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빛의 위력
시
겨울은 아직 가냘픈 여인의 몸매
겨울도 익어가면 심술 맞겠고
여인의 어깨에 첫눈이 쌓이겠지
숫눈 밟으며 사랑을 속삭이면
세상은 온통 빛의 사랑으로
우리 모두는 아름다워질 거야
6.25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어느 날
피난살이 감나무 옆 초가집에서
대나루 고개 넘어 할아버지댁 곰배 마을에
엄마 심부름으로 홀로 간 적이 있었지
저녁 노을 환한 햇살 등에 매고 올라가니
어느덧 어둠이 찾아왔지
산정에 오르니 절로 한숨이 나오고
안도의 숨인지 불안의 숨인지
숫눈이 쌓인 어둠에 싸인 음침한 산골짜기
두려움에 가득 찬 가슴을 움켜잡고
걸음을 재촉하며
숨가쁘게 내려가던 어린 시절
누군가 뒤에서 붙잡을 것만 같던 두려움
어둠의 공포를 안고 내려가는 길은
왜 그리 멀고먼 길인지
그때 나는 어둠의 공포를 깨닫게 되었고
환한 빛의 위력을 그때 알게 되었어
아 빛은 희망이요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것
백인호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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