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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이산가족 상봉, 이젠 주인 없는 잔치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불러도 대답이 없다. 남북 이산가족협회가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성명을 또 발표했다. 북측은 반응이 없다. 한국 전쟁 와중에 월남한 실향민이 연로하여 몇 사람 남지 않았다. 구순이 지난 나 같은 경우, 북한의 부모와 형은 연로하여 생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형의 자손들은 살아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조카들을 만나러 북한에 간다? 천만에! 이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주인 없는 잔치가 되어버렸다.
 
가족끼리 서신이나 전화 연락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생사도 모른다. 이런 비극이 어디 또 있나. 미국인 친구들에게 말하기도 창피하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이나 베트남 사람들은 서로 왕래한다는데.  
 
이제는 눈물도 말랐다. 그러나 꿈은 가끔 꾼다. 집 뒷산 소나무 사이로 따발총을 멘 인민군이 내 뒤를 쫓아온다. 거의 잡힌다. “아이고 어머니!” 외마디를 지른다. 아내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눈을 떠보니 우리 집 침대 위다. 꿈이야, 고맙다.
 
재작년 컴퓨터 전문가인 조카에게 고향 집 주소를 세계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입력하라고 부탁했다. 깜짝 놀랐다. 고향 산천이 흑백으로 선명히 나타났다. 우리 집은 흰색으로 좀 크게 보였다. 개조한 것 같다. 월남한 아들이 있는 집이라고 몰수되고 노동당 세포 위원장이 사는지 모른다.  
 
집 앞 개울이 흰색으로 보인다. 개울가에 키위같이 좀 작은 복숭아가 익으면 먹을 만했다. 장마가 끝나면 꽃뱀이 복숭아나무에 매달려 일광욕을 즐겼다. 집 앞에 제방을 쌓아 만든 논에 세워놓은 볏단도 보인다. 집 옆에는 텃밭이 있고 붉은 흙 언덕에 칡넝쿨이 자랐다. 이른 봄에 가느다란 뿌리를 뽑아 씹으면 뱉을 것이 없이 달고 맛있었다. 집 뒤 약산에 올라가면 황금, 하수오(何首烏), 작약(芍藥)을 캐던 골짜기도 보인다. 우리 동네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보인다. 전시용 군사 보급 도로인 것 같다.
 
이 사진을 내 서재 벽에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고향 집을 방문한다. 지구는 노출되어 있다. 이제는 숨을 곳이 없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그와 참모들이 미 해군 특공대가 빈 라덴의 저택을 습격하던 광경을 본 기억이 있다. 이 시간에도 수십 개의 첩보위성이 하늘에서 각국 수뇌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첩보 위성이 한국의 DMZ도 부처님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다. 앞으로는 한국전쟁과 같은 기습작전이란 있을 수 없다. 인공위성의 첩보 작전은 세계대전 발발의 억지력이 될 수 있다.
 
전쟁은 억지되고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 공존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옛날 유대 민족은 포로생활 70년 만에 해방되었다. 우리 민족이 이산된 지 75년이 지났다. 하나님,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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