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거꾸로 가는 열차
시
눈꺼풀이 닫혀지고
오소소 잠이 열린다
파랑색 구두를 신고 플랫폼에 오르다
달리는 역과 역 사이
그 거리만큼의 각질이 떨어져 나가고
손등위로 솟은 붉은 힘줄이
어려진 세포로 숨었다
소금 냄새 진한 이국땅 어느 역에선
아무도 수거해 가지않는
예쁜 병 하나 가슴에 올라탔다
밤을 하얗게 몰아낸
향수를 가진 놈
또 달렸다
세월이 짧다고 내가 말했었나
지나온 역들이 무수히도 많은데, 아직도
열차안에 나는 있네
삐이익 레일에선 엄마 관절
닳는 소리
아아, 키가 작아지고 있어
볼이 통통 차오르는 걸 느껴
심장이 밀고 나와
단발머리 내가 보여
저만치 까까머리 소년이 손을 흔들어
황급히 잠이 닫히고
눈꺼풀이 열린다
파랑색 구두를 벗었어
지금, 뛰어내려야 해
거꾸로 가는 열차에서 지금
홍유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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