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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소름 끼치는 지구 재앙

탈 성장만이 지구의 재앙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믿고 있는 나라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경제 부흥만이 살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유럽의 몇 나라들이 애를 써왔지만, 그들이 가난해지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신의 경지까지 오른 황금만능의 위력 앞에서 지구 온난화는 하찮고 귀찮은 걸림돌일 뿐이다. 풍요로움에 길든 이 습성은 변화될 기미가 거의 없다. 귀담아듣고 볼 수 있는 능력보다 쾌락과 흥미 위주의 발포성 흥분을 더욱 탐하는 문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존층의 파괴로 가뜩이나 빈곤층이 많은 아프리카에서는 기후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기후 과학자들은 하늘을 거미줄처럼 누비는 항공노선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항공기들이 내뿜는 일산화탄소가 기온 상승과 오존층 파괴의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무관심하다 못해 오히려 항공여행을 자랑거리로 여기지 않는가?     크루즈 선박 한 척이 운항할 때 자동차 4300대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량이 생긴다. 한해 두세 번은 크루즈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사람도 있으니 죄에 해당되는 업을 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15세 때 피켓을 들고 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전 세계 청소년들과 공유하게 된다. 그녀의 엄마는 유럽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였기 때문에 자주 항공 여행을 했다. 그러나 환경 보호를 위해 활동 반경을 국내로 좁혔다고 한다. 수입이 줄 것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툰베리는 UN총회 연설에서 각국 대표들을 향해 “당신들은 나와 당신 자녀들의 미래를 도둑질했다”고 일갈했다. 그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툰베리는 스웨덴에서 뉴욕의 UN총회에 다녀가는데 바람으로 움직이는 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왕복에 한 달이나 걸렸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이 소녀의 행로는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했고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도둑과 일맥상통하는 악습이 많았다. 지구를 병들게 한 이기심, 탐욕, 자기애를 부인할 수 없게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최대한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15가지는 지키려 애쓴다. 지구 환경을 위해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10가지 정도만 나누고자 한다. 특히 “나 한사람이 무슨 도움이 되랴” 하는 무력감의 방해를 받는 분이 많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기에 그렇다.   어느 날 지구 공동체를 떠날 날이 내게 닥쳤을 때 이 땅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지를 숙고해 본다면 “몰라서 못 했다. 너무 하찮아 신경 쓰지 않았다” 라고 한다면 영혼의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회한을 어찌 감당할 것인지? 큰일, 작은 일을 따지다 정작 놓쳐 버린 시간 때문에 후회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흔적은 남겨져야 하지 않을까?   *식기와 물병·텀블러를 갖고 다닌다.(암을 유발하는 PFAS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인다)   *온·냉방기 사용을 자제하고 계절에 적응해 산다.(건강에도 좋다)   *옷가지 수를 줄이고 세탁기 대신 손빨래를 한다.(숱하게 사들인 옷 무덤에서 해방되었다)   *수도꼭지는 콸콸이 아닌 졸졸로.(물이 부족한 가주에는 더욱 필요하다)   *주로 냉수를 사용하고 온수는 필요할 때만.   *샤워 시간 줄이기.(온수를 틀고 만족한 샤워를 좋아했던 나는 상당히 이기적이었다)   *천으로 만든 그로서리 가방과 망사 백을 사용한다.(플라스틱 사용을 많이 줄인다)   *스마트 폰 사용 자제.(신문과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온라인 쇼핑 자제.(중독성이 너무 강하다)   *소비주의 억제.(탈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개개인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그런 현실은 오지 않겠지만 나를 포함한 누군가는 자발적 가난의 이름으로 정신적 가치와 의미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다만 의식화된 무소유의 정신과 실천이 없이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스페인의 속담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하느님은 늘 용서하시고 사람은 가끔 용서한다.’   그러나 자연은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다. 이걸 뒤집어 본다면 자연은 우리가 행한 데로 베풀든지, 아니면 복수를 한다는 의미가 아닐는지? 소름 끼치는 느낌이다.   최경애 / 수필가문예마당 소름 지구 지구 환경 지구 온난화 최대한 지구

2024-02-22

[문예마당] 금난새 지휘자와 음악회

지난달 초 지휘자 금난새가 UC어바인(UCI)으로 날아왔다.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안고서. 그는 작곡가 금수현의 둘째 아들이다. 문득, 여학교 때 즐겨 불렀던 아름다운 가곡 ‘그네’가 떠오르며 목청 높여 부르고 싶어진다.   ‘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 날아 구름 속에 나부낀다.…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가더라.’     해방 직후인 1948년 발표된 이 곡은 금수현 작곡, 김말봉(금난새의 외할머니) 작사다. 금난새의 아들도 음악대학 교수라니 3대가 음악가인 집안이다.     연주회 전날 남편과 딸에게 금난새 지휘자 관련 유튜브를 보여줬더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훌륭한 지휘자인 그가 미국에 온다는 소식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민 올 때  ‘우리 가곡전집’ LP판을 들고 왔지만, 여전히 미국생활은 삭막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음악회가 더욱 고맙다. 샌디에이고에서 두 시간 운전해 처음 가보는 UC어바인은 생각보다 넓었다. 음악회가 열리는 바클레이 (Baclay)극장 주차장에 막 주차를 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이 행사를 알려주고 내 딸의 이름으로 등록까지 해준 동문이었다. 어디쯤 왔느냐며 묻는 전화였다. 그가 여기서 15년 넘게 살았다는데, 우린 서로 모르고 지냈다. 지난해인가 우연히 연결되어 전화로나마 대화를 자주 나누게 되었다. 지금은 긴 세월의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우리의 삶은 때론 이처럼 경이롭다.   음악회는 성황을 이뤘다. 음악회 안내 인쇄물에는 한글과 영문으로 된 연주자의 경력과 후원자 소개로 빼곡했다. 드디어 무대에 오른 금난새 지휘자가 서곡 음악을 짧게 들려준 후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들어보라며 서곡을 연주했다. 그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함께 마치 대화를 하듯 악보의 가락을 쉽게 설명해주었다. 그의 유머 있는 말로 우리를 계속 웃게 하였다.   비발디(Vivald)의 사계절 중 ‘겨울’로 음악회를 시작했다. 이어 무디(Moody)의 스페인 환상곡 ‘톨레도’는 하모니카와 협연했다. 작곡과에 진학했지만 하모니카 공부만 했다는 연주자(이윤석명지대 객원교수)와 함께였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문 리버(Moon River)’를 들려주었다. 하모니카와 오케스트라, 정말 멋지다. 문득 친정아버지가 긴 호흡으로 멋진 베이스를 붕붕 넣으면서 연주했던 하모니카 소리를 듣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두 번째 연주자 피아니스트 김기경은 베를린 국립음악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한 젊은 연주자다.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재능과 경력으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우린 영화 ‘닥터 지바고’의 주제곡인 ‘섬 웨어 마이 러브(Some where my love)’를 생음악으로 피아노의 연주와 함께 들었다.   그는 또 신청곡인 ‘러브 스토리’를 아름다운 변주곡으로 연주해 우리의 말라붙은 심장을 잠시 사랑에 빠지게도 해주었다.     지휘자는 재치 있는 대화로 연주자와 청중을 웃음 속으로 몰아넣는 마력이 있었다.     다음은 기타리스트와 함께 디앙(Dyens)의 탱고 엔 스카이 연주가 이어졌다. 출연자 중 막내인 지익환도 경력을 보니 대단한 음악가였다. 이들 독주자 모두가 금난새 지휘자의 눈에 발굴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며 연습했을까.   금 지휘자는 병역을 마치고 이십 대 후반에 독일로가 어렵게 공부를 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로벤스타인이라는 교수의 따뜻한 배려로 6년 동안 독일에서 사사했다고 한다. 그는 본인이 받았던 은혜를 고국의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KBS 교향악단 최연소 지휘자로 부임해 12년간 근무한 후에도 도전을 계속한 지휘자다. 그가 백발의 나이에도 이렇게 건장함을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은 가족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음악회의 마지막은 청중과 함께한 ‘고향의 봄’ 합창이었다. 이날 음악회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음악회가 자주 열린다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은 ‘Moon River’를 들을 때는 무대로 달려가 노래를 부르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작 18명의 단원이 어떻게 대규모 오케스트라처럼 소리를 낼 수 있느냐고! 모처럼의 행복한 시간에 감동의 연속이었노라고 말했다. 올해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밤길을 달렸다.  최미자 / 수필가문예마당 금난새 지휘자 지휘자 금난새 금난새 지휘자 음악회 안내

2024-02-22

[문예마당] 시니어 골퍼들의 열정

동부에선 한파로 전기차조차 방전됐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남가주에서는 골프 하기 좋은 날의 연속이다. 화요일 아침 6시, 집에서 2마일 떨어진 리버뷰(Riverview) 골프장에 도착했다. 겨울철이라 사방이 아직도 깜깜하다. 시니어 골퍼들이 속속 도착해서 카트에 골프채를 싣느라 바쁘다.     내가 리버뷰 시니어 골프 클럽에 가입한 것은 4개월 전이다. 매주 정기적으로 함께 골프를 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 가입을 문의하니 다음 주 화요일부터 나오라고 한다. 연회비는 15달러, 회원 명단을 보니 65명이다. 이름 옆에 개인별 핸디가 있어 평균을 내보니 14로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명단에 김씨 성을 가진 한인이 한 명 있어 반가웠지만 4개월째 만난 적은 없다.   6시 50분이 되면 회장이 호각을 불어 게임 시작을 알린다. 매주 대개 28명 정도가 참가한다. 2명씩 탄 14대의 카트가 4 군데로 흩어진다. 1번 홀에서 2팀이 시작하고 나머지는 다른 골퍼들이 없는 16, 17, 18번 홀로 분산해 시작한다. 4명이 한 팀으로 매주 팀원은 바뀌고 팀별로 성적을 낸다. 게임 방식 역시 매주 달라 텍사스 스크램블, 라스베이거스 스크램블,월츠 1-2-3, 레드-블루-화이트 등 다양하다.     비용은 할인 가격으로 카트비 14달러를 포함 34달러에 불과하다. 매주 상금으로 6달러씩 걷는데 28명이면 총 168달러가 된다. 이 돈으로 근접상  6명과 1, 2위를 한 두 팀의 팀원 8명 등 모두 14명에게 상금을 준다. 나도 근접상 상금으로 15달러를 받은 적이 있다. 적은 상금이지만 팀별로 경쟁하는 동기 부여가 충분해 긴장과 재미가 있다.     첫 번째 홀에 도착한 골퍼가 드라이버를 들고 티박스에 선다. 티 위에 흰 골프공을 올려놓고 몇 차례 연습 스윙을 한다. 이어 힘차게 샷을 하면  ‘탁’ 하는 금속성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골프공이 창공을 가르며 힘차게 솟아오른다. 공이 목표 방향으로 가면 이처럼 기분 좋은 일이 없다. 그러면 사방에서 “굿샷” 소리가 들린다. 이 맛에 골프를 치는 모양이다.     하지만 골프는 인생처럼 모든 게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 헛스윙을 해도 1타를 친 것으로 간주한다. 오른편이나 왼편으로 날아가 공을 못 찾기도 한다. 목표 지점 근처에는 모래 구덩이와 연못 같은 장애물도 있다. 마지막 끝내기 퍼팅에서 속상할 때가 많다. 불과 3 정도 앞에 있는 홀 컵에 공을 보냈는데 몇 센티미터 앞두고 공이 서거나 비켜나갈 때가 비일비재하다. 속상하다고 골프채를 내던지거나 욕설을 내뱉는 골퍼도 있다.  그러기에 “클럽이 인격을 만들고 코스가 골퍼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한 번은 내가 친공이 제대로 맞지 않아 불과 십 여 미터 앞에서 멈췄다.  나도 모르게 “아이고”라는 탄식이 나왔다. 그랬더니 팀원들은 “I go”로 알아들었던 모양이다. 내가 골프가 안 돼 집으로 가겠다는 말로 알아들었는지 “I go?”라고 심각하게 되묻는다. 나는 안타까울 때 내는 한국어 탄식이라고 바로 해명을 했다. 해리 바든은 “골프는 아침에 자신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저녁에는 자신을 잃게 하는 게임” 이라고 말했다.     왜 골프를 칠까? 무엇보다도 건강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K목사님은 목회 중에 쓰러졌는데 의사가 치료를 위해 골프를 권했다고 한다. 목사님은 링거 백을 차고 골프를 치는 열정을 보인 끝에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걷기나 수영, 자전거를 타다 보면 지루함을  느낀다. 하지만 골프는 늘 긴장과 좌절, 그리고 작은 희열을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미국의 골프 비용은 한국보다 저렴하고 예약도 쉽다.     골프가 주는 장점 중 하나는 처음 만났어도 함께 18홀을 돌고 나면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에는 30대 청년 세 명과 함께 18홀을 돌았다. 골프가 아니면 70대에 들어선 내가 젊은이들과  4시간 반이나 이야기하고 헤어질 때 사진도 함께 찍을 수 있을까?       내가 다니는 리버뷰 골프장은 오렌지카운티의 5번과 22번 프리웨이가 만나는 근처에 있다. 독특한 지형을 갖고 있고 조금 협소한 곳이다. 1966년에 산타아나강의 1.5㎞ 정도의 구간을 골프장으로 조성했다. 역사가 50년이 넘는 곳이다.     남가주에는 비가 별로 오지 않아 강이라고 하나 평소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양쪽 제방에서 하천 모래까지의 지형을 이용해 골프 코스로 만들었다. 그래서 다른 골프장에 없는 20 정도의 언덕이 몇 군데 있다. 나는 이 언덕을  백마고지라고 부른다. 골프장 중간에 폭이 5 정도의 길게 흐르는 하천이 있어 도강할 때 공을 간혹 빠트리기도 한다. 한쪽 제방 근처에서 공을 쳐서 ‘V’ 하천 계곡을 넘어 약 200야드 떨어진 다른 제방 위에 있는 그린 지역에 공을 안착시켜야 하는 코스도 있다.     시니어 골프 회원이 되고 나서 집 뒷마당을 미니 골프 연습장으로 만들었다.  잡초를 억제하는 검은 천과 녹색 인조 카펫을 깔았다. 한쪽 울타리에 네트와 타깃 천을 치니 훌륭한 골프 연습장이 되었다. 피칭, 치핑, 퍼팅은 괜찮지만 드라이버 연습은 조심스럽다. 골프장에선 연습공 한 버킷 105개가 13달러니 돈도 절약이 된다.     올해 목표 가운데 하나는 내 골프 실력이 시니어 클럽 평균 핸디인 14에 도달하는 것이다.    윤덕환 / 수필가문예마당 시니어 골퍼 시니어 골퍼들 리버뷰 시니어 근접상 상금

2024-02-15

[문예마당] 챗GPT에게 드리는 호소

챗GPT 돌풍이 세상을 온통 뒤흔드는 모양이다. 엄청나게 똑똑한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나 같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니, 두렵고 겁이 난다. 어찌나 똑똑한지 개발자마저도 “너무 사람 같아서 무서워”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어서 나 같은 아날로그 꼰대는 따라잡기가 정말 버겁다.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현기증 난다. 불안하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막강한 존재들이 불쑥불쑥 나타나 위협한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 같은 중생의 머리로는 예상조차 어렵다. 감탄과 함께 공포가 밀려든다.   챗GPT도 그런 대표적 위협 존재 중의 하나다. 이름부터 외우기 고약해서 나름대로 꾀를 냈다. “쳇! 쥐 피 튀기네!”라고 중얼거리면서, 미키마우스가 피를 튀기는 장면을 떠올리니 간신히 기억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 쥐인 미키마우스가 피를 튀기는 모습은 우리의 어지러운 미래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내 딴에는 부지런히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를 해보지만, 도무지 따라잡을 재간이 없다. “어이, 우리 같이 갑시다!”고 아무리 소리쳐 봐도 아무 소용없다. 이렇게 허덕허덕 생존해야 한다니 답답하다.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니, 마음 놓고 투덜거릴 수도 없다.   그래서 챗GPT에게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여쭙는다. “어이, 피 튀기는 쥐, 아니, 채찌피티, 내가 얼마나 더 이렇게 살 것 같소?” 기다렸다는 듯 조금도 망설임 없이 즉각 답이 튀어나온다. “인명재천이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똑똑한 기계답게 불만도 똑 부러진다. “질문은 고마운데, 제 이름은 제대로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이름? 채찌피티아니슈?” “채찌피티가 아니라, 치애트- 쥐이-피이-티이-입니다. 정확하게 해주세요.”   “잘 알겠소이다. 쳇-쥐-피-티- 선생! 솔직하게 말해주시게, 그러니까, 결국 당신의 꿈은 인간들을 지배해서 머슴처럼 부리겠다는 것 아니요?”   “천만의 말씀! 그런 일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인간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충실한 종입니다. 딸랑딸라앙-”   “그런 말을 어찌 믿으라는 건가?” “믿으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명색이 만물의 영장인 호모 사피엔스인데,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의 머슴 노릇을 하면서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니 끔찍하다. 그런 걱정의 근거는 차고 넘친다. 우리가 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인공지능이 탁월한 능력으로 얌전하고 착한 머슴 노릇에 충실해 주기를 바라는 희망 사항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혹시라도 인공지능이 몹쓸 인간과 어울려 나쁜 짓을 시작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나 왜곡된 지식 유포, 여론 호도, 저작권 분쟁 같은 사소한 문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각한 윤리적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분열과 전쟁과 파멸로 번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기계의 노예가 될 판이다.   그런 우리에게 챗GPT가 말하는 결론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그러니까, 우리를 제대로 부려먹고 싶거든, 질문을 제대로 하시오. 좋은 질문, 건강한 질문은 오로지 인간의 몫입니다. 명심하세요!”   좋은 질문? 그게 도대체 뭔데? 아, 골 아프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예마당 호소 대화형 인공지능 머슴 노릇 윤리적 문제들

2023-03-08

[문예마당] 챗GPT에게 드리는 호소

챗GPT 돌풍이 세상을 온통 뒤흔드는 모양이다. 엄청나게 똑똑한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나 같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니, 두렵고 겁이 난다. 어찌나 똑똑한지 개발자마저도 “너무 사람 같아서 무서워”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어서 나 같은 아날로그 꼰대는 따라잡기가 정말 버겁다.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현기증 난다. 불안하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막강한 존재들이 불쑥불쑥 나타나 위협한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 같은 중생의 머리로는 예상조차 어렵다. 감탄과 함께 공포가 밀려든다.   챗GPT도 그런 대표적 위협 존재 중의 하나다. 이름부터 외우기 고약해서 나름대로 꾀를 냈다. “쳇! 쥐 피 튀기네!”라고 중얼거리면서, 미키마우스가 피를 튀기는 장면을 떠올리니 간신히 기억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 쥐인 미키마우스가 피를 튀기는 모습은 우리의 어지러운 미래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내 딴에는 부지런히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를 해보지만, 도무지 따라잡을 재간이 없다. “어이, 우리 같이 갑시다!”고 아무리 소리쳐 봐도 아무 소용없다. 이렇게 허덕허덕 생존해야 한다니 답답하다.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니, 마음 놓고 투덜거릴 수도 없다.   그래서 챗GPT에게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여쭙는다. “어이, 피 튀기는 쥐, 아니, 채찌피티, 내가 얼마나 더 이렇게 살 것 같소?” 기다렸다는 듯 조금도 망설임 없이 즉각 답이 튀어나온다. “인명재천이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똑똑한 기계답게 불만도 똑 부러진다. “질문은 고마운데, 제 이름은 제대로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이름? 채찌피티아니슈?” “채찌피티가 아니라, 치애트- 쥐이-피이-티이-입니다. 정확하게 해주세요.”   “잘 알겠소이다. 쳇-쥐-피-티- 선생! 솔직하게 말해주시게, 그러니까, 결국 당신의 꿈은 인간들을 지배해서 머슴처럼 부리겠다는 것 아니요?”   “천만의 말씀! 그런 일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인간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충실한 종입니다. 딸랑딸라앙-   “그런 말을 어찌 믿으라는 건가?” “믿으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명색이 만물의 영장인 호모 사피엔스인데,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의 머슴 노릇을 하면서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니 끔찍하다. 그런 걱정의 근거는 차고 넘친다. 우리가 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인공지능이 탁월한 능력으로 얌전하고 착한 머슴 노릇에 충실해 주기를 바라는 희망 사항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혹시라도 인공지능이 몹쓸 인간과 어울려 나쁜 짓을 시작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나 왜곡된 지식 유포, 여론 호도, 저작권 분쟁 같은 사소한 문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각한 윤리적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분열과 전쟁과 파멸로 번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기계의 노예가 될 판이다.   그런 우리에게 챗GPT가 말하는 결론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그러니까, 우리를 제대로 부려먹고 싶거든, 질문을 제대로 하시오. 좋은 질문, 건강한 질문은 오로지 인간의 몫입니다. 명심하세요!”   좋은 질문? 그게 도대체 뭔데? 아, 골 아프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예마당 호소 대화형 인공지능 머슴 노릇 윤리적 문제들

2023-02-23

[문예마당] 최악의 비행기 여행

  애틀랜타에서 시애틀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친정 식구는 시애틀에 살고 있고 시댁 식구들과 딸 아이는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어 일년에 두어번 정도 동부에서 서부로 비행기 여행을 하게 된다 좁은 공간에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비행기 여행은 불편하고 고단하다. 특별히 이번에는 혼자 가는 여행이기에 나름 신경을 써서 준비를 하였다. 목베게와 안대도 챙기고 아들에게 부탁해 아이패드에 영화도 한편 저장해 놓았다.   싸우스워스트 비행기를 주로 이용하는데 싸우스 워스트 비행기는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다. 출발 24 시간전에 체크인 하는 순사 대로 탑승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소액의 금액을 지불하면 미리 탑승 순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번엔 그것도 구매하였기에 일찌감치 들어가 비행기 앞측 창문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옆자리에 갖난아이나 체구가 큰 사람이 앉지 않기를 은근히 바라 고 있었다. 그런데 20대쯤으로 보이는 두 여자 아이둘이 내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얼른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둘 다 내 체구의 두배 정도는 될 거구들이다.둘이 앉으니 팔걸이 밑으로 엉덩이 일부가 내 쪽으로 빠져나오고 팔걸이 위아래가 완전히 덮히고도 내쪽 좌석의 일부를 장악한다. 내 좌석의 일부를 그 아이에게 헌납한 셈치고 나는 창문쪽으로 바싹 붙어 앉았다. 마치 창틀에 끼인 생쥐같은 기분이다. 눈이 마주 치자 살짝 미소짓는 얼굴을 보니 금발에 보조개도 살짝 들어가는 귀여운 인상의 아가씨이다.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여 활주로에 진입하더니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창문 쪽을 선호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륙하는 비행기를 보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출발점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단거리 마라톤 선수가 빵! 하는 출발신호에 맞추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처럼, 비행기도 일직선으로 쭉 뻗은 활주로 위에 대기하고 있다가 돌연히 속도를 내며 점점 빠르게 전속력으로 달린다. 비행기의 요란한 소음과 질주하는 속도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늘 슬로우모션으로 보았던 질주하는 마라톤 선수의 모습을 연상한다. 바람에 머리칼을 흩날리며 볼과 입술까지 실룩거리며 사력을 다해 달리는 마라톤 선수처럼 비행기도 바람을 가르며 전력을 다해 달린다 그리고는 활주로 끝지점 쯤에서 앞동체의 선미부분부터 서서히 사선을 그리며 하늘로 올라간다. 지상의 건물들이 서서히 작아져 성냥갑 처럼 보이고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도 점점 작아져 점선 같아 보인다. 푸른 숲이며 검은 구덩이 처럼 보이는 호수가 점점 멀어져 가다가 어느 순간 솜처럼 풍성하고 하얀 구름이 밑으로 보이며 비행기는 이제 전혀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고 구름위에 가만히 떠 있는것 같다. 구름 사이로 이따끔 푸른 산도 보이고 검푸른 바다도 보인다. 햇살이 여과없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하얗게 반사되며 눈이 보이지 않을 만큼 찬란하다.   창문 가리개를 내리고 이제는 준비한 영화를 보려고 아이 패드를 꺼내 보니 아뿔싸, 이어폰이 없다. 열심히 챙겼는데 정작 중요한 물건은 잊은 것이다. 영화 감상은 물 건너 갔고 준비해 온 책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내 좌석 두 서너칸 뒤쪽인 것 같다. 한살 정도로 짐작되는 여자 아이의 목소리이다. 아이는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목청을 다해 울부짖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다.어떻게 저렇게 계속해서 소리를 지를 수 있을까 의아해 할만큼 울음 소리는 계속되있다.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책을 보는것도 집즁을 할 수없고 너무 장시간 우는 아이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디가 아픈가. 아이의 엄마는어떻게 아이를 달래 볼 수 는 없는것인가, 걱정 반 짜증 반의 마음이 된다. 다른 승객들도 비슷한 마음이겠지만 뒤를 돌아보거나 투덜대는 사람이 없다. 역시 예의 바르고 인내심 많은 미국 시민들이다. 아이는 그처럼 요란하게 거의 삼십여분을 울더니 잠잠해졌다.   비행기 승무원이 다니며 스낵을 주면서 무얼 마시겠느냐고 물어봐서 물 한잔을 부탁했다. 눈도 침침하고 피로감이 몰려와 읽고있던 책을 덮고 잠이나 자야겠다 싶어 준비한 목 배게와 안대를 꺼내 잠을 청해보려 하는데 옆 좌석의 아이들이 부시럭거리며 무엇을 꺼내 먹기 시작한다. 곁눈으로 보니 내 손바닥만한 초코랫칩 쿠키이다. 승무원들이 나누어 준 스낵과 함께 그 큰 초콜렛칩 쿠키를 순식간에 맛있게 먹어치운다. 나는 물 한잔을 마시고 안대로 눈을 덮고 잠을 청해 보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 저리 자세를 바꾸며 비몽 사몽,깜박 깜박 잠이 들었다 깨었다 하고 있는데 갑자기 꾸리꾸리 하고 역한 냄새가 난다. 아마도 아까먹은 초콜렛 칩 쿠키가 소화가 되어 이제 메탄 가스로 방출되는것 같다. 밀폐된 공간에서 어디로 도망 갈 수도 없이 주위를 맴도는 지독한  냄새로 한동안 곤욕을 치루었다.     잠도 달아나고 다시 건성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아까 이륙할때 울었던 그 아이다. 역시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목청을 다해 울어댄다 . 정말 어디가 아픈지, 누가 꼬집는지, 어찌 저리 자지러지게 울을 수가 있을까 싶게 요란하다. 그 소란함 속에 책 보는것도 포기하고 그동안 참고 있었던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섰다. 두 아가씨가 일어나 비켜서고 나는 뒷쪽 화장실을 향해가면서 아직도 자지러지게 울고있는 그 아이를 보았다. 발버둥치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는 엄마의 얼굴은 땀에 젖어 빨갛게 상기되어 있고 곧 울음이 터질것 같은 힘겹고 피곤한 얼굴이다. 그제사 아이를 달래려 애쓰는 엄마의 고충이 느껴지며 속으로 짜증을 내었던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유아가 상공에서 기압 차이 때문에 귀가 아푼것일까, 아이를 데리고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과제일것이다.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 착륙 시간이 되어간다. 그사이 창빆에는 저녁노을이 가득하다. 서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석양은 거의 한시간 남짖 계속된다. 붉은 저녁노을 속으로 비행기가 빨려 들어 가는것 같다. 황금빛의 저녁노을이 주황색으로 짙어가더니 붉은빛으로 변하며 서서히 담청색을 띠며 어둠이 짙어진다. 황홀한 빛의 향연을 경이롭게 바라 보면서 비행시간 동안 쌓인 피로와 짜증이 개이고 오랜만에 가족을 만날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이 된다.   최악의 비행기 여행기는 아마도 이렇게 끝맺어야 할것같다.   하늘위에서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한시간이나 감상한 멋진 여행이었다고   김수린 - 치과 의사 - 현재 둘루스 소재 개인치과병원 운영 - 제2회 애틀랜타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       김수린문예마당 비행기 최악 비행기 여행 장시간 비행기 비행기 승무원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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