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수필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또한 장엄한 행사였다. 취임식은 항상 상징적이고 웅장하다. 새로운 지도자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이다. 그리고 국가적 단합을 강조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깊은 장면으로 남곤 한다.
취임식은 트럼프 가문의 정치적, 사회적 존재감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가족이 모두 참석하여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 모두가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2017년에는 장녀 이방카가 큰 역할을 한 반면 2025년 취임식에서는 장남 도널드 주니어가 중심적인 역할을 보여줬다. 장남은 부친을 도운 중요한 인물로 거론됐다.
이날 취임식에서 트럼프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사람은 트럼프의 막내아들인 배런(19)이다. 멜라니아 여사 사이에서 낳은 유일한 자녀로 키가 206cm나 된다. 현재 뉴욕대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MZ세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데 상당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가에선 벌써부터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그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가 어린 배런의 손을 붙잡고 “술과 마약을 멀리하고 우리 집안에선 타투도 안 된다”고 말하는 장면은 지금도 널리 회자하고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는데 트럼프는 ‘수신’은 모르겠지만 ‘제가평천하’는 확실히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자신을 ‘트럼프의 첫 번째 친구’라 칭하는 일론 머스크의 등장이다. 그는 트럼프의 취임식에서 마치 가족 같은 친밀함을 보여줬다. 까분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우주 비행사들을 보낼 것”이라며 머스크의 ‘화성 탐사계획’에 힘을 보탰다.
트럼프는 2017년 45대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47대 대통령이 됐다. 지난번 취임식에서는 ‘미국 우선주의’가 주요 정책 슬로건이었다면 2025년 취임식의 일성은 ‘미국의 황금시대’ 선포였다.
“미래는 우리의 것이며, 우리의 황금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제 47대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트럼프가 한 선언이다.
그가 보여준 강한 자신감은 미국인들에게 강력한 지도력으로 인식됐다. 나도 미국 시민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다.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국과 LA의 산불 등 재앙으로 근심과 불안으로 축 늘어졌던 어깨에 힘이 솟았다. 많은 미국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미국은 이미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다. 그런데도 계속 더 뻗어나가려는 트럼프의 황금시대는 어디까지 펼쳐질까.
트럼프를 좋아하거나 지지하던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선입견과 편견으로 그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품위가 떨어질까 염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니 싫건 좋건 그가 미국을 잘 이끌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선한 마음으로 바라보니 그의 장점이 하나 둘 나타나며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라는 감탄까지 하게 됐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트럼프가 말하는 황금시대보다는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를 더 선호한다. 태평성대란 어질고 착한 임금이 다스리는 풍요롭고 평안한 시대를 의미한다. 아무리 미국이 황금시대라도 지구가 망가져 자연 재앙이 잦으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요순시대 백성들의 생활은 풍요롭고 여유로워서 군주의 존재까지 잊을 정도였다고 한다. 백성들이 임금을 보고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정치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평안했음을 말한다.
나의 황금시대는 언제인가 생각해 봤다. 젊어서 직장에 다니며 춘천에 사시는 시부모님을 자주 찾아 뵐 수 없었다. 맏며느리로서 그것이 항상 미음에 걸렸다. 자청해서 우리 집에 모셔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다.
네 식구에 시부모님과 시누이 둘, 시동생에 시 조카까지 함께하니 열 식구가 한 집에 살게 됐다. 거기에 가사일을 도와주시는 분까지, 정말로 집안이 바글바글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적, 남편이 처음으로 자가용을 샀다. 작은아들이 “아빠, 식구가 많아 봉고차가 필요할 텐데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때가 나의 황금시대는 아니었다.
쉰이 가까울 즈음, 남편의 직장을 따라 LA에 우리 네 식구만 오게 되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랴, 아이들 교육에 신경 쓰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몇 년이 흘렀다. LA 임무를 마친 남편이 홀로 한국에 들어가고 아이들 교육 때문에 LA에 남아 외롭고 고달팠다.
이제 남편은 은퇴하고 아이들은 내 손을 벗어나 나만의 여유를 누릴 시간이 많아졌다. 요즘은 남편이 주로 머무는 한국과 아이들이 사는 캘리포니아를 오가며 지낸다. 가끔 취미로 글도 쓴다.
어쩌다 신문에 난 내 글을 읽고 지인들이 “신문에 난 글 잘 읽고 있어요” 라고 하면 부끄러우면서도 자존감이 높아진다. 비록 나이가 들어서 외모는 망가지고 체력은 많이 떨어졌지만 내 인생의 황금시대는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바이든 전 정부와 반대되는 정책에 사인을 많이 했다. 특히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이 중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인데 말이다. 또한 세계가 협력해야 할 유엔 기후변화 협정과 조약 등에서도 탈퇴를 지시했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최악의 LA 산불도 기후재앙이 근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릴까 우려된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세상이다. 미국의 황금시대는 미국 하나만으로 되지 않는다. 기후변화 문제 등은 세계적으로 협력하고, 이웃나라와 사이좋게 지내고 또 동서 이념 갈등으로 인한 세계의 평화를 이루는 가운데서 미국의 황금시대가 오지 않겠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고향인 시카고로 돌아가서 8년 임기를 돌아보며 고별 연설을 했다. 그때 그가 호소한 말은 “포용과 관용, 다양성에 대한 존중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하나로 일어서자”였다. 2000년 전 로마제국이 융성할 수 있었던 근저에는 인종과 지역을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와 관용이 바탕이 되었다.
미국이 지난 선거로 인한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이민 문제도 포용하며 관용적으로 풀 수는 없을까.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 역시 좌우 분열과 대립을 벗어버리고 포용과 관용의 정치로 국민을 편안하게 살게 해 줬으면 좋겠다. 요순시대와 같이 정치는 잊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싶다.
미국에 진정한 황금시대가 오면 더욱더 미국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배광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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