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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최재천의 공부

동물 세계에는 선생님이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거기 있고 아이들이 보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먼저 가르치려고 덤벼들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촉진자가 되어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최재천·안희경 『최재천의 공부』   “엄마 침팬지는 실패하는 새끼 옆에서 자기 열매만 깨 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새끼가 엄마 침팬지 걸 뺏어 먹어요. 뺏기면 할 수 없지만 ‘배고프지? 엄마가 까줄게’ 그러지는 않습니다. 새끼는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서 먹으려고 엄마 침팬지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겠죠. 마침내 자기가 혼자서 탁! 깨 먹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자식의 실패를 안타까워하는 조급증이 결국 자식에게 독이 됐더란 얘기는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대 석좌교수가 대담 형식을 통해 ‘공부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결국 교육 문제로 귀결된다는 결론. “사회의 고통은 과목별로 오지 않는데 아직도 교실에서는 20세기 방식으로 과목별로 가르친다”는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도 인용한다. 20대 초반에 배운 것으로 평생 우려먹고 살 수 없는 평생교육 시대, ‘취미 독서’의 나이브함도 경고한다. “책은 우리 인간이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낸 발명품인데, 그 책을 취미로 읽는다? (…)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빡세게 하는 겁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최재천 공부 최재천 이대 엄마 침팬지 취미 독서

2024-03-27

[오늘의 생활영어] what's gotten into (someone)?; ~가 왜 저럽니까?

(Mike walks into the living room to talk to his mother Janice … )   (마이크가 엄마 재니스에게 얘기하려고 거실에 들어온다…)   Mike: What's gotten into Dad?   마이크: 아빠가 무슨 일이시래요?   Janice: He dropped a hammer on his foot.   재니스: 발 위에 망치가 떨어졌어.   Mike: How did he do that?   마이크: 어떻게 하다가요?   Janice: He was hanging a picture in the family room.   재니스: 패밀리룸에다 사진을 걸다가.   Mike: That sounds so easy.   마이크: 너무 쉬운 일인데.   Janice: You know your dad; he's all thumbs.   재니스: 아빠 알잖니 손재주 없는 거.   Mike: It must have him really hurt.   마이크: 정말 아프셨겠네.   Janice: It must have because he's still limping.   재니스: 아직도 걸을 때 저는 것 보면 아픈가봐.   Mike: Do you need some help?   마이크: 도와드릴까요?   Janice: Thanks but I'm almost finished.   재니스: 고맙지만 거의 다 끝났어.   Mike: Why didn't you hang it to begin with?   마이크: 처음부터 왜 엄마가 걸지 그러셨어요?   기억할만한 표현   * hang a picture: 사진을 걸다     "We hung all of the pictures in the living room."     (우리는 사진은 모두 거실에 겁니다.)   * (one) is all thumbs: 손재주가 없다 잘 떨어뜨린다     "Don't let Uncle John hold the baby. He'll drop her. He's all thumbs."     (존 삼촌이 아기를 안지 못하게 하세요. 아기를 떨어뜨릴 거에요. 삼촌은 워낙 서투르세요.)   * hurt (someone's) feelings: ~의 기분을 상하게 하다   "He had his feelings hurt so he won't talk to anyone."     (그는 기분이 상해서 아무하고도 아무 얘기안할 겁니다.)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 www.ciula.edu (213)381-3710오늘의 생활영어 whats 엄마 재니스 mike walks living room

2024-03-27

스쿨버스가 불길에 휩싸이기 직전 아이들 대피... 운전기사의 '엄마 본능'

 뉴올리언스의 한 스쿨버스 운전기사가 버스에 불이 붙기 직전에 재빨리 아이들을 대피시켜 칭찬을 받고 있다. 기아 루세브는 버스에 전원이 끊기기 시작했을 때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차를 세우고 잠시 후 지나가던 행인이 달려와 차량 아래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루세브는 곧바로 유치원생부터 8학년까지 학생들을 버스에서 내려 대피하도록 안내했다. 영상을 보면 순식간에 버스 앞쪽이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다. "우리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상을 볼 때마다 '와, 내 좌석에서 가장 먼저 불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고 루세브는 말했다. 루세브는 자신의 빠른 반응에 대해 '엄마의 본능'이라고 말했다. 루세브는 "저는 모성을 발휘했습니다. 저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생각했습니다"고 말했다. 루세브의 행동은 자신은 물론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의 아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루세브는 "아이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영웅이 되고 나 자신에게도 영웅이 된 것 같아 기뻤어요"라고 말했다.  스쿨버스 운전기사 스쿨버스 운전기사 엄마 본능 버스 앞쪽

2024-03-20

[문예 마당] 마음은 언제나 30대

“우리 새 가게 이름을 ‘Forever 31’으로 지으면 어떨까?”   나보다 딱 10살이 많았던 사장님의 부인과 직원들이 오손도손 점심을 먹는 시간이었다. 사장님의 부인은 항상 거침없이 대화의 주도권을 이어나가는 분이었다. 그날도 우리는 그녀의 말에 추임새를 넣으며 30분의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새로 오픈하는 의류 지점의 상호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가 화제였는데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가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그 당시 31살로 막내였던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굳이 서른 한살이 영원하다면 무엇이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나 혼자만 공감을 못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모두 40대 였던 동료 언니들은 미시족 고객이 대상인 만큼 그 이름이 좋다고 모두 맞장구를 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장님의 마지막 결정 과정에서 미끄러졌는지 새로운 가게 상호는 ‘포에버 31’이 아닌 다른 것으로 결정됐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나 내가 40대 중반의 나이가 됐을 때 문득 동료 언니들의 격한 호응이 떠오르면서 과거 나의 서른한 살 때가 많이 그리워졌다. 사실 당시에는 올망졸망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느라 내 30대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도대체 기억이 안 났다. 나는 주위 친구 가운데 가장 먼저 아이를 낳고 키웠다. 당시 독신주의를 외치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워하며 그렇게 의미 없이 10년의 세월이 지나간 줄만 알았다.   아이들에게 ‘어서 자라라’ 하며 시간이 달려가기만을 소망했던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세월은 비호처럼 날아가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어 돌아보니 내게는 30대 시절이 인생의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었다. 젊고, 순수했지만 웬만한 사랑 타령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시절이었다. 물론 신혼 초라 가끔 사랑싸움 때문에 며칠씩 다툴 때도 있겠지만 그 당시 남편은 금세 미안하다며 사과도 잘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런 사랑싸움도, 미안함도 필요 없는 척하면 다 아는 사이로 변했지만…. 지금은 결혼 초 투덜투덜 사랑싸움이 왠지 그립기도 하다.   나의 30대 시절, 아이들은 세상에서 엄마가 전부인 것처럼 나에게 의지했다. 13살 이후 사춘기가 와서 하루가 다르게 성숙해진 딸을 보며 낯설어진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내 30대는 끝이 났던 것 같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말끝에 “그때 해맑았던 너의 모습이 그립다”고 했더니 눈치가 빠른 딸이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영원한 36살이야”라고 한다. 딸은 엄마가 좋아하는 말인 걸 알기에 “항상 엄마는 늙지 않는 것 같다”며 립서비스를 해주곤 한다. 미용실에라도 다녀오면 무뚝뚝한 아들도 “오늘은 엄마가 좀 젊어 보이네”라고 한마디 툭 던진다.   교회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를 잠깐 한 적이 있다. 돌잡이 미만 아이들부터 5살 정도까지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이 30대였다. 그들을 대하면 마냥 밝고 이쁘게 보여 젊음이 참 부럽기까지 하다.   과거 20대 시절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옆에 있던 지금의 내 나이쯤 된 분이 수줍어하는 나에게 등을 밀어주겠다고 하시더니 “젊어서 좋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마 지금 똑같은 상황이 되면 나도 그분처럼 수줍어하는 아가씨 등을 밀어주며 똑같은 말을 할 것 같다.     가끔 30대의 엄마들이 어린 자녀와 함께 가는 뒷모습을 보면 예전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순수했던  예전 모습을 찾고 싶어서.     왜 나는 30대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까? 그때는 폴더용 휴대폰이라 사진도 많이 못 찍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나는 매일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다녔던 거 같다. 이제 아득한 아기 엄마 때의 시절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영원한 31세로 살아야겠다.   문득 거울에 보이는 새치 때문에 슬퍼하지 말고, 팔자 주름이 펴지지 않는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휴대폰 글자 크기를 키운다고 기죽지도 말아야겠다.   앞으로도 ‘포에버 40년, 50년’, 마음 먹은 대로 살면 되는 것 아닌가.  오늘 하루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며 즐겁게 보내야겠다. 이선경 / 독자문예 마당 마음 수필 아기 엄마 사랑싸움 때문 30대의 엄마들

2024-03-14

[수필] 시들어도 꽃은 꽃이다

‘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비뚤고. 거울을 보여줄까 꼬마 눈사람.’                     겨울이 되니 나도 모르게 이런 옛날 동요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은 아직 동심의 세계를 헤매고 있나 보다. 가끔 나는 내 나이를 잊어버리고 화장대에 앉아 보이는 여인의 얼굴이 낯설어지기도 한다.     언제부터 생긴 것인지 왼뺨에 희미한 반점이 여러 곳 보인다. 입술 언저리에는 아무리 화장품을 발라도 자글거리는 주름살들이 결단코 자리를 비켜 주지 않고 좌정하고 있다. 마음은 차마 청춘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이렇게까지 늙었다고 느끼지는 않았는데,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내 모습에 절망한다. 아! 이젠 아주머니가 아니고 할머니구나.  손자가 여러 명 있으니 진짜 할머니인 것은 틀림없지만, 누군가 할머니하고 부를 때면 나는 못 들은 척 한다. 나를 부르는 소리인데도….   사실 말이지 식당에 갔을 때, 웨이트리스가 “어서 오세요, 할머니” 보다 “아주머니”라고 할 때 좀 듣기가 괜찮다. 괜한 주착인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탱탱하던 볼이 호물호물해지며 때깔 곱던 손등에 굵은 심줄이 돋아 값비싼 반지를 끼워도 어색하기만 하여 보기 민망하다. 마음은 갓 잡아 온 물고기처럼 팔팔한데 마음과 몸이 함께 가지 않고, 마음 따로 몸 따로 놀면서 굵은 나태가 느직느직 거리는 몸이 한심스럽다.   젊은 날, 나이 많은 어른을 뵈면 저분들은 겉모습처럼 마음도 늙었겠구나 하고, 나는 절대로 저렇게 꼬부랑 할멈은 안 될 거야 했다. 그러나 세월이 누구를 차별하고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니고 나라고 팽팽한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느냐 말이다. 공연히 쓸데없는 권위의식 같은 것 부리지 않고 알량한 설교 따위로 젊은이들의 눈총 맞으며 꼰대 소리 듣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   그러면서도 쉽게 노여워하고 걸핏하면 삐지기를 잘하는 감정은  늙은이의 안쓰럽기까지 한 철딱서니 없는 옹졸한 감정인가 한다. 겉으로는 의젓하고,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노인네로 알아주기를 원하지만, 속마음에 똬리를 틀고 있는 외로움이나, 소외감은 나로서도 이해할 수 없는 열등감 같은 게 부글부글 끓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자고 마음은 늙지 않고 육체만 늙느냐 말이다. 안팎이 달라서 뒤집어 입을 수도 없는 옷처럼 때론 자신도 난감할 때가 있다. 어느 날, 아들하고 백화점에 갈 기회가 있었다. 잡동사니들을 사고 난 후, 한 편에 한국산 옷들이 걸려 있기에 발길을 그쪽으로 돌렸다가 브래지어를 한 개 샀다. 계산대를 지나 걸어 나오던 아들이 “엄마도 그게 필요해요”라고 했다. 늙은 엄마는 이젠 여자도 아닌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주름이 자글거리는 엄마, 허리까지 약간 휘어진 늙은 여인, 아들 눈에는 엄마가 중성으로 보이겠지 하면서도 섭섭했다. 마음만 이팔청춘이면 뭘 해, 비싸고 예쁜 옷으로 휘감고 덕지덕지 화장품 떡칠을 해도 자글거리는 터키 목주름은 ‘늙었다고’ 나팔 불고 있잖은가.     지금은 성형외과에 가서 재건축하여 몇십 년 젊은 사람으로 둔갑도 한다지만, 고린 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여염집 여인이 살, 기름 빠져 주굴 거리는 얼굴에 많은 돈 들여 재포장하는 일이 그리 쉬운가.         하나님이 인생을 그만큼만 살고 오라고 정하신 기한이 있을 거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면 육신이 힘을 잃고 살가죽은 찌그러지고 힘도 빠진다.     뉴질랜드 산 사슴뿔로 만든 명약을 먹어도 나이는 숨길 수 없다. 새해 인사가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다. 그 소리가 전에는 고맙고 듣기 좋았는데 나는 그런 소리가 별로다. 오래 건강하면 다행이지만, 낡은 뼈는 삐끗거리며 피둥거리던 살갗은 부대조각처럼 퍼석거린다. 거기다가 더 늙어 대소변을 못 가려 남의 손에 의지해야 한다면 죽는 것만 못하다. 너무 오래 살면 우선 자식들에게 부담을 준다. 아니면 양로원에 가서 하늘만 쳐다보고 누웠다, 앉았다 할 꼴을 상상하면 치가 떨린다.   옛날엔 육칠십만 살아도 환갑,진갑 다 지나 장수했다고 하고 적당한 때에 죽었으니 가는 이나 보내는 이나 모두 섭섭하고 슬픈 아름다운 이별을 했었다. 그러나 늙은이가 백 살을 살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장수라는 것은 좋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좀 아닌 것 같다.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하는 덕담이 듣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아는 분이 어떤 이해득실에 걸린 재판에서 졌다고 했다. 그래서 그분은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했다고 한다. ‘백삼십 살까지 살면서 잘해 보라고’     그 말은 저주였다. 쭈그러들고 청포묵처럼 흐물흐물해진 넓적다리가 지탱해주고 있는 몸, 힘은 빠졌어도 마음은 따라서 늙지 않고 남은 생을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 살아가는 늙은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자식들은 엄마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그냥 엄마일 뿐이다.  김명선 / 소설가수필 엄마 허리 꼬마 눈사람 터키 목주름

2024-02-29

[이 아침에]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

“로렌 엄마가 돌아가셨대.” 딸아이는 가장 친한 친구 엄마의 죽음을 허망한 목소리로 알려왔다. 이웃에 살던 로렌과 딸은 같은 중학교에 다니면서 친해졌다. 아침에는 우리 집에서 두 아이를 학교까지 태워줬고, 집에 올 때는 로렌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로렌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멀리 이사 갔다. 로렌의 부모가 일하는 마켓이 토팽가이기에 진작에 이사를 하였어야 했는데, 로렌이 대학 갈 때까지 기다렸단다. 대신에 그동안 로렌 부모는 토런스에서 토팽가까지 매일 그 먼 거리를 출퇴근해야 했다. 샌타모니카를 지나 말리부로 이어지는 태평양 연안 도로에서 우들랜드힐스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동네가 토팽가다.     로렌의 부모도 여느 한인 이민자들처럼 토팽가에 있는 마켓에서 성실히 일했다. 그 가게는 일 년 열두 달 문 닫는 날이 없었다. 추수감사절에도, 성탄절에도, 새해 첫날에도 그 마켓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바깥출입을 삼갈 때도 그 가게에만 가면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일한 덕에 집도 장만했고, 로렌도 대학생이 되어 조금 삶의 여유를 누릴 만 하게 되었는데 암이 발견됐다. 수술을 받기에 너무 늦었다고 했다. 병원에 몇 번 들락거리는 사이에 손쓸 틈도 없이 로렌 엄마는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황망하게 하늘나라로 떠났다.     장례 예배의 집례를 맡았다. 가족들은 장례식장에 그리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장례를 조촐히 치르길 원했다. 그러면서 혹시 토팽가에서 가게 손님들 몇 명이 올 것 같은데,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장례 예배가 시작되자 예배당은 토팽가에서 온 가게 손님들로 가득 찼다.   장례 예배 중간에 혹시 고인과의 기억을 나눌 분이 있으면 나누어 달라고 부탁했다. 여러 사람이 나와 고인과의 추억을 나누었다. 그들은 대부분 로렌 엄마가 일하던 마켓의 손님들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로렌 엄마의 미소를 잊을 수 없다고 했고, 자신들을 손님이 아니라 가족으로 대해주었다고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들이 고마웠다. 토팽가에서 장례 예배가 드려지는 로즈힐까지 한 시간 넘게 달려와서 평생 열심히 일만 하다 떠난 한 이민자의 삶을 기억해 주는 그들이 너무도 고마웠다. 그들에게 가족을 대신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당신들 때문에 그녀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알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로렌 엄마가 일하던 토팽가는 태평양 연안에 살던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의 언어로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토팽가가 샌타모니카 산맥 중간에서 태평양 바다를 마주 보고 있기에 그런 멋진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마흔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로렌 엄마에게 토팽가는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만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곳은 아니었을까? 아니 우리가 사는 바로 그 자리가 삶과 죽음이 만나는 경계일지도 모른다. 삶은 영원하지 않고, 언제든 죽음으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 경계를 지나는 발걸음은 조심스러워야 마땅하다. 인생의 가장 큰 신비인 삶과 죽음을 사이에 두고 걷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도 삶과 죽음의 경계인 인생길을 잘 걸어야겠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바다 로렌 엄마 태평양 바다 대부분 로렌

2024-01-31

한인 작가, 아픈 세상을 보듬다…“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배우 겸 래퍼인 한인 아콰피나의 연기력과 존재감을 세상에 알렸던 영화 ‘페어웰’(2019)로 주목받았던 룰루 왕 감독 연출의 미니시리즈 ‘엑스팻츠’는 한인 소설가 재니스 리가 4명의 자녀를 기르면서 체험한 모성애를 바탕으로 5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 ‘The Expatriates’(2016)가 원작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 또는 주재원을 뜻하는 ‘Expats’는 홍콩에 거주하는 3명의 미국 여성에 관한 6부작 드라마다.     역사의 전환점인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2014년경의 홍콩. 아메리칸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신분, 가정환경, 성장 배경, 경제적인 여건 등이 판이한 세 명의 여성이 우연히 만나 서로 교류하며 각자 삶에 영향을 미치면서 극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그린다.     뉴욕 퀸스 출신의 한인 2세인 머시(유지영)는 컬럼비아대 출신임에도 임시직을 전전하다 새 출발을 다짐하며 홍콩으로 건너온 24살의 싱글 여성이다. 우아한 중년의 백인 여성 마거릿(니콜 키드먼)은 배려심 많은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3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마거릿의 이웃인 힐러리(사라유 블루)는 상속받은 유산으로 부를 누리고 있지만 아이를 낳지 못해 고여있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마거릿의 남편은 머시에게 육아 도우미를 부탁하고 머시는 힐러리의 남편과 관계를 맺는다. 그러던 중 마거릿의 막내아들이 실종된다. 마거릿 부부와 머시는 일생일대의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함께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토록 아기를 갖고 싶어하지만 임신이 불가능한 힐러리, 그녀의 남편과의 관계로 원치 임신을 하게 되는 머시,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버려 일상이 뒤엉켜 버린 마거릿, 이들은 씨줄과 날줄이 서로 교직하듯 한동안 서로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만남을 이어간다.   세 여성의 각기 다른 정체성과 관점, 그리고 가족 간의 깨어진 관계들. 모성애의 슬픈 한 구석, 그들의 지친 영혼과 비극 뒤에 찾아오는 용서와 화해. 그러나 이 모든 걸 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면.   “내 새끼가 애를 낳는다고. 다 괜찮을 거야, 엄마가 있잖아. 이제 애 생각해서 밥도 잘 먹어야 해.”     어머니의 이 한마디에 부서지고 깨어진 머시의 영혼이 위로받는다. 드라마는 그 모든 답 없는 상태의 모성의 오류들에 한국적인 정서로 답을 제시한다. 머시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임신한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태어날 생명을 축복으로 안아줄 준비에 분주하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한인 엄마 한인 소설가 여성 마거릿 한인 작가

2024-01-26

[글마당] 사찰 가는 길

“돈 잘 버는 너희들도 경비 쓰며 엄마와 아빠 데리고 여행할 수 있지 않니?”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돈을 대고 여행하면 지금처럼 즐겁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분이 언짢아지며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대답이다. 나도 친정아버지와 여행할 때 아이들과 같은 마음이었기에 누구를 탓하랴. 다 내 탓이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2시간 30분 만에 부산 서면에 갔다. 첫날부터 남편은 해물탕집으로 가자고 우겼다. 뉴욕서 맛본 해물탕과는 모습도 맛도 달랐다. 온갖 해물을 넣은 커다란 솥이 불에 올려졌다. 살아 숨 쉬는 해물들이 움직거렸다. 아줌마가 가위로 꿈틀거리는 낙지를 몬도가네식으로 마구 잘랐다. 우리는 식욕을 잃고 조용해졌다. 남편 혼자서 부어라 마셔라, 신나서 떠들었다. ‘아빠가 여행경비를 다 지불하니까.’ 아이들은 서로 말하며 아빠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KTX를 타고 30분 만에 경주에 갔다.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둥근 거대한 왕릉이 신기했다. 세상천지에 이런 모습의 고적지는 없을 것이다. 선조들과 지나친 전생을 둘러보는 느낌이랄까? 숙연해졌다. 안압지를 둘러보고 숲속에 누워 쉬려고 했다. 불국사는 꼭 봐야 한다고 급히 불국사로 향하는 남편 등에 대고 “아이고 여행은 고행이구나!” 내가 외쳤다.   불국사에 도착하자 엄마 따라 절에 들락거리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엄마와 스님이 한동안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면 엄마가 시줏돈을 내밀었다. 스님은 우리 가족 이름이 적힌 등을 천장 밑에 매달았다. 나는 옆에서 엿듣다가 스님이 바쁜 틈을 타서 “엄마, 왜 스님에게 돈을 듬뿍 주는 거야?”하고 끼어들었다.     “어른들이 하는 일에 조그만 것이 참견이나 하고.”   야단맞고 사찰 마당으로 쫓겨나 반찬 두 가지와 국이 나오는 맛있는 절밥을 기다리며 우리 엄마 예쁜 하얀 고무신을 다른 사람이 신고 갈까 봐 지키며 놀았다.     그 옛날 엄마와 갔던 사찰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월 초파일도 아닌데 절 안이 무지개색으로 울긋불긋, 절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을 정도로 현란하다. 마당 이곳저곳에 신자들의 이름이 적힌 꼬리표가 달린 국화 화분이 널려있다. 지붕 밑은 말할 것도 없고 마당에 기둥을 세우고 화려한 깃발들이 하늘을 가렸다. 곳곳에 보살들이 앉아 시주받았다. 그들을 관리하는 우아한 보살이 시주할 만한 사람들을 눈여겨보는 모습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비즈니스 하느라고 바빴다.     어제 갔던 양산에 있는 통도사도 야단법석이어서 사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그나마 개울을 끼고 걷는 통도사 가는 길은 좋았다. 한적한 흙길을 신발 벗고 걸었다. 발바닥이 무척 아팠지만, 몸에 좋다길래 해봤다. 막상 사찰에 들어서니 불국사와 마찬가지로 무지개색 난발이 눈살을 찡그리게 했다. 물론 금전 없이는 사찰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건물이 가릴 정도로 시주를 받은 쪽지가 사방팔방에 나부끼는 데는 사진에서 본 고적한 사찰 모습과 전혀 달랐다. 하기야 그 오랜 수난의 세월을 버티며 향화를 지킨 것만으로도 만족해야겠지?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사찰 사찰 마당 사찰 모습 옛날 엄마

2024-01-12

[독자 마당] 엄마의 일기

막내가 6년째 투병 중이다. 외국 여행을 갔다 쓰러져 의사의 소생 불능 진단을 받았지만 형제들이 지극 정성으로 미국에 데려왔고 1년여의 재활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후유증은 심각하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호전될 기미는 없다. 더 큰 문제는 내가 90세를 바라보는 고령이다 보니 그 아이를 보살피기가 점점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내의 투정은 여전하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먹지 않고 몸에 해로운 것만 찾는다. 약도 먹기 싫은 것은 골라내 놓는다. 야단도 쳐보고 달래도 보지만 효과가 없다. 당뇨가 심해 저혈당이 올까 봐 굶겨서는 안 되니 식사 때면 아기 다루듯 애가 탄다.   그러나 형제들은 입장이 다르다. 아이 비위만 맞추니 점점 더 버릇이 나빠져 엄마만 고생한다고 도리어 타박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무능한 엄마의 행색이다.     며칠 전부터 어깻죽지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점점 심해져 온 등으로 퍼지고, 이어 목과 머리까지 올라왔다. 서 있기도 힘들고 어지럽기도 하다. 혈압도 높아졌다.     결국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X레이부터 온갖 검사를 다 했다. 그런데 심장도 폐도 머리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결론은 스트레스성 신경 근육통이라고 했다.  주치의는 힘든 일 하지 말고, 좀 쉬면 회복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은 소소한 집안  일 정도다.  빨래는 세탁기가, 밥은 전기밥솥이 해 주고 집 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사람이 온다. 내 일은 막내 돌보고 화단에 물 주는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마음과 생각은 온통 막내 곁에 맴돌고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임을 깨달았다. 아무리 생활 환경이 편안하고 편리해도 마음에 짐이 있다면 어깨를 짓누르는 그 무게감이 스트레스라는 강적으로 다가온다.  노영자·풋힐랜치독자 마당 엄마 일기 스트레스성 신경 심해 저혈당 병원 응급실

2024-01-09

"아이 넷 엄마…도와줘요"…팻말든 걸인, 사기 조직원

프리웨이 진입로에서 동정심을 자극하는 문구가 적힌 팻말로 도움을 청하는 걸인들이 범죄조직의 일원일 수 있다고 당국이 경고하고 나섰다.   5일 NBCLA뉴스에 따르면 어바인 경찰국은 주민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사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어바인 스펙트럼 내 타겟 매장에서 한 여성이 가짜 EBT(Electronic Benefits Transfer)카드로 아기 분유 40통을 구매하려다 적발됐다.   가짜 EBT카드는 보통 여러 개의 서로 다른 기프트카드나 다른 사람들의 도용된 카드들로 만들어진다고 당국은 전했다. 특히 아기 분유의 경우 소매 범죄 조직들에 인기 아이템으로 도난이 많다고 설명했다.   더 문제가 된 것은 이 여성의 차 안에서 발견된 팻말이었다. 경찰이 여성의 차를 수색하면서 발견한 팻말에는 “장미를 팝니다. 음식을 위해 도와주세요. 4명의 아이를 둔 엄마. 신의 축복을!”이라는 구걸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한 차 안에서는 4000달러의 현금도 함께 발견됐다.   어바인 경찰국 캐리 데이비스 서전트는 “여성이 주로 프리웨이 오프 램프나 랄프스 등 마켓 주차장에서 사람들에게 돈을 요구할 때 썼던 팻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용의 여성은 절도 및 신원 도용 혐의로 이날 체포됐다.   당국은 이 여성 용의자가 ATM 스키밍(skimming) 수법으로 허위 EBT 카드를 만드는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보고 있으며, 해당 조직원들 역시 여성처럼 구걸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도 같은 타겟 매장에서 허위 EBT카드로 아기 분유 구매를 시도한 사건이 재차 발생해 현장에 출동했다고 전하면서 사건의 배경과 연루된 인물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데이비스 서전트는 “음식과 같은 물품을 제공하거나 비영리 단체에 기부함으로써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또 정신건강 커뮤니티헬스팀에 연락해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수아 기자조직원 엄마 걸인 사기 해당 조직원들 사기 범죄

2024-01-05

[이 아침에] 88세 할머니의 덕질

한국의 동생이 카톡을 했다. 가수 임영웅이 필리핀에서 상을 받는데 엄마가 거기에 가고 싶어 해서 고민이란다. 동생은 아이들 방학을 맞아 취소할 수 없는 여행계획이 있다나. 개인 콘서트라면 나라도 한국에 나가 모시고 가겠지만 수상식이라니 노래 한두 곡 하는 것이 다일 텐데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핑계를 찾는다. 동생에게 부모님 시중을 떠맡겨 온지라, 마음이 개운치 않다.     콘서트에 몇 번 가본 후 엄마의 덕질은 시작됐다. TV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란다.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피케팅(피가 튀는 전쟁터와 같이 치열한 티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속도로는 어림도 없고 광속을 자랑하는 피시방에서 ‘피케팅’을 해야 한다.     서울에서 표를 구하기는 불가능했다. 미국은 조금 수월해서 LA공연 표를 구해 다녀가셨다. 암표 살 돈이면 우리도 만날 겸 미국에 오는 게 훨씬 경제적이란 계산이다. 가수의 팬클럽 ‘영웅시대’에서 나온 하늘색 후드티를 입고 행여 깨질까 여러 겹 조심스레 싸 온 응원봉을 꺼낸다. 응원봉은 공연장 필수 아이템이라 비싸지만 계속 사용할 테니 샀단다. 평생 엄마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우리는 깔깔 웃었다. 거울을 보며 희미한 눈썹을 새로 그리고 립스틱을 바른 후 공연장인 코닥극장으로 갔다.   엄마는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돌아가실 때까지 혼자 돌볼 만큼 건강하지만, 구순을 바라보는 노인이다. 등도 굽고 쪼그라든 엄마에게 세월이 보여 안쓰러웠는데, 덕질을 시작하며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힘들어하던 스마트폰 사용도 가수의 팬이 되면서 금세 익혔다. 여러 유튜버에게 얻은 정보를 지치지 않고 부지런히 전한다. 노래 실력도 좋지만, 예의 바르고 성품이 훌륭하다고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일찍 혼자되어 고생하며 외아들을 키운 가수의 엄마와 가수가 대견하고 애틋하단다.   나이 들며 재미있는 일도, 감동할 일도 줄고 매사에 시큰둥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엄마를 보면 나이는 진정 숫자에 불과하다. 아버지 떠난 빈자리를 손주 나이의 가수가 채워서 허전함을 위로받는다. 누구보다 사리 분별 명확하고 이성적이던 엄마의 뒤늦은 덕질이 당황스럽다.     나는 팬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에도 흔하던 브로마이드를 벽에 붙여본 적 없고 하다못해 연예인 얼굴을 코팅한 책받침도 없었다. 요즘 유행하는 BTS의 인기곡이 무엇인지 멤버가 몇 명인지 당최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메마른 내가 비정상인가. 내가 몰두할 열정과 호기심은 어디 있을까.   세월은 얼굴에 주름살을 남기지만 우리가 열정과 흥미를 잃을 때 영혼이 주름지게 된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어려운 일 있을 때마다 항상 뜨거운 응원과 격려로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주던 씩씩한 엄마,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부디 아프지 말고 계속 영웅이를 벗 삼아 오래도록 우리 곁에 계셔주세요. 최숙희 / 수필가이 아침에 할머니 덕질 가수 임영웅 평생 엄마 스마트폰 사용

2023-12-20

[중앙칼럼] 평범한 엄마를 왜 욕하나

요즘 한 여성을 두고 세간에서는 말이 많다. 잘못된 교육으로부터 자녀를 지키려는 헌신적인 어머니일까, 극우적 가치관에 물들어 편견에 사로잡힌 여성일 뿐일까.   LA타임스가 최근 치노밸리통합교육구에서 교육위원으로 활동 중인 소냐 쇼(41)를 상세히 소개했다. 평범한 주부인 쇼는 최근 보수 학부모 운동을 이끌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쇼는 자신을 교육적으로 열성인 엄마를 의미하는 ‘사커 맘(soccer mom)’이라고 소개한다. 지난해 11월 치노밸리통합교육구의 교육위원으로 선출된 쇼는 자녀의 성 정체성에 대한 학부모의 알 권리를 지켜내는 데 공을 세웠다.   주 정부 입장에서 쇼와 같은 사람은 눈엣가시다. 가주 법무부는 쇼가 지켜낸 학부모의 권리를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여겼다. 쇼가 속한 치노밸리통합교육구를 상대로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쇼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반된다. 좌파 진영은 쇼를 다문화적일 수밖에 없는 공립학교 시스템에 반정부, 반성소수자 사고방식을 주입하는 기독교 복음주의의 하수인 정도로 헐뜯고 있다.   LA타임스도 이러한 쇼를 두고 “극우 기독교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읊는 앵무새인지, 잔 다르크와 같은 인물인지는 논쟁이 있다”고 했다. 분명한 건 좌 편향적인 현 상황을 개탄하는 보수 학부모들의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데 있어 쇼가 중심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쇼는 정치적 이념과 관계없이 자신의 선택은 성경적 가치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할 뿐이라는 소신을 밝히고 있다. 쇼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누구를 위해 행동하고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며 “사람들은 어느 쪽에서든 화를 낼 수 있지만 나는 하나님께 대답해야 하고 그분 앞에 무릎을 꿇을 뿐”이라고 말했다.   평소 쇼는 신실한 기독교인답게 다정하고 친근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LA타임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주변의 평도 좋다. 이 때문에 반대 측에서는 쇼가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 쉽게 말해 친근하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이미지를 가진 쇼가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그만큼 두려워하고 있다.   왼쪽 진영의 이들은 쇼가 정교분리의 원칙을 거부하고 성 소수자에 대한 수십 년간의 진전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극우 진영의 아젠다를 밀어붙이면서 교육구 내 건물 수리, 교사 충원 등 다른 중요한 이슈들은 묻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쇼를 깎아내리고 있다.   쇼는 교육위원에 선출되기 전 평범한 인물이었다. 건설 현장 감독관인 남편과 결혼한 지 17년째로 두 딸을 두고 있다. 쇼 역시 학창 시절 치노밸리통합교육구내 아얄라 고등학교에 다녔으며, 현재 갈보리 교회에 출석 중이다. 이력만 보면 그야말로 보통사람이다.     쇼는 “이전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팬데믹때 자녀가 계속되는 학교 폐쇄로 원격 학습을 하는 것을 보며 좌절감을 갖게 됐다”며 “그때 다른 부모들과 연대하기 시작했고 학부모 단체를 만들어 교육구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진보 측 사람들은 온갖 비난을 쏟아내며 폄훼하고 있지만 정작 쇼가 학부모 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하다. 자녀 교육에 대한 최우선 권한은 정부가 아닌 학부모에게 있다는 원칙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성전환자에 대한 혐오나 동성애 문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학부모 운동을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종교적 신념을 공립학교에 강요하려는 것도 아니며 단지 부모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쇼가 가장 우선 가치로 삼는 것은 ‘가족’이다. 정부가 가족이라는 기본 단위를 무시하고 자녀를 통제하겠다는 행위에 대해 반대할 뿐이다.   무엇이 정치적 올바름인가. 쇼와 같은 사람들은 많다. 그들에 대해 옳고 그름을 재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주어진 적이 없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다. 포용과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내러티브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선택적이고 편협하다. 사실상 자신들의 입장과 다르면 배척하고 비난한다. 그 지점에서 심각한 모순이 발견된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욕하나 엄마 학부모 운동 보수 학부모들 학부모 단체

2023-12-19

[삶의 뜨락에서] ‘H 마트에서 울다’를 읽고

‘H 마트에서 울다’를 읽었다. 뉴욕타임스에서 60주 이상 인기 자리를 지켰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천했고 아마존 2021년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가 미셸 자우너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녀가 9개월 되었을 때 미 북서부 오리건주에 있는 유진이라는 소도시로 이사를 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업주부였고 아버지는 차 판매원으로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고 어머니와 함께 한 해 걸러 한국을 방문하면서 친척과 잦은 교류로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미셸은 학교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그녀는 격랑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그들의 모녀 관계는 점점 더 얽혀간다. 대학은 가능한 부모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Bryn Mawr, Pennsylvania를 택했다. 전공은 문예창작과 영화였지만 전공을 살린 직장을 얻지 못했다. 대신 조그만 밴드를 결성해 크게 성공할 날만을 기다리면서 여러 가지 파트타임 직장을 뛰던 중 어머니의 췌장암 4기라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녀 나이 25, 어머니는 56세였다.     미셸은 모든 일을 제쳐 놓고 유진에 계신 엄마한테 달려간다. 그로부터 6개월 동안 그녀는 엄마 곁에서 극진하게 간호한다. 엄마는 첫 항암 치료를 받고 심신의 고통과 쇠약을 경험한다. 미셸은 어린 시절 엄마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음식을 기억해 내어 한국 식품점에서 재료를 구해 유튜브를 보며 맛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엄마는 구토와 구강 점막의 궤양으로 입맛이 없을뿐더러 먹은 음식까지 다 토한다. 그래도 미셸은 엄마와의 관계를 이어준 연결고리가 한국 음식이었음을 깨닫고 엄마와 어렸을 적에 함께 즐겨 먹었던 음식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음식은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음식은 인간에게 원초적인 기쁨을 주는 원천이자 한 민족을 하나로 엮어주는 응집력이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 주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정체성을 확인한다.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정을 나눈다. 음식을 통해 향수를 달래고 우애를 다진다.     결국 엄마는 2차 항암 치료까지 시도해 보았으나 실패하고 만다. 미셸은 절망의 심연에서 허우적댄다. 엄마의 병마는 아주 이미 그녀를 거의 다 삼킨 상태여서 음식 섭취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미셸은 엄마에게 반짝이는 생의 환희를 선물하기 위해 서둘러 결혼식을 치른다. 그 덕택에 엄마는 그녀의 외동딸인 미셸을 위해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한 줌의 에너지까지 아껴 쓰며 조촐하지만, 성대한 결혼식에 참견하게 된다.     2주 후에 엄마는 조용히 숨을 거둔다. 책을 덮고 상념에 젖는다. 미셸이 겪은 상실은 아주 최악은 아니다. 나는 중환자실에서 그보다 더 불행한 상황을 많이 보아왔다. 더 젊은 나이에 더 어린아이들을 두고 갑자기 떠난 경우도 많이 있었다. 나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래 머문 이유를 생각해 본다. 엄마가 병마와 싸워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계속 지켜보면서 자신의 무력감과 상실감을 한국 음식을 통해 위로하고 구제하려는 절절한 노력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엄마는 한식을 통해 그녀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미셸은 그녀가 받은 사랑을 하나하나 실험해 보이면서 끝까지 엄마의 임종을 지켰다. 한국 음식의 종류나 조리법도 제법 구체적이어서 독자가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상했다. 비한국인이라면 그 과정에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할 만하다.     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졌음에도 아버지와 관계 회복, 남편 그리고 시집 식구들과의 관계 또한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성숙함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요즘에는 여러 방면에서 한류가 트랜드다. K pop, K drama, K beauty, 한식 등 우리 한국인의 자질이 자랑스럽다. 아쉬운 점은 2세로서 미국 생활에 적응해 나가면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아들, 딸들은 과연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마트 한국인 어머니 한국 음식 시절 엄마

2023-12-15

[이 아침에] 엄마 산타클로스

아빠의 사업이 몇 번 망했다. 급기야 우리는 작은 사글셋방으로 이사했고, 엄마는 일을 다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80년도 한국 사회에서 특별한 경력 없는 전업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주로 식당이나 가게 일이거나 가사 도우미 정도였고 그마저도 매일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루는 엄마가 구슬 보따리와 옷더미를 가지고 왔다. 동네 아줌마가 아는 봉제업자에게서 하청받은 일감이었다. 한눈에 봐도 비싼 옷 위에 도안대로 비즈와 스팽글과 구슬을 꿰어 투명 실과 비단용 바늘을 이용해 수를 놓은 것이었다. 작은 금박과 은박의 납작한 메탈 비즈와 장식용 진주 구슬은 전깃불 아래서 반짝였다.   처음 몇 벌은 서투르셨지만, 나중에는 TV를 보면서 일을 하실 정도로 솜씨가 좋았다. 일한 대가로 옷 하나에 아마 10원 정도 받지 않으셨나 싶다. 어느 날은 주문이 밀려서 엄마는 거의 밤새 구슬을 꿰어 옷을 만들었다.   엄마가 완성한 옷을 보며 아줌마는 “내가 만든 옷보다 낫네”라고 했다. 이 말은 엄마가 들은 칭찬 중에 제일이었다. 엄마는 이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시며 복잡한 디자인을 완성해 갔다.     곧 펴질 것이라는 아빠의 말과는 달리 집안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크리스마스는 다가오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은 상상도 못 했다. 아니 이건 사실이 아니다. 내심 크리스마스 선물로 갖고 싶은 물건은 있었지만, 집안 형편을 알기에 감히 사달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어떤 상자가 만져졌고, 후다닥 일어났다. 빨간 모자를 쓴 산타클로스 포장지로 포장된 상자였다. 입이 절로 벌어지면서 포장지가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열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헬로키티 인형이었다. 갖고 싶던 쇼윈도에서 보던 큰 인형이 아닌 손바닥 두 배만 한 인형이었다. 하지만 크기는 문제가 되질 않았다. 얼른 가슴에 품었다. 쪽문을 열고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이거 보라며 활짝 웃었다.     이 소리에, 자던 동생이 눈을 떴다. 졸린 눈을 비비며 깨던 동생이 상황판단을 하는 데는 2초도 걸리지 않았다. 당황한 동생이 “내 것은?”이라고 크게 소리쳤다. 옆에서 신문을 읽던 아빠가 웃으며 동생의 머리맡을 가리켰다.   역시 작은 상자가 있었다. 신이 나서 포장지를 찢는 동생을 힐끗 곁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동생이 무슨 선물을 받았었는지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짐작하건대 동생이 갖고 싶어하던 로버트 태권 브이 장난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의 신경은 오직 품에서 사랑스럽게 웃고 있는 작은 헬로키티 인형에 쏠렸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지나고 보니 그 또한 반짝이는 추억이다. 오늘 엄마에게 전화해야겠다. 그 크리스마스를 기억하실까.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산타클로스 엄마 엄마 산타클로스 산타클로스 포장지 크리스마스 선물

2023-12-06

손맛 주무름으로 효도하세요…"엄마 아프지 마요~"

어릴 적 고사리 손으로 할머니 다리를 주물러 드렸던 기억이 난다. "아이고 시원해라" 흐뭇해하시던 것이 눈에 선하다.     세월이 흘러 당시의 할머니 나이가 된 나의 어머니. 다리가 아픈 듯 종아리를 두드리는 엄마의 모습이 못난 자식의 가슴팍을 후벼판다. 어릴 적 내가 할머니를 주물러 드린 것 같이 누가 퉁퉁 부은 어머니 다리를 시원하게 주물러주면 좋을 텐데…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마음 한구석이 짠하고 애틋하다.     중앙일보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핫딜'이 선보이는 '휴비딕 MD-100 무선 다리 마사지기'는 밤낮 할 것 없이 자식들을 대신해 어머니 다리를 정성껏 주물러주는 인기 효도 가전이다. 무겁고, 뭉치고, 뻐근하고, 퉁퉁 부은 다리를 실제 손으로 주무르듯 구석구석 마사지해준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제품을 펼친 뒤 종아리를 올리고 버튼이 오른쪽을 향하도록 제품을 착용하면 된다. 전원 버튼을 3초간 눌러 제품을 켠 뒤에 버튼을 눌러 공기압, 온열, 진동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마사지 모드는 슬림 모드, 주무름 모드, 순환 모드 등 총 세 가지다. 슬림 모드는 짧은 간격으로 공기압을 넣어주면서 가볍게 마사지하고, 주무름 모드는 공기압 넣는 시간을 좀 더 길게 잡아 보다 묵직하다. 마지막으로 순환 모드는 가장 오랜 시간 공기압을 넣으면서 강력한 마사지를 선사한다.     휴비딕 MD-100 무선 다리 마사지기는 또한 2단 온열 모드를 통해 따뜻한 온열 케어를 지원한다. 따뜻한 온기가 뭉친 근육을 푸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내부 재질은 통기성이 우수한 메시 재질로 제작되어 사계절 내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휴비딕 MD-100 무선 다리 마사지기는 한눈에 보이는 LED 디스플레이와 직관적인 버튼, 한국어 음성 안내, 15분 자동 타이머 기능을 적용해 시니어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2023년이 마무리되는 지금, 휴비딕 MD-100 무선 다리 마사지기를 선물하며 효자 효녀가 되어보자. 좌우 다리 구분 없이 착용 가능하지만 동시에 양다리 마사지를 원할 경우 수량을 2개 구입해야 한다. 핫딜에서는 연말을 맞이하여 휴비딕 MD-100 무선 다리 마사지기 2개 콤보를 $89.99에 무료배송으로 구매가능하다.    ▶문의:(213)368-2611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  핫딜 약손 엄마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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