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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카파도키아의 열기구와 지하도시

수필

몇 년 전, 결혼기념일을 뜻깊게 보낼 해외 여행지를 찾으며 달력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한 장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수십 개의 다양한 색상의 대형 열기구가 창공을 수놓았고 그 밑에는 기기묘묘한 암석 바위들이 진기한 풍경을 보여주었다. 어딘가 찾아보니 카파도키아였다. 뾰족한 봉우리들이 마치 달 표면을 닮았다. 닐 암스트롱이 이곳을 방문하고는 “진작 이곳에 와봤더라면 굳이 달에 갈 필요가 없을 텐데” 라고 말했다고 한다.
 
카파도키아는 신약성경에 나오는 ‘갈라디아’지역으로 사도 바울이 선교했던 터키(튀르기에)의 중부에 있는 지역이다. 근처로 요한 계시록의 7개 교회도 있어 기독교 성지 순례지였기에 꼭 가 보고 싶은 여행지가 되었다.  
 
지난 가을, 그 로망이 이루어져 아내와 함께 난생 처음 열기구도 타 보고 지상에 내려 기묘한 바위들도 전망대에서 가까이 볼 수도 있었다. 바위의 재질이 한국의 화강암처럼 단단하지 않아 로마시대부터 기독교 박해를 피해 만든 지하 교회 흔적도 볼 수 있었다.
 
LA에서 카파도키아까지는 먼 길이었다. 이스탄불에서 일박을 하고 국내선 비행기로 가세리(Kaiseri) 공항에 밤늦게 도착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호텔을 떠나 해뜨기 전인 아침 6시경에 열기구 탑승장에 도착했다. 야산에는 약 30여 개의 열기구들이 버너 불에 조금씩 솟아올라 제 모습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10여 분 후에 탑승하라는 연락이 왔다. 우리 부부가 탈 열기구는 약 20미터 솟아 있었고 대형 대나무 바구니가 탑승할 곳이었다. 대략 가로 5미터, 세로 2미터 크기에 가슴 정도 올라오는 입석 대바구니였다.  
 
탑승 바구니는 철제 프레임 골격이 열기구를 둘러싼 쇠줄과 연결되었다. 탑승석 중앙에는 조종사 한 명과 사진사 한 명이 탔다. 양옆을 4등분하여 6명씩 태워 모두 26명이 탔다. 대략 체중 무게가 약 1.5톤인데 공기만 데워서 상승하는 게 놀라웠다. 주위에 찬 공기가 필요해서 아침 일찍 열기구를 띄우는 것 같았다.
 
조종사는 머리 위에 위치한 4개의 가스 버너의 불의 강약을 조절하면서 워키토키로 관제탑과 계속 터키어로 교신을 했다. 모든 열기구가 차례를 기다려 이륙을 해서 충돌 사고를 방지하는 모양이다. 드디어 이륙허가가 떨어져 우리가 탄 열기구가 두둥실 떠오른다. 모두들 박수를 쳤다.  
 
열기구의 방향을 어찌 조정하나 궁금해 살펴보니 버너 한 개가 방향키 휘장에 열기를 품어 방향을 만들었다. 사진사가 긴 셀카봉 막대를 밖으로 내보내더니 버너가 불을 높이 품을 때를 맞춰 사진을 찍었고 나중에 인터넷에 올려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아침 6시 반쯤 되니 동녘이 밝아지더니 해님이 얼굴을 드러냈다. 일출의 광선이 열기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열기구 안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왠지 느낌이 다르고 흥분하게 만든다.  
 
열기구 아래에는 오랜 세월 전에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퇴적 화성암과 응회암으로 쌓이면서 비로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광대한 자연 예술 조각들을 만들었다. 여기에 태양의 광선이 비취자 신비한 비경에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열기구는 서서히 움직여 마치 드론 비행기를 타고 서서히 지면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열기구 투어를 마치고 공중에서만 내려다보았던 바위산의 경치를 지프를 타고 3군데 전망대에 가서 가까이 보았다. 화산재로 이루어진 진기한 모습들은 예술적 조각품들의 야외 전시장이었다.  
 
유타주에 브라이스캐년처럼 걸어서 가까이 들어가 보는 코스도 있었다. ‘파사바’ 계곡에는 10미터 정도 높이의 돌 버섯이 ‘천하대장군’ 목상처럼 서있고 세쌍둥이 모양의 돌탑도 있었다. 마치 만화 애니메이션의 ‘스머프’가 나온 버섯 모양의 집들을 연상시키는 자연 석탑들은 환상의 나라에 온 것 같이 그 특이한 지형에 매료되었다.
 
점심 식사로 터키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꽃병만한 크기의 진흙 항아리 안에 소고기, 야채, 양념을 넣고 불에 익힌 다음 먹을 때는 항아리를 깼다. 맛은 괜찮은데 매우 짜서 밥이며 야채 샐러드를 함께 비벼 먹어보니 먹을 만했다.
 
식사 후 찾아간 곳은 바위를 파서 집과 교회로 사용한 괴레메(Gerome) 야외 박물관에 갔다. 야산 돌산에 방과 창문을 만들었다. 식당 내부에는 20여 명이 앉는 돌 의자와 돌 테이블이 있었는데 바위산 내부의 돌들을 파내어 만들었다고 한다. 교회용 소강당도 만들었는데 이런 장소를 만드느라고 오랜 세월 엄청 많은 수고를 한 흔적이 보였다. 한 동굴에는 슬픈 사연도 적혀있었다. 아버지가 딸이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감금했는데, 딸은 40여 일을 금식하다가 죽었다고 한다.
 
지상 투어를 끝내고 지하도시도 찾았다. 기독교 박해를 피해 만들어진 ‘데린큐유’ 지역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와인 저장소나 가축을 키운 방이 나왔다. 약 80미터까지 지하로 내려갈 수 있어 수천 명의 초대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 믿음을 지켰다고 한다. 이런 지하도시가 수십 개가 있다고 하니 ‘와우’하고 감탄할 뿐이었다.
 
카파토키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적지로 열기구 타고 기묘한 암석들을 하늘에서 보고, 지상에 내려 자연의 조각 정원도 볼 수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면 로마시대에 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만든 지하도시를 볼 때 믿음과 헌신된 모습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기독교인이라면 일생 한번 꼭 가봐야 할 곳이 아닌가 싶다.

윤덕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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