소는 상상을 초월하는 영향을 인류에게 미치고 있다. 당연히 해양 및 육상 생태계에도 직간접으로 피해를 끼친다.     빙산 감소의 주요 원인은 북극해로 유입되는 북대서양 해류 및 러시아 강물의 온도 상승이다. 또 다른 원인은 산불 및 선박 엔진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 먼지가 빙산 표면에 떨어져 반사율 (유입된 햇빛양에 비해 반사되는 비율)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눈이나 빙산은 대부분의 햇빛을 반사하지만, 미세먼지 등이 있으면 그곳에서는 햇빛을 흡수했다가 에너지를 발산해 빙산을 녹인다. 눈은 반사율이 0.8이다. 이는 20%만 눈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반사된다는 의미다.     빙산 감소로 인한 영향을 살펴보자. 우선, 물개는 삶의 터전을 상실하게 된다. 즉, 물개는 새끼를 유빙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새끼가 차가운 북극해에 들어갈 만한 체력을 갖출 때까지 먹이를 잡아다 준다. 이때, 유빙 밑부분에 미로를 만들어 새끼 물개가 북극곰의 공격으로부터 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유빙이 얇아지거나 없어지면 물개가 새끼를 키울 곳이 없어진다. 또한, 얇아진 유빙은 북극곰이 쉽게 깰 수 있어 새끼 물개가 피할 곳이 없게 된다.     또 북극곰의 후각 능력은 매우 뛰어나 유빙 속 물개 새끼를 찾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된다.     하지만 물개 서식지의 파괴는 북금곰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해양 생태계의 정상적인 순환이 파괴되기 때문에 어떤 영향이 어떻게 일어날지 상상하기가 힘들다.     현재 온난화는 유럽의 가뭄, 아시아와 미국의 홍수 등 지역 및 대륙별로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빙산 감소로 남태평양 섬들은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받고 있다. 언젠가는 아틀란티스 (Atlantis)가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주요 대도시 대부분이 해안에 인접해 있어 인류의 대부분도 해수면 상승의 영향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산물 어획량의 감소다.  한국의 동해를 생각해 보자. 명태를 잡으면 현상금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동해 북쪽으로 내려오는 한류가 더는 내려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쓰시마 난류가 북쪽으로 올라가는 기세가 더 강해진 탓이다.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동해서 잡히지 않는 이유이다.     이러한 온난화의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한 NOAA 지구관측 연구소가 지구 모든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베로우 NOAA관측소는 2020년 말 첨단시설로 교체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식행사는 지난 8월 초에나 가졌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온실효과 기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대기 중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315 ppm에서 430 ppm으로 증가했다.     온난화 및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단지, 온실효과 기체를 최대한 줄이는 것만이 후세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 줄 수 있는 방법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페어뱅그스 교수기고 지구온난화 여파 새끼 물개가 물개가 새끼 온실효과 기체

2022-08-24

[삶의 뜨락에서] 제비집을 그리다

‘정원의 쓸모’라는 책을 읽고 있다. 잘 가꾼 정원이 얼마나 보기 좋으며 우리의 심신을 위로한다는 정원예찬론 정도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 선입견을 뛰어넘는 내용이 실려있었다. 정원 가꾸기 즉 원예 활동이 사람들 심리 치료에 큰 효과가 있음을 끝없는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더 나아가 자연이라는 놀라운 세계를 꽃과 나무와 텃밭의 식물과 창가의 작은 화분까지 동원하며 안내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음은 자연과 더불어 살 때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정원이 이렇게 쓸모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자연의 신비한 힘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연 속에 아주 작은 존재 하나로도 설명이 어려운 힘을 얻는다.    자연 속 작은 풍경 처마 밑 제비집은 우리에게 좋은 느낌을 준다. 제비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다른 새들은 경계심으로 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만든다. 제비는 오히려 사람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장소에도 겁 없이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운다. 사람들도 다른 새가 집안 어디에 둥지를 틀면 싫어하고 방해한다. 그러나 제비가 날아들면 환영한다. 둥지 받침대도 만들어 주는 것은 흥부 아저씨 이야기로  마음에 담긴 제비가 복을 불러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즐기는 자연이 아니고 가까이에서 함께 지내며 바라보는 자연이 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이 한 조각 자연의 풍경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들이 사는 것이 자꾸 자연스러움에서 멀어지고 있다. 자연과 멀어져 사는 삶이 어느 날 제비집을 보며 가르침을 얻는다. 지푸라기에 잘 다진 고운 흙을 덩어리지게 묻혀 차곡차곡 쌓은 제비 둥지는 그 노고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사는 것의 정성을 깨우쳐 준다. 한번 정 붙인 집은 잊지 않고 매년 찾아 드는 고향에 대한 약속 같은 정겨움이다. 노란 부리가 귀여운 새끼 제비가 둥지 밖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가족이라는 그림이 그려지며 그렇지 않은 빈 둥지를 할 말 없게 한다. 내 삶이 더 중요하다며 비어 있는 가족 관계를 에둘러 나무란다. 쉬지 않고 새끼 제비의 입속에 먹이를 넣어주는 엄마 아빠 제비의 부지런함은 잊었던 부모님의 노고를 떠올리게 한다. 날개에 힘을 얻은 새끼 제비들이 하늘 속으로 날아가는 신통한 성장은 자녀들의 어느 날 모습에 놀라는 어른들의 표정을 읽게 한다. 그래서 처마 밑 작은 보금자리는 해마다 생기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내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봄 여름 가을의 계절 속에 제비 가족이 처마 밑에서 지내는 시간은 잘 지어진 제비집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다시 찾은 낯익은 그 집의 처마에 들어서서 부부 제비는 손발 맞추어 정교한 제비집을 완성한다. 멀지 않아 그 포근한 자리에는 몇 개의 제비 알이 내일을 준비한다. 날개 밑에서 체온을 받아 새끼로 자란 작은 생명이 알껍데기를 열고 세상을 본다. 노란 부리가 예쁘게 드러나며 먹이를 받아먹고 날마다 자라난다. 어느 날 날개가 완성된다. 둥지를 나와 가까운 전깃줄까지 날아가는 연습에 열중한다.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매일매일 날개에 힘을 저축한다. 단풍 드는 계절이 오면 늘어난 제비 가족은 정든 집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남쪽 나라로 향한다. 집주인은 섭섭함을 달래며 내년에 만나자 손을 흔든다.     제비집은 이제 주인이 없다. 그래도 제비집은 내년을 기다리며 새끼 제비들의 짹짹거림과 날씬한 선을 긋던 제비의 날갯짓을 되새기는 소리가 그곳에서 들린다. 다시 만나는 반가움이 살아난다. 흥부 놀부가 울고 웃던 제비집을 그려보며 사람들은 흥부도 되고 놀부도 된다. 제비집이 우리에게 자연으로 흘러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한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제비집 새끼 제비들 제비 둥지 제비 가족

2022-08-22

[이 아침에] 금성에서 온 그녀

나이가 드니 아침에 일찍 눈을 뜬다. 사무실로 출근을 하지 않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잠시 침대에 누워 인터넷으로 신문을 본다. 며칠 전 아침의 일이다. 아내가 동화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를 아느냐고 묻는다. 순간, “무슨 의도로 그걸 묻지?”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렇게 의심과 편견을 가지고 시작한 대화가 아내의 의도대로 진행될 리가 없다. 결국 아내는 나하고는 대화가 안 된다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도 웰다잉(well dying)을 놓고 시작한 대화가 삼천포로 빠져 어색한 아침을 맞은 적이 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나는 늘 누구나 공감할만한 옳은 말을 하지만 대화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답이 필요한 사람은 전문가를 찾아가지 대화 상대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그냥 자기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말 상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무언가 목적이 있을 때 나누는 것이 대화가 아니던가. 기승전결이 있어 대화를 나누고 나면 문제가 해결되고 결과가 있어야지. 목적 없는 대화는 시간낭비가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대화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머리로는 벌써 답을 찾고 목적 없는 대화라면 끝낼 대목을 생각한다. 나는 매사를 말로 풀기보다는 생각으로 푸는 편이다. 웬만큼 힘든 일도 하룻밤 자고 나면 대충 정리가 된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붙들고 매달려 결론을 내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냥 받아들이고 만다. 남들에게 힘든 이야기를 해 본들, 도움보다는 그저 남의 입에 오르내릴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설명이다.)   나의 대화법에 대한 아내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펜데믹 시작부터가 아닌가 싶다. 회사로 출퇴근을 할 때는 아내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다. 서로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정도였다. 내가 재택근무를 하며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매일 같은 세상을 보고 사니 딱히 해야 할 말은 도리어 줄어들었다. 산소 다음으로는 밥보다 말이 있어야 살아가는 금성에서 온 아내의 눈에 내가 대화의 상대로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다양한 화두로 대화를 시도한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어쩌란 말인가.     아내에게는 나 말고도 함께 금성에서 이주한 동료들이 많이 있다. 운동을 가면 만나고, 성당에서 만나고, 카페에서도 만난다. 부디 대화는 그들과 나누고, 내게는 사랑만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다. 펜데믹 이후, 아내가 나보다 자주 외출을 한다. 운동도 가고, 장도 보러 가고, 가끔은 친구를 만나러 나가기도 한다. 아내가 외출을 한다고 하면 나는 문 앞까지 나가 웃으며 배웅을 한다. 이건 아내가 알면 안 되는 비밀인데, 나는 그녀가 잠시 집을 비우면 매우 즐겁다. 대화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이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이 아침에 금성 대화 상대 이후 아내 오리 새끼

2022-08-14

조류독감, 포유류로 확산…여우 감염 사례 잇따라

중북부 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포유류에까지 확산하고 있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위스콘신주 천연자원부는 13일 붉은여우(북미지역에 다수 서식하는 일반적인 여우) 개체군에서 HPAI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천연자원부는 각각 다른 3개 카운티에서 신경질환 증상을 보인 채 발견된 3마리의 새끼 여우에 대해 HPAI 감염을 검사한 결과,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위스콘신주에서 포유류에 HPAI 전염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천연자원부 소속 수의사 린지 롱은 "여우가 HPAI에 감염된 새를 먹은 후 전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날 미네소타주 천연자원부도 "야생 포유류에서 처음으로 HPAI 감염 사례를 확인했다"며 "여우한테서 HPAI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야생동물 보건 책임관 미셸 카스텐슨은 "위스콘신과 미네소타 외에 아이오와, 미시간주,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도 HPAI에 감염된 여우가 속속 확인됐다"며 "토끼와 스컹크 등 다른 야생종에서도 감염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국에서는 2월 8일 인디애나 주 상업용 가금류 사육 시설에서 올해 들어 처음 HPAI가 발생한 후 계속 확산해 지금까지 35개 주에서 발병이 확인됐고 이로 인해 최소 3755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미네소타주 보건국 조니 쉬프텔 박사는 "사람이 HPAI에 전염될 가능성은 작지만 되도록 병 들어 보이는 야생동물, 특히 물새와 접촉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반려동물이 신경질환 증상을 보이는 야생동물과 접촉했다면 즉시 수의사를 찾으라"며 해당 증상은 방향감각을 잃고 원을 그리며 걷기, 불균형한 자세, 머리 또는 몸 떨림 등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조류독감 포유류로 조류독감 포유류로 여우 감염 새끼 여우

2022-05-16

개체수 급증 백두산 호랑이 중국·러시아서 낮에 잇단 출몰(종합)

고침내용 : [제목 변경, 새끼 호랑이가 발견된 지점에서 이튿날 성체가 발견된 내용 추가.]개체수 급증 백두산 호랑이 중국·러시아서 낮에 잇단 출몰(종합)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최근 수년간 개체 수가 급증한 야생 백두산 호랑이(중국명 동북 호랑이)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잇따라 출몰했다. 야행성이라 주로 야간에 출현했던 것과 달리 한낮에 목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일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주(朱)모 씨가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 산다오거우촌에서 촬영한 야생 새끼 호랑이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에는 산속에 있던 새끼 호랑이가 주 씨를 발견하자 몸을 돌려 달아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호랑이는 달아나다 잠깐 멈춰 주 씨를 돌아본 뒤 다시 산속으로 사라졌다. 주 씨는 이튿날인 2일 낮에 같은 지점에서 성체 호랑이와 조우했다. 이 어미 호랑이는 주씨 일행이 탄 차가 지나가는 길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간 뒤 잠시 엎드려 주씨 일행을 응시하다가 숲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주씨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귀여운 모습을 한 새끼 호랑이는 인기척이 나자 황급히 달아났으나 어미 호랑이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꽤 오래 엎드려 있다 서서히 숲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씨는 "호랑이띠 해를 맞아 이틀 연속 야생 호랑이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지만 무서워 감히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0일에도 훈춘에서 한낮에 성체 백두산 호랑이가 목격됐다. 목격자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뒤 "차를 타고 가다 2m 앞에서 길을 막아선 호랑이와 마주쳤다"며 "순순히 길을 내주고 숲속에서 우리가 떠나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6일에는 중국 접경 지역인 러시아 극동부 유대인 자치구에서 성체 호랑이 1마리와 새끼 2마리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잡혔다. 아무르타이거센터가 설치한 비디오카메라에는 폭설 속 먹잇감을 찾으러 나온 어미와 4∼5개월 돼 보이는 새끼 호랑이들이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40초가량 담겼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접경지역은 야생 백두산 호랑이 집단 서식지로, 출몰이 빈번하지만, 야행성이라 한낮에 지근거리에서 사람들과 마주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은 개체 수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밀림에 국한됐던 야생 호랑이들의 먹이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당국이 작년 10월 지린과 헤이룽장 일대 1만4천100㎢를 백두산 호랑이 및 표범 국가공원으로 지정하는 등 지속적인 보호에 나서면서 이 일대 서식 호랑이는 2017년 27마리에서 50여 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전문가들은 개체 수가 늘면서 야생 호랑이 근친교배가 일어나고 있으며, 유전병 유발과 열성 유전자 구현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p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중국 개체수 새끼 호랑이들 백두산 호랑이 야생 호랑이들

2022-01-03

[문예마당] 어느 새끼 오리의 죽음 / 하동 저수지

  ━   어느 새끼 오리의 죽음      강창오     어느 한적한 오후, 오랜만에 고개 내민 햇살을 즐기려고 옆 동네 공원을 찾았다. 주말이고 화창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인원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일부러 조용하고 꾸불꾸불한 구석길을 따라 공원의 정점인 연못가를 찾았다. 각종 오리 떼들이 산만하게 움직이며 산책 나온 사람들을 맞아주었고 꽥꽥하는 합창 소리는 더욱 정취를 풍겨주었다.    잠시 피곤한 다리를 쉬려고 근처의 벤치에 앉아있는데 맞은쪽 연못 끝자락에 초등학교 학생 아이들이 우르르 좌르르 움직이는 작은 소동이 눈에 띄었다. 전에 보지 못했던 의아스런 광경이라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갓난 오리 한 마리가 물에서 땅으로 올라오려고 안쓰럽게 발버둥 거리는 모습이 얼른 눈에 잡혔다. 그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아이들이 작은 가지로 막으며 애걸하다시피 “엄마한테 가 가” 하며 소리쳤다. 오리가 계속 자리를 옮기며 올라오려고 안간힘을 쓰자 아이들도 따라다니면서 한사코 물 안쪽으로 밀었다.       오리 새끼 한 마리가 왜 혼자 구석에 남아 곤경을 겪는지 궁금해서 연못 안을 여기저기 살폈다. 놀랍게도 이 한 마리 외에 다른 새끼들도 두 마리 세 마리씩 짝을 지어 안타깝게 삐악거리며 여기저기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어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새끼들을 돌봐야 할 어미가 없어져 방황하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짠해 왔다.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고 곁에서 지켜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았으리라!   많은 오리가 주위에 군집해 있었지만 어느 오리도 여기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끔 암놈 하나가 다가올 때마다 다 같이 “야 엄마다”하고 소리쳤지만 오히려 새끼들을 쪼며 못살게 구는 것을 보아 금방 어미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번 냉정한 동물의 세계, 즉 그것은 인간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영역임을 절실히 느꼈다.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땅으로 올라오려는 새끼오리와 막는 아이들의 실랑이가 은근히 걱정되었다. 저러다가 곧 지쳐 오래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저 오리가 너무 지친 것 같다. 잠시라도 땅에 올라와 좀 쉬게 하렴”하고 넌지시 아이들에게 말을 던졌다. 그랬더니 정말 아이들이 손에 들었던 나뭇가지들을 내려놓고 물끄러미 서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라온 오리는 앉아서 쉬기보다는 급하게 숲속으로 향했다. 숲이 있는 곳에는 돌아다니는 고양이나 개 그리고 까치 까마귀 같은 거친 새들이 많아서 더 위험했다.   이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어느 아이 엄마가 “거긴 안돼” 하면서 느닷없이 오리를 덥석 집어 들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노인들이 왜 오리를 잡고 있느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엄마는 처음에 “오리 어미가 나타날 때 까지 보호할거예요” 하며 한참을 서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포기하더니 다른 오리들이 많이 붐비는 쪽에다 놓아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반신반의 했지만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곧이어 흩어져 버렸다.     나도 다시 산책길에 올랐다. 조금 더 돌다가 집에갈 생각으로 아까 소동이 있었던 그 연못자락을 도는 중이었다. 아뿔사! 새끼오리가 내 앞쪽으로 다시 헤엄쳐 오고 있지 않는가? 순간적으로 내 눈을 의심하면서 자세히 보니 오리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다가오던 동작이 점점 느려지더니 숨을 힘겹게 쉬며 허우적거렸다. 급기야 눈 깜짝할 사이에 아등바등하던 동작마저 멈추고는 훌러덩 뒤집어졌다. 참으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전에는 사람의 죽음도 봤지만 이런 작은 미물의 죽음을 앞에 놓고 은근히 밀려오는 죄아닌 죄책감으로 마음이 저렸다. 아울러 혼자만의 목격으로 후회 아닌 후회가 앞서 바삐 주변을 살폈다. 저만치에 서있는 아까 그 아이들이 금방 눈에 잡혔다. 아이들을 향해 “이 오리가 이상하다” 하고 소리치자 모두 쪼르르 몰려왔다.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렬로 서서 동작 없이 떠 있는 오리를 보며 “어떻게 어떻게”를 연발했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이나 서운한 표정들로 움직일줄 몰랐다. 그렇게 엄마 곁으로 가라고 애태우며 도와주려 했던 아이들인데……   작은 일이긴 하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서운한 새끼오리의 최후였다. 그래서 내 아이폰에 담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한결같이 서운해하는 답장을 보내왔다. 이렇게 새끼오리의 죽음을 본 사람들의 마음이 너나 나나 다 같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비디오에 비친 오리의 주검 옆에 잔잔한 물결의 흔적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모나리자 형태의 우아한 여인이 애절한 모습으로 죽은 새끼오리를 지키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어미를 애타게 찾다 저 세상으로 홀로 떠나는 오리를 품에 안고 동행하고자 내려온 가디언인 양!    당선소감 - 강창오   당선 소식을 듣자 불현듯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 생각났다.    하루는 국어선생님이 2학년 전체 학생에게 선생님 자신에 대해서 작문을 해보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욕을 써 넣어도 좋으니 있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기를 내어 욕도 좀 섞어서 나름대로 작문을 제출했다.    며칠 후 종례시간에 느닷없이 우리 담임 선생님이 내 작품을 받아 가지고 들어와서 낭독하시는 것이 아닌가? 왜 담임 선생님에게 까지 내 작품이 전달됐는지 의아해하던 차에, 장래의 유명한 작가가 될것 이라며 반 전체에게 선포(?) 아닌 선포를 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 후로 작가 되기를 지향 하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될때마다 나름대로 시와 수필을 써서 여기저기 작은 단체에 기고하곤 했다. 은퇴후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서 좀 더 심혈을 기울여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나아가 몇몇 문학회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몇년 전 어느날 갑자기 혼란스러워지는 세상의 현실에 싫증을 느껴 문학적 표현들 자체가 사치하다는 생각이 들며 글쓰는 의미를 상실해 버렸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글쓰기의 멈춤은 오래가지 않았고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이 계속 손을 간지럽히자 급기야 다시 펜을 들어 긁적이기 시작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제 6회 아틀란타 신인 문학상 당선 소식을 접하고 보니 중학교 담임선생님의 유명한 작가 선포의 말씀이 떠올랐고 늦게나마 그 선생님의 예고를 실현(?) 한것 같아 기쁜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때 중단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고 그것으로 인한 작은 열매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다.    나의 작은 관찰과 소고를 읽어주시고 좋게 평가해주신 심사위원들과 신인상 공모를 준비하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애틀란타 문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   하동 저수지      이종길      메주콩 한 자루 마늘 한 접 등짐 매고   오일장 보러 가신 아버지   여름 보낼 란닝구와 학용품 서너 가지   왕소금 듬성하게 박힌 고등어 두어 마리   누런 신문지에 둘둘 말아 망태에 넣고   늦은 점심 곁들인 막걸리 몇 잔에   기분 좋은 비틀걸음   둑길로 올라선   하동 저수지   복사꽃 붉은 가지 일렁이는 물그림자에   거꾸로 선 두 다리가   갈대처럼 흔들리는   하동 저수지       매고 온 망태 벗어주며   멋쩍게 웃으시던 아버지   혼자 국밥에 곁들인 막걸리가   그렇게도 미안하셨나요   노을 함께 붉어가는   하동 저수지     당선소감 - 이종길   글을 읽거나 쓰는것에 재미를 느끼며 살아 오고는 있지만 이런 큰 상이 내게 주어 지다니 그저 과분 하다는 생각 뿐이다.    작품 중에 거꾸로 매달려 갈대처럼 흔들리는 아버지의 야윈 다리가 나온다. 일제의 폭정, 6·25, 폐허를 헤쳐온 고통과 가난, 그 역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버지의 다리는 항상 거기 있었다.  그는 그때 어떤 꿈을 갖었으며 또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이 물음이 원래는 이 작품을 구상 하게된 동기였다.     아버지는 오직 한길 외롭고 고달픈 길을 주저없이 택하셨다. ‘사람같은 사람’으로 자식을 키우는 일, ’사람같은 사람’으로 모인 사회를 만들고 그 속에서 제 몫을 감당할수 있는 책임있는 인간이 되게 하는 것. 그 분은 바로 이런 홍익 인간의 철학과 가치를 몸소 실천하고 가르치는 일에 모든것을 걸었셨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한 나라의 세기적 번영을 기적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하려 한다. 그러나 실은 우리의 성취는 홍익 인간으로의 전 인류적 보편가치가 도약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 세계로 퍼져가고 있는 한류의 물결도 이러한 정신적 바탕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한류는 절대로 한순간의 바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사발 막걸리와 국밥의 호사를 혼자 누린게 미안해서 멋적게 웃으시는 아버지의 소박하고 겸손한 모습에서 사랑에 더하여 잔잔한 연민의 정도 느끼게 된다.    노을빛, 술기운 ,미안한 마음 ,이 모든 것들로 하여 하동 저수지는 붉어 가고 있다. 오늘날의 이 풍요로움을 한가지도 누려보지 못하고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모든 어버이들께 이 헌시로나마 위로를 드리려는게 작시의 동기였음을 거듭 밝히며 포상으로 응답해 주신 심사 위원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문예마당 저수지 새끼 새끼 오리 하동 저수지 오리도 여기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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