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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제비집을 그리다

‘정원의 쓸모’라는 책을 읽고 있다. 잘 가꾼 정원이 얼마나 보기 좋으며 우리의 심신을 위로한다는 정원예찬론 정도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 선입견을 뛰어넘는 내용이 실려있었다. 정원 가꾸기 즉 원예 활동이 사람들 심리 치료에 큰 효과가 있음을 끝없는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더 나아가 자연이라는 놀라운 세계를 꽃과 나무와 텃밭의 식물과 창가의 작은 화분까지 동원하며 안내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음은 자연과 더불어 살 때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정원이 이렇게 쓸모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자연의 신비한 힘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연 속에 아주 작은 존재 하나로도 설명이 어려운 힘을 얻는다.
 
 자연 속 작은 풍경 처마 밑 제비집은 우리에게 좋은 느낌을 준다. 제비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다른 새들은 경계심으로 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만든다. 제비는 오히려 사람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장소에도 겁 없이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운다. 사람들도 다른 새가 집안 어디에 둥지를 틀면 싫어하고 방해한다. 그러나 제비가 날아들면 환영한다. 둥지 받침대도 만들어 주는 것은 흥부 아저씨 이야기로  마음에 담긴 제비가 복을 불러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즐기는 자연이 아니고 가까이에서 함께 지내며 바라보는 자연이 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이 한 조각 자연의 풍경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들이 사는 것이 자꾸 자연스러움에서 멀어지고 있다. 자연과 멀어져 사는 삶이 어느 날 제비집을 보며 가르침을 얻는다. 지푸라기에 잘 다진 고운 흙을 덩어리지게 묻혀 차곡차곡 쌓은 제비 둥지는 그 노고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사는 것의 정성을 깨우쳐 준다. 한번 정 붙인 집은 잊지 않고 매년 찾아 드는 고향에 대한 약속 같은 정겨움이다. 노란 부리가 귀여운 새끼 제비가 둥지 밖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가족이라는 그림이 그려지며 그렇지 않은 빈 둥지를 할 말 없게 한다. 내 삶이 더 중요하다며 비어 있는 가족 관계를 에둘러 나무란다. 쉬지 않고 새끼 제비의 입속에 먹이를 넣어주는 엄마 아빠 제비의 부지런함은 잊었던 부모님의 노고를 떠올리게 한다. 날개에 힘을 얻은 새끼 제비들이 하늘 속으로 날아가는 신통한 성장은 자녀들의 어느 날 모습에 놀라는 어른들의 표정을 읽게 한다. 그래서 처마 밑 작은 보금자리는 해마다 생기 넘치는 이야기를 풀어내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봄 여름 가을의 계절 속에 제비 가족이 처마 밑에서 지내는 시간은 잘 지어진 제비집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다시 찾은 낯익은 그 집의 처마에 들어서서 부부 제비는 손발 맞추어 정교한 제비집을 완성한다. 멀지 않아 그 포근한 자리에는 몇 개의 제비 알이 내일을 준비한다. 날개 밑에서 체온을 받아 새끼로 자란 작은 생명이 알껍데기를 열고 세상을 본다. 노란 부리가 예쁘게 드러나며 먹이를 받아먹고 날마다 자라난다. 어느 날 날개가 완성된다. 둥지를 나와 가까운 전깃줄까지 날아가는 연습에 열중한다.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매일매일 날개에 힘을 저축한다. 단풍 드는 계절이 오면 늘어난 제비 가족은 정든 집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남쪽 나라로 향한다. 집주인은 섭섭함을 달래며 내년에 만나자 손을 흔든다.  
 
제비집은 이제 주인이 없다. 그래도 제비집은 내년을 기다리며 새끼 제비들의 짹짹거림과 날씬한 선을 긋던 제비의 날갯짓을 되새기는 소리가 그곳에서 들린다. 다시 만나는 반가움이 살아난다. 흥부 놀부가 울고 웃던 제비집을 그려보며 사람들은 흥부도 되고 놀부도 된다. 제비집이 우리에게 자연으로 흘러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한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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