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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4자 타령

4월은 재미있는 달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그냥 한 해의 네 번째 달이지만 영어 이름 ‘April’은 라틴어의 낱말 ‘펼치다 (aperire)’에서 왔다. 이름처럼 4월엔 겨울에 움추렸던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초목들은 푸르게 모습을 바꾸기 시작한다. 모두 다 새로운  삶을 펼치는 것이다.  그래서 4월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달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4자의 발음이 한자의 ‘죽을 사’와 같다는 이유로 아파트나 병원, 호텔 엘리베이터 등에 잘 쓰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몰라도 참 엉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로 소리 나는 좋은 글자가 흔한 데도 말이다. 이를테면 ‘스승 사’,  ‘향기 좋을 사’,  ‘생각할 사’, ‘부지런할 사’, ‘ 말씀 사’, ‘춤추는 모습 사’, ‘벼슬 사’ 등이다.  이처럼 좋은 글자의 소리는 제쳐 두고 하필이면 ‘죽을 사’자만 생각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인생의 종말을 뜻하는 운명적인 글자의 소리가   뇌리를 스쳤기 때문일 것이리라.   하지만 이 4 자는 아무 거리낌 없는 사통오달의 운명을 지닌 듯 우주, 자연, 인생, 철학, 종교, 운동 할 것 없이 온갖 분야에 활개를 치고 있다.     도교에서는 도(道), 천(天), 지(地), 및 왕(王)을 우주에 있는 가장 큰  것이란 뜻에서 ‘사대’(四大)라고 한다. 유교에서는 주역이 밝힌 네 가지 원리 곧, 원(元, 봄), 형(亨,여름), 이(利,가을), 및 정(貞,겨울)이 ‘사덕(四德)’이다. 세상이 생겨나서 다시 없어질 때 까지의 네 시기를 불교에서는 ‘사겁’(四劫)이라고 말한다.  번복하는 마음을 두지 말고, 물욕이 서로 가리게 하지 말고, 헛말로 세상을 어지럽히지 말며, 그리고 한울림을 속이지 말 것, 이 네 가지를 천도교에서는 ‘사계명’이라고 일컬으며,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듣지 말고, 말하지 말며 그리고 움직이지 말라’는 논어의 교훈을 ‘사물(四勿)’이라고 일컫는다.     어디 그뿐이랴. 삶의 기본이 되는 네 가지 계획, 곧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한 해의 계획은 봄철에, 일생의 계획은 부지런함에 또한 한 집안의 계획은 화목함에 있다는 말을 ‘사계(四計)’라고 일컫고, 품성이 군자와 같이 고결하다는 뜻에서 매화, 난초, 국화 및 대나무, 이 넷을 ‘사군자(四君子)’라고 말하며, 누구에게나 좋은 얼굴로 대하며 무사태평하게 사는 사람을 ‘사시춘풍(四時春風)’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태극기의 4괘 생각이 떠올랐다. 본디는 사괘(師卦)를 건괘와 김괘로 나눈 것이었는데 태극기의 네 괘에 건(乾), 곤(坤), 감(坎), 이(離)를 그렸고 이를  4괘라고 부른다.     아무튼 4자는 이래저래 매력 있는 숫자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4월30일 취임 연설에서 “자유의 신성한 보존과 공화당 정부의 운명은 미국 국민이 실천한 삶의 경험에 최종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유명한 말을 남겼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타령 우주 자연 초대 대통령 공화당 정부

2024-04-21

[열린광장]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

신용카드를 주로.사용해 지갑을 열 일이 좀처럼 없다. 그런데 모처럼 파머스마켓에 갔더니 현금이 필요해 지갑을 꺼냈다. 어머나, 며칠 전 우편으로 받은 코스트코의 리베이트 수표가 곱게 접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분명 잘 둔다고 넣은 것일 텐데, 수표를 받았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오랫동안 안 하던 페이스북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 사진도 저장할 겸 메모장처럼 사용한다. 점점 약해지는 기억력도 보완해 주니 편리하다. 나는 리베이트 수표를 발견하고 공돈이 생긴 양 흥분한 일을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다.   좀처럼 전화나 텍스트를 보내지 않던 아들이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이 엄마한테 관심을 가진다고 스스로 가스라이팅하며 반가운 마음에 얼른 메시지를 열어 보았다. 그런데 내가 오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보고 따끔한 지적을 한다.     ‘바코드랑 숫자가 있는 리베이트 수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 누군가 나쁜 사람이 온라인으로 이용하든지 수표를 스캔해서 사용할 수 있어요. 엄마가 흥분할 때마다 틀린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면  행동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세요.’ ‘걱정해 주니 고맙다. 내가 생각이 짧았네’ 하고 답장을 보냈다. 아들이 나를 부주의한 관종 엄마로 생각했을까.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로 보는 것은 아니겠지.   중·고교 동창인 친구 두 커플과 미뤄두었던 환갑여행을 다녀왔다. 시카고, LA, 버지니아에 흩어져 살다가 십 년 전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귀한 인연이다. 라스베이거스까지 비행기로 가서  유타, 애리조나, 네바다의 일곱 개 협곡을 돌아보는 여정이었다. 까르르 웃음 많은 사춘기로 돌아가 수학여행과 생활관 입소의 추억을 되새겨보았다. 내 생애 최초의 에어비앤비(Airbnb) 경험도 특별했고, 친구가 권유해서 유튜브로 국민체조로 하루를 시작한 것도 기억에 남았다.   추억이 될 사진과 간단한 메모를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싶었지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참았다. 여행 사진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가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유명 연예인의 기사를 기억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 집에 훔쳐 갈 만한 값진 물건도 없지만, 여행으로 집을 비웠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은 주저된다. 심지어 어떤 주택보험사들은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집주인이 SNS에 사진으로 집을 비웠음을 암시했는지도 확인한다니 놀랍다. 범죄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빈집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다. 소셜 네트워크에 개인 정보를 노출하면 사기꾼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무의식중에 같은 실수를 종종 범한다. 사이버 범죄는 훨씬 복잡한 수법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이다. 최숙희 / 수필가열린광장 리베이트 수표 관종 엄마 소셜 네트워크

2024-04-16

[열린광장] ‘착한 치매’와 낱말 퀴즈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친구 부부를 오랜만에 만났다. 식당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친구 부인은 우리를 빤히 쳐다만 볼뿐 표정이 없다. 친구는 아내가 ‘착한 치매’를 앓고 있으니 양해하라고 했다. 점심을 마치고 친구가 화장실에 간다며 일어서니 부인도 따라나섰다. 친구는 아내가 남자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가려 하니 내 아내에게 함께 여자 화장실에 다녀와 달라고 부탁했다. 말로만 듣던 치매 증상을 직접 목격하니 충격이 컸다. 앞으로 우리 집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오래전 ‘나쁜 치매’에 관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남편이 매일 요양원을 방문해 아내를 만나지만 아내는 남편을 못 알아본다. 물론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해 혼자 요양원 밖으로의 외출은 불가능했다.  갓난아기보다 더 많은 돌 봄의 손길이 필요했다.     나도 요즘 현저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집 근처 노상 지나다니는 길 이름도, 인근 도시 이름도 생각이 나질 않아 구글 지도를 찾아보기도 한다. 이러다가 아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까 봐 ‘여보’라는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노화하는 뇌세포를 운동시켜 기억력을 증진하는 방법을 찾다가 신문에 게재되는 ‘낱말퀴즈’를 풀기 시작했다. 빈칸을 채우면서 마음에 찔리는 게 있었다. 오래전 맥도날드의 구석 자리에서 시니어 한 분이 신문을 펼치고 ‘크로스워드’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분이 ‘킬링타임’을 한다며 한심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같은 것을 하고 있다. 그분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낱말퀴즈는 수수께끼처럼 물어봐서 재미가 있다. 가령 ‘몹시 변덕스럽고 꾀가 많은 여자는?’ 하고 묻는다. 잘 몰라 답을 보니 ‘불여우’라고 해서 한참 웃었다. 아내에게도 낱말퀴즈를 물어보면서 잘 모르면 첫 자를 알려주거나 몇 자라고 힌트를 준다. 요즘 아내는 유튜브에 나오는 사자성어 낱말 퀴즈를 즐겨한다.     작년 여름 여행 때 비행기 옆 좌석에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앉았었다. 그녀는 한 시간 내내 스도쿠(Sudoku:숫자퀴즈) 책자를 보면서 열심히 1-9까지의 숫자를 써넣고 있었다. 마치 간첩들이 쓴다는 난수표 같은 암호풀이 같았다. 그 모습이 신기해 회계 분야에서 일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녀는 디자인 일을 한다고 했다. 내가 스도쿠를 신기해하니 한장 찢어 주며 해보라고 했다. 10여 분을 이리저리 시도하다 결국 못 하겠다고 하니 그녀가 웃었다. 그러면서 본인은 10대 시설부터 식구들과 함께 스도쿠를 했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인 일본은 고령자 5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로 그 숫자가 67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치매가 ‘어리석고 아둔하다’는 뜻이라고 해서 일본에선 이 말 대신 ‘인지증’이라고 표현한다. 한국도 치매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자연히 치매 환자도 늘고 있다. 육체 운동처럼 뇌세포 운동도 필요하다. 재미있게 치매 예방을 할 수 있는 낱말퀴즈를 권하고 싶다. 윤덕환 / 수필가열린광장 치매 낱말 치매 환자 낱말 퀴즈 치매 증상

2024-04-08

[열린광장]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삶

나는 정치인도 의사도 아니지만 4·10 총선을 앞둔 한국 정치권의 다툼과 의사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부와 의사 사이의 갈등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여기에서 먼저, 현대 의학의 조부로 알려진 히포크라테스가 한 가지 명언을 들어 보자.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어요. 기회는 덧없이 지나가 버리고,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 경험이란 것 또한 뚜렷하지 않네요.”   그가 사람의 한평생이 짧다고 한 것은 100년 이상 산다는 거북이의 수명과 비교한 것인지, 아니면 젊어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의사인 그는 삶의 가치를 남겨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아무리 오래 살려고 해도 주어진 운명과 여러 조건으로 인해 짧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사인 히포크라테스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한 말은 특히 의사 증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옥신각신 싸우고 있는 한국의 의사들에게 무서운 교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강은 저 스스로 흘러내린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저 스스로 맺은 열매를 먹지 않으며, 꽃도 저 스스로를 위하여 향기를 퍼트리지 않습니다. 만물이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그러나 자연의 법칙도 사람들 때문에 차츰 깨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정치인들 가운데 박애 정신은 커녕 가장행위 (假裝行爲)에 저촉되는 인물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권에는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의 현명한 선택으로 국가와 정치권이 안정되고, 의사들은 뛰어난 의술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 멋진 예술품을 남기는 일이라는 것을 숙지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에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예술품을 남겨 놓자”는 히포크라테스, 그리고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새겼으면 한다.   이들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듣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4월의 탄생석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다이아몬드 탄생석 다이아몬드 의사 증원 다툼과 의사

2024-04-07

[열린광장] 로고스,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

미국의 대선 시계가 4년 전으로 다시 돌아갔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11월 선거에서 다시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리턴매치’다. 만나는 사람마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라며 심중을 털어놓는다. 많은 사람이 미국 땅에 왜 이렇게 인물이 없냐며 실망감을 토로한다. 심지어 어떤 이는 미국이 세계 리더의 자리에서 서서히 물러나는 현상이라고 까지 말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형식적인 리더는 많지만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가 적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런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우리가 원하는 사회, 우리가 바라는 국가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이 정의한 바에 의하면, 리더십이란 ‘도전적인 기회 속에서 비전을 명확히 세워 현실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 조직을 동원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그러기에 리더는 명확한 비전을 세우고 성공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로고스(Logos)와 파토스(Pathos), 그리고 에토스(Ethos)다.     첫 번째, 로고스는 논리나 이성에 바탕을 두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납득시키는 힘이다. 로고스는 법이나 규칙 또는 절차를 의미하기에 법치주의와 합리주의의 근간이 될 뿐 아니라 냉철한 판단력의 원동력이 된다. 두 번째, 파토스는 사람의 감정, 연민, 또는 욕망에 바탕을 두고 마음을 움직이며, 따뜻한 가슴에 호소하여 지지를 얻어내는 힘이다. 세 번째, 에토스는 개인이나 사회의 윤리에 바탕을 두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뜻하며, 이 힘은 사회 구성원들뿐 아니라 외부와의 강한 결속력과 경쟁력을 끌어내는 힘을 갖게 한다. 그리고 에토스는 사회의 도덕성을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 리더가 이런 필수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사회와 국가는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로고스가 약하면, 비이성적이고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불법 사회가 될 확률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힘을 잃게 된다. 그리고 파토스가 약하면, 인정이 메마르고 사회 분위기가 삭막해질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또는 외부와의 분쟁이 생길 우려가 커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에토스가 약하면, 그 사회와 국가는 도덕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렇다면, 가장 훌륭한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 그 대답은 명확하다. 로고스와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를 균형있게 갖춘 사람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선출해야 할 지도자의 필수 조건은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 그리고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다.     선거철을 맞아 우리가 가장 갈망하는 것 중 하나는 유능하고 창조적인 리더십이다. 왜냐하면 리더십 부재 현상을 극복하고 진정한 리더십을 회복할 때, 우리가 열망하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참여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리더십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 명의 강력한 리더 보다는 다수의 평범한 리더들이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일방적인 목표 설정과 명령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조직의 구성과 운영방식 또한 많이 변했다. 대부분의 권한이 이제는 밑으로 위임되었을 뿐 아니라 조직 또한 팀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그러기에 로고스와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를 균형 있게 갖춘 다수의 평범한 리더들이 서로의 맡은 바 책임을 윤리적인 기준에 맞추어 실천해 나갈 때 사회는 발전하리라 확신한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열린광장 로고스 파토스 로고스 파토스 리더십 부재 리더십 전문가들

2024-04-02

[열린광장] 투표, 모두가 참여해야

아침 투표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나는 지난달 가주 예비선거 때 라미라다의 4개 투표소 중 한 곳에서 4일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선거일은 3월5일이었지만 투표소는 3일 전부터 문을 열고 유권자들을 기다렸다. 이곳은 LA카운티로 풀러턴과 길 하나 사이다.     하루는 투표소 입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카운티 주택국 직원인 에릭의 목소리다. 인도계로 몸집이 큰 그는 넉살이 좋아 투표소에 사람이 없으면 밖으로 나가 행인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더니 에릭이 한인 여성 시니어와 함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 엉거주춤 일어나 인사를 했다. 투표소 근처에 사는 그녀는 매일 아침 산책을 하는데 마침 에릭이 그녀를 보고 투표했느냐고 물었던 것. 하지만 그녀는 영어가 서툴러 에릭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51년을 산 시민권자지만 한 번도 투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에게 투표를 권하자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투표 방법은 도와줄 수 있으나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는지는 말할 수 없으니 자녀들과 의논해 내일 다시 오라고 권했다.   83세인 그녀는 스몰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세 자녀를 키웠다고 했다. 자녀들은 모두 결혼했고 지금은 투표소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단다. 그녀의 모습에서 이민 1세의 힘든 흔적이 보였지만 자녀와 비즈니스 이야기를 할 때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투표소 근무자는 총 13명, LA카운티 정부 여러 부서에서 나온 직원이 10명이고 나머지 3명이 자원봉사자였다. 다음 날 아침 한가해서 밖에 나갔더니 멀리서 그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결정했냐고 묻자 아들이 한인은 무조건 찍으라고 했단다.   본인 확인 등의 절차를 거처 그녀를 보딩 부스로 안내했다. BMD (Ballot Marking Divice) 사용법을 알려주며 투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BMD는 자동화한 투표 기기로 사용법이 간단하며 여러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한글 선택도 가능하다. 한인뿐 아니라 사용법을 묻는 유권자들이 많다.   그녀는 무사히 투표를 마쳤다. 그녀가 미국 생활 51년 만에 처음으로 투표했다고 소개하자 모두 손뼉을 치며 축하해 주었다.   120년이 넘는 한인 이민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분들이 많다. 한인 사회의 성장에는 이들의 역할이 많았지만 말과 문화 등 모든 것이 낯선 미국사회에 묵묵히 적응하며 경제력을 키우고 자녀를 훌륭하게 교육한 보통 한인들의 공로도 크다.       이제는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소수계인 한인 사회가 제대로 인정을 받고 권리를 주장하려면 투표를 통해 정치인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모두가 투표에 참여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사는 우리 자녀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투표 참여 투표소 근처 투표소 근무자 투표소 입구

2024-04-01

[열린광장] 재소자와 함께 흘린 눈물

형님, 아제들이 어디서 닭을 잡아 와 요리를 할 때 나는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 주고 얻어먹곤 했습니다. 좋게 말해 ‘닭서리’를 해 온 것이었습니다. ‘서리’ 중에는 참외서리, 수박서리, 호박서리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님이 “시절이 어수선하니 너희들 먼저 고향으로 가라”고 해 경북 문경의 집성촌으로 갔습니다. 그해에 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얼마 후 6·25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서울, 평양, 심지어 도쿄에서 공부하던 친척들도 그곳으로 모였습니다. 그중에는 징집을 당해 군에 입대한 인척도 여럿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인 친척들이 밤엔 서리 판을 벌였던 것입니다. 미국에서 이런 ‘닭서리’를 하다 잡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즉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경범죄로 처벌을 받았겠지요.     미국에 정착해 아이들 잘 키우며 이런저런 혜택을 받고 살다 보니 많은 것을 빚지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때 어느 분으로부터 교도소 재소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신원조회 등의 절차를 마치고 1998년 교도소 사역을 시작해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연방 교도소에서 말씀을 전하며 “한국에서 닭과 수박·참외 훔쳐먹고 50여 년 전에 미국으로 도망와 지금 여러분과 이렇게 있다”고 말하자 모두가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마음으로, 생각으로, 말로, 행동으로 ‘숨겨진 죄’가 왜 없겠습니까?‘  사법 기관에 적발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여러분은 형기를 마치면 다 죄의 해결함을 받으실 분들입니다. 교도소 형제자매들의 솔직한 간증은  나도 얼마든지 그런 죄와 가까이 있었고, 저지를 기회가 스쳐 지났음을 깨닫게 합니다.”      나는 예배가 끝나면 교도소 형제자매들에게 “내가 오래 교도소 선교 사역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한 재소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다른 교도소로 이송됐다 제가 사역을 하는 교도소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는 성경책에 나를 만났던 날짜와 내 이름을 써 놓고 나를 위해 기도했다며 성경책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교도소에서는 목사라도 재소자들과의 신체 접촉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나도 모르게 그 형제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가슴에서 올라오는 눈물이 빰으로 흘러내렸습니다. 그도 함께 울었습니다. 물론 교도관이 멀리서 보고 있었지요. 그리고 헤어져 그는 수감자 방으로,  나는 프리웨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수님은 그와 나 사이에서 누구이신가요? 변성수 / 교도소 목사열린광장 재소자 눈물 교도소 재소자 교도소 형제자매들 교도소 선교

2024-03-31

[열린광장] ‘빈 무덤’, 예수 부활의 현장

이제 부활절이다. ‘부활’은 인류 역사의 최고 정점이다. 누구나 예외 없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을 쳐부수고 다시 살아나셨기 때문이다.     이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대 사건이다. 바로 기적 그 자체다. 인류 역사에서 이같은 기적이 일어난 적이 언제 또 있었던가.     예수 부활은 그래서 단 하나, 유일무이한 패러다임인 인류 역사의 정점이 될 수밖에 없는 최대의 대사건이다. 그래서일까? 2000년의 긴 시간을 보내면서도 많은 사람이 그 사건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워낙 그 사건 자체가 믿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진짜인지 ‘증거(?)’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오죽했으면 3년간을 함께 생활했던 당시 그분의 제자 토마스마저도 직접 눈으로 그분의 상처를 확인하고서야  어렵사리 스승의 부활을 믿게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증거는 너무나 단순하고 확실하게 드러나 있다. 너무나 단순하기에 오히려 간과하기 쉬운 증거 말이다. 그것은 바로 ‘빈 무덤’ 이다.     무덤은 ‘죽음’의 상징이다. 무덤을 보면서 아무도 그 안에 묻혀 있는 사람의 주검을 의심하지 않는다. 무덤 자체가 바로 죽음의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서 안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장황한 과학적 증거가 아닌,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그분의 시신이 묻힌 무덤이 “비어 있었다!”는 한마디로 나와 있다.   그 까닭에  ‘빈 무덤’은 부활절을 맞는 우리 모두에게 부활의 기쁨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갖게 되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의 해방이기에 우리는 기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무시무시한 죽음의 원인인 질병과 사고, 재난, 실패와 좌절, 절망과 공포마저도 우리를 가두어 놓지 못한다는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성서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내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은, 어떤 처지에서도 항상 기뻐하십시오! 항상 감사하십시오!  그리고 언제나 기도하십시오( 데살로니까 전서5:16)”라고 일깨워 주시고 있는 것 아닐까.   모두 행복한 부활절 보내세요! 해피 이스터(Happy Easter)!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열린광장 무덤 예수 예수 부활 예수 그리스도 무덤 자체

2024-03-28

[열린광장] 쎄시봉 LA공연을 다녀와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생각만 해도 여전히 가슴이 뛰는 순수한 학창 시절의 추억이 있다. 의과대학 의예과 시절 친구들과 그룹사운드를 만들었다. 우리는 신촌 로터리에 있는 좁은 방을 연습장으로 빌려 방과 후에 모여 땀을 흘리며 음악 연습을 했다. 차가운 공기 속 반짝이던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늦게 집에 들러 갈 때마다 사이다 한 병으로 갈증을 달래곤 했던  시간이었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 가수 윤형주씨다. 지금 그는 연예인으로 나는 LA에서 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 LA에서 열린 쎄시봉 공연장에 갔다 쎄시봉 멤버로 미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그간 서로 다른 길은 걸었고 늘어난 흰머리에 목소리는 낮아졌지만 만나는 순간 우리들의 감정은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친구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음악은 추억을 데려와 주지 않는가.     이번 쎄시봉 공연의 주요 청중은 이른바 7080세대였지만 다른 연령층도 많이 보였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청중들은 그 시절의 추억에 흠뻑 젖은 듯한 모습이었다. 노랫말의 의미와 멜로디, 리듬에서 과거의 장면들을 되새기는 청중도 있었을 것이다.     40년 전에도 LA에서 윤형주씨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그가 나에게 했던 “우리 음악 속에 살아요”라는 말이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철학자 니체는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고 유배된 삶”이라고 말했다. 음악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파고들어 근심 걱정을  없애 주고, 원기를 북돋워 주고, 활기를 부어주는 역할을 한다.     쎄시봉 미국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발표에 세월의 무게를 실감한다.  “우리 함께 갑시다. 끝까지 함께 합시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쎄시봉의 음악이 그들과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재즈 음악의 대가  루이 암스트롱은 “음악가에게는 은퇴가 없다. 단지 자기 내부의  음악이 고갈된다면  그때 음악을 그만두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쎄시봉의 멤버들도 내부의  음악이 고갈되지 않는다면 변함없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미주 공연이 이뤄진다면  우리도 아름다운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     과거의 일 가운데 그리워서 다시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추억이고,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면 경험이라고 한다. 추억으로 내일을 새롭게 다시 살 수도 있다고 한다. 쎄시봉 미주 공연이 계속되어 ‘멋지다. 훌륭하다’는 의미처럼 많은 청중에게 흐뭇한 추억을 다시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청원 / 내과의사열린광장 la공연 재즈 음악 음악 활동 음악 연습

2024-03-26

[열린광장] 정치인과 가장행위(假裝行爲)

세찬 바람이 분 뒤 하늘을 보니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이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니, 구름이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내가  착한 사람의 모습도, 모진 사람의 생김새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까마귀 한 마리가 휙 날아가며 나의 예술 감각을 망치고 말았다. 이때 내 입에서 “흉측한 까마귀 놈”이란 욕(?)이 튀어나왔다. 한국 사람들은 까마귀를 흉조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까마귀는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반포조(反哺鳥)로 알려진 효조다.  까마귀에 이어 흰 비둘기 한 쌍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새다. 그런데 집비둘기 무리에 야생 비둘기가 섞이면 난폭한 비둘기 떼가 되고 만다.     여기서 새들과 사람의 모습을 비교해 보자. 이 세상엔 모진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질지만 착한 척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큰 문제다. 남을 속이기 위해서 거짓으로 의사 표시를 하는 행위 곧, 가장행위(假裝行爲)를 하는 사람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모진 사람보다 더 영특하지만 무섭다. 가장행위와 관련된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한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돌쇠씨 아니야.  웬 바람이 불어서 성당엘 다 찾아 왔소.” 평소 못된 짓만 하던 친구가 성당을 찾아온 것에 신부는 놀랐다. “저 신부님, 제가 오늘 신부님을 찾아온 것은 저의 여자관계 때문에 속죄하려고 온 것입니다.”  이 말을 듣자 신부는 아내와의 이혼 문제를 상의하러 온 줄 알고 이렇게 말했다.     “돌쇠씨 부인은 매우 착한 여잔데….”  신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돌쇠가 말했다. “신부님, 그게 아니고요. 저와 사귀는 여자에 대해서 속죄하려고 그래요.”  “그래요,  그럼 그 여자는 누군데요?”  신부가 이렇게 묻자. “그 여자의 이름을 차마 말할 수가 없네요.”  돌쇠의 말을 듣고 신부가 말했다. “그럼 저 빵 가게 주인 선희씬가요?” 돌쇠가 아니라고 말하자 신부가 또 물었다. “아 그럼 주점 하는 미숙씨가 맞죠?” 이번에도 아니라고 하자 신부가 다시 말했다. “알았다. 꽃가게 진애가 틀림없죠?”  돌쇠가 또 아니라고 말하자, 신부는 이제 참회는 끝이라면서 돌쇠를 성당에서 내보냈다.     그런데 성당에서 나온 돌쇠는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들을 보면서 이렇게 외쳤다. “야 성공이다.  내가 장난칠 여자 셋의 이름을 알게 됐단 말이야!”     실제론 악하지만 선한 척하는 사람들은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 뺨칠 정도의 머리를 쓰는 무리다. 많은 정치인도 이에 포함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속으론 본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다 하는 사람들이다. 가장행위에 해당하는 일들을 서슴없이 하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가장행위 정치인 오늘 신부님 신부님 그것 집비둘기 무리

2024-03-24

[열린광장] 오현경 선생님 영전에 부쳐

한국 연극계의 거목 오현경 선생님이 지난 3월 1일,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2016년 한국 방문 때 선생님과의 마지막 만남이 생각납니다.   미국에서 반가운 사람이 왔다며 약수동 자택으로 저를 불러 손수 점심을 요리해 주시고 오후에는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뒷편에 있는 ‘송백당’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송백당’은 연극인들의 발음과 화술 교육을 위해 선생님이 사비를 들여 개관한 곳입니다. 그때 “지난 3년간 송백당을 거쳐 간 배우가 100여 명이 넘는다”고 어린아이처럼 웃으시며 기뻐하시던 것이 생전에 뵌 마지막 모습이 되었습니다.   오현경 선생님!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LA 연극인들도 무척이나 사랑하셨던 분이었습니다.  2000~2010년대에는 부인인 윤소정 선생님과 함께 2, 3년에 한 번씩은 LA를 방문하곤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저에게 고국 연극계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 주셨고, 때로는 고국 극단들과의 가교역할도 해주셨습니다. 그 덕에 저는 한국 최고의 수준 높은 연극을 초청해 한인 사회에 소개하는 기쁨을 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또한  LA 방문 중에 한인 연극인들의 공연이 있으면 꼭 찾아와 함께 축하하고 격려금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한인 배우들의 발음을 위해 어려운 시간을 내 워크숍도 열어 주셨던 선생님의 자상하신 모습을 이곳 연극인들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현경 선생님!   선생님은 66년간 행복한 연극인이었습니다. 연극인으로 활동하며 대한민국연극대상 남자 연기상, 한국문화대상 연극부문 대상, 서울시연극상,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남자 연기상 ,KBS 연기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삶과 예술이 모두 빛나는 행복한 분이었습니다.     LA에서 선생님과 나눴던 얘기 가운데 잊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건강이 좋아지고 주변 여건이 조성되면 한미합작으로 한국정통해학극 ‘맹진사댁 경사’를 오현경 연출, 에이콤 기획으로LA 무대에 올리자는 것이었습니다. 전무송, 이호재, 정동환 등 한국 연극계의 스타들과 LA 연극인들이 함께 무대를 만들면 뜻깊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바람은 영원히 미완으로 남은 채 2023년 선생님의 유작 ‘한여름 밤의 꿈’ 속 마지막 대사처럼 “자, 저는 이만 갑니다” 를 남기고 먼 길을 떠나셨네요.   연극을 종교처럼 가슴에 품고 살았던 오현경 선생님!   이제 대한민국 연극은 자랑스러운 후배들에게 맡기시고 7년 전 먼저 떠나신 윤소정 선생님과 함께 대학로 마로니에 거리를 환히 비추는 큰 별이 되어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열린광장 오현경 선생 오현경 선생님 윤소정 선생님 오현경 연출

2024-03-17

[열린광장] 작은 음악회를 마치고

행복했습니다. 눈물 나게 좋았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음악회 그것도 팔순 노인네가 펼치는 음악회가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엎드려 감사 인사드립니다.     음악회는 결코 작은 음악회가 아니었음을 모인 분들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 모인 분들은 작은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각지에서 달려와 주신 분들은 몸도 마음도 따뜻하신 분들이었습니다.     그중에 아주 반가운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나주옥 목사가 ‘포스터 패밀리 홈(Foster Family Home)’이라는 이름으로 돌봤던 아이들입니다. 나 목사는 10년 동안 10대 청소년 15여명을 사회인이 될 때까지 돌봤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 2명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9~12학년생이었습니다. 몇 명은 단기간 머물렀지만 10명은 9~10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지금은 모두 직업을 얻어 뿔뿔이 헤어졌지요.     그 중에 캐나다,스페인,텍사스에 있는 아들들은 올 수가 없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두 녀석은 얼마 전 아이를 낳아 못 온다고 했지요. 음악회에는 아들 하나, 딸 4명이 왔네요. 그중 하나는 뉴욕, 하나는 메릴랜드, 하나는 캘리포니아 남쪽 끝자락에서 왔답니다. 아마 누구도 나 목사의 벅찬 가슴을 가늠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눈물 나게 좋아했으니까요.   작은 음악회는 갈보리믿음교회 강진웅 담임 목사님의 기도와 고문이신 김상우 목사님의 축사로 시작되었지요. 김 목사님은 나 목사의 보호자와도 같은 삶의 기둥이었습니다.   음악회는 진복일 원장이 지휘한 명곡오페라아카데미 회원들의 ‘황혼의 노래’와 ‘사랑으로’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나 목사의 ‘어지신 목자’, ‘Rejoice’, ‘Alleluya’와 안성주 장로의 ‘Nesun Dorma’, 나승렬 목사의 ‘Renew My Life’가 교회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특별히 유명한 채홍석 성악가의 ‘여정’과 ‘사명’ 독창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음악회는 울타리선교회교회 헌금송인 ‘Take Me as I am(이 모습 이대로)’과 ‘This is My Story(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4중창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음악회 순서는 김용준 목사의 식사기도와 축도로 막을 내리고 바로 ‘육신의 양식’을 나누었습니다. 풍성하게 준비된 음식을 맛보며  “바로 이 맛이야” 라고 흐뭇해하시는 어르신들 외침이 이 작은 음악회가 절대 작지 않았음을 말해주었답니다.       재능기부를 해주신 출연자분들에게 특별히 감사 드립니다. 채홍석 성악가님, 코암건설의 안성주 장로님, 정신건강 치유의 특별한 사명을 가진 나승렬 목사님, 그리고 명나린 바이올리니스트와 이한나 첼리스트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진복일 성악가가 지도하는 명곡 오페라/가곡 아카데미 회원들의 노래도 일품이었습니다.   작은 음악회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조화를 이뤄 만든 것이었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나하나 배 / 울타리선교회 선교사열린광장 음악회 음악회 순서 음악회 그것 나승렬 목사

2024-03-14

[열린광장]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왜 이런 인사를 하는지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몇주 전 아침에 일어나니 한국에서 카톡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내용이었다.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친구가 심정지로 숨졌다는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친구는 동호인들과 산악자전거를 타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근처 카페로 가서 쉬는 도중 갑자기 심정지 상태가 됐고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었다는 것이다.   친구들 모두 비보로 충격에 빠져 “이게 무슨 날벼락” “누구보다 건강하고 활동적이었는데” “여정을 이렇게 먼저 떠날 줄이야” “기가 막혀 뭐라 할 말이 없네” “충격적입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떠난 친구는 ‘비바 그레이’라는 책의 저자로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됐었다. 그의 책은 액티브 시니어, 즉 노년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과거의 노년층과는 달리 여가와 취미를 즐기면서 사회생활에도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친구는 스스로도 책의 내용처럼 그렇게 살았다. 그는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혈기 왕성하게 생활하며 인생을 즐길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이를 몸소 실천했던 친구였다.     그는 청년 시절보다 더 활발하게 여가와 취미 활동을 즐겼다. 50-60대들에게 신나게 노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인생을 즐기면서 살았다. 그가 즐겼던 취미 활동으로는 패러글라이딩, 경비행기 조종, 요트와 수상스키, 스키, 승마, 산악자전거,세계일주 여행, 낚시, 서예, 사진, 글쓰기, 그리고 악기 배우기 등 정말 다양했다. 스포츠도 못 하는 것이 없었다.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연말 파티에서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공연하기도 했다.   은퇴 후 제주도로 이주해 서예와 한시 작업에 열중인 친구가 그에게 ‘라보’라는 호를 지어 주었다. ‘브라보’에서 ‘브’를 뺀 것이지만, 한자로는 벌릴, 그물 ‘라’와 지킬 ‘보’자를 쓴다. 그가 평소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고 해서 지어준 것인데 패러글라이딩할 때 제일 뒤에서 날개를 크게 펴고 위험해 보이는 사람을 보호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친구는 떠나기 얼마 전 페이스북에 ‘설 연휴 끝날에 친구들과 북한산 다녀 왔습니다.... 응달에는 아직도 뽀드륵 거리는 하얀 눈 속을 마냥 걷고 싶은데, 아쉬운 겨울이 지나가는군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서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면서 즐겁고 신나는 인생을 살 것인가?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무엇보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리한 운동은 지양하고 걷기, 스트레칭, 골프 등으로 건강을 유지할 계획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너무 조급하게 굴지 말고 베풀고, 공유하면서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고자 한다.     필자는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평안히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믿는다. 나도 그렇게 되길 간절히 원한다.   어쩌면 친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다 갑자기 떠났으니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도 있다.   ‘라보’ 친구 잘 가시게. 이제는 ‘밤새 안녕하십니까?’를 물어야 하는 나이가 된 듯하다. 장태한 / UC 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열린광장 안녕 열중인 친구 친구들 모두 취미 활동

2024-03-11

[열린광장] 승차감과 동반자

새로 건축한 멕시코 진료실과 숙소를 채울 장비 운송을 위해  큰 차량이 필요했다. 마침 등산 중 만난 K씨가 이 말을 듣고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그가 출발 당일 가져온 차량은 30만 마일 이상 달린 진짜 허름한 닷지 깡통 밴이었다. 나름대로 차량 점검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차를 본 순간 ‘이런 차로’ 하는 후회의 감정이 일어났다. 8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고 좁고 험한 오지 길도 가야 하는데 이런 차로 간다는 것이 상상도 되지 않았다.     더욱이 좌석은 2개뿐인데 그의 부인도 가고 싶단다. 오지의 가난한 삶을 느껴보고 싶어하고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도 준비한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을 읽고는 내 좌석을 기꺼이 양보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주어진 상황에 맞게 나름대로 준비하며 수습을 시작했다. 차 안에 휠체어를 고정하고 허리띠 두 개를 연결해 안전벨트도 만들었다.     방음이 되지 않는 차 안에서는 소음으로 인해 대화도 힘들었다. 차창 밖 전경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상념이 스친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무엇을 바라고 있나? 무엇을 보고 있나?지금 무얼 꿈꾸고 있나? 이 순간 내가 LA에 있다면 편안했을까?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그러나 생업도 미룬 채 묵묵히 운전만 하고 있는  K를 보는 순간, 한없이 귀하고 믿음직스럽고 편안한 존재로 느껴졌다. 덜컹거리는 차체의 흔들림도 휠체어에 앉아 편하게 마사지를 받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마도 이 모든 상황이 나의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했을 것이다.     주위에 말로만 헌신봉사,사랑,희생,봉사를 외치는 분들이 있다. 인간은 다분히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이로움을 추구하려는 본성이 있어 희상과 봉사를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접하면 육체적으로 어려운 상황도 참아내고 승화시킬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미국 국경 검문소 앞, 항상 위압적이고 냉정하고 불친절하게 보였던 국경수비대대원이 이번에는 미소 띤 모습으로 보였다. 그는  이런 차로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측은하기라도 한 듯 “이차는 아주 고물이라 운행 마일리지가 무척 많겠구나?”라고 묻는다.     나는 그 말에 ‘그렇지, 너무 늙었지’라고 대답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먼 길을 무사히 달려준 자동차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이 생겼다   이 나이에  할 일이 있고, 갈 곳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곳이 있고, 인간적인 유대를 갖고 싶은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것은 분명 축복일 것이다. 또한 K 씨처럼 성실하고 신뢰감을 주며, 인격을 갖춘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이 또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최청원 / 내과의사열린광장 승차감 동반자 차량 점검 국경 검문소 멕시코 진료실과

2024-03-07

[열린광장] 베스트셀러 책 ‘80세의 벽’

일본 최고의 노인 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인 와다 히데키의 저서 ‘80세의 벽’에는 ‘벽을 넘어서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20년이 기다린다’는 부제가 달려있다. 2022년 5월에 발간된 이책은 첫해에 판매량 50만 권을 돌파했고,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일본인은 왜 이 책에 열광할까? 이유는 일본이 1994년부터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0%가 넘는 일본에서 고령자의 삶과 건강,그들의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유독 이 책이 인기가 높은 것은 저자에 대한 신뢰 때문일 것이다. 그는 1923년 간토 대지진으로 자녀를 모두 잃고,홀로 살 수 없는 시니어를 위해 세워진 구호병원이었던 요코 후카이에서 근무했다. 병원은 시니어들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검진하여 데이터를 쌓았고 사망자의 유해를 모두 부검하여 의사나 환자가 알지 못했던 병변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미군이 일본을 점령했을 당시 2000여구의 해부 자료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35년간 시니어 정신의학전문의로 많은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어떤 사람이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사는지를 관찰했다. 그리고 이 책을 썼다.     이책에서는 80세가 넘어서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제시하고 있다.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먹고 마셔도 된다. 심지어 술,담배도 포함된다. 또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을 애써 낮추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어느 정도는 높게 유지해도 된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80을 향해 달려가는 나로서는 현실성이 없는 권고처럼 생각된다.     그는 정신과 의사다. 많은 시니어의 삶을 지켜보며 누가 더 행복하게 사는지를 관찰했다. 그래서 알게 됐다. 80세가 넘으면 여러 신체 기능이 쇠퇴하지만 잔존 기능을 잘 활용하고 계속 사용해 활성화하면 나머지 시간을 활기차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잔존 기능을 잘 활용하는 방법 44가지를 알려준다. 많은 부분은 우리가 이미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적당한 걷기와 오래 씹어 먹기 등이다.     이 외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두 가지를 소개한다. 기억력 쇠퇴는 나이 때문이 아니고 기억하는 뇌를 쓰지 않아서 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뇌세포도 몸의 근육과 같아서 쓰지  않으면 기능이 떨어진다.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유튜브 등 시청 등은 뇌 활동을 쇠퇴시켜 인지장애를 겪게 한다. 익숙한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공부하면서 뇌 기능을 활성화 시켜야 인지 장애를 겪지 않는다.   다음은 운전이다. 일본 경찰청의 2019년 발표에 의하면 젊은 층의 교통 사고율이 시니어보다 높다. 그런데도 사회는 고령자의 운전을 위험한 것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고 그는 개탄한다. 운전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것이 좋다. 집에만 있으면 외롭고 우울해진다. 싸워서라도 운전할 권리를 지키라고 권한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 행복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 종합 시니어 정신의학전문의 잔존 기능

2024-03-05

[열린광장] 3월의 노랫소리

3월이 되면 듣던 강남 갔던 제비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이젠 들을 수 없으니 안타깝다. ‘3월은 사자처럼 다가왔다가 양처럼 사라진다(March comes in like a lion and goes out like a lamb)’는 말이 있다. 3월이 처음엔 폭풍우처럼 세찬 바람을 안고 다가오지만 나중엔 온화한 바람처럼 따뜻해진다는 뜻이다.   옛 로마 달력에서 3월은 첫째 달이었고, 그 이름은 마르티우스(Martius)였다고 한다.  그런데 기원전 46년에 로마 황제 율리우스 시저가 달력을 고쳐 ‘January’를 1월로 만들고  ‘March’를 셋째 달로 만들었다고 한다.   3월에는 미국에도 역사적인 일들이 있었다.  1836년 3월 2일 텍사스 주가 멕시코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1867년 3월1일 네브래스카 주가 미국의 37번째 주로 승인받았다. 1878년 3월 30일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일이 있었다. 인종과 피부색을 이유로 선거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수정헌법 15조가 공표된 날이다.    또 1917년 3월 31일 미국 정부는 덴마크로부터 서인도제도의 버진아일랜드를 구매했다. 1918년 3월 31에는 일광절약시간(DST)을 시작했다. 올해는 3월10일부터 일광절약시간이 시작된다. 트루먼 대통령은 1947년 3월 12일 이른바 ‘트루먼 독트린’을 선포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3년 뒤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한국군 지원을 위해 미군에 참전명령을 내렸다.     조각가 아우구스투스 고든이 1848년 3월1일 출생했고, 미국의 22, 23대 대통령을 역임한 그로버 클래블랜드는 1837년 3월 18일 태어났다. 그리고 여성 최초로 연방 대법관에 오른 샌드라 데이 오코너의 출생일은 1930년 3월 26일이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 미켈란젤로가 1475년 3월 6일, 교향악곡 ‘볼레로’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은 1875년 3월 7일에 태어났다.  또 E.M.F. (기전력) 와 전류의 관계를 설정한 ‘옴의 법칙’의 물리학자 게오르크 옴이 1787년 3월 6일에 독일에서 출생했다.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일 무렵 정치인 패트릭 헨리는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그는  “(…)여러분들은 평화 또 평화라고 외칠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란 없습니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고통과 노예 같은 아픔을 대가로 생명과 평화를 원합니까? 전능하신 하나님!  나는 외칩니다. 자유를 주세요, 아니면 죽음을!”(Almighty God! … 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이라고 외쳤다.   3월의 꽃은 제비꽃이니 강남 갔던 제비가 제비꽃을 찾아 돌아오는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을런지….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노랫소리 트루먼 대통령 트루먼 독트린 로마 달력

2024-03-03

[열린광장] 오래 살고 싶다면…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이 건강관리다. 하지만 죽음 자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원하는 기업에 취직을 한 사람은 가능한 오래 일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결정권을 가진 인사권자의 마음에 드는 직원이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오래 살고 싶은 기독교인이라면 그 결정권을 가진 분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교회에서 기도할 때 말하는 “생사 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면 다른 잡다한 방법 보다 그분의 마음에 들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즉, 더 오래 이용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행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장수 비결이라는 의미다.   남북전쟁 당시 승리를 위한 기도를 해달라는 군인들의 부탁에  링컨 대통령은 “하나님께 우리 편이 되어달라 요청하기 전 우리가 먼저 하나님 편이 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기도보다 먼저 그분 보시기에 이용가치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분 판단에 필요한 사람이라면 더 오래 붙잡아 두기도 하고, 그동안 수고했으니 이제는 편히 쉬라고 하며 빨리 데려가기도 하고, 마음 돌이켜 회개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경우 든 전적으로 그분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론은 오래 살고 싶은 기독교인이라면 건강관리나 장수를 바라는 기도 이전에, 그분 보시기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즉, 나의 주변에서는 내가 있어야 하는지, 또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는지 꾸준히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과연 그분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이행하는 삶이 기독교인의 장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더 오래 남겨두고 사용할 필요가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필요 없는 사람인지를 결정짓는 기준을 마태복음 25장을 예를 들어 생각해 본다.   ‘내가 주릴 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마시지 못하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하였고(영접하지 아니하였고), 벗었을 때 옷 입혔고(입히지 아니하였고), 갇혔을 때 돌아보았느니라( 돌아보지 아니하였느니라).’ 김홍식 / 은퇴의사열린광장 하나님 편이 기도 이전 링컨 대통령

2024-03-03

[열린광장] 오래 살고 싶다면…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이 건강관리다. 하지만 죽음 자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원하는 기업에 취직을 한 사람은 가능한 오래 일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결정권을 가진 인사권자의 마음에 드는 직원이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오래 살고 싶은 기독교인이라면 그 결정권을 가진 분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교회에서 기도할 때 말하는 “생사 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면 다른 잡다한 방법 보다 그분의 마음에 들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즉, 더 오래 이용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행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장수 비결이라는 의미다.   남북전쟁 당시 승리를 위한 기도를 해달라는 군인들의 부탁에  링컨 대통령은 “하나님께 우리 편이 되어달라 요청하기 전 우리가 먼저 하나님 편이 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기도보다 먼저 그분 보시기에 이용가치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분 판단에 필요한 사람이라면 더 오래 붙잡아 두기도 하고, 그동안 수고했으니 이제는 편히 쉬라고 하며 빨리 데려가기도 하고, 마음 돌이켜 회개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경우 든 전적으로 그분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론은 오래 살고 싶은 기독교인이라면 건강관리나 장수를 바라는 기도 이전에, 그분 보시기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즉, 나의 주변에서는 내가 있어야 하는지, 또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는지 꾸준히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과연 그분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이행하는 삶이 기독교인의 장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더 오래 남겨두고 사용할 필요가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필요 없는 사람인지를 결정짓는 기준을 마태복음 25장을 예를 들어 생각해 본다.   ‘내가 주릴 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마시지 못하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하였고(영접하지 아니하였고), 벗었을 때 옷 입혔고(입히지 아니하였고), 갇혔을 때 돌아보았느니라( 돌아보지 아니하였느니라).’ 김홍식 / 은퇴의사열린광장 하나님 편이 기도 이전 링컨 대통령

2024-02-28

[열린광장] 사순절과 함께오는 소망

올해 사순절(Lent)을 맞이했다. 우리 육신의 삶이 한계가 있음을 재인식하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을 시작으로 마음의 옷깃을 여미고 출발하게 된다.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의 신앙여정 중 명상과 성찰의 시간을 선택하는 기간이다. 광야 길에 명상이란 그늘에서 쉬는 것이라기보다 천로역정을 가면서 목적지를 다시 바라보는 모습일 것이다.     성서 역사상 바울 사도는 신약성서의 절반을 기록하는 데 사용 받은 사도 아닌가. 그뿐 아니라 사도 중에서 교회사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는 자아상을 말할 때 오히려 이렇게 그린다. “나는 죄인 중 가장 큰 죄인이라. 오직 주께서 나를 충성되이 보시고….”  뜻밖의 신앙고백이다. 자신의 재능과 업적을 말해주기 바라는 현대인의 안목으론 마음 깊이 와 닿는 영성이다.   사순절 기간을 기회로 삶의 목적지를 다시 바라보자는 생각이 많아진다. 이 기간은 수 세기 동안, 주께서 친히 고난받으신 것을 현대인도 그 의미를 담아 각자 삶의 상황에서 자원하여 성찰의 자세를 점검하는 시간이라 하겠다.  그런 후 다가오는 ‘고난주간(Passion Week)’에 주께서 친히 지신 십자가와 나 자신의 모습을 함께 바라보면서 자아상을 재인식하는 절기라 하겠다.   돌아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미국에서만 90만 명의 시니어가 생명을 잃었다. 전체 희생자 4명 중 3명이 시니어였다. 시니어에 대한 관심과 의학적 연구가 더 필요하다. 사순절의 안목으로 성찰해 봄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돌봄과 영적 지혜를 더 할 것이다.   우리의 순례 여정에서 만나는 상실과 슬픔, 생로병사의 필연적 만남이 별다른 아픔과 의미가 없다면 현대인을 위한 사순절의 의미도 크지 않다. 하나 삶에 별다른 아픔이 없고, 또한 그 의미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각자 천로역정에서 하나님의 의를 경험하는 일보다 더 위대한 축복은 또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가지게 된다. 병원 목회에서 수많은 임종 환자를 만나 위로하며 기도할 때, 그분들에게서 배운 교훈은 하나님의 의를 경험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환자는 생로병사에서, 아픔과 슬픔 중에도 자신은 사랑받는 자, 그리고 용서받은 자임을 느끼게 해준다.   사순절과 함께 오는 소망이 감사하다.  주님의 고난에서 현재의 나의 슬픔에도 불구하고 뜻밖에 소망을 발견한다. 누가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하겠느냐고 낙심할 그때 사순절은  특별한 회심과 성찰의 기회를 준다.     올해 사순절에 우리 모두 삶의 여정에서 새로운 소망을 경험하기를 기원한다. 김효남 / HCMA 디렉터·미주장신 교수열린광장 사순절 소망 사순절 기간 올해 사순절 그때 사순절

2024-02-27

[열린광장] 복수는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이 활짝 열리고, 장총의 까만 세모꼴 총창이 들어왔다. 그 뒤에 인민군이 서 있다. 나를 힐끗 보더니 군화를 신은 채 저벅저벅 방으로 들어와서, 벽장문을 열어보았다. 그다음, 양복장의 서랍을 열고 그 뒤에 간격이 있는지 확인하고는 총창으로 종이 천장을 몇 번 찔러본 다음 밖으로 뛰어나갔다.   때는 1951년 정월 중순으로 기억한다. 중공군의 개입으로 유엔군이 후퇴하고 다시 북한군의 천하가 되었다. 그들은 노동당원과 가족을 죽인 반공청년단원을 체포하느라 혈안이 되었다. 북한군 선발 부대는 몽금포에서 멀지 않은 우리 마을을 어망을 치듯 포위하고 수색했다.     당시 나는 열여섯 살 소년이었다. 그날 아침 동네 분위기가 어수선함을 느꼈다. 불안했다. 우선 볏단을 방에 들여놓고 새끼를 꼬기 시작했다. 그때 북한군이 들어온 것이다. 새끼를 꼬지 않고 내가 벽장에 숨거나 방에서 서성거렸다면, 아마 총살되거나, 체포되어 연행되었을지 모른다. 어디서 그 임기응변의 기지가 나왔는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손이 도와주었다.     황해도 일대 특히 신천·재령 지역에서 많은 노동당원과 가족이 학살당했다. 유엔군이 들어오기 전 우익, 즉 반공 청년들이 봉기를 일으켜 인민군·내무서원들과 전투를 벌였다. 전방에서 고지의 주인이 몇 번 바뀌듯 좌익과 우익의 충돌로 엎치락뒤치락 치안과 공권력이 바뀌었다. 주도권이 바뀔 때마다 보복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북한은 양민 학살이 미군의 소행이라며 박물관을 세우는 등 반미 선동을 하지만, 그것은 미군이 아니라 지주와 지식층, 그리고 반공청년단이 한 소행이었다. 내가 살던 마을도 마찬가지다. 유엔군의 북상으로 인민군이 후퇴한 다음 노동당원과 가족을 색출해 공회당에 억류했다. 그런데 이후 유엔군의 후퇴로 우익은 공황 상태에 빠져 갈팡질팡했다.     이민 오기 전 서울에서 반공 청년당원이었던 분을 만난 적이 있다. 나는 그에게 “왜 그렇게 많은 무고한 노동당원 가족까지 처형했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보복이 두려워서.”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3만 명 가까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6·25 전쟁 당시 신천·재령에서도 거의 비슷한 숫자가 학살당했다. 유엔군이 북상하자 좌익이 후퇴하면서 일부 지주, 지식인, 성직자들을 학살한 것이 보복전의 발단이 되었다.     가자지구 전쟁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음악 공연장을 습격해 1200여 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고 240여 명을 인질로 잡아간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이스라엘은 25배 이상으로 보복을 가하고 있다.      과거의 실수를 기억하지 못하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고 했다. 남북한 위정자는 이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눈덩이 복수 노동당원과 가족 후퇴로 우익 다음 노동당원과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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