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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울 엄마

몇 년 전 ‘울 엄마’를 주제로 책을 만든 적이 있다. ‘울 엄마’는 우리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어머니, 얼마나 숭고하고 위대한 말인가.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말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세월의 흐름도 공간의 부피도 아랑 곳 없이 사랑과 그리움이 서린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계신다.  
 
책에 글을 쓴 이들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보다 불효를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글을 쓰기 전부터 어머니 하면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어머니 하면 마음이 찡하는 울림이 온다고 했다. 그렇다.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생명이시다. 만물의 근원이시다. 어머니는 우리의 빛이시다. 글을 쓴 이들은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는 밥을 안 드시고도 항상 배가 부르다고 하셨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항상 굶으셨다. 어머니는 자식의 아픔을 대신하려고 했다. 자식은 어머니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요새 자식들은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는 자연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보게 된다.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염낭거미가 있다. 염낭거미는 모성이 강한 거미로 알려져 있다.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나뭇잎을 말아 작은 주머니 모양의 둥지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알을 낳는다. 어미 거미는 새끼거미가 부화하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먹이로 내어준다. 그 희생적인 사랑은 어미만이 베풀 수 있는 위대함이다. 어미의 몸을 먹고 자린 새끼거미들은 둥지를 뚫고 나와 바람 따라 제 갈 길 찾아 흩어져 산다. 자식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고 조용히 사라져 가는 염낭거미는 우리 어머니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논우렁이가 있다. 우렁이는 자기 몸 안에 알을 낳고 부하가 된 새끼들은 제 어미의 살을 파먹고 성장한다. 어미 우렁이는 한 점의 살도 남김이 없이 새끼들에게 다 주고 빈껍데기로 흐르는 물길 따라 둥둥 떠내려간다고 한다. 그런 새끼 우렁이도 어미가 되어 알을 낳으면 같으리라 생각된다.
 
가물치는 우렁이와는 반대의 삶을 산다. 가물치는 수천 개의 알을 낳고 장님이 된다고 한다. 장님 가물치는 먹이 활동을 할 수 없어 굶주림을 참아야 하는데 이때쯤 알에서 부하가 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어미 가물치가 죽지 않도록 한 마리씩 자진해서 어미 입으로 들어가 먹이가 되어 준다는 것이다. 얼마나 애틋한 내용인가.
 
결국 어미 가물치는 새끼 덕에 다시 눈을 뜬다고 한다. 수천의 새끼 중에 생존 가물치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90%가 어미를 위해 희생을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얼마 전에 세상을 뜬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 그리워하면 뭐하리, 우리는 항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를 하면서 산다.

김일홍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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