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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따끈따끈한 지과(地果)

밖에는 겨울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다.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이 그리워진다. 황해도 몽금포의 고향 집으로 돌아간다. 온돌방에 이불을 깔고 그 속에 발을 넣고 앉아서, 잿불에 구운 따끈따끈한 지과를 먹으면 눈물겹도록 맛있었다. 황해도에서 고구마를 땅에서 나오는 과일, 地果라고 부른다. 그럴듯한 사투리다.   붉은 흙과 자갈이 섞인 땅에서 거둔 지과가 달고 맛있다. 사람보다 산돼지가 지과를 더 좋아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넝쿨이 무성하고 고구마가 메추리알처럼 달리기 시작하면 돼지와 싸움을 벌인다. 그들은 밤에 내려온다. 먹는 것은 좋지만 지과 밭을 일구어 망가트린다.   나는 밤에 밭고랑에 거적때기를 깔고 잠을 잔다. 모기를 쫓기 위하여 마른 쑥을 피운다. 가끔 일어나서 양철 대야를 두들긴다. ‘돼지야 물러가라!’ 교가도 소리 높이 부른다. 돼지와 모기와 싸우다 보면 잠을 설친다.   이 지과를 수확해서 집 윗방에 모신다. 광에 저장하면 지과가 냉동된다. 윗방에 수숫대로 둥글게 발을 치고 지과를 바닥부터 천정까지 쌓아 올린다. 겨울에 쪄먹고, 구워먹고, 날것으로 먹는다.     봄이 되면 윗방에 흙을 깔고 지과를 심고 물을 주어 싹을 낸다. 싹이 자라면 밭에 옮겨 심는다. 물지게로 물을 길어다 싹 주위에 물을 부어준다. 허리가 부러지듯 힘든 일이다.   오늘도 점심에 지과를 한쪽 먹었다. 옛날 지과 맛이 나지 않는다. 배가 부른 탓이다. 요즘 모든 음식이 맛이 없다. 우리는 너무 풍요롭고 호화롭게 산다. 풀 단지에 쥐 드나들 듯 시장에 자주 가서 먹을 것을 사 온다. 더 넣을 틈이 없는 냉장고, 스위치만 돌리면 에어컨디션이 나오는 집에서 산다.   부에나파크에 사는 나는 오늘 아침도 마켓에 가다가 바로 담장 밖에서 모포를 뒤집어쓰고 걸어가는 무숙자를 보았다. 비를 맞아 어기적거리며 걷고 있다. 어디서 잠을 잤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노숙자는 미국의 골칫덩어리다.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어도 화로에 눈 녹듯 흔적이 없고, 노숙자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면 누가 그들을 구제하는가. 열 숟가락이면 밥 한 그릇을 만든다(십시일반·十匙一飯)는 말대로 모든 종교 단체가 협력하면 좋은 결과가 맺을 것으로 생각한다. LA 한인 타운에 천주교 신부와 울타리 선교회의 목사가 노숙자 쉼터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단체의 지역사회 봉사사업을 높이 평가한다.   몇 년 전 어떤 비교 종교학자의 저서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종교를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전구 와트와 비교했다. 내가 소속한 종교 단체는 어두운 이웃을 돕는데 어느 정도 자원을 할애하는가. 10와트부터 100와트 사이 얼마나 밝게 비추고 있는가.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종교 단체 노숙자 쉼터 비교 종교학자

2025-02-20

[열린광장] 쓸쓸한 대춘부<待春賦·봄을 기다리는 시>

폭설과 한파가 한반도를 한바탕 휩쓸고 갔지만 산골짜기나 개울가 응달에는 여전히 잔설이 혹한의 꼬리를 잡고 추위를 흩뿌리고 있네.     입춘은 진작에 지났는데 동장군의 미련은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가. 꽃샘 추위는 아직 음지에 숨어 때를 노리고 있어서 거리에는 코트 자락을 여미고 종종걸음으로 서두르는 모습들이 시야를 채우네.   그러나 너나없이 포근한 봄바람과 따듯한 햇볕, 파릇한 생명력을 기다리고 있고, 겨울은 어차피 밀려갈 태세이니, 봄은 필경 잰걸음으로 가까이 오고 있겠지. 땅 밑에서는 생명의 싹이 꼬물거릴 터이고, 나무 가지도 움을 틔울 준비로 소리없이 바쁘겠지.   싱그러운 희망의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강추위에 떨던 민초들이 봄기운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의 터전이고 위로인 산과 하천, 뜰은 촉촉하게 녹을 기색이 없네.     꽁꽁 얼어붙고 찢어진 세상은 다시 힘차게 일어설 실마리를 풀 수 있을까. 정치인들과 그에 부화뇌동하는 부류들이 빚어놓은 대치와 혼란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인데, 그 분열과 추락을 멈출 해빙이 아득하니 뜻있는 이들이 마음을 졸이는 소리가 아련히 들리네.     포근한 화해의 조짐도 가물거리고, 추상같은 법의 기세도 물렁거리니 이대로라면 알고 모르게 스며들 국운의 쇠락을 막지 못할 진데 새 풀 옷을 입은 봄 처녀도, 말 탄 패기의 기수도 보이지 않는다는 탄식이지.   올해 경제성장률은 1.6%~1.7%(한국은행) 추락이 예상되고, 근근한 살림살이에서도 깊은 한숨소리가 들리고 있지. 트럼프 정권에 의한 국가 이기주의로 안보와 외교, 경제도 몰려올 강한 외풍에 잔뜩 주눅이 들어있지 않은가.   인류의 문명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AI 혁명이 바짝 다가왔음에도 중국은 세계 AI 인재의 47%까지 키웠다는데 한국은 고작 2%라니. 중국이 AI 관련 대학 학과를 2000개 신설할 동안 한국은 의료대란에 매몰돼 잠자고 있었으니 추위는 더욱 차갑게 옷소매를 파고드네.     국가가 처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정권과 정파의 이익에만 혈안이 돼있고, 국민은 정치를 따라 둘로 갈라져서 바람처럼 몰려다니며 증오와 닭싸움만 일삼고 있으니 이대로 가면 나라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우려의 소리가 아프게 들리네.   녹아라 강토여! 칼날 같던 삭풍은 북쪽 너머 너의 고장으로 돌아가 버리고, 미래를 꽃피울 봄이여 어서 오라.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로 이 나라가 다시 깨어나 빛나도록!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열린광장 꽃샘 추위 국가 이기주의 트럼프 정권

2025-02-18

[열린광장] 2월은 깨끗하게 시작하는 달

2월을 일컫는 February의 의미는 깊다. 이 낱말의 본디 뜻은 ‘깨끗게 한다’란 뜻을 지닌 라틴어 ‘februare’에서 비롯되었다. 기원전 700년에 로마의 왕 폼필리우스가 그때까지 열 달밖에 없던 달력에 두 달을 더 붙여서 열두 달로 만들고 맨 끝 달의 이름을 ‘February’ 라 불렀다고 한다.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가다듬고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기원전 46년에 로마 황제 줄리어스 시저가 그때까지 첫 달이었던 March 앞에 January와 February를 붙이면서 맨 끝 달이었던 February가 둘째 달이 됐다.   줄리어스는 제 이름을 따서 만든 7월(Jury)을 31일로 만들려고 2월에서 하루를 떼어내어 7월을 31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아우구스투스 황제도 제 이름과 같은 8월(August)을 31일로 만들기 위해 2월에서 하루를 떼어왔기 때문에 2월은 28일로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2월은 로마 황제들에게 업신여김을 받은 달이었다. 물론 2월은 아직 추운 겨울 날씨처럼 쌀쌀하다. 그런 탓인지 즐거운 운동 경기도 열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하늘은 이달을 축복하였는지 이달에 태어난 뛰어난 인물들이 다른 달보다 훨씬 많다. 특별히 이달에 미국의 이름난 네 사람의 대통령이 태어났다. 초대 조지 워싱턴, 9대 윌리엄 해리슨,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그리고 40대 로널드 레이건이 그들이다.   특별히 우리들이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이름도 나열해보면 놀랄 만하다. 천문학자인 갈릴레오, 전기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철학자 찰스 다윈, 소설가 찰스 디킨스, 성악가 테너 엔리코 카루소, 작가 빅토르 위고, 음악가 조지 핸델, 화가 그린 우드, 연극 배우 존 배리모어, 부흥사 드와이트 무디,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 들이다. 이 달에 태어나진 않았지만 존 글렌 (나중에 상원의원)은 1962년 2월20일에 미국인 최초로 우주여행을 했다.   2월의 달 이름처럼 이 세상엔 깨끗하게 되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17 세기까지만 해도 영국은 영국 국교밖엔 종교활동을 허락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영국 교인들은 종교의 자유를 부르짖으면서 그들 자신을 ‘청결한 교인’이란 뜻으로 ‘퓨리턴’ 이라 불렀다. 이 퓨리턴들 가운데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 땅으로 건너온 영국의 교인들이 바로 그 이름난 ‘필그림’들이다. 이들이 오늘의 미국의 터전을 닦았고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   무엇이든지 깨끗하게 시작하면 그 끝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되는 법. 2월에 숨은 뜻이 주는 교훈이다.   2월에 숨은 재미있는 전설도 있다. 마멋(Ground-hog)이란 동물은 2월 2일에 제 그림자를 찾으려고 굴 속에서 나왔다가 햇빛이 비칠 때 제 그림자를 보게 되면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은 걸로 생각하고 다시 굴 속으로 들어가 동면을 취하다가 다시 나와서 제 그림자를 볼 수 없으면 비로소 봄이 온 걸로 알고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을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로 지키는 나라도 있다. 또한, 카톨릭 교회에선 2월 2일을 ‘성촉절(Candlemas Day)’로 지키기도 한다.     아무튼, 세상에서 업신여김을 받는 사람이나 사물이 그 속에 깨끗한 정신이나 특성이 스며 있으면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될 날이 있다는 교훈을 2월을 통해서 찾아 보게 된다. 이는 마치 굴 속에서 뛰쳐 나와 새봄을 맞아 힘껏 기지개를 펴는 마멋과도 같지 않을까.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시작 로마 황제들 아우구스투스 황제 음악가 조지

2025-02-17

[열린광장] 이산가족 상봉, 이젠 주인 없는 잔치

불러도 대답이 없다. 남북 이산가족협회가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성명을 또 발표했다. 북측은 반응이 없다. 한국 전쟁 와중에 월남한 실향민이 연로하여 몇 사람 남지 않았다. 구순이 지난 나 같은 경우, 북한의 부모와 형은 연로하여 생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형의 자손들은 살아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조카들을 만나러 북한에 간다? 천만에! 이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주인 없는 잔치가 되어버렸다.   가족끼리 서신이나 전화 연락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생사도 모른다. 이런 비극이 어디 또 있나. 미국인 친구들에게 말하기도 창피하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이나 베트남 사람들은 서로 왕래한다는데.     이제는 눈물도 말랐다. 그러나 꿈은 가끔 꾼다. 집 뒷산 소나무 사이로 따발총을 멘 인민군이 내 뒤를 쫓아온다. 거의 잡힌다. “아이고 어머니!” 외마디를 지른다. 아내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눈을 떠보니 우리 집 침대 위다. 꿈이야, 고맙다.   재작년 컴퓨터 전문가인 조카에게 고향 집 주소를 세계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입력하라고 부탁했다. 깜짝 놀랐다. 고향 산천이 흑백으로 선명히 나타났다. 우리 집은 흰색으로 좀 크게 보였다. 개조한 것 같다. 월남한 아들이 있는 집이라고 몰수되고 노동당 세포 위원장이 사는지 모른다.     집 앞 개울이 흰색으로 보인다. 개울가에 키위같이 좀 작은 복숭아가 익으면 먹을 만했다. 장마가 끝나면 꽃뱀이 복숭아나무에 매달려 일광욕을 즐겼다. 집 앞에 제방을 쌓아 만든 논에 세워놓은 볏단도 보인다. 집 옆에는 텃밭이 있고 붉은 흙 언덕에 칡넝쿨이 자랐다. 이른 봄에 가느다란 뿌리를 뽑아 씹으면 뱉을 것이 없이 달고 맛있었다. 집 뒤 약산에 올라가면 황금, 하수오(何首烏), 작약(芍藥)을 캐던 골짜기도 보인다. 우리 동네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보인다. 전시용 군사 보급 도로인 것 같다.   이 사진을 내 서재 벽에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고향 집을 방문한다. 지구는 노출되어 있다. 이제는 숨을 곳이 없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그와 참모들이 미 해군 특공대가 빈 라덴의 저택을 습격하던 광경을 본 기억이 있다. 이 시간에도 수십 개의 첩보위성이 하늘에서 각국 수뇌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첩보 위성이 한국의 DMZ도 부처님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다. 앞으로는 한국전쟁과 같은 기습작전이란 있을 수 없다. 인공위성의 첩보 작전은 세계대전 발발의 억지력이 될 수 있다.   전쟁은 억지되고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 공존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옛날 유대 민족은 포로생활 70년 만에 해방되었다. 우리 민족이 이산된 지 75년이 지났다. 하나님,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이산가족 상봉 이산가족 상봉 남북 이산가족협회 황금 하수오

2025-02-16

[열린광장] 숙면을 위한 작은 노력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가 수면이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수면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하루하루 업무와 일상에 시달리다 보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결국 생산성까지 떨어진다. 그제야 비로소 수면 부족의 영향을 실감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은 하루 7~8시간의 수면을 취해야 뇌 기능, 호르몬 분비, 면역 체계, 신진대사가 정상적으로 조절된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점점 늘어난다.   스마트폰, TV,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의 사용을 자제하면 수면의 질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 변화나 건강상의 문제로 인한 수면 장애는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얼마 전, 미주중앙일보 오피니언 지면에서 ‘기저귀 떼는 날을 기다리며’ 라는 글을 읽었다. 기고자는 “밤에 다섯 번, 여섯 번 화장실에 가느라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사실 말을 하지 않을 뿐, 많은 시니어들이 야간뇨(夜間尿)로 인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노화로 인해 방광의 용량이 줄어들고, 당뇨병, 전립선 문제, 요로 감염 등이 야간뇨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숙면을 위한 해결책은 없을까? 각자 자신만의 방법을 찾고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기고문의 필자는 자신이 고안한 최면 기법을 소개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팔다리를 가볍게 스트레칭하며 단전호흡을 한 뒤, 성경 구절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를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반복하면 어느새 잠이 든다고 한다.   나 역시 비슷한 방법을 쓴다. 한밤중 잠이 깼을 때 다시 잠들기 위해 찬송가 ‘죄 짐 맡은 우리 구주’를 1절부터 3절까지 부른다. 학창 시절부터 익숙한 찬송가이지만, 아직도 가사를 완벽히 외우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억력 테스트도 겸해 제대로 암기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수십 번 연습한 끝에 드디어 3절까지 외울 수 있었다. 마치 작은 승리를 거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다시 헷갈리기 시작했다. 1절의 ‘걱정, 근심 무거운 짐 우리 주께 맡기세’와 2절의 ‘시험 걱정 모든 괴롬 없는 사람 누군가’, 3절의 ‘근심 걱정 무거운 짐 아니진 자 누군가’가 뒤섞이며 가사를 부를 때 한 박자씩 늦어지기 일쑤였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나름의 효과가 있다. 가사를 맞게 불러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어 있다.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사실 가사를 완벽히 외우지 못해도 상관없다. 조금 틀리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숙면을 취하는 것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 밤 푹 잘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숙면을 돕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들기 두 시간 전에는 수분 섭취를 줄여 야간뇨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또한, 규칙적인 수면 습관, 균형 잡힌 식습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숙면의 질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결국, 숙면은 우리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 기본적인 요소다. 작은 노력만으로도 더 나은 수면을 취할 수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백인호 / 수필가열린광장 숙면 노력 근심 걱정 걱정 근심 기억력 테스트

2025-02-13

[열린광장] 과유불급

아침 쾌변은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다’는 건강의 기본이다.     많은 시니어 특히 여자들은 변비 증세가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배설하지 못하면 변비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은 하루에 몇 번 배설해야 하고, 어떤 사람은 이 삼일에 한 번 배설한다. 나는 대장이 짧은지 매일 아침 배변하지 못하면 그날은 몸이 찌뿌드드하고 입맛도 없다.     변비도 내력, 즉 유전인가 보다. 내가 어릴 때 시골에서 할아버지가 변소에서 “큰 아이야, 나 죽겠다, 좀 살려다오” 소리를 지르시곤 했다. 아버지는 작은 대나무 꼬챙이를 가지고 변소로 달려가서 할아버지의 변을 파냈다. 꼬챙이에 피가 묻었다.   식이섬유질이 풍부한 식사, 규칙적 운동,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변비 예방법이라고 한다. 나는 채식, 운동, 물을 많이 마셔도 변비가 있어 ‘완하제(laxative)’를 복용한다. 그동안 네 가지 종류를 사용해보았다. 가장 무난한 섬유질인 메타뮤실, 복용이 힘든 마그네슘 미라 럭스, 자극성 세나(senna), 그리고 알약 소프트 젤이다.   요즘 사용하는 완하제는 내가 조제한 비방(秘方)이다. 한 테이블스푼의 메타뮤실, 한 테이블스푼의 치아 씨앗과 반 테이블스푼의 비트 가루를 섞어 마신다. 비트는 하늘이 내려주신 보혈 강장제다. 비트를 넣으면 마시기도 쉬워진다. 사람은 모두 다르게 때문에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서 완하제를 선택해야 한다.   몇 년 전 멋도 모르고 세나 완하제를 먹고 혼난 적이 있다. 시애틀 사는 딸 식구와  글레시어 국립공원에 갔었다. 여행하면 변비 증세가 심해 완하제를 준비했다. 공원을 구경한 다음 떠나기 전 날 저녁, 메타뮤실에 마른 자두 세 개와 세나 한 알을 먹었다. 메타뮤실과 자두는 훌륭한 완하제다. 하지만 세나는 내장을 자극한다. 어쩌다가 세나를 먹었는지 과유불급이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먹은 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모텔을 떠나기 전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을 참고 떠났다. 한 시간 지난 다음 참을 수 없어, 길가의 어느 식당 주차장에 차를 멈췄다. 차에서 내려서 식당을 향해 시멘트 복도를 걸어가는데 왈칵 흘러내렸다. 바지를 움켜쥐고 식당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내복을 벗어 쓰레기통에 넣고, 세면대에 바지를 대강 빨아서 입었다. 화장실 안에 냄새가 진동했다. 도망치듯 화장실을 나와서 차에 타고 줄행랑쳤다. 떠나면서 뒤돌아보니 그 식당 주인이 호스로 시멘트 복도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말 한마디 못 하고 떠났다. 왜 그 식당으로 들어가서 냄새를 풍겼을까. 두고두고 후회한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과유불급 식당 화장실 심해 완하제 변비 증세

2025-02-06

[열린광장] 생활 영어에 필요한 '코드'

해가 바뀌면 누구나 한가지쯤은 새로 해보겠다고 결심을 한다.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영어공부도 그중의 하나다. 영어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처음 맞닥뜨리는 문제는 무엇으로 공부해야 하나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서점의 영어책 코너에서 고민했다면 지금은 유튜브 여러 채널 중에서 고민한다.   학습자의 수준이나 공부하는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처음 혹은 다시 영어 회화를 공부하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영어 코드’가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고,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교회에는 여러 가지 음악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내게 음악적인 재능이 전혀 없음을 금방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혼자 찬송가를 펴놓고 피아노로 반주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멜로디만 치다가 나중에 알토, 테너, 베이스까지 같이 칠 수 있게 됐다. 수십 년이 지나자 쉬운 곡은 4부로 반주할 수 있게 됐다. 재능에 관계없이 반복 연습만으로도 가능했다. 그러나 아주 쉬운 곡도 악보가 없으면 칠 수 없었다.   영어 수업중 이런 내 고충을 이야기 했다. 그런데 내 수강생 중에 한국에서 미국에 와서 음악공부를 마치고, 고향 강원도에 가서 학원을 하면서 음악을 가르치려는 학생이 있었다. 내가 악보를 봐야만 피아노를 친다는 말에 그는 “그건 음악 코드를 몰라서 그렇다”고 간단하게 말했다.     다음날 인터넷에서 모든 코드를 프린트해 와서 대강 설명했다. 이것만 모두 외우면 찬송가를 거의 다 반주할 수 있다고 했다. 아! 처음부터 이 코드를 가지고 연습했으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영어에도 음악의 코드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내가 음악 코드를 몰라 수십 년을 헤매었듯이 수많은 사람이 이 코드를 몰라 공부하다가 효과가 나지않아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1세대 스타 영어강사로 유명했던 문단열씨는 그의 저서 ‘말 못하는 영어는 죽은 영어다’에서 회화영어는 ‘쓰리 S’로 공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Structure(문장구조), Situation(상황), Sound(소리)를 말한다.   영어도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이니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장구조를 알아야 한다. 처음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도중에 포기하게 했던 주범은 바로 문법이다.   그러나 문법을 따로 공부하지 말고 문장을 익히면서문장 속에서 문법을 익히는 방법은 문법을 따로 공부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한다. 문장구조는 문장을 이해하고 만들 수 있는 정도까지만 하면 된다.   그런 다음 상황이 설정된 내용으로 공부한다. 공부하는 목적에 따라 특화된 교재나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회화공부는 다양한 상황이 설정된 대화체로 말하는 것처럼 공부하는 것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기에 효과적이다.   마지막 소리는 말을 하듯이 크게 소리 내어 읽으며 연습해 머리가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리듬을 익히면서 소리 내어 연습하면 몸에 영어가 체화되어 말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긴다.   이것이 내가 수십 년간 수천 명에게 생활 영어를 가르치면서 알게 된,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어 코드’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생활 영어 영어 코드 생활 영어 음악 코드

2025-02-04

[열린광장] 넛지(Nudge)와 클루지(Kluge)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본인이 읽은 책의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을 백악관의 행정 각료로 영입했다.     ‘넛지(Nudge)’는 ‘팔꿈치 같은 걸로 남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기’라는 뜻을 갖고 있단다. 옆사람에게 노래를 시키거나 무대로 나가라고 할 때, 팔꿈치로 옆 사람을 슬쩍 툭툭 치면서 상대에게 뭔가를 권하는 행동을 넛지라고 한다.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의식하지 못하게 어떤 선택이나 일을 하게끔 넌지시 권한다는 말이다.   ‘넛지’의 대표적인 예가 있다. 네델란드의 암스텔담 공항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남자 화장실 이야기다. 암스텔담 공항에서는 이 넛지 효과를 이용해서 남자 소변기 밖으로 튀어나가는 소변량을 한번에 80%나 줄였다고 한다.     이 공항에서는 소변기마다 중앙 부분에 파리 한 마리씩을 그려 넣었다. 그랬더니 소변기 중앙에 그려 놓은 파리를 맞추려고 남성들이 변기를 정조준하더라는 것이다. 그 덕분에 소변이 새나가지 않고 대부분 소변기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가보면 미시간호를 끼고 달리는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Lake Shore Drive)가 있다. 몇 곳에서는 커브가 심해서 감속을 유도하는 표지판들이 붙어 있다. 하지만 빨리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감속 표지판을 계속 무시해서 사고가 빈발했다고 한다.     이에 시카고 시는 차도 바닥에 흰색 선을 가로로 많이 그어 놓았다. 또 커브 구간이 가까워질수록 흰색 선을 점점 촘촘하게 그려놓았다. 커브 길에서는 운전자가 같은 속도로 운전을 하더라도 마치 자신이 굉장히 빨리 운전하는 것처럼 느끼게끔 해서 속도를 줄이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기부를 장려하고 싶을 때, 신경을 써서 일부러 거절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급여에서 일정액이 기부되도록 하는 것과 같은 행동들도 넛지의 예다.   정부 부문에서는 바람직한 정책을 시도할 때 이러한 넛지 효과를 이용하면 국민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입안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다. 민간부문에서도 기업들은 이런 방법을 판매기법에 도입해서 많이들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처럼 설계자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판에 따라 움직이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신경을 써서 생각하기가 귀찮은 것이다. 사람들이 넛지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클루지(Kluge)’ 때문이라고 한다. 클루지는 원래 엔지니어들이 쓰는 말이라고 한다.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답은 아니지만 대충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임기응변식 대처법을 일컫는 말이란다.     일상에서 매일 너무 많은 선택을 해야하는 인간은 진화한 대로, 대충 보고 빠른 판단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이 넛지를 받아들이는 클루지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왔다. 언제 식량을 구할 수 있을 지 모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다 보니, 인간은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진화되었단다. 인간의 몸 중에 가장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곳은 두뇌다. 두뇌가 쓰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인간은 평소에 하는 많은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하도록 진화되었다고 한다.   정부나 기업은 넛지를 이용하고, 그를 받아들이는 납세자나 고객은 클루지한 속성 때문에 넛지를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요즘 납세자와 소비자들 사이에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설계자들이 미리 준비한 넛지에 마냥 넋 놓고 당하고 있지 말라는 각성의 촉구다. 인간의 클루지한 판단이 늘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으니 귀찮더라도 좀 생각을 하며 살라는 것이다. 손헌수 / 변호사·공인회계사열린광장 클루지 nudge 넛지 효과 소변기 중앙 남자 소변기

2025-02-03

[열린광장] 상실과 공감으로 시작한 새해

퍼시픽 팰리세이즈 화재에 이어 이튼과 헐스트 지역 산불 소식이 들린 아침, 친척으로부터 대피지시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지금은 친지들도 집으로 돌아갔고 지난해 함께 봉사하던 동문회임원도 며칠 대피 후 귀가했다.   하지만 그 재난은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수만 명의 주민이 대피했고 피해 주민들은 집단적 우울(Collective Anxiety, Depression)을 경험하고 있다.   새해 벽두에 신년의 결심과 소망을 그려보던 예년의 그 여유를 갖지 못한 남가주의 정월 출발이다. 보도에 따르면 수십 년만의 대형 재난은 강풍과 가뭄이 주요 원인이라는데 재난과 상실이란 주제는 아직 훗날의 문제라 생각했던 무감각이 부끄럽다.     북극의 해빙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화보를 보고도 별다른 일 있겠나 싶었던 안일함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무엇보다 피해를 겪고 삶의 추억을 화재로 소실한 가정에 부드러운 위로의 마음으로 대해야겠다. 생업의 터전을 잃은 가정에도 실질적 도움을 전달해야겠다. 더 상실을 겪고 있는 가정의 슬픔을 축소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낙망하는 가정에 회복의 언어와 소망을 나눠야한다.     재난을 통해 겪게 되는 상실에 대처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나눈다.   먼저 카운티 혹은 주정부에서 경제적 행정적 도움, 임시대피처 및 운전면허 임시발급과 교통 무료카드 그리고 직장 휴무신청관련 서류 등 도움을 받자. 그리고 주변의 식품나눔 장소, 자녀들 무료상담 오피스, 인근 교회제공 식수 및 추위를 막는 외투 등을 지원하는 임시운용 핫라인을 활용해야한다.   상실 대처를 위해서는 상실의 종류를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각각 필요에 따른 대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 상실은 현재 겪는 질병이 어떻게 나빠졌는지 혹은 처방약이 필요한지 혹은 통증이 있는지 혹은 자녀들이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는지 등 살펴보는데 집중하자. 특히 노년에 경험하는 재난은 상심과 불안이 급격히 커질 수 있으니 인근의 긴급치료소(Urgent Care) 또는 호스피스(Hospice Care)와 시니어케어(Senior Care) 상담을 받아 단기돌봄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를 알아보자. 시니어케어는 임상적으론 건강상태와 돌봄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주어진다.   심적상실은 어떻게 슬픈지 혹은 고독감의 정도는 어떤지 혹은 현재의 우울감이 견딜만한지 등 살펴봐야 한다.   주거지 상실은 인근 대피소 혹은 카운티 대피소 혹은 할인된 가격을 제공하는 호텔 혹은 친지들의 여력을 살펴보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지적 상실은 혼돈 혹은 일처리에 따른 판단력을 진단해야 한다. 일상적 생활 상실은 수면을 얼마나 하는지, 식욕은 어느 정도인지 혹은 휴식을 어느 정도 하면서 대처하고 있는지 등 살펴보는데 집중하자. 그리고 영적 상실은 현재의 아픔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지, 회복될 것이란 믿음이 마음 깊은 곳에 있는지 혹은 자신의 정체성이 든든한지 등을 돌아봐야 한다.   영적 관점은 현재의 상실에 대처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성서에서는 소망을 다시 읽을 수 있다. ‘내가 주께 피하오니 나를 영원히 부끄럽게 하지 마시고… 나를 건지소서 내게 귀를 기울여 속히 건지시고 내게 견고한 바위와 구원하는 산성이 되소서.’   재난 중에 아파하는 주민의 상실과 동행하는 공감으로 시작해야 하는 새해이다. 함께 대처하며 다시 삶을 이전보다 견고하게 세워가는 풍성한 지혜와 축복을 기원한다. 김효남 / HCMA 임상목회교육 디렉터열린광장 상실 공감 주거지 상실 의학적 상실 상실 대처

2025-01-30

[열린광장]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코리아, 코리아, 코리아라고 혼자서 되 뇌어 볼 때면 가슴에 어떤 울림을 느낍니다. 나의 조국, 내 민족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짚신과 고무신, 갓 쓰고 지팡이 짚어야 출입을 했고, 지게지고 5일 장 마당에서 보리밥에 막걸리 마시고, 호롱 불 켜고 새끼 꼬고, 이웃 집 닭 잡아 서리 하던 눈 오는 고향 마을….  일본 식민지, 8.15 해방, 6.25 사변, 4.19 학생 혁명, 5.16 군사 정변으로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견뎌내고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김포 공항에서 댈러스까지 거리가 1만1000km 정도 랍니다. 우리 한국 척수로는 2만8000리나 되니 참 먼길을 왔습니다. 금수저 입에 물지 않은 내가 1972년 미국 유학길에 오를 때 손에 쉰 건 당시 100달러 뿐이었습니다.     백인이 대다수인 이곳에 노스웨스트 항공 비행기표 넉 장을 3년 월부로 끊어 겁없이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을 거처 본토에 덜렁 내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국땅에 와서 처음 울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1972년 4월 대한항공이 처음으로  LA에 취항한다고 해서 비행기 시간에 맞춰 LA공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공항의 서쪽, 임페리얼 하이웨이 길 철조망 옆에 우두커니 서서 조국 방향 하늘을 쳐다보다가 대한항공 비행기가 서서히 착륙하는 것을 보고, 목놓아 울어 본적이 있습니다.   두 번째  울었던 기억은 1979년 10월26일 아침이었습니다. 출근을 했는데, 루스라는 회사 동료가 하는 말이 “어제 너희 나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됐다”면서 무슨 일인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또?”   저는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해방 이후 민족의 지도자들이 피살, 자살, 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얼마나 많이 듣고 살아왔는데…. 사무실에서 가방을 놓는데, 자꾸 눈물이 나와 한 두 시간 일을 하다가 일찍 퇴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정치 사회 상황은 이념적 갈등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어 참 어려운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울고 싶은 마음입니다.     국민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국민소득도 3만5000달러를 넘기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한국이 곧 세계 5대 경제 대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1등을 하는 분야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동족 간의 싸움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에 중국을 대국이라고 섬기던 때가 있었고, 일본에게 삼천리 강산을 통째 넘겨 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감격스러운 해방을 맞는가 싶더니 남한과 북한이 딱 갈라져 75년을 살고 있는 현실을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분단 국가로 남은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60년대 말, 나라의 되어져 가는 환경 가운데 나 같은 사람이 꾸는 꿈은 자리를 못 찾고 있었습니다. 떠날 수만 있으면 다 버리고 떠나고 싶었던 내 나라였습니다.     꾸던 꿈은 산 같이 높고 커서 제 능력으로는 오르고 넘을 수가 없었는데 어느 때부터 쉽게 그 산을 넘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너무 가여워서 일이 술술 풀리게 하여 주신 것을 지금 깨닫습니다.   손주들은 너무 자랑스럽게 각 분야에서 뛰어나게 공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올해 한국을 홀로 여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집 사람이 가르쳐 준 가사의 전 부분을 다 외우지 못하여서 기억나는 데로 가끔 혼자서 흥얼거려 보던 ‘홀로 아리랑’을 같이 나눕니다.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도 동해 가는데, 우리네 마음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아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 보자 같이 가 보자.’ 변성수 / 교도소 사역 목사열린광장 대한항공 비행기 코리아 코리아 정치 지도자들

2025-01-28

[열린광장] ‘오 솔레 미오’가 열어준 길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지만 미국에서 학위도 땄고 목회도 미국에서 한 미국 시민이다. 20여 년의 목회를 끝내고 명예목사의 신분으로 글을 쓰면서 노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어렸을 적 시인이 되려했다던 허준이 교수가 전공분야가 아주 다른 수학 노벨상을 받은 글을 읽고 젊은 허교수의 글이 나로 하여금 내가 젊었을 때 겪은 일의 한 가닥을 글로 쓸 마음을 먹게 하였다.   6. 25 한국전이 일어난 뒤 서울의 모든 중고등학교가 휴교했을 때였다. 전국 중고등학교 음악경연대회가 국제오페라협회 주최로 배재학당 강당에서 열렸다.     나는 테너 파트로 노래 부르기로 했는데 대회가 열리는 날에 반주 교사가 나타나질 않았다. 할 수 없이 노래부르길 단념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다 다른 참가자들이 노래를 잘못 부르는 데 화가 난 나머지 무턱대고 강단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맨 나중에 노래 부른 학생의 반주자에게 반주를 부탁했고 그 반주로 지정곡 ‘가고파’와 자유곡 ‘오 솔레 미오’를 불렀다. 청중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고 반주자에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하고 강당을 내려왔다.   심사발표가 나왔다. 다섯 학생이 합격했다. 넷은 여학생이었고 나머지 한 명이 나였다. 이 경연대회에 합격한 학생들은 서울 음대에 응시하면 실기는 면제받는다는 말을 들었다. 상장과 놋그릇 한 벌을 상으로 받았다.   이듬해, 나는 서울대 음대에 진학하려고 음악 교사에게 입학추천서를 부탁했다. 그랬더니 “경중아, 음악을 전공해 봤자 나처럼 음악선생밖에 더 되겠니. 그러지 말고 더 좋은 대학에 가서 공부해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는 말이 돌아왔다.   성악가를 꿈꾸는 내게 음악대학에 가지 말라니 그럼 무얼 전공하란 말인가. 할 수 없이 기독교 대학인 연희(연세)대학교 입학요강을 살펴봤다. 그러다가 깜짝 놀랐다. 이 대학에 박태준 박사가 음악교수로 재직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입학하면 신학과 더불어 음악도 공부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단 말인가. 대학에 입학한 뒤 박 박사로부터 화성학을 비롯한 과목을 배웠음은 물론이요, 합창지휘를 공부하기 위해 박 박사가 이끄는 오라토리오 합창단에 들어가 합창지휘도 공부했다. 뿐만 아니라 주일에는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오랫동안 봉사했다.     서울 음대로 나의 삶의 길이 놓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길이 놓여져 있는 연희 신대로 나는 걸어가게 된 것이다. 세상에서 자기가 가고 싶은 삶의 길을 걸어가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 속담에 ‘길로 가라면 메로 간다’는 말이 있다. 일마다 엇나가기만 하는 사람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이미 놓여져 있는 길을 따라 순리대로 걸어가야 하는데 이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길이 열려야’ 한다. 실력과 운이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놓여져 있는 길로 걸어갈 수 있다.   경연대회에서 “나의 햇님! 내게 비쳐다오!(오 솔레 미오, 스탄 후롬 테아 테)”를 불렀던 내게 햇님이 열어준 길은 아마도 목회자가 아니었을까. 운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서울 음대로 대학교 입학요강 서울대 음대

2025-01-23

[열린광장] 한려수도 여수의 3월을 기다리며

수필가지난해 봄 우리 부부는 한국의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첫 출발지라는 여수를 다녀왔다.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렌터카 없이 대중 교통을 이용한 자유여행이었다. 바다 정원 같은 다도해의 풍경을 보며 다양하고 값싼 해산물을 즐길 수 있었다.   해상공원에서 일출 명소로 유명한 오동도에 갔다. 3월에는 3천 그루의 동백꽃들이 만개하여 섬 전체가 온통 붉게 물든다고 한다. 섬을 일주하는 산책로에 들어서면 남해바다에 떠있는 섬들이 보이고 곳곳에 전설과 시를 적은 전시판이 있다. 정절을 지키려 자결한 어부 부인의 묘에서 하얀 눈이 온 날 피었다는 동백꽃 전설이 있다. 비 오면 용이 나타나 물을 먹고 간다는 ‘용굴바위’ 전설도 있다. 〈시로 읽는 여수〉에서 만든 전시된 시 가운데 공광규 시인의 ‘붉은 치마’ 는 동백의 붉은 꽃의 애절함을 보여준다.   다도해의 멋진 광경을 내려다보러 해상 케이블카를 탔다. 자산 공원에 있는 10층 높이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니 오동도가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연인들이 쓴 밀어들이 하트 모양의 나무판에 쓰여 사방에 매달렸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상 중간 지점에 도착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바다 위로 98미터의 허공에 떠 있어 다리 위로 지나가는 차들과 해상공원의 여러 섬들이 작게 보였다. 돌산 공원에 도착하여 저녁놀이 보니 수평선 위의 석양이 하늘을 온통 붉게 불타게 만들었다. 장관이었다.   저녁 8시쯤 출발지로 돌아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주말에만 한다는 불꽃 놀이를 기다렸다. 사방은 깜깜한데 멀리 크루즈 선박에서 불꽃 폭죽을 연거푸 쏟아내고 허공에서 작렬했다. 아내는 최고라고 감탄하며 동영상을 찍느라 분주했다. 운행중인 케이블카나 대교 철탑, 그리고 지상의 가게들에서 발산하는 영롱한 조명등들이 까만 바다 수면을 비치고 있다. 케이블카에서 축제의 야경을 내려다보니 정말 환상적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여수만의 포차거리와 횟집가게들의 길을 걷는데 노랫소리가 들린다. 장범준 보컬이 2012년에 불러 애창된 ‘여수 밤바다’ 라는 노래였다. 리듬이 마치 파도 치듯 흥겹게 다가온다. 노래 가사처럼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여수 밤바다의 낭만을 나누고 싶을 만큼 도취한 밤이었다.   다음날 점심에 여수의 맛집을 찾아 ‘봉산 게장 백반거리’에 갔다. 찾아간 음식점에서 ‘돌게장 정식’을 시키니 갈치조림 등 해산물 반찬이 15가지나 나왔다. 두 사람의 비용이 33달러 정도로 저렴한데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을 2번씩 리필이 된다고 한다. 어려서 맛있게 먹던 게장 맛이 생각났다. 둥근 게 껍질 안으로 노란색 알이 보여 밥을 넣고 비벼 먹었다. 결국 밥 한 공기를 더 먹게 되었다. 꽃게탕도 별미였다. 모처럼 식도락을 즐긴 미식가가 된 기분이었다.   시와 전설이 있는 동백섬인 오동도, 해상 케이블카로 내려다볼 수 있는 다도해 섬들, 영롱한 조명과 함께 들러 오는 ‘여수 밤바다’ 낭만이 있는 곳, 간장이나 양념 게장의 맛이 생각나는 맛집들, 실물 크기의 거북선 내부에도 들어가 보고, 한려수도 여수는 3월에 만개한 동백꽃을 보러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윤덕환 / 수필가열린광장 한려수도 여수 한려수도 여수 여수 밤바다 해상 케이블카

2025-01-20

[열린광장] 노숙자 돕기로 한인 위상 높이자

살다 보면 위기를 맞을 수가 있는데 그럴 때 대다수 사람들은 상심하며 주저앉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선장은 풍랑을 만났을 때 돛의 방향을 조절하여 더 빨리 가도록 그 바람을 역이용하듯 위기를 기회로 이용합니다.   LA다운타운에 갈 때면 여기가 정말 미국 맞나 서글픈 생각마저 드는 풍경들을 어디에서나 보게 됩니다. 넘쳐나는 노숙자들입니다. 앞으로 더 나아질 가망보다 악화할 가능성을 더 염려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잘 이용한다면 우리 한인의 위상을 크게 높일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노숙자 문제는 그 해결을 정부에게만 기대할 수도 없고 또 미루어서도 안 됩니다. 특히 교회 같은 종교기관이나 일반 사회단체들이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입니다. 모두가 함께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완전 해결’은 어려울 것이지만 노력하는 우리의 관심과 마음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만 바꾸면 절호의 기회로 이용할 수 있는 이 위기 상황을 우리 한인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서 이루어 보자는 것입니다.   그들은 지저분한 골칫거리들로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내 가족과 똑같이 귀한 생명체들입니다. 아무도 원치 않고 멀리하려는 그들을 우리 한인들이 보듬어 안으면 미국사회에서 한인의 위상을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남가주 지역에 1500 개가 된다는 한인 교회들이 앞장서서 노숙자 재활을 돕는 시설을 교회나 기타 적절한 장소에 설치하자는 것입니다. 그런 선행을 실천한 교회와 최고급 초호화판 교회당을 비교할 때 어느 교회가 주민들의 칭찬을 받을까요. 물론 집값 떨어뜨린다는 일부의 항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주변 몇 교회들이 합동으로 번갈아 가며 음식제공도 하며 돕는다면 교회도 살아날 것입니다.     또 그 아름다운 선행이 주류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한인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시설은 홈디포 같은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단한 조립식 창고 같은 것으로 만들고 이동식 화장실 및 샤워실만 갖춰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비용은 모금 캠페인을 벌여 힘을 합하면 어렵지 않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한인 정치인들이 나서서 장소나 시설 구하는 것이나 법적 문제 해결해 주고 각지역 한인회나 교회 젊은이들이 봉사에 참여한다면 그 자체가 한인 정치인의 선거운동이 될 수 있어 정계진출도 쉽게 도모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네들이 노숙자들을 쫓아내려고만 하는 이런 때에 부모세대의 그런 활동을 자녀들이 보고 자라도록 하는 것은 그 무엇과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산 교육도 될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한두교회에서 1년 정도 한시적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한인 위상 제고, 정치인 배출, 자녀교육 등 일석삼조의 효과 있는 캠페인이 될 수 있습니다. 김홍식 / 은퇴의사열린광장 노숙자 한인 우리 한인들 한인 위상 한인 교회들

2025-01-19

[열린광장] 기저귀 떼는 날을 기다리며

화장실 가기 전 질금질금 소변이 샜다. 나중에는 줄줄 샜다. 많은 시니어 남녀가 체험하는 요실금 증상이다. 요실금은 크게 나누어서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 새는 스트레스형과 나 처럼 화장실 가기 전 새는 긴박형이 있다.   내복을 오래 입으면 허리띠가 늘어나서 입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사람도 오래 살면 요도를 조절하는 괄약근이 이완되어 소변이 샌다고 한다. 커피나 홍차, 또는 코카콜라 등 카페인 음료를 마시거나, 스트레스나 몸이 피곤하면 줄줄이 샌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바지가 젖는다. 작은 기저귀는 중과부적이다. 팬티용 큰 기저귀를 구매해서 사용했다.   하루에 이 큰 기저귀를 두 번 갈도록 요실금이 심할 때도 있었다. 한국 지도를 그린 바지를 세면기 안에서 헹구어서 건조해서 다시 입었다. 노인이 되면 어린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요실금이 없는 사람은 이 번거로움을 모른다.     수면 방해가 큰 문제다. 밤에 다섯, 여섯 번 일어나서 화장실에 간다. 잠을 설친다. 한 번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노인이 많다고 한다. 내가 고안한 최면술로 다시 잠을 잔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누어서 힘을 주었다 빼는 팔과 다리 스트레칭을 한 다음, 단전호흡을 하며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를 뜻을 생각하지 않고 외우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잠든다. 나비(잠)를 잡으려고 뛰어가지 말고 조용히 앉아 있으면, 나비가 날아와 어깨에 앉는다.   요실금 치료를 위하여 그동안 몇 비뇨기 전문 의사를 만나보았으나 묘책이 없었다. 수술은 싫고, 약물 치료를 해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복용하지 않는 약이 쌓여있다. 모든 약 특히 요실금 약은 부작용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장기 요양 보험(long-term care insurance)의 수혜 조건을 살펴보았다. 일상생활 활동 가운데 두 가지 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발효하는데 요실금이 포함되었다.   케글(kegel) 운동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얻었다. 항문을 오므리는 케글 운동은 말보다 쉽지 않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드러눕고 두 다리를 벽에 대고, 두 손은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항문을 오므리는 운동을 한다. 하나, 둘, 셋, 숫자를 머릿속에서 100까지 쓴다. 다음엔 일본어 그리고 영어로 100을 쓴다. 모두 300번 케글 운동을 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자기에게 맞는 케글 운동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요즘 큰 기저귀를 떼어버리고 작은 기저귀를 차고 있다. 어떨 날은 하루 종일 기저귀가 보송보송 말라 있다. 나는 기저귀 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열린광장 기저귀 요실금 치료 운동 방법 일상생활 활동

2025-01-16

[열린광장] 트럼프 당선인의 뚝심

대통령은 한 국가에서 모든 사람이 선망하고 우러러 보는 최고의 직위다. 권력과 명예가 주어지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지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다수다. 국민은 그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누가 선택되는가? 선거법에 의거 과반수 국민의 마음을 얻는 후보가 선택된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비결은 무엇인가?   과거 미국민들은 트럼프를 전 대통령으로 선택한 2016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사생활에서 흠결이 없고, 공적 생활에서 능력을 보여준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작년 대선의 결과 이러한 불문율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았다. 말 많고 탈 많은 전직 대통령 트럼프를 다시 선택한 것이다.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는 바이든 치하의 미국경제가 문제였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한때 치솟았던 원인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2020년 초부터 2년 동안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는 세계 경제를 반신불수의 상태로 만들었다. 에너지와 식량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망 중단으로 물류비가 증가했다. 노동력 감소로 인건비가 인상되며, 소비자 물가지수가 세계적으로 치솟았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유럽 등 여타 나라보다 제자리를 빨리 찾은 것은 바이든 정부의 차분한 노력 덕분이었다. 2022년 9.1%까지 치솟았던 인플레가 현재는 3% 대로 유지되고 있다. 2025년도 IMF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 의하면 G7 국가중 미국만이 유일하게 2%를 넘긴다고 했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이라고 한다. 불법 이민자의 유입으로 자신들의 일자리에 불안감을 느끼는 저임금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이민을 강력히 통제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미국은 순전히 이민자들에 의해서 건국되고 유지되고 발전해온 나라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의 땀과 지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미국이다. 2023년 기준 세계 200여 국가의 평균 인구밀도는 제곱미터당 50명, EU는 120명인데 미국은 35명으로 146위에 위치한다. 아직은 영토나 자원에서 더 많은 인구를 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나라다. 불법이민은 단속되어야 하겠지만 이민 문호는 더욱 넓혀져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운영이 참담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민들은 바이든 정부에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고, 45명의 미국 대통령 업적 평가에서 꼴찌를 한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미국 역사에서 중범죄로 기소되었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후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례는 없다고 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자였던 컬럼니스트 페기 누난은 “대통령은 ‘품성’이 전부”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해도 품성이 바르지 않으면 비전을 성취하기 어렵다고 했다.     바른 품성은 정직, 사려깊음, 도덕성, 관용 등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난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품성 때문이다. 정책수립과 실행은 타인을 활용할 수 있지만, 품성 개선은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본인의 문제다.   1월21일 그의 취임식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앞으로 4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권좌에 그는 다시 오른다.     4년 전 45대 대통령으로서 그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미국 대통령 평가에서 최하위를 할 정도로 변변치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직을 재탈환하기 위해서 절치부심하며 4년 동안 온갖 역경을 극복해온 그의 뚝심만은 인정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번영이다. 4년 전 그의 첫 집권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그의 통치 구호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제47대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4년, 탁월한 그의 뚝심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 는 그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열린광장 트럼프 당선인 대통령 업적 전직 대통령 세계 경제

2025-01-15

[열린광장] 양극화의 시대, 현명해져야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사용한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Merriam Webster)’는 ‘양극화’를 선정했다. 미국의 여러 매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라고 한다.   메리엄 사전 편집장은 사회집단의 신념이나 의견, 이해관계가 양극단에만 집중된 상태라며 합리적인 중도가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정치 집단과 경제생활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매사추세츠 애머스트 대학의 재러드 스타 교수팀은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부유층이 미국 전체 온실가스의 40%를 배출한다는 조사 결과를 과학저널 ‘플러스 기후(PLOS Climate)’에 발표했다.  특히 소득 상위 1%의 배출량은 15%~17%에 달한다고 한다. 기후 위기를 개선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빌 게이츠의 대저택에 사용하는 에너지 양을 보고 입이 떡 벌어진 기억도 있다.   인류는 어느 시대 보다도 더 풍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렇진 않다. 최근 중앙일보가 다루었던 한인타운의 한인 노숙자 문제나 한인 자살 등의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은 살기 힘든 요즘이다.     삶이 팍팍해진 이유중 하나는 부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1900년대 초 독일의 성공한 사업가로 자본가 출신의 경제 이론가인 질비오 게젤은 그의 저서 ‘자유토지와 자유화폐를 만드는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은 노동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나 돈과 같은 물적 가치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이나 화폐를 가진자들이 누리는 불로소득이야말로 이 시대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100년이나 지난 지금 보면 그의 지적은 정확했고, 갈수록 더 심화 될 것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학자들은 현재의 부를 가져다준 자유경제 제도하에서 승자들의 선의의 행위로 약자들을 돕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했듯이 우리에게 그런 선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나누어줄 뿐이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장치가 정치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보호받아야할 약자 계층에 속한 시니어들이 그들을 도우려는 정치집단을 이념적 차이 때문에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한 지인 부부는 늦은 나이에 자녀들이 있는 미국에 와서 80세 중반이 돼서야 시민권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시민권을 받으면 다양한 정부 지원 혜택을 얻을 수 있어서였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그는 연이어 세 차례 시험에 떨어 졌다. 시험관은 나이 많은 그들을 아예 합격시킬 생각이 없는 듯했다.당시 정부의 반이민 정서가 시험관들에게도 반영된 결과였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과 이듬해 2018년 2년 연속으로 시민권 심사 승인율은 전년도의 89%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다행히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네 번째  도전에서 시민권을 받았다. 남들 다 받는 시민권을 얻기까지 그렇게 고생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다.   인류가 난제를 안고 있지 않은 시대가 있었을까 만은 지금처럼 많이 가지고 있을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기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주여 새해에는 현명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지혜가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양극화 양극화 현상 시민권 시험 메리엄 사전

2025-01-13

[열린광장] 본인만 모르는 병, 치매

고희가 갓 지나면서 건망증이 잦아졌다. 혈압약과 당뇨약을 복용했는지 긴가민가할 때가 가끔 있다. 그리고 아침에 잰 체온 수치가 저녁때쯤이면 얼마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마켓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낯익은 사람이었지만 그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민망하고 당황해 한 적이 있었다.    건망증이 심화하면 치매로 발전한다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기우라 하기엔 자못 심각하다. 그 누구보다도 치매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15년째 양로보건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약 200여 명의 한인 노인들이 회원으로 참가하는 곳인데 대부분이 80~90대 시니어들이다. 이 연령대에서는 증상에 경중은 있으나 대부분 치매기가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치매 환자가 많은 편이다. 5~6년 전만 해도 두 달에 한 번 꼴로 신경정신과 의사를 초빙하여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했는데 그때마다 나도 메모를 해가며 주의 깊게 경청하였다.   치매의 주요 증상은 기억력 저하, 혼란, 의사소통의 불편, 방향 감각 상실, 성격 및 감정 변화로 일상 생활 능력이 저하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진다. 6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로 전체 치매의 약 7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으로는 오늘이 몇월, 며칠, 무슨 요일인지 모르고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하거나 똑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해서 묻는다. 또는 돈이나 소지품이 없어졌는데 아무개가 훔쳐 갔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80대 초반의 한 시니어의 치매 사례는 서글프다. 본인이 용변을 보는 걸 아내가 도와줬는데 아내에게 사례를 하겠다며 20달러 지폐 한 장을 꺼내 줬다고 한다. 아내가 깜짝 놀라 손사래 치자 이 시니어는 “댁이 누구신데 내게 이런 친절을 베푸느냐”고 물었단다. 그 장면을 목격한 딸이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모든 병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본인 자신은 치매에 걸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보호자나 가족이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치매는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어도 인지기능 개선제를 투여하면 그 경과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치료 방법으로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등을 잘 조절하여야 하고 과음과 흡연을 금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고 될수록 두뇌를 많이 써서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은 필수적이란다. 특히 스트레스 받는 일은 절대 피하여야 한다고 했다.   학창 시절에 나는 암기력만큼은 남보다 뛰어나 암기 과목은 자신이 있었다. 지금도 국민교육헌장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끝까지 외울 수 있고 우리 회원 200여 명의 생년월일, 띠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남들은 내 두뇌가 컴퓨터라고 부러워 하지만 가는 세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되고 있다.   최근 치매 자가 진단법으로 내 자신을 검사해 보았다. 15개 항목 중 6개 이상 문항이 해당되는 경우,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나는 3개 항목이 해당되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내가 치매 초기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전문의를 찾아가 서둘러 검사를 받아야겠다.   치매에 걸려 장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치매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100세까지 사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자다가 고통 없이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입버릇처럼 곱씹고 있다. 이진용 / 수필가열린광장 치매 노인성 치매 대부분 치매기 치매 환자

2025-01-09

[열린광장] 내 나이 구순, 새해의 결의

며칠 전 일이다. 마켓에서 식료품을 사서 차에 실었다. 후진용 스크린이 없는 차여서 앞, 뒤, 옆을 확인하며 후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내 자리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한인 운전사가, 이 영감이 왜 이렇게 차를 빼지 못하고 있는가,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후진 스크린이 그만큼 중요하다.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스크린을 달아 줄 수 있느냐 문의했다. “그 차는 너무 늙어서 스크린을 달 수 없다”고 한다.     아내가 운전하던 2011년형, 13년이 된 주행 9만 마일, 고물차지만 새 차나 다름없이 말을 잘 들었다. 작년에 아내는 운전면허를 반납했다.   그 차를 팔거나 버리기도 아까워서 골동품처럼 모시고 있다. 매주 한 번 마켓에 가서 바람을 쐬고 온다. 그러나 후진 스크린이 없는 차를 운전하는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안전 관리 분야에서 일한 나는 알고 있다. 후진 스크린이 없던 시대에 사고의 약 80퍼센트는 후진 사고였다.   스크린이 있어도 후진할 때 조심해야 한다. 천천히 후진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코스트코 같은 복잡한 주차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빨리빨리 성질이 급한 사람을 제외하고 느리게 후진한다고 나무라는 사람이나 티켓을 발부하는 경찰이 없을 것이다.   우리 시니어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운전할 수 있는가이다. 내가 아는 시니어 가운데 운전대를 놓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운전이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큰 몫을 한다. 운전을 못하는 나의 삶을 상상해 본다. 병원, 약국, 시장, 교회에 가는 차편을 남에게 의지해야한다. 운전을 못하면 날개 부러진 새가 된다.   나이는 숫자뿐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체력과 인지능력 저하로 운전하는데 영향을 받는다. 만일 내가 운전하다가 교통사고에 개입되는 경우, 경찰은 내가 90세를 넘긴 것을 알게 되면     운전면허를 빼앗길 수도 있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운전 실력을 유지해야 한다. 인지능력과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올해부터 하루에 한 시간의 두뇌 운동으로 인지능력을 키우고 한 시간의 체력 운동으로 몸을 유연하게 유지할 것을 결심했다. 구순을 넘긴 나는 중앙일보와 LA타임스를 구독하고 독서와 글을 쓰고 있다.  신문 구독료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투자다.     가장 하기 힘든 것은 운동이다. LA 피트니스는 매달 회비를 빼가지만 게을러서 나가지 않고 있다. 운동은 지루하다. 나는 게으른 사람의 운동(lazy person’s exercise)를 시작했다. 군대 행진곡 녹음을 틀어놓고, 발목에 각각 5파운드 모래주머니를 매달고, 양손에 5파운드 아령을 들고, 저녁 ABC 뉴스를 들으며 45분간 에어로빅스 율동을 한다.     아내가 나를 보고 깔깔대며 웃었다. 올해부터 이 광대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추겠다. 음악과 뉴스는 씁쓸한 운동의 당의정(糖衣錠·쓴 알약의 겉을 달콤한 것으로 감싼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나이 새해 후진용 스크린 후진 스크린 한인 운전사

2025-01-06

[열린광장] 도박으로 인생을 망친 그 사람

그가 이 세상을 등진 지도 거의 5년이 되어 간다. 의사의 소견대로 3년을 못 버티고 70대 초반에 생을 마감했다. 그는 한국에서 학사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누이의 초청으로 가족과 함께 이민왔다. 이민 온 후 그는 수영장 청소를 했고 부인은 가사 도우미로 일하며 두 사람 모두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서 집도 한 채 장만하고 아들과 딸 네 식구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그 행복한 가정에 악령이 찾아들었다. 그가 도박장을 출입한 것이다. 심심풀이로 들락거리던 카지노에 재미가 들렸고 푼돈을 딴 날은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행의 씨앗이 된 잭팟이 터졌다. 세금 공제 후 60만 달러 넘는 거액을 움켜쥐었다. 힘들이지 않고 거액을 손에 쥐자 그는 마음이 달라졌다.     이제는 힘들게 일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자신이 일하던 수영장 청소권을 5만 달러에 팔았다. 그리고 욕심이 생겼다. 그 60만 달러를 100만 달러로 키우고 싶었다. 일은 하지 않고 카지노에서 VIP 대접을 받으며 살다시피한 그는 6개월도 채 못되어 그 돈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주택 융자금이 연체되다 보니 살던 집도 은행 측에 빼앗기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들은 개척 교회 목사가 되었고 딸은 초등학교 교사가 된 것이었다. 자식들은 노름하는 아버지가 밉다고 나가 살았고, 부인과 셋방살이를 면치 못하였다. 가정불화로 부부 싸움이 잦아졌고 참다 못한 아내의 가출도 있었다. 그는 분했다. 본전 생각이 간절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잃은 돈 반만이라도 건져야 했다. 타고다니던 승용차도 팔아 노름 자금으로 마련했으나 그것마저 3일 만에 다 날려 버렸다. 그는 점차 미치광이가 되어 갔다.   남편의 행실을 원망하며 나무라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고 행패를 부리는 등 성격이 포악 해져갔다. 어느 날, 그는 아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자신이 잘못 했노라, 후회하노라, 이제 새 각오로 수영장 청소를 다시 하겠노라, 도박장에는 발걸음을 끊겠노라, 그러니 한국에 가서 부모님이 남겨준 유산을 팔아 5만 달러만 주면 청소권을 다시 사서 옛날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겠노라 눈물로 애원하였다.     부인은 그의 감언이설에 솔깃하여 한국에 가서 오빠한테 재산 상속 포기 각서를 써 주고 5만 달러를 받아 남편에게 갖다주었다. 5만 달러를 받은 그는 그날로 행방을 감추었다. 아내는 아들을 시켜 카지노를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그는 그 돈 마저 타주로 원정 도박을 가서 모두 날려 버렸다. 이 사실을 안 아내는 자식들에게 남편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겨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자식들은 그의 다음 행동에 아연실색했다.     그가 조의금을 몽땅 챙겨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결국은 샌 매뉴엘 카지노에서 아들에 의해 이끌려 나왔다. 그는 부인과 사별 후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양로보건센터에 주 5일 참석했는데 사회보장연금을 받는 다음날과 교회에서 그를 불우 이웃으로 선정하여 월 500달러씩 주는 지원금을 받는 날에는 어김없이 택시를 타고 샌 매뉴엘로 행했다.     참다 못한 아들은 그가 다니는 교회 담임 목사를 찾아가 아버지께 지급하는 불우 이웃 돕기 지원금을 끊어 주십사 요청하였다. 아버지가 그 돈으로 노름을 하니 그 지원금은 정말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라고 거듭 부탁했다.     그는 밸리 지역에서는 어느 누구한테도 단돈 100달러도 빌리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리고 폐암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줄 담배를 피웠다. 병세가 악화해 양로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운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아가 보았다. 바싹 야윈 그는 파리한 낯빛에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있었다. 나는 그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지 이틀 후에 그는 요단강을 건넜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은 그의 흠을 비판하기를 유보하고자 한다. 다만, “마약을 하는 사람은 자신만 망치지만 도박을 하는 사람은 그 가정도 망친다”는 금언을 다시 한번 상기할 뿐이다. 이진용 / 수필가열린광장 도박 인생 수영장 청소권 부인과 셋방살이 부인과 사별

2024-12-30

[열린광장] 연말, K장로에게서 배운 지혜

사람은 언제까지 배우는 걸까. 태어나자마자 엄마 젖꼭지를 찾는 흡입 반사로부터 시작해 배움은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나이에 따라 맹렬하게 새로운 것을 습득해야하는 시기가 있기는 하지만, 배움은 인생 모든 과정을 따라 계속된다.   그때 그때 배움의 질과 양, 종류는 달라 지지만 나이 들수록 배움이 더 진해지고 깊어 지는 것 같다. 한해가 바뀔 때는 더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배우는 시기다. 배움은 자연을 통해서도 사람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K장로와는 매주 세 번 정도 만나 탁구를 친다. 6~7명이 같은 시간에 와서 같이 게임을 즐기는 모임에서다.   87세인 그는 그룹에서 가장 연장자다. 풍채가 좋고 체력이 좋아서 가장 오랜 시간 탁구를 친다. 그 나이에는 매주 3차례 두 시간씩 이상 운동하기에는 힘들텐데도 그는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그는 오후에도 가끔 탁구장에 온다. 같은 모임에서 탁구를 즐기다 누군가와 마음이 상해 다른 시간에 탁구장에 온 외톨이 회원이 있다. 그는 그 사람을 위해 그 시간에 와서 상대해준다,     탁구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 운동이라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그룹을 만들기가 쉽지않다. 실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낯선 그룹과 어울려 치기도 쉽지 않다.     K장로는 마치 미국 대학의 파티에서 혼자 있는 외톨이들을 상대해주는 ‘소셜 버터플라이’들처럼 모임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다른 그룹에 적응할 때까지 상대해준다. 오랫동안 그를 봐왔지만 한 번도 화난 모습을 본적이 없다. 금방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부처상이다. 교회의 장로인 그에게서 부처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죄송스럽지만 교회의 일반적 가치도 세속과 크게 다르진 않으리라.   탁구가 끝나면 오후 1시다,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에 다 같이 간다. 커피와 음료수, 감자튀김, ‘맥더블’이라는 2개 4달러 하는 햄버거를 시킨다. 소시지 패티 2개, 치즈, 절인 오이 조금 들어간 게 전부인 일 년 내내 세일하는 햄버거다. 그는 그 햄버거를 큰 소다와 함께 누구보다 맛있게 먹는다. 어떤 때는 아침 운동팀들과도 그 메뉴를 아침으로 먹었다고 한다. 의사들이 들으면 기겁할 일이지만 그는 젊은 일행들보다 더 건강하다.   그는 오래전 이민와서 미국 방송국에서 근무하다 은퇴했다. 그 후 초기 OC 장로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여러 비영리단체에서도 봉사하며 상도 많이 받았다.   최근까지도 은퇴 장로들과 모임을 만들어 매주 양로 호텔을 방문해 찬양 봉사활동을 했다. 얼마 전 그는 “양로호텔 측에서 나이가 너무 많으니 그만 오시라고 해 이제 못 간다”고 너털 웃으셨다.   풀러턴에 있는 랄프스 파크에는 매일 오전 8시에 넓은 잔디 위에서 한인 등 60여 명이 모여 체조 등 운동을 한다. 리더들의 영어 구령에 따라 40여 분간 열심히 운동한다. 그는 여기서도 10여 년째 리더 중의 한 사람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의 유일한 신체적 결함은 보청기를 낀다는 것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이 다 좋은 사람은 아니어서 어떤 사람은 듣기 좀 거북한 소리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도 그는 그냥 웃으며 넘긴다. 안 들리는지, 듣고도 그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화를 내는 것을 본적이 없다. 가볍게 던지는 언짢은 말 정도는 그냥 웃어넘기는 지혜를 터득한 것 같다.   요즘 세상이 내 것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남의 말은 전혀 들으려고 하지않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고개를 더 돌려보면 우리 곁에 보이는 특별한 사람의 삶에 내 삶을 비교해 보는 것도 한해를 보내면서 해볼 만한 일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연말 장로 연말 k장로 장로협회 회장 은퇴 장로들

202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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