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프라다 짝퉁
명동 골목을 기웃거리다가 친구 둘과 식당에 들어갔다. 각자 다른 음식을 주문했다. 식사 시작하기도 전에 웨이트리스가 식사 요금 영수증을 나에게 줬다. 영수증을 받아 내 옆에 놓는 나에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친구가 “그거 이리 줘.”“왜. 그냥 여기에 놔두고 밥 먹자.”
“이리 줘. 네가 영수증을 가지고 있으면 불편해서 내가 밥을 편히 먹을 수 없단 말이야.”
“누가 내면 어떠냐. 선물도 사가지고오지 않았는데.”
친구는 기어코 영수증을 뺏어 갔다. ‘밥값 영수증을 본인이 들고 있어야 편히 먹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 한마디가 문득문득 가슴을 두드리며 떠오른다.
나는 단 한 번도 한국에 나갈 때 친구들 선물을 챙겨 간 일이 없다. 쇼핑하는 것을 싫어하고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결국 쓰레기를 들고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서다. 그 대신 항상 밥값을 내려고 하지만, 친구들이 그것 또한 허락하지 않을 때가 있다.
미국에 와서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친구 남편이 빈정거리는 말투로
“사람이 어째 빈손으로 올 수 있어. 다문 넥타이라도 하나 사 오지 않고.”
아마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는지? 어떠한 비난을 들어도 절대로 선물은 챙기지 않다가 습관이 되었다. 원래 주고받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도 한몫한다.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도 양말 한 짝 사가지고오지 않는다. 비행기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가방 한 개 이외는 또 다른 짐을 더 만들고 싶지 않다. 쇼핑할 시간도 없고 사고 싶은 것도 없다. 뉴욕에서 심플한 디자인 옷을 더 싸게 살 수 있다. 미국에 살아야 하는 팔자려니 생각하고 식재료도 뉴욕에서 사서 먹는다. 조금 더 질 좋은 것을 먹는다고 건강해질까? 입보다 마음의 평화가 우선이다.
“엄마도 브랜드 네임 좋아해요?”
아이의 질문에 무슨 말인지 몰라
“왜?.”
“엄마 프라다 신발 신었잖아요.”
“프라다? 이게 프라다 신발이니? 저번에 한국 갔을 때 홍대 앞 신발가게에서 3만 원짜리 신발 디자인이 너무 괜찮기에 사서 신고 왔는데. 짝퉁 프라다인가 봐?’
“진짜인 줄 알았어요. 엄마가 신으니까, 가짜로 보이지 않아요.”
모파상의 진주 목걸이처럼 진짜냐, 가짜냐에 따라 인생의 항로가 바뀌는 것보다는 아예 미리부터 3만 원짜리 짝퉁 신고 마음 편히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쳤다.
이수임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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