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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한려수도 여수의 3월을 기다리며

수필가지난해 봄 우리 부부는 한국의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첫 출발지라는 여수를 다녀왔다.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렌터카 없이 대중 교통을 이용한 자유여행이었다. 바다 정원 같은 다도해의 풍경을 보며 다양하고 값싼 해산물을 즐길 수 있었다.   해상공원에서 일출 명소로 유명한 오동도에 갔다. 3월에는 3천 그루의 동백꽃들이 만개하여 섬 전체가 온통 붉게 물든다고 한다. 섬을 일주하는 산책로에 들어서면 남해바다에 떠있는 섬들이 보이고 곳곳에 전설과 시를 적은 전시판이 있다. 정절을 지키려 자결한 어부 부인의 묘에서 하얀 눈이 온 날 피었다는 동백꽃 전설이 있다. 비 오면 용이 나타나 물을 먹고 간다는 ‘용굴바위’ 전설도 있다. 〈시로 읽는 여수〉에서 만든 전시된 시 가운데 공광규 시인의 ‘붉은 치마’ 는 동백의 붉은 꽃의 애절함을 보여준다.   다도해의 멋진 광경을 내려다보러 해상 케이블카를 탔다. 자산 공원에 있는 10층 높이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니 오동도가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연인들이 쓴 밀어들이 하트 모양의 나무판에 쓰여 사방에 매달렸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상 중간 지점에 도착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바다 위로 98미터의 허공에 떠 있어 다리 위로 지나가는 차들과 해상공원의 여러 섬들이 작게 보였다. 돌산 공원에 도착하여 저녁놀이 보니 수평선 위의 석양이 하늘을 온통 붉게 불타게 만들었다. 장관이었다.   저녁 8시쯤 출발지로 돌아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주말에만 한다는 불꽃 놀이를 기다렸다. 사방은 깜깜한데 멀리 크루즈 선박에서 불꽃 폭죽을 연거푸 쏟아내고 허공에서 작렬했다. 아내는 최고라고 감탄하며 동영상을 찍느라 분주했다. 운행중인 케이블카나 대교 철탑, 그리고 지상의 가게들에서 발산하는 영롱한 조명등들이 까만 바다 수면을 비치고 있다. 케이블카에서 축제의 야경을 내려다보니 정말 환상적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여수만의 포차거리와 횟집가게들의 길을 걷는데 노랫소리가 들린다. 장범준 보컬이 2012년에 불러 애창된 ‘여수 밤바다’ 라는 노래였다. 리듬이 마치 파도 치듯 흥겹게 다가온다. 노래 가사처럼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여수 밤바다의 낭만을 나누고 싶을 만큼 도취한 밤이었다.   다음날 점심에 여수의 맛집을 찾아 ‘봉산 게장 백반거리’에 갔다. 찾아간 음식점에서 ‘돌게장 정식’을 시키니 갈치조림 등 해산물 반찬이 15가지나 나왔다. 두 사람의 비용이 33달러 정도로 저렴한데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을 2번씩 리필이 된다고 한다. 어려서 맛있게 먹던 게장 맛이 생각났다. 둥근 게 껍질 안으로 노란색 알이 보여 밥을 넣고 비벼 먹었다. 결국 밥 한 공기를 더 먹게 되었다. 꽃게탕도 별미였다. 모처럼 식도락을 즐긴 미식가가 된 기분이었다.   시와 전설이 있는 동백섬인 오동도, 해상 케이블카로 내려다볼 수 있는 다도해 섬들, 영롱한 조명과 함께 들러 오는 ‘여수 밤바다’ 낭만이 있는 곳, 간장이나 양념 게장의 맛이 생각나는 맛집들, 실물 크기의 거북선 내부에도 들어가 보고, 한려수도 여수는 3월에 만개한 동백꽃을 보러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윤덕환 / 수필가열린광장 한려수도 여수 한려수도 여수 여수 밤바다 해상 케이블카

2025-01-20

[열린광장] 노숙자 돕기로 한인 위상 높이자

살다 보면 위기를 맞을 수가 있는데 그럴 때 대다수 사람들은 상심하며 주저앉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선장은 풍랑을 만났을 때 돛의 방향을 조절하여 더 빨리 가도록 그 바람을 역이용하듯 위기를 기회로 이용합니다.   LA다운타운에 갈 때면 여기가 정말 미국 맞나 서글픈 생각마저 드는 풍경들을 어디에서나 보게 됩니다. 넘쳐나는 노숙자들입니다. 앞으로 더 나아질 가망보다 악화할 가능성을 더 염려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잘 이용한다면 우리 한인의 위상을 크게 높일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노숙자 문제는 그 해결을 정부에게만 기대할 수도 없고 또 미루어서도 안 됩니다. 특히 교회 같은 종교기관이나 일반 사회단체들이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입니다. 모두가 함께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완전 해결’은 어려울 것이지만 노력하는 우리의 관심과 마음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만 바꾸면 절호의 기회로 이용할 수 있는 이 위기 상황을 우리 한인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서 이루어 보자는 것입니다.   그들은 지저분한 골칫거리들로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내 가족과 똑같이 귀한 생명체들입니다. 아무도 원치 않고 멀리하려는 그들을 우리 한인들이 보듬어 안으면 미국사회에서 한인의 위상을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남가주 지역에 1500 개가 된다는 한인 교회들이 앞장서서 노숙자 재활을 돕는 시설을 교회나 기타 적절한 장소에 설치하자는 것입니다. 그런 선행을 실천한 교회와 최고급 초호화판 교회당을 비교할 때 어느 교회가 주민들의 칭찬을 받을까요. 물론 집값 떨어뜨린다는 일부의 항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주변 몇 교회들이 합동으로 번갈아 가며 음식제공도 하며 돕는다면 교회도 살아날 것입니다.     또 그 아름다운 선행이 주류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한인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시설은 홈디포 같은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단한 조립식 창고 같은 것으로 만들고 이동식 화장실 및 샤워실만 갖춰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비용은 모금 캠페인을 벌여 힘을 합하면 어렵지 않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한인 정치인들이 나서서 장소나 시설 구하는 것이나 법적 문제 해결해 주고 각지역 한인회나 교회 젊은이들이 봉사에 참여한다면 그 자체가 한인 정치인의 선거운동이 될 수 있어 정계진출도 쉽게 도모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네들이 노숙자들을 쫓아내려고만 하는 이런 때에 부모세대의 그런 활동을 자녀들이 보고 자라도록 하는 것은 그 무엇과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산 교육도 될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한두교회에서 1년 정도 한시적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한인 위상 제고, 정치인 배출, 자녀교육 등 일석삼조의 효과 있는 캠페인이 될 수 있습니다. 김홍식 / 은퇴의사열린광장 노숙자 한인 우리 한인들 한인 위상 한인 교회들

2025-01-19

[열린광장] 기저귀 떼는 날을 기다리며

화장실 가기 전 질금질금 소변이 샜다. 나중에는 줄줄 샜다. 많은 시니어 남녀가 체험하는 요실금 증상이다. 요실금은 크게 나누어서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 새는 스트레스형과 나 처럼 화장실 가기 전 새는 긴박형이 있다.   내복을 오래 입으면 허리띠가 늘어나서 입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사람도 오래 살면 요도를 조절하는 괄약근이 이완되어 소변이 샌다고 한다. 커피나 홍차, 또는 코카콜라 등 카페인 음료를 마시거나, 스트레스나 몸이 피곤하면 줄줄이 샌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바지가 젖는다. 작은 기저귀는 중과부적이다. 팬티용 큰 기저귀를 구매해서 사용했다.   하루에 이 큰 기저귀를 두 번 갈도록 요실금이 심할 때도 있었다. 한국 지도를 그린 바지를 세면기 안에서 헹구어서 건조해서 다시 입었다. 노인이 되면 어린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요실금이 없는 사람은 이 번거로움을 모른다.     수면 방해가 큰 문제다. 밤에 다섯, 여섯 번 일어나서 화장실에 간다. 잠을 설친다. 한 번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노인이 많다고 한다. 내가 고안한 최면술로 다시 잠을 잔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누어서 힘을 주었다 빼는 팔과 다리 스트레칭을 한 다음, 단전호흡을 하며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를 뜻을 생각하지 않고 외우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잠든다. 나비(잠)를 잡으려고 뛰어가지 말고 조용히 앉아 있으면, 나비가 날아와 어깨에 앉는다.   요실금 치료를 위하여 그동안 몇 비뇨기 전문 의사를 만나보았으나 묘책이 없었다. 수술은 싫고, 약물 치료를 해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복용하지 않는 약이 쌓여있다. 모든 약 특히 요실금 약은 부작용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장기 요양 보험(long-term care insurance)의 수혜 조건을 살펴보았다. 일상생활 활동 가운데 두 가지 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발효하는데 요실금이 포함되었다.   케글(kegel) 운동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얻었다. 항문을 오므리는 케글 운동은 말보다 쉽지 않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드러눕고 두 다리를 벽에 대고, 두 손은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항문을 오므리는 운동을 한다. 하나, 둘, 셋, 숫자를 머릿속에서 100까지 쓴다. 다음엔 일본어 그리고 영어로 100을 쓴다. 모두 300번 케글 운동을 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자기에게 맞는 케글 운동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요즘 큰 기저귀를 떼어버리고 작은 기저귀를 차고 있다. 어떨 날은 하루 종일 기저귀가 보송보송 말라 있다. 나는 기저귀 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열린광장 기저귀 요실금 치료 운동 방법 일상생활 활동

2025-01-16

[열린광장] 트럼프 당선인의 뚝심

대통령은 한 국가에서 모든 사람이 선망하고 우러러 보는 최고의 직위다. 권력과 명예가 주어지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지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다수다. 국민은 그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누가 선택되는가? 선거법에 의거 과반수 국민의 마음을 얻는 후보가 선택된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비결은 무엇인가?   과거 미국민들은 트럼프를 전 대통령으로 선택한 2016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사생활에서 흠결이 없고, 공적 생활에서 능력을 보여준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작년 대선의 결과 이러한 불문율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았다. 말 많고 탈 많은 전직 대통령 트럼프를 다시 선택한 것이다.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는 바이든 치하의 미국경제가 문제였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한때 치솟았던 원인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2020년 초부터 2년 동안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는 세계 경제를 반신불수의 상태로 만들었다. 에너지와 식량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망 중단으로 물류비가 증가했다. 노동력 감소로 인건비가 인상되며, 소비자 물가지수가 세계적으로 치솟았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유럽 등 여타 나라보다 제자리를 빨리 찾은 것은 바이든 정부의 차분한 노력 덕분이었다. 2022년 9.1%까지 치솟았던 인플레가 현재는 3% 대로 유지되고 있다. 2025년도 IMF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 의하면 G7 국가중 미국만이 유일하게 2%를 넘긴다고 했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이라고 한다. 불법 이민자의 유입으로 자신들의 일자리에 불안감을 느끼는 저임금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이민을 강력히 통제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미국은 순전히 이민자들에 의해서 건국되고 유지되고 발전해온 나라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의 땀과 지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미국이다. 2023년 기준 세계 200여 국가의 평균 인구밀도는 제곱미터당 50명, EU는 120명인데 미국은 35명으로 146위에 위치한다. 아직은 영토나 자원에서 더 많은 인구를 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나라다. 불법이민은 단속되어야 하겠지만 이민 문호는 더욱 넓혀져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운영이 참담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민들은 바이든 정부에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고, 45명의 미국 대통령 업적 평가에서 꼴찌를 한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미국 역사에서 중범죄로 기소되었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후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례는 없다고 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자였던 컬럼니스트 페기 누난은 “대통령은 ‘품성’이 전부”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해도 품성이 바르지 않으면 비전을 성취하기 어렵다고 했다.     바른 품성은 정직, 사려깊음, 도덕성, 관용 등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난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품성 때문이다. 정책수립과 실행은 타인을 활용할 수 있지만, 품성 개선은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본인의 문제다.   1월21일 그의 취임식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앞으로 4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권좌에 그는 다시 오른다.     4년 전 45대 대통령으로서 그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미국 대통령 평가에서 최하위를 할 정도로 변변치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직을 재탈환하기 위해서 절치부심하며 4년 동안 온갖 역경을 극복해온 그의 뚝심만은 인정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번영이다. 4년 전 그의 첫 집권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그의 통치 구호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제47대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4년, 탁월한 그의 뚝심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 는 그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열린광장 트럼프 당선인 대통령 업적 전직 대통령 세계 경제

2025-01-15

[열린광장] 양극화의 시대, 현명해져야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사용한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Merriam Webster)’는 ‘양극화’를 선정했다. 미국의 여러 매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라고 한다.   메리엄 사전 편집장은 사회집단의 신념이나 의견, 이해관계가 양극단에만 집중된 상태라며 합리적인 중도가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정치 집단과 경제생활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매사추세츠 애머스트 대학의 재러드 스타 교수팀은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부유층이 미국 전체 온실가스의 40%를 배출한다는 조사 결과를 과학저널 ‘플러스 기후(PLOS Climate)’에 발표했다.  특히 소득 상위 1%의 배출량은 15%~17%에 달한다고 한다. 기후 위기를 개선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빌 게이츠의 대저택에 사용하는 에너지 양을 보고 입이 떡 벌어진 기억도 있다.   인류는 어느 시대 보다도 더 풍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렇진 않다. 최근 중앙일보가 다루었던 한인타운의 한인 노숙자 문제나 한인 자살 등의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은 살기 힘든 요즘이다.     삶이 팍팍해진 이유중 하나는 부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1900년대 초 독일의 성공한 사업가로 자본가 출신의 경제 이론가인 질비오 게젤은 그의 저서 ‘자유토지와 자유화폐를 만드는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은 노동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나 돈과 같은 물적 가치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이나 화폐를 가진자들이 누리는 불로소득이야말로 이 시대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100년이나 지난 지금 보면 그의 지적은 정확했고, 갈수록 더 심화 될 것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학자들은 현재의 부를 가져다준 자유경제 제도하에서 승자들의 선의의 행위로 약자들을 돕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했듯이 우리에게 그런 선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나누어줄 뿐이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장치가 정치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보호받아야할 약자 계층에 속한 시니어들이 그들을 도우려는 정치집단을 이념적 차이 때문에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한 지인 부부는 늦은 나이에 자녀들이 있는 미국에 와서 80세 중반이 돼서야 시민권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시민권을 받으면 다양한 정부 지원 혜택을 얻을 수 있어서였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그는 연이어 세 차례 시험에 떨어 졌다. 시험관은 나이 많은 그들을 아예 합격시킬 생각이 없는 듯했다.당시 정부의 반이민 정서가 시험관들에게도 반영된 결과였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과 이듬해 2018년 2년 연속으로 시민권 심사 승인율은 전년도의 89%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다행히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네 번째  도전에서 시민권을 받았다. 남들 다 받는 시민권을 얻기까지 그렇게 고생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다.   인류가 난제를 안고 있지 않은 시대가 있었을까 만은 지금처럼 많이 가지고 있을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기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주여 새해에는 현명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지혜가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양극화 양극화 현상 시민권 시험 메리엄 사전

2025-01-13

[열린광장] 본인만 모르는 병, 치매

고희가 갓 지나면서 건망증이 잦아졌다. 혈압약과 당뇨약을 복용했는지 긴가민가할 때가 가끔 있다. 그리고 아침에 잰 체온 수치가 저녁때쯤이면 얼마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마켓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낯익은 사람이었지만 그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민망하고 당황해 한 적이 있었다.    건망증이 심화하면 치매로 발전한다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기우라 하기엔 자못 심각하다. 그 누구보다도 치매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15년째 양로보건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약 200여 명의 한인 노인들이 회원으로 참가하는 곳인데 대부분이 80~90대 시니어들이다. 이 연령대에서는 증상에 경중은 있으나 대부분 치매기가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치매 환자가 많은 편이다. 5~6년 전만 해도 두 달에 한 번 꼴로 신경정신과 의사를 초빙하여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했는데 그때마다 나도 메모를 해가며 주의 깊게 경청하였다.   치매의 주요 증상은 기억력 저하, 혼란, 의사소통의 불편, 방향 감각 상실, 성격 및 감정 변화로 일상 생활 능력이 저하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진다. 6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로 전체 치매의 약 7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으로는 오늘이 몇월, 며칠, 무슨 요일인지 모르고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하거나 똑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해서 묻는다. 또는 돈이나 소지품이 없어졌는데 아무개가 훔쳐 갔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80대 초반의 한 시니어의 치매 사례는 서글프다. 본인이 용변을 보는 걸 아내가 도와줬는데 아내에게 사례를 하겠다며 20달러 지폐 한 장을 꺼내 줬다고 한다. 아내가 깜짝 놀라 손사래 치자 이 시니어는 “댁이 누구신데 내게 이런 친절을 베푸느냐”고 물었단다. 그 장면을 목격한 딸이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모든 병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본인 자신은 치매에 걸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보호자나 가족이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치매는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어도 인지기능 개선제를 투여하면 그 경과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치료 방법으로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등을 잘 조절하여야 하고 과음과 흡연을 금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고 될수록 두뇌를 많이 써서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은 필수적이란다. 특히 스트레스 받는 일은 절대 피하여야 한다고 했다.   학창 시절에 나는 암기력만큼은 남보다 뛰어나 암기 과목은 자신이 있었다. 지금도 국민교육헌장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끝까지 외울 수 있고 우리 회원 200여 명의 생년월일, 띠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남들은 내 두뇌가 컴퓨터라고 부러워 하지만 가는 세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되고 있다.   최근 치매 자가 진단법으로 내 자신을 검사해 보았다. 15개 항목 중 6개 이상 문항이 해당되는 경우,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나는 3개 항목이 해당되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내가 치매 초기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전문의를 찾아가 서둘러 검사를 받아야겠다.   치매에 걸려 장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치매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100세까지 사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자다가 고통 없이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입버릇처럼 곱씹고 있다. 이진용 / 수필가열린광장 치매 노인성 치매 대부분 치매기 치매 환자

2025-01-09

[열린광장] 내 나이 구순, 새해의 결의

며칠 전 일이다. 마켓에서 식료품을 사서 차에 실었다. 후진용 스크린이 없는 차여서 앞, 뒤, 옆을 확인하며 후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내 자리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한인 운전사가, 이 영감이 왜 이렇게 차를 빼지 못하고 있는가,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후진 스크린이 그만큼 중요하다.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스크린을 달아 줄 수 있느냐 문의했다. “그 차는 너무 늙어서 스크린을 달 수 없다”고 한다.     아내가 운전하던 2011년형, 13년이 된 주행 9만 마일, 고물차지만 새 차나 다름없이 말을 잘 들었다. 작년에 아내는 운전면허를 반납했다.   그 차를 팔거나 버리기도 아까워서 골동품처럼 모시고 있다. 매주 한 번 마켓에 가서 바람을 쐬고 온다. 그러나 후진 스크린이 없는 차를 운전하는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안전 관리 분야에서 일한 나는 알고 있다. 후진 스크린이 없던 시대에 사고의 약 80퍼센트는 후진 사고였다.   스크린이 있어도 후진할 때 조심해야 한다. 천천히 후진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코스트코 같은 복잡한 주차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빨리빨리 성질이 급한 사람을 제외하고 느리게 후진한다고 나무라는 사람이나 티켓을 발부하는 경찰이 없을 것이다.   우리 시니어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운전할 수 있는가이다. 내가 아는 시니어 가운데 운전대를 놓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운전이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큰 몫을 한다. 운전을 못하는 나의 삶을 상상해 본다. 병원, 약국, 시장, 교회에 가는 차편을 남에게 의지해야한다. 운전을 못하면 날개 부러진 새가 된다.   나이는 숫자뿐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체력과 인지능력 저하로 운전하는데 영향을 받는다. 만일 내가 운전하다가 교통사고에 개입되는 경우, 경찰은 내가 90세를 넘긴 것을 알게 되면     운전면허를 빼앗길 수도 있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운전 실력을 유지해야 한다. 인지능력과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올해부터 하루에 한 시간의 두뇌 운동으로 인지능력을 키우고 한 시간의 체력 운동으로 몸을 유연하게 유지할 것을 결심했다. 구순을 넘긴 나는 중앙일보와 LA타임스를 구독하고 독서와 글을 쓰고 있다.  신문 구독료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투자다.     가장 하기 힘든 것은 운동이다. LA 피트니스는 매달 회비를 빼가지만 게을러서 나가지 않고 있다. 운동은 지루하다. 나는 게으른 사람의 운동(lazy person’s exercise)를 시작했다. 군대 행진곡 녹음을 틀어놓고, 발목에 각각 5파운드 모래주머니를 매달고, 양손에 5파운드 아령을 들고, 저녁 ABC 뉴스를 들으며 45분간 에어로빅스 율동을 한다.     아내가 나를 보고 깔깔대며 웃었다. 올해부터 이 광대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추겠다. 음악과 뉴스는 씁쓸한 운동의 당의정(糖衣錠·쓴 알약의 겉을 달콤한 것으로 감싼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나이 새해 후진용 스크린 후진 스크린 한인 운전사

2025-01-06

[열린광장] 도박으로 인생을 망친 그 사람

그가 이 세상을 등진 지도 거의 5년이 되어 간다. 의사의 소견대로 3년을 못 버티고 70대 초반에 생을 마감했다. 그는 한국에서 학사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누이의 초청으로 가족과 함께 이민왔다. 이민 온 후 그는 수영장 청소를 했고 부인은 가사 도우미로 일하며 두 사람 모두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서 집도 한 채 장만하고 아들과 딸 네 식구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그 행복한 가정에 악령이 찾아들었다. 그가 도박장을 출입한 것이다. 심심풀이로 들락거리던 카지노에 재미가 들렸고 푼돈을 딴 날은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행의 씨앗이 된 잭팟이 터졌다. 세금 공제 후 60만 달러 넘는 거액을 움켜쥐었다. 힘들이지 않고 거액을 손에 쥐자 그는 마음이 달라졌다.     이제는 힘들게 일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자신이 일하던 수영장 청소권을 5만 달러에 팔았다. 그리고 욕심이 생겼다. 그 60만 달러를 100만 달러로 키우고 싶었다. 일은 하지 않고 카지노에서 VIP 대접을 받으며 살다시피한 그는 6개월도 채 못되어 그 돈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주택 융자금이 연체되다 보니 살던 집도 은행 측에 빼앗기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들은 개척 교회 목사가 되었고 딸은 초등학교 교사가 된 것이었다. 자식들은 노름하는 아버지가 밉다고 나가 살았고, 부인과 셋방살이를 면치 못하였다. 가정불화로 부부 싸움이 잦아졌고 참다 못한 아내의 가출도 있었다. 그는 분했다. 본전 생각이 간절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잃은 돈 반만이라도 건져야 했다. 타고다니던 승용차도 팔아 노름 자금으로 마련했으나 그것마저 3일 만에 다 날려 버렸다. 그는 점차 미치광이가 되어 갔다.   남편의 행실을 원망하며 나무라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고 행패를 부리는 등 성격이 포악 해져갔다. 어느 날, 그는 아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자신이 잘못 했노라, 후회하노라, 이제 새 각오로 수영장 청소를 다시 하겠노라, 도박장에는 발걸음을 끊겠노라, 그러니 한국에 가서 부모님이 남겨준 유산을 팔아 5만 달러만 주면 청소권을 다시 사서 옛날로 돌아가 성실하게 살겠노라 눈물로 애원하였다.     부인은 그의 감언이설에 솔깃하여 한국에 가서 오빠한테 재산 상속 포기 각서를 써 주고 5만 달러를 받아 남편에게 갖다주었다. 5만 달러를 받은 그는 그날로 행방을 감추었다. 아내는 아들을 시켜 카지노를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그는 그 돈 마저 타주로 원정 도박을 가서 모두 날려 버렸다. 이 사실을 안 아내는 자식들에게 남편을 원망하는 유서를 남겨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자식들은 그의 다음 행동에 아연실색했다.     그가 조의금을 몽땅 챙겨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결국은 샌 매뉴엘 카지노에서 아들에 의해 이끌려 나왔다. 그는 부인과 사별 후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양로보건센터에 주 5일 참석했는데 사회보장연금을 받는 다음날과 교회에서 그를 불우 이웃으로 선정하여 월 500달러씩 주는 지원금을 받는 날에는 어김없이 택시를 타고 샌 매뉴엘로 행했다.     참다 못한 아들은 그가 다니는 교회 담임 목사를 찾아가 아버지께 지급하는 불우 이웃 돕기 지원금을 끊어 주십사 요청하였다. 아버지가 그 돈으로 노름을 하니 그 지원금은 정말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라고 거듭 부탁했다.     그는 밸리 지역에서는 어느 누구한테도 단돈 100달러도 빌리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리고 폐암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줄 담배를 피웠다. 병세가 악화해 양로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운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아가 보았다. 바싹 야윈 그는 파리한 낯빛에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있었다. 나는 그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지 이틀 후에 그는 요단강을 건넜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은 그의 흠을 비판하기를 유보하고자 한다. 다만, “마약을 하는 사람은 자신만 망치지만 도박을 하는 사람은 그 가정도 망친다”는 금언을 다시 한번 상기할 뿐이다. 이진용 / 수필가열린광장 도박 인생 수영장 청소권 부인과 셋방살이 부인과 사별

2024-12-30

[열린광장] 연말, K장로에게서 배운 지혜

사람은 언제까지 배우는 걸까. 태어나자마자 엄마 젖꼭지를 찾는 흡입 반사로부터 시작해 배움은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나이에 따라 맹렬하게 새로운 것을 습득해야하는 시기가 있기는 하지만, 배움은 인생 모든 과정을 따라 계속된다.   그때 그때 배움의 질과 양, 종류는 달라 지지만 나이 들수록 배움이 더 진해지고 깊어 지는 것 같다. 한해가 바뀔 때는 더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배우는 시기다. 배움은 자연을 통해서도 사람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K장로와는 매주 세 번 정도 만나 탁구를 친다. 6~7명이 같은 시간에 와서 같이 게임을 즐기는 모임에서다.   87세인 그는 그룹에서 가장 연장자다. 풍채가 좋고 체력이 좋아서 가장 오랜 시간 탁구를 친다. 그 나이에는 매주 3차례 두 시간씩 이상 운동하기에는 힘들텐데도 그는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그는 오후에도 가끔 탁구장에 온다. 같은 모임에서 탁구를 즐기다 누군가와 마음이 상해 다른 시간에 탁구장에 온 외톨이 회원이 있다. 그는 그 사람을 위해 그 시간에 와서 상대해준다,     탁구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 운동이라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그룹을 만들기가 쉽지않다. 실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낯선 그룹과 어울려 치기도 쉽지 않다.     K장로는 마치 미국 대학의 파티에서 혼자 있는 외톨이들을 상대해주는 ‘소셜 버터플라이’들처럼 모임에서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다른 그룹에 적응할 때까지 상대해준다. 오랫동안 그를 봐왔지만 한 번도 화난 모습을 본적이 없다. 금방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부처상이다. 교회의 장로인 그에게서 부처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죄송스럽지만 교회의 일반적 가치도 세속과 크게 다르진 않으리라.   탁구가 끝나면 오후 1시다,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에 다 같이 간다. 커피와 음료수, 감자튀김, ‘맥더블’이라는 2개 4달러 하는 햄버거를 시킨다. 소시지 패티 2개, 치즈, 절인 오이 조금 들어간 게 전부인 일 년 내내 세일하는 햄버거다. 그는 그 햄버거를 큰 소다와 함께 누구보다 맛있게 먹는다. 어떤 때는 아침 운동팀들과도 그 메뉴를 아침으로 먹었다고 한다. 의사들이 들으면 기겁할 일이지만 그는 젊은 일행들보다 더 건강하다.   그는 오래전 이민와서 미국 방송국에서 근무하다 은퇴했다. 그 후 초기 OC 장로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여러 비영리단체에서도 봉사하며 상도 많이 받았다.   최근까지도 은퇴 장로들과 모임을 만들어 매주 양로 호텔을 방문해 찬양 봉사활동을 했다. 얼마 전 그는 “양로호텔 측에서 나이가 너무 많으니 그만 오시라고 해 이제 못 간다”고 너털 웃으셨다.   풀러턴에 있는 랄프스 파크에는 매일 오전 8시에 넓은 잔디 위에서 한인 등 60여 명이 모여 체조 등 운동을 한다. 리더들의 영어 구령에 따라 40여 분간 열심히 운동한다. 그는 여기서도 10여 년째 리더 중의 한 사람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의 유일한 신체적 결함은 보청기를 낀다는 것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이 다 좋은 사람은 아니어서 어떤 사람은 듣기 좀 거북한 소리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도 그는 그냥 웃으며 넘긴다. 안 들리는지, 듣고도 그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화를 내는 것을 본적이 없다. 가볍게 던지는 언짢은 말 정도는 그냥 웃어넘기는 지혜를 터득한 것 같다.   요즘 세상이 내 것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남의 말은 전혀 들으려고 하지않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고개를 더 돌려보면 우리 곁에 보이는 특별한 사람의 삶에 내 삶을 비교해 보는 것도 한해를 보내면서 해볼 만한 일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연말 장로 연말 k장로 장로협회 회장 은퇴 장로들

2024-12-29

[열린광장] 높을수록 좋을까?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가 시작되는 남쪽 끝자락에는 플라자 호텔(The Plaza)이 위치한다. 이 호텔은 영화 ‘나홀로 집에 2’에서 주인공 꼬마가 뉴욕에 홀로 남겨져 묵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 호텔이 전 세계에서 최초로 도입한 개념이 바로 ‘펜트하우스’다. 1920년대의 일이다. 펜트하우스는 보통 현대식 건물의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다. 펜트하우스 덕분에 현대인은 건물의 높은 층이 좋은 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류 호텔도 가장 좋은 스위트 객실은 보통 건물의 최상층에 위치한다.   뉴욕뿐만 아니다. 대도시 다운타운의 고급 콘도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안다. 낮은 층일수록 임대료가 저렴하다. 한 층 올라갈 때마다 임대료나 건물의 가격은 계속 비싸진다. 높을수록 조망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은 층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층수를 누를 때마다 자기보다 높은 층에 사는 사람에게 말 못 할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다. 예전에는, 특히 유럽에서는 지금까지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얼마 전에 어떤 여행 전문 유튜버가 유럽 여행을 가서 찍은 동영상을 봤다. 그는 파리의 어떤 고급 호텔을 방문하면서 호텔 리뷰를 했다. 그가 영상에서 이런 말을 한다. “호텔의 리셉셔니스트가 객실을 업그레이드해 줘서 너무 고마웠는데, 층수가 2층이네요. 도대체 호텔비를 얼마나 많이 냈는데 이렇게 낮은 층을 주는지 너무 화가 나네요.”     파리나 런던과 같은 유럽의 도시에 가면 5층짜리 건물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건물들에서 가장 천장이 높고 인기가 많은 층은 2층이다.   예전에 이런 건물들의 1층은 상가였다. 이런 건물의 2층은 건물의 주인이나 부자들이 살았다. 임대료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층에는 중산층이나 평민들이 살았고, 4층에는 빈민들이 주로 거주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층인 5층에는 2층에 사는 사람들의 하인들이 거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5층에는 난방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고도 한다. 게다가 예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그래서 부자들은 높이 올라가기 싫어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단이 발달했다.     그래서 예전에 지어진 유럽의 오래된 건물에 가보면 아주 멋지고 웅장한 계단들이 건물 한가운데 넓게 자리하고 있다. 이런 건물들에 요즘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건물이 지어진 한참 후에 엘리베이터 기술이 생겨나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건물 벽과 따로 떨어져 계단이 있던 곳의 한쪽 구석에 지어졌다. 그리고 대부분 예전에는 하인들이 사용하던 구석진 좁은 계단을 엘리베이터로 바꾸다 보니, 유럽의 오래된 건물 엘리베이터들이 그렇게 비좁은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도 펜트하우스와 비슷해 보인다. 남자들의 양복 바지 길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길어졌다가 짧아졌다가 한다. 바지의 폭 역시 시대에 따라 넓어졌다가 좁아지기도 한다. 유행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그런 유행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변하지 않는 선호를 지키는 지혜가 중요하다. 또한,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만족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호텔에서 높은 층에 배정받으면 펜트하우스라고 생각하고, 낮은 층에 배정받으면 오르내리기 편하고 거리 풍경이 잘 보인다고 만족하는 지혜를 가진 사람은 함께하는 다른 사람까지 만족하게 만든다. 손헌수 / 변호사·공인회계사열린광장 건물 엘리베이터들 엘리베이터 기술 현대식 건물

2024-12-24

[열린광장] 본인만 모르는 병, 치매

고희가 갓 지나면서 건망증이 잦아졌다. 혈압약과 당뇨약을 복용했는지 긴가민가할 때가 가끔 있다. 그리고 아침에 잰 체온 수치가 저녁때쯤이면 얼마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마켓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낯익은 사람이었지만 그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민망하고 당황해 한 적이 있었다. 같은 직장에서 친하게 지냈던 옛 동료였다.   건망증이 심화하면 치매로 발전한다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기우라 하기엔 자못 심각하다. 그 누구보다도 치매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15년째 양로보건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약 200여 명의 한인 노인들이 회원으로 참가하는 곳인데 대부분이 80~90대 시니어들이다. 이 연령대에서는 증상에 경중은 있으나 대부분 치매기가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치매 환자가 많은 편이다. 5~6년 전만 해도 두 달에 한 번 꼴로 신경정신과 의사를 초빙하여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했는데 그때마다 나도 메모를 해가며 주의 깊게 경청하였다.   치매의 주요 증상은 기억력 저하, 혼란, 의사소통의 불편, 방향 감각 상실, 성격 및 감정 변화로 일상 생활 능력이 저하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진다. 6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로 전체 치매의 약 7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으로는 오늘이 몇월, 며칠, 무슨 요일인지 모르고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지 못하거나 똑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해서 묻는다. 또는 돈이나 소지품이 없어졌는데 아무개가 훔쳐 갔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80대 초반의 한 시니어의 치매 사례는 서글프다. 본인이 용변을 보는 걸 아내가 도와줬는데 아내에게 사례를 하겠다며 20달러 지폐 한 장을 꺼내 줬다고 한다. 아내가 깜짝 놀라 손사래 치자 이 시니어는 “댁이 누구신데 내게 이런 친절을 베푸느냐”고 물었단다. 그 장면을 목격한 딸이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모든 병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본인 자신은 치매에 걸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보호자나 가족이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치매는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어도 인지기능 개선제를 투여하면 그 경과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치료 방법으로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등을 잘 조절하여야 하고 과음과 흡연을 금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고 될수록 두뇌를 많이 써서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은 필수적이란다. 특히 스트레스 받는 일은 절대 피하여야 한다고 했다.   학창 시절에 나는 암기력만큼은 남보다 뛰어나 암기 과목은 자신이 있었다. 지금도 국민교육헌장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끝까지 외울 수 있고 우리 회원 200여 명의 생년월일, 띠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남들은 내 두뇌가 컴퓨터라고 부러워 하지만 가는 세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되고 있다.   최근 치매 자가 진단법으로 내 자신을 검사해 보았다. 15개 항목 중 6개 이상 문항이 해당되는 경우,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치매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데 나는 3개 항목이 해당되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내가 치매 초기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전문의를 찾아가 서둘러 검사를 받아야겠다.   치매에 걸려 장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치매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100세까지 사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자다가 고통 없이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입버릇처럼 곱씹고 있다.   내 여생의 삶에서 자식과 주위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진용 / 수필가열린광장 치매 노인성 치매 대부분 치매기 치매 환자

2024-12-24

[열린광장] 메리 크리스마스 vs 해피 할러데이

미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부활절은 3대 명절이다. 그중에 크리스마스 축일 성격에 대해선 그 주장이 둘로 나뉘어 있다. 기독교인 및 미국의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측에선 여전히 크리스마스를 예수 탄생 축일로 지키고 있지만, ‘다양성’ 및 ‘포용성’을 중시하는 ‘리버럴’(liberal)한 측에선 ‘문화적 휴일’(Cultural Holiday)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미국의 설문 조사 기관 NWR이 성인 1000명에게  ‘당신에게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축일인가?’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응답자의 36%는 ‘예’, 43%는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이것은 현재 미국인 약 절반 정도가 크리스마스를 기독교적 축일로 보지않고, 단순히 국가 공휴일로 생각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예수의 생일로 지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는 주장도 확산하고 있다. 한 크리스천 월간지에서 설문 조사한 결과를 게재했는데, 성인 1000 명 중 46%는 크리스마스를 예수의 생일로 지키는 것은 ‘부적합하다’(irrelevant)라고 대답했으며, 51%는 ‘적합하다’(relevant)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미국인의 약 절반 정도가 크리스마스를 예수의 탄생 축일로 지키는 것은 적절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래서 ‘Merry Christmas’ 인사보다 ‘Happy Holiday’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 왜 크리스마스를 예수의 탄생 축일로 지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위의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크리스마스를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에 연관 짓지 않고 단순한 국가 명절로 지키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2월25일을 예수의 생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점점 많아져 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예수의 탄생일을 12월25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면 여러 가지 이유로 2000년 전, 초기 교회에서는 예수의 탄생 축일은 없었고, 그래서 예수 생일은 잊혀 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기원 313년, 콘스탄틴 대제의 ‘밀라노칙령(The Edict of Milano)’ 이후, 로마제국에서 기독교가 국가종교로 자리 잡게 되자, 자연히 예수의 탄생일을 국가적 축일로 정하게 된 것이다.   당시 로마제국 등에서는 태양이 12월25일에 다시 태어나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고 보고, 그날을 ‘무적의 태양신(sol Invictus)’ 축일로 기념하는 풍습이 있었다. 예수가 태양에 비유되면서 자연히 이날이 예수의 탄생 축일로 정해지게 된 것이다. 이것을 기독교의 로마문화 흡수 혹은 ‘토착화’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12월25일 크리스마스’ 축일이 역사적으로, 로마에서 시작되기 전부터 교회에서 시작된 전통이라는 근거나 주장들도 있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가 ‘로마의 태양신 축제일’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12월25일,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생일로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떤 특별한 사정으로 생일을 모르거나 잊어버린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가 1년 중 의미 있는 어떤 축일을 자기 생일로 정하고 그날을 생일로 기념한다면 그것이 부적절한 것일까?   크리스마스도 가까워지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크리스마스는 전통적으로 예수 탄생 축일이다. 그날이 역사적으로 예수 탄생일이 아니라고 해도, 1700여 년 동안 교회와 사람들이 예수 탄생일로 지켜온 날이다.   성탄 계절을 맞이하여, 그 예수의 ‘낮은 자리에 오심’, ‘섬김’, ‘희생,’ ‘사랑’, ‘평화’의 크리스마스 정신이 더욱 널리 전파되기를 염원한다.  김택규 / 전 감신대 객원교수열린광장 크리스마스 할러데이 예수 탄생일 크리스마스 축일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2024-12-19

[열린광장] 소중한 선물의 유산

26년 전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멕시코 오지의 바닷가 마을에 4일간 텐트를 치고 머문 적이 있었다.   그곳 아이들은 미국과는 다른 흐트러진 머리털, 거친 피부, 찢어진 운동화, 남루한 옷차림의 모습이었지만 아들은 이들의 외모와 상관없이 동심으로 쉽게 어울렸다.   아이들은 모래처럼 반짝 반짝 빛나기도 했고, 파도처럼 팔딱 팔딱 뛰기도 했다. 파란 하늘 높이 쉴새없이 날리는 웃음은 바람을 탄 연이 펄펄 나는 듯했다. 또한 순진한 장난꾸러기 어린 하얀 순수한 양들이 바닷가에서 함께 뛰어 노는 것 같았다.   그들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기 방을 그들과 같이쓰고 싶다는 착한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와 이곳 아이들과 다른 점이 뭔 줄 아니?”   머뭇거리는 아들에게 나의 자문자답이 이어졌다. “지금 네가 누리는 행복은 너의 재능이나 노력으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단다. 단지 그들은 오지서 태어났고 너는 미국서 태어난 것 뿐이야. 이런 은혜를 거저 받았으니 항상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사의 마음이 나눔과 봉사로 이어져야 한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올해 추수 감사절에 장성한 아들과 손녀 3명을 데리고 멕시코 그 오지 마을을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지내도록 했다.     준비해간 옷가지, 신발, 학용품, 장난감 등을 직접 주게 하고 저녁은 이들과 같이 추수감사절 식사를 나누도록 했다.   떡국, 김치, 불고기와 원주민이 기른 토종닭 3마리를 대접했다. 원주민의 식사기도와 이어진 손녀의 기도로 추수감사절의 감사와 나눔의 시간을 35명이 같이 가졌다. 10대 손녀 둘에게 직접 환자를 접수하고 약 정리도 하도록 시켜 봉사참여의 기쁨도 느끼기를 바랐다.     돌아오는 어두 컴컴한 차 안에서 손녀들에게 26년 전 그들 아버지에게 한 똑같은 질문을 했다. 내 답도 같았다.     그 감사함에 대한 보답은 추수감사절에 나눔과 봉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진정한 감사함의 열매는 기쁨이고, 기쁨의 열매는 행복이라는 진리를 터득하기를 바랐다. 감사할 수 있는 감정이 인생을 풍요하게 하고 삶의 큰 에너지가 되다는 진리를 진정으로 터득하고 살기를 바라본다.   바쁘고 힘에 겨웠던 이번 여행의 준비과정들의 피곤함이 흐뭇함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최청원 / 내과의사열린광장 선물 유산 추수감사절 식사 중학생 아들 바닷가 마을

2024-12-18

[열린광장] 대강절, 회고와 소망의 계절

척박한 지구 저편 오지에 최근 다녀온 선교팀의 얘기를 듣는 중 큰 감동을 입었다. “편안한 땅에 살면서 왜 이런 황무지에 찾아 왔나요?” 라는 현지주민의 질문에서 얘기는 시작되었다.     선교팀 한 분의 대답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나의 소명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라 생각해요”라는 것이다.   다녀와서 뒤돌아보니, 자신이 계획하고 시간 내어 다녀온 선교여행 이지만 그 이상의 영적 경험이었다고 한다.     험한 세월을 겪은 성서의 인물 중 하나는 요셉이었다.   어려서 형제들에 의해 타국에 노예로 팔려가, 그곳 타향에서 20년의 길고 말할 수 없는 고생의 세월이 지나 마침내는 타국의 지도자가 되었다. 주변 국가에 기근이 계속되는 때에, 형제들이 식량을 구하려고 멀리 와서 그들이 알지못하는 지도자 앞에 엎드렸을 때, 요셉은 자신이 누구인지 말했다.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근심하지 마소서 형제들이여.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나의 하나님이 당신과 후손들의 생명을 구하려고 나를 먼저 이곳으로 보내셨나이다.”   고생의 날들을 뒤돌아보며, 그때 그는 어려서 본 꿈이 이루어진  것임을 기억해 냈다.   12월 첫주에 금년도 대강절(The Advent)이 시작되었다. 한 해 동안의 세월을 뒤돌아보는 시간이다. 성탄을 앞두고 마음과 영으로 4주간 성탄을 맞을 준비 하며 기다리는 시간이라 하겠다.   이 기간 가정과 교회는 대강절을 기념하여 매주 촛불을 하나씩 밝히며 순례의 삶을 회고하는 동안 성탄의 의미를 새롭게 빚어 가게 된다.   병원원목으로 근무하기 위해 인증받는 과정인 임상목회교육(CPE)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가 있는데, 질병의 종류에 따른 슬픔, 장기치료 환자가 겪는 슬픔, 상실에 따르는 슬픔 등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슬픔의 모양 이해’가 있다. 삶의 여정 가운데 찾아오는 크고 작은 슬픔은 개인적 삶의 배경과 연령, 문화와 영성 등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찾아오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왜냐하면 슬픔은 하나의 단어임에도 그 슬픔과의  대면은 단순하지 않으므로 잘 견디고 효과적으로 그리고 건강하게 회복하는 데는 ‘슬픔의 모양’을 인식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올해 대강절에는 ‘회고와 소망의 모양’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자문해 본다. 성탄의 좋은 소식이 없었다면 우리 자신과 후손들의 삶은 과연 어떤 모양일까, 성탄의 희생적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의 여정은 어떤 모양일까. 성탄의 기쁨이 없었다면 우리의 마음과 영은 어떤 모양일까.   지난 한해 뒤돌아보며, 나의 여정에서 성취와 돌봄의 수고가 있었다면 소명을 계속 이루어 가게 하심을 노래하자. 지난 한해 고생과 슬픔, 힘든 트라우마와 질병이 있었다면, 가장 초라한 곳으로 임하신 성탄의 희생을 통해 금세기를 사는 우리들과 후손들에게도 가장 경이로운 성육신의 선물이 임할 것을 함께 소망하자.   이 회고와 소망의 계절에 우리 모두 ‘나의 가족, 나의 생업,  나의 소명, 나의 꿈을 위해  하나님이 나를 먼저 이곳으로 보내셨다’는 영적 회복과 가정마다 작은 기적을 경험하는 올해 성탄이 되기를 반짝이는 불빛 가운데 기원한다. 김효남 / HCMA 디렉터·미주장신 교수열린광장 대강절 회고 대강절 회고 올해 대강절 슬픔 장기치료

2024-12-17

[열린광장] 뮤지컬 도산을 매년 관람하는 이유

지난달 윌셔 이벨극장에서 ‘도산’ 뮤지컬을 다시 한번 만났다. 2019년 초연 후 벌써 네 번째 관람이지만, 매번 새로운 감동과 깨달음을 안고 돌아온다.     우리의 역사를 도산 뮤지컬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매년 진발레스쿨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다. 영어로 자막도 나와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도 쉽게 도산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연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매번 울림이 깊은 이유가 뭘까. 스토리를 다 아는데도 또 보고 싶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     마치 매년 12월이 되면 호두 까기 발레 공연을 보러 가듯 도산 뮤지컬을 보러 가는 그 이유는 바로 감동 때문이다. 도산 뮤지컬은 단순히 극이 아니다. 독립운동가 안창호의 삶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일깨워준다. 뮤지컬이 주는 ‘내 꿈은 도산,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이다’라는 메시지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각인된다.     ‘나는 한국인.’ 우리는 태극기를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월드컵축구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를 때, 올림픽에서 한국의 승전 소식을 듣고, 노벨 문학상을 한강 작가가 수상할 때, 마치 우리 집안에 경사가 난 것처럼 기쁘며 뿌듯한 이유는 바로 우리가 한민족으로 서의 정체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한마디는 무대 위에서 빛나며 우리 민족의 뿌리와 가치를 일깨워 준다.   특히 미국에서 자라나면서 여러 문화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기 쉬운 2세들에게 이 뮤지컬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도산을 통해 그들은 어디에서 왔고, 어떤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뮤지컬을 통해 그들은 한국인의 용기와 단결력, 그리고 꿈을 향한 열망을 느끼며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 더 깊은 연결을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도산은 단순한 역사적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한인 사회의 중요한 가치인 꿈과 희망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2세 아이들은 안창호 선생과 같은 인물이 꿈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했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삶에서도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용기를 배울 수 있다.     한마디로, 도산뮤지컬은 한인 커뮤니티의 유산을 넘어,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 아이들에게도 꿈을 향한 용기를 주고, 자신이 속한 문화와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공연을 보면서 수많은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과연 도산처럼 나라를 위해 싸울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곳 미국에 왜 왔는가, 내 꿈과 희망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내 안의 정체성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올해 무대는 더욱 세련된 연출과 2층으로 구성된 무대 세트로 시간과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이 공연을 위해 밤 10시까지 연습해온 단원들의 열정 또한 대단하다. 배우들의 열창과 진지한 표정 하나하나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마치 그 시대 속에 들어가 함께 독립운동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오페라 공연이라 발레공연을 보러 가면 가끔은 중간에 졸기도 했는데 도산 뮤지컬은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이 뮤지컬이 한인 이민자들이 겪어온 어려움과 그들의 강인한 의지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한인 2세들은 자신의 뿌리에 대해 배우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꿈과 비전을 함께 나누는 작품으로, 앞으로 전 세계에서 더 많은 무대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진 최 / 한미무용연합회회장열린광장 뮤지컬 도산 뮤지컬 도산 도산 뮤지컬 한인 커뮤니티

2024-12-16

[열린광장] 불체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

최근 중앙일보에 ‘불체, 범죄자 단속 강화 방침에 한인들 불안’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불법체류 추방유예 학생과 청년 등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을 계기로 신분갱신 및 단속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도 볼 수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탈북자 한인이 박모씨(가명)가 그 좋은 예이다. 자녀를 위해 미국 이민을 고민하던 그는 자녀와 합법적으로 입국했지만, 현재 체류신분이 만료된 ‘오버스테이’ 상태다. 그는 이민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및 미국법에 대해 전혀 모르고 막연하게 ‘불법체류’란 개념만 알고 있는 그에게 최근 변화는 나쁜 예감으로 다가온다.   박씨처럼 미성년 자녀를 둔 불법체류 한인들에게는 자녀교육이 큰 문제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 승리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체자 추방을 공언한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연방대법원의 어퍼머티브 액션 무효화 판결(SFA v. Havard and SFA v. University of North Carolina)은 박씨와 같은 이민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연방대법원 판결은 ‘대학입시에 있어 대학 당국이 학생의 인종을 고려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내용이다. 이 판결은 대학에만 적용되지만, 문제는 이 판결이 미국 교육 전반에 가져올 충격이다. 이민사회 일부와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대입뿐만 아니라 장학금 지원, 심지어 초중고 공립학교 교육(K~12)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민자들 사이에는 대입에 특정 인종 고려가 불법이라면, 초중고 교육에도 피부색이나 불체신분에 따른 차별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비영리단체 라티노 저스티스(Latino Justice)의 프랜 파자나 국장은 “연방대법원의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판결의 파장은 이민 커뮤니티 전반에 미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는 불체자의 초중고 공립학교 교육을 보장하는 판례법도 위헌으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민권·인권 리더십 컨퍼런스(Leadership Conference on Civil and Human Rights)의 리즈 킹 선임국장은 “현행법상 모든 학생은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초중고 공립학교 교육(K~12)를 받을 권리가 있다. 자녀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방대법원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판결, 그리고 트럼프 2차 집권을 계기로, 주 차원, 그리고 지역 차원의 불체 학생의 교육권리 수호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불체 학생들을 대학뿐만 아니라 공립학교에서도 쫓아내면, 공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미국이 더 살기 좋아질까? 불체 부모들이 순순히 자녀를 데리고 자기 나라로 돌아갈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부모들은 학교를 못 가는 자녀들과 숨어살 것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이 탈선하고, 오히려 미국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자녀들에게는 자신과 같은 운명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의 심정이라고 박씨는 말한다. 새롭게 들어설 트럼프 정부 2기의 이민정책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미성년 학생들에게 있어서 최소한의 공교육 기회는 주어져야 할 것이다. ‘공교육’은 불체 학생들뿐만 아니라 미국사회 전반에 있어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종원 / 변호사열린광장 불체 학생 초등학생 자녀 초중고 교육 불체자 추방

2024-12-15

[열린광장] 설 밑을 맞이하면서

어느덧 2024년의 마지막 달 12월을 맞이했다. 음력으론 동짓달인 11월이 지나고 섣달인 12월이 다가오니 설밑(年末)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동짓달과 관계있는 몇몇 행사가 섣달에 있는 것이 꽤 재미있다. 이를테면 액운을 막는다는 동지 팥죽(冬至一粥)을 동짓날에 쑤는데, 보통 12월 22일 경이다. 새알심을 넣어 쑤는 팥죽은 새해를 맞아 나이만큼의 개수를 먹는다고 한다.   올해는 음력 11월 1일과 양력 12월 1일이 겹치고, 음력 12월 1일이 양력 12월 31일이라 음력과 양력이 같은 달에서 만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양력 12월은 북반구의 겨울이 시작되는 까닭에 ‘혹한의 달(the frosty month)’로 불린다.     12월은 성탄절이 있는 달이다. 초기 영어의 ‘Christes Maesse’에서 비롯된 ‘Christmas’는 서기 336년 로마 달력에 12월 25일로 기록된 이후 기독교의 큰 명절이 되었다. 이 성탄절은 1500년 종교개혁이 이뤄질 때까지 발전했고 신교 탄생에 크게 기여했다. 성탄절과 아울러 예수의 탄생을 축하기 위한 강림절(Advent)이 크리스마스이브 전 일요일까지 4주 동안 열리기도 한다.   양력 12월에는 일어난 일도, 태어난 유명인도 많다. 성가대 지휘자를 오래 한 탓인지 12월에 출생한 음악가 몇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프랑스의 작곡가 엑터 베를리오즈가 1803년 12월 11일  태어났으며,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는 1858년 12월 22일 출생했다. 그리고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데이브 브르벡이 1920년 12월 6일에, 미국이 자랑하는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는 1923년 12월 3일 태어났다. 특히 오페라 가수인 칼라스가 부른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 노래를 감명 깊게 들은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리고 수많은 찬송가를 만든 영국의 찰스 웨슬리 목사의 생일이 1707년 12월 18일이다. 웨슬리 목사가 지은 성탄절 노래 ‘들으라, 천사 찬송하시네(Hark, the herald angels sing)’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치인으로는 캐나다 총리를 세 번이나 역임한 윌리엄 L. M. 킹이 1874년 12월 17일 태어났는데 12월 17일은 나의 결혼기념일과 같아 잊을 수가 없다.       연말에 새길만한 동서양의 비슷한 명언도 재밌다. 히포크라테스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Life is short, art is long)’는 말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장자의 ‘오생야유애, 이지야무애 (吾生也有涯, 而知也無涯)’라는 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삶에는 한이 있지만, 앎에는 한이 없다’는 뜻이다. 한이 있는 걸 가지고 한이 없는 것을 좇으려 하다 보니 삶이 매우 어렵게 이어진다는 뜻이다.     또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He who truly knows has no occasion to shout”라는 말을, 노자는 ‘지자불언, 언자부지 (知者不言, 言者不知)’라는 말을 남겼다. 삶의 참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말을 적게 하고,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는 뜻이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맞이 음력과 양력 오페라 작곡가 웨슬리 목사

2024-12-08

[열린광장] ’러스트 벨트‘의 부활 기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각국 정상들과 통화한 11번째였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첫 번째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12분간의 대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언급을 하나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함정 건조뿐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서도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자,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 하나가 나온다. 미국은 해양국가이다.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의 제해권을 장악해온 국가인데, 왜 트럼프 당선인은 조선업, 선박 보수 분야에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그것은 현재 미국의 함정 건조, 보수, 정비 능력이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2차대전 당시(1941-1945), 미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제조업 역량이 중국 등 동아시아로 이동한 후 미국의 조선산업은 급격히 쇠퇴했다.     지금 미국은 조선뿐 아니라, 모든 제조업 분야가 쇠락한 상황이다. 과거 중공업, 철강산업, 제조업의 메카였지만 지금은 쇠락한 아팔라치아산맥 지역 즉 동북부, 중서부 지역을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부른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그 ‘러스트 벨트’ 출신이다. 그가 2016년 출간한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에는 풍요롭던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비참한 삶으로 전락했는지에 대한 정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한데 지금 미국은 조선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 대부분이 ‘러스트 벨트화’ 되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다른 국가들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국도 그중 하나이다     문명비평가이며 역사학자인 모리스 버만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그의 책 ‘미국문화의 몰락(Twilight of American Culture)’에서  문명 몰락의 4가지 요인을 꼽았다. 버만 교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가속화,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비판적 사고 및 지적 수준의 급격한 저하, 소비주의 문화와 정신적 죽음 등을 지적하면서, “21세기의 미국은 이 4가지 조건을 다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미국 쇠퇴(American Decline)’이론은 종종 제기되어 왔다. ‘권력의 지배(Power Rules)’라는 책으로 유명한 레슬리 겔브 교수도 “미국은 국내와 해외에서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다행히 내년 1월에 들어서는 트럼프 정부는 제조업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강력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니, 그 결과가 기대된다.   나는 1968년 1년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었다. 그때 한국군도 미군 PX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때 PX내의 상품 대부분은 품질이 뛰어난 ‘미제(Made in USA)’였다. 귀국할 때, 그 미제 물품들을 구입해 가족, 친구들에게 선물하며 자랑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이 제조업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 혁신 역량을 발휘하여 다시 우뚝 서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택규 / 트루쓰역사연구원 대표· 전 감신대 객원교수열린광장 벨트 부활 트럼프 당선인 제조업 분야 제조업 역량

2024-11-27

[열린광장] 영어공부에 늦은 때는 없다

영어책 하나를 반복해서 읽으면 여러 문장을 암기하게 되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문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돼 말도 할 수 있게 된다. 공부로 이해만 하는 것은 말하는 과정까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처음 영어로 말을 하려면  문장이 머리에 기억되어 있어야 한다. 기억된 문장만이 말로 할 수 있고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사람의 영어 공부법을 소개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48세가 되어서야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10여년 동안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여러 번 했지만 실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외국 공관 관계자나 외신 기자를 만날 때마다 영어공부를 다짐하고 시작도 해봤지만 끈기 있게 하지 못했다. 영어에 자신이 없다 보니 그들을 피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두 차례에 걸쳐 5년여의 수감 생활을 했고 그 기간에 영어공부를 했다. 그가 수감 생활 중 공부한 책은 메들리의 ‘삼위일체’라는 옛날 학습서와 몇 권의 영문법 책이었다. 이책은 나도 학생 때 공부를 했지만 회화 공부에는 적당한 책이 아니었다. 아마 상고를 졸업한 그가 영문법에 대한 기초가 없어 영문법 교재로 택한 것 같다.   영문법 책도 영어 문장으로 설명하니 문장을 익힐 수는 있다. 그는 평소에도 책 읽기를 좋아했으니 5년 동안 갇힌 곳에서 같은 책을 얼마나 많이 반복해 읽었겠는가. 그 후 우여곡절 끝에 3년간 미국에 머물게 되었을 때는 ABC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해 토론까지 할 정도의 영어 실력자가 됐다. 그는 수감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영어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다음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한 방송인 사례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 입학 전에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천번 이상 봤다고 한다. 같은 영화나 책으로 수천번 공부한다는 것은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는 정신이 강한 우리는 영어공부에도 마찬가지다. 늘 새로운 교재를 찾아 자주 바꾼다. 영어 실력은 늘지만 말은 못하게 되는 이유다.    다행인 것은 영어 기초가 약하거나 배운 것을 다 잊었다 해도 열심히 공부하면 생활영어 정도는 가능해지는 교재가 많다는 것이다. 영어 문장 구조를 익히면서 설정된 상황에서 대화체로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게 되어있는 교재가 가장 효과적이다.   교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수감 중에,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기 위한 각오보다는 약하겠지만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많이 찾을 수 있다. 자식 사랑이 유달리 강한 우리가 손자, 손녀와 얘기한다든지 병상에 혼자 누워 있어야 하는 자신을 상상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업무용으로는 몰라도 주변 사람과의 대화를 스마트폰 통역 앱을 통해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공부하는 방법만 바꾸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쉬운 생활영어다. 더구나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 시작해도 가능하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영어공부 영어 공부법 생활영어 정도 영어 문장

2024-11-26

[열린광장] 11월을 빛낸 사람들

어느덧 올해의 열한 번째 달을 맞이하고 보니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세월여류의 풍악 소리가 들려오니 그 소리에 허전한 마음을 달래보련다. 벌써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고 있다. 앵글로색슨족 후손들은 11월(November)을 ‘바람의 달(the wind month)’이라고 불러 세월의 빠름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제 이달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중요한 일들을 살펴보자. 맨 먼저 1815년 11월 1일, 세계 최초로 에테르(ether)를 마취제로 사용한 의사 크로포드 W 롱이 조지아주 데니엘스빌에서 태어났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의대를 1839년에 졸업했으며, 그의 이름을 딴 ‘크로포드 W 롱 의학 박물관’ 이 조지아주 제퍼슨에 있다.   다음은 1920년 11월 2일, 최초의 정규 라디오방송 KDKI가 피츠버그에서 처음 전파를 탔다. 그리고 1825년 11월4일에는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수로가 탄생했는데 바로 ‘이리 운하(Erie Canal)’다.  이 운하는 허드슨 강에 위치한 프로이와 알바니에서 서쪽으로 버팔로까지 그 길이가 363마일에 이른다.  그리고 1869년 11월6일에는 프린스턴대와 럿거스대 간의 첫 대학 풋볼경기가 열렸다.     그리고 1954년 11월11일엔 재향군인회가 처음으로 모임(Veterans Day)을 가졌고, 연방의회는 1800년 11월17일 워싱턴DC에서 처음 열렸다. 미국과 파나마가 파나마 운하 건설에 합의한 것은 1903년 11월18일이다.         유명 인물로는 미국의 지휘자 유진 올만디가 1899년 11월18일 태어났다. 올만디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한 뒤 1927년에 미국 시민이 되었다. 올만디는 1936년부터 1938년까지 필라델피아에서 스토코프스키에게 지휘자 공부를 사사했으며 1938년부터 1940년까지 교향악단의 지휘자를 했다. 올만디는 여러 나라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그의 연주는 여러 곳에서 녹음이 이뤄졌다.     그리고 1805년 11월 19일에는 수에즈 운하를 개척한 프랑스의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태어났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이 있었던 날은 1863년 11월19일이었다.     그런데 11월 22일이란 같은 날짜에 프랑스의 국부 샤를 드 골 대통령은 1890년 태어났지만,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괴한의 총탄을 맞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929년 11월 29일 또한 특이한 날이다.  이날 미군 해군 소장 리처드 E 버드는 3명의 다른 비행사들과 함께 남극의 하늘을 비행하는 역사적인 일을 해냈다.     마지막으로 해는 다르지만 11월30에 태어난 두 사람의 소설가가 있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소설가 조너단 스위프트가 1832년, 마크 트웨인은 1835년 이날 태어났다.   꽃의 빛깔과 모양이 매우 아름다운 11월의 국화처럼 우리 모두 아름다운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늘 간직하자.    윤경중 / 목회학 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파나마 운하 지휘자 공부 지휘자 유진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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