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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무모한 도전’이 위험한 이유

김형재 사회부 부장

김형재 사회부 부장

뉴스를 접할 때 이해 안 되는 것들이 종종 있다. ‘아무개가 에베레스트 산에 올랐다가 실종됐다. 아무개가 설산에서 길을 잃어 목숨을 잃었다.’ 스스로 산에 올라 목숨까지 바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굳이 힘들게 찾아가 사고를 자초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등산뿐인가. 인간이란 동물은 까딱하면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행위에 ‘미친 듯’ 덤벼든다. 미디어는 도전 정신을 높이 사며 비보도 전한다. 매년 슬픈 소식이 반복되지만, 신기하게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 죽음을 각오한 호기심과 도전, 참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캘리포니아주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PCH) 1번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1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색다른 볼거리가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다. 파도가 넘실대는 곳에서 펭귄이나 물개 떼마냥 검은색 무리가 둥둥 떠 있다. 잔잔한 파도 위에 넘실대는 모습일 때는 ‘그까짓 거 나도 한 번!’이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5~10피트(2~3미터) 높이의 거친 파도에 검은 무리가 초토화될 때면 ‘아이고~!’라는 감탄과 두려움이 몰려온다.
 
서핑은 오묘하다. 물과 파도, 눈에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다. 보드 위에 앉아 있으면 세상 평화롭고, 파도에 휩쓸리면 숨통을 조여온다. 서핑보드에서 균형을 잃고 파도에 휩쓸린다. 발은 밑바닥에 닿지 않는데 정신없이 때려 치는 파도의 힘이란…물 공포는 언제 겪어도 두렵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세탁기 옷감처럼 ‘통돌이’ 할 때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본능이 발동한다.
 
위험요소는 또 있다. 백상어다. 캘리포니아 해변은 새끼 상어의 놀이터란다. 드론을 띄워보면 새끼 상어(8~10피트)가 모래사장 가까이까지 접근해 유유히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끔 새끼 상어는 웻수트를 입은 검은 서퍼를 물개로 착각해 물기도 한다. 뼈가 많은 인간은 식감이 별로라며 뱉어내지만, 치명상으로 이어진다. 서퍼의 대응은? 송사리가 무리 지어 다니듯 ‘한 데 모여’ 위험요소를 최소화할 뿐이다.
 


자연의 힘은 순식간에 인간의 숨통을 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른다. ‘정복’을 위한 담대한 도전이라고 미화한다. 과연 그럴까. 삶과 죽음의 갈림길임은 본인이 잘 안다. 무섭고 두렵다. 그럼에도 과정에서 느끼는 내면의 평화와 희열은 참 강렬하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숨통을 조여오는 5~10초 동안, 공포와 평화를 동시에 느꼈다고 말하는 식이다. 위험이 지나고 숨통이 트이면 겸손과 감사도 배운다.
 
심리학에서 호기심과 도전은 ‘새로운 자극’을 찾도록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내모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 달 사이 마운틴 볼디에서 구조된 사람만 약 15명이다. 사망자도 2명이 발생했고 1명은 실종 상태다. 실종 58시간 만에 살아 돌아온 75세의 한인은 설산의 아름다움에 취했고, 두려움 대신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고 전했다. 극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었지만, 그 또한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달관이다.
 
자연의 힘에 도전하는 자세는 달관이란 깨달음과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를 준다. 기억할 것은 ‘목숨’이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샌버나디노카운티 셰리프국은 “마운틴 볼디의 겨울 산행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다.  제발 자제해 달라”고 읍소할 정도다.  
 
자연이 호기심과 도전을 자극할 때면 ‘목숨도 내놓을’ 준비가 됐는지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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