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시
푸른 바다 내려다보던 부촌의 언덕
오장육부가 타들어 간다
누구의 잘못일까 부주의와 바람 덕분에
지구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새까맣게 탄 집들의 시신이 불덩이를 안고
하늘로 치솟다가 숯이 되어 자폭하고 쏟아진다
커지고 허물어지고 불꽃은 되살아난다
그뿐이겠는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불은 인간을 기절 시킨다
평화롭던 세상이 박살나고 있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마을이 잿더미가 되고 있다
천지 사방 쏟아지는 불덩이들
불 무늬가 퍼져가고
가슴속에 어둠을 담아내고 있다. 길은 있을까
번지고 탄 악마의 불길
길도 없이 내달리고 쪼개지는 삶의 터전
되살아나는 영상을 보면서도 기도도 못하는 내가 싫다
그저 바라만 볼뿐이다
엄경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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