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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얌전한 우리 집 강아지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우리 집 강아지는 얌전하다. 온종일 움직이지도 않고 앉아 있다. 먹이를 주지 않아도, 아침저녁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손녀가 선물로 준 장난감 강아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덩치에, 양쪽 귀에 갈색 물감을 살짝 입힌 털이 돋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푸들을 닮았다. 가끔 구부러진 다리를 바로 세워주고, 나와 눈을 마주 보게 만들어도 준다. 나는 개띠라서 그런지 동물 가운데 강아지를 특히 좋아한다.
 
이 장난감 강아지는 중국제품이다. 미국 시장에는 중국산 제품이 무척이나 많다. 내가 사용하는 일상 용품 가운데도 중국제가 많다. 우선 온종일 사용하는 돋보기 안경을 비롯해 수영장에서 입는 고무 수영복, 발에 끼는 오리발, 튜브, 타이머 시계 등 다양하다. 시계는 단돈 5달러에 구입했지만 성능은 좋다. 어린이 장난감 판매 업소에 가 봐도 거의가 중국제다.  
 
나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좋아하지만 전도서 말씀에는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다고 했다. 아무나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부부는 본인 몸을 겨우 돌볼 수 있는 90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개를 키우는 것은 자녀가 하나 더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침저녁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하고 자주 목욕도 시켜줘야 한다. 옛날 시골에서 기르던 개나 고양이는 여름이 되면 온 몸에 벼룩이 들끓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나는 우리집에서 기르던 개를 빗으로 빗겨주고 바다로 데리고 나가 목욕을 시키기도 했다.    
 
우리 주택단지 안에 고양이 열 마리를 기르는 60대 독거 남자가 있다. 그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다. 그에게 고양이는 자녀처럼 보인다. 온종일 먹이를 주고, 변을 처리하고, 같이 놀아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고양이들이 자동차 주변과 마당, 그리고 방 안과 그가 자주 이용하는 현관 의자에까지 맴돌고 있다.  
 
며칠 전, 그 집 앞을 지나다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끼고 있는 어미 고양이를 보았다. 새끼들이 어미 고양이만치 컸는데도 모두 어미 젖을 빨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이 예뻐서 번갈아가며 핥아주고 있다. 젖을 뗄 때가 되었는데…. 어미 고양이는 영양실조인지 삐쩍 마르고 뼈가 앙상하게 드러났다. 나는 새끼들을 향해 “그만해라, 너희 엄마 쓰러져!”라고 외치고 싶었다. 새끼를 키우고 보호하려는 동물의 모성애도 인간 못지 않은 듯하다.      
 
요즘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 집에 얹혀 사는 경우가 늘면서 이들을 캥거루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옆 집의 큰 고양이 새끼들도 이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방을 드나들며 우리 강아지와 눈을 맞춘다.  표정이라도 좀 지어보렴. 올해 크리스마스때는 손녀에게 디지털 AI 강아지를 부탁해야지.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면 꼬리를 치며 반응하는 강아지 말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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