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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죄의 눈물

 
잠시 눈을 감으면 멀어진 것들은 더 멀리
 
그리움으로 쌓인다
 
미운 것 없이 밀려간 시간들도 잘라내지 못한 미움의 아픔도
 
온기 솟는 푸른 냄새 사이로 가만가만 또 천 리 길을 간다


 
 
 
갑갑한 기운은 행간마다 미끄러지는
 
혀의 시간 속으로 떨어지고
 
용서할 이유를 찾기보다는 미워할 이유를 먼저 찾는
 
모순투성이의 권한 속에
 
울고 싶을 때 울어야 할 이유조차 놓쳐버린 지금
 
비정한 그 족보의 얼룩들이 죄악의 한으로 남아
 
숨을 곳이 없어야 죄가 없어질 거라는 수난의 길을 택한
 
그때 그 호랑나비의 새끼를 지금 나는 보고 있다
 
 
 
얼룩진 가루를 털어내며 홀로 떨고 있는
 
아주 작은 날개
 
폭풍이 몰려오는 바람 속에 먹이 사슬을 끊어내고
 
외로운 구원의 신비를 찾아 나선 새끼나비의 모진 고독이
 
피의 존속 앞에 꿇어 엎드린 증언으로 맺힌 고리를 풀어간다
 
 
 
온실 속을 빠져나와 고삐가 풀렸는데 갈 곳은 어디에
 
밤마다 음침한 골짜기를 헤매어 돌다
 
스스로 몸부림치고 있는 죄의 뿌리에 갇힌 새끼 나비를 보며
 
억지의 숲속을 더듬게 했던 그때 그 사람들
 
잘린 숨 잘린 몸 맺힌 설음 어찌 삭아 들까서릿발친다
 
 
 
손 모아 우는 죄의 눈물 그 순환의 연속을 끊어내려
 
부르르 떠는 날개 만지며
 
다독이는 사랑을 전하는 장한 시대의 아픔을
 
지금 나는 보고 있다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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