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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시대의 비애

맑은 미소가 겨울을 물고
 
풀 끝마다 얼음의 줄기에 한을 당긴다
 
 
 
죽을 때에도 눈을 감지 못하는 수정체에
 


얼어붙은 새끼 물고기의 언어들이
 
가늘고 긴 어미의 사연들이
 
사력을 다해 휘어진 섣달의 등을 찌르고 있다
 
 
 
밟혀서 짓이겨진 거리에서 놓쳐버린 손이
 
에바다*를 외치며
 
모두가 떠나고 비어 있는 거리에서
 
칼바람 쫓는다
 
 
 
귀 없는 시간의 뼈마디에
 
서러움의 추를 매달고
 
가슴이 찢어질 때까지 당겨보면
 
누가
 
잠시 멈추어 뒤돌아보아 줄까
 
 
 
눈 폭풍이 몰려올 것만 같은데
 
사방은 조용하고
 
색이 없는 영혼만이 계절의 주인이 되어
 
섣달을 조이는구나
 
 
 
설음 거두고
 
그리움 재우고
 
스스로 지쳐 눕지 말고 살아야지
 
살아있는 나무만 바람에 흔들리니까
 
 
 
하나를 구하는데 전체가 있다는
 
의미의 눈이 뜨일 때까지
 
흔들리며 살아내야지
 
 
 
*열려라: 헬라어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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