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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문학 한류는 오나

총선처럼 화끈하지는 않지만 요즘 기꺼이 몰입하는 분야가 있다. 자고 나면 국내 작가의 해외 문학상 수상 관련 소식이 전해진다.   알려진 대로 중견 시인 김혜순이 지난달 영문 번역시집 ‘팬텀 페인 윙스(Phantom Pain Wings·날개 환상통)’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 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하인즈 인수 펭클에 따르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상은 아니다. 현지 시집 판매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미국은 500부만 팔리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시집에 대해 관심 없기로 악명 높은 나라다. 도서관 사서들이 새 책을 구입할 때 수상 사실을 참고하기 때문에 미국 도서관에 깔릴 가능성은 크다고 한다. 무엇보다 상업성에 물든 출판계와 달리 뉴욕타임스 등 매체에 글을 쓰는 도서비평가들이 문학적 잣대만으로 판정한 결과여서 상징성이 크다고 했다. 문체부 장관이 축전까지 보냈어야 할 쾌거인지는 모르겠으나 축하를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난 9일에는 황석영의 만년 역작 ‘철도원 삼대’(2020년)가 영국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2년 정보라의 ‘저주토끼’, 지난해 천명관의 ‘고래’에 이어 올해 ‘철도원 삼대’까지, 한국문학에 대한 부커상 측의 갑작스러운 열의가 의아하긴 하지만 어쨌든 좋은 소식.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2016년 이 상 수상을 발판으로 2022년 기준 13개 언어권에서 16만 부가 팔렸다.   10일에는 내용 달달해 K-힐링 소설로 통하는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선정됐다. 문학상 수상이 책 판매를 끌어올리는 신뢰관계가 희박한 한국과 달리, 서점대상은 철저하게 상업적 관점에서 제정한 상이라 판매 효과가 크다고 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상 뽑아 놓은 일본 서점인들이 열심히 마케팅 한다는 얘기다.   요약하면 한국문학은 요즘 적어도 해외에서 잘 나간다. ‘해외에서’라고 토 단 이유는 국내 사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어서다. 어쨌든 문학 한류가 가시권이라고 주장해도 허황하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문학 자체의 저력 때문인지, 팝·영화·음식 등 한   류의 영향인지, 삼성·현대의 영향인지, 아니면 그 모두 때문인지는 정밀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러다가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고, 문학의 세계시민권까지 획득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문학의 존재감을 누구나 인정해주는 상황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과거를 돌아보자. 꼭 31년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국 작가를 잡아라, 유럽 출판계 전속계약 붐’.   1993년 3월 8일 자 중앙일보 13면 3단 박스 기사 제목이다. 당시 사정은 문학평론가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씨가 잘 안다.   90년대 들어 고도성장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문학도 알리고 싶다는 한국인들의 열망이 싹텄다. 마침 이문열의 중편 ‘금시조’가 프랑스에서 출간되자 극찬이 쏟아졌다. 이후 “거대지원사업”들이 출범했다. 93년 대산재단, 96년 한국문학번역금고(현 한국문학번역원)가 각각 설립됐다. 한국문학을 번역 출판하는 해외 출판사에 지원금을 주기 시작했다. 기사가 전하는 당시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뜨겁다. 프랑스·이탈리아의 유력 출판사들이 문학성·대중성 겸비한 한국 작가 잡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니.   지금 눈앞의 현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가령 30년 후에 분명해질 것이다. 진정한 문학 한류의 출발점이거나 아니면 31년 전의 반복이거나.   정과리씨는 비관적이다. 30년 전 열기가 식은 지 오래라는 것이다. 한국문학 자체,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은 게 실패 요인이다. 지금 열기도 일회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요즘 한국소설은 2030여성이 주 독자층이어서 그들 입맛에 맞는 작품이 많이 쓰인다. 상품이 다양하지 않은데 꾸준히 팔릴 리 없다는 시각이다.   윤상인 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보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국의 역사나 민족주의에 매몰되지 않아야 보편문학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일본의 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은 보편문학이 아니었다. 지극히 일본적이었다. 94년 노벨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보편문학을 했다. 모든 작품에 걸쳐 권력의 억압, 대중의 타락 가능성을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그럴듯하다.   이쯤에서 묻게 된다. 우리에게 그런보편문학이 많나. 현재 쓰이나. 신준봉 / 한국 중앙일보논설위원시선 문학 한류 문학상 수상 해외 문학상 문학적 잣대

2024-04-14

[문예 마당] 고독은 운명

‘99, 88, 231’ 의 소망은 마법의 숫자인가? 듣는 귀가 즐겁다. 누구든지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동안 잠자듯이 육신을 벗고 훌훌 날아가 버리는 상상만으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부지런하게 육신과 두뇌를 훈련시키는 습성을 키우라는 조건이 붙긴 해도 의지력과 사지를 움직일 수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노후의 삶은 열정이 원동력이다.   나에게 이 동기를 불러 일으킨 것은 쓰레기 줍기였다. 2년 동안 관심조차 없었던 쓰레기가 눈에 밟히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 되어 자전거와 롤러불레이드 타는 것도 그만두고 바닷가에서 쓰레기 줍는 청소부로 20년이 흘렀다. 쓰레기도 주으며 바다에서 혼자 즐기는 시간은 열정 그 이상이었다. 사유하며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찾고 나의 길을 가는 것이 외롭지만 참으로 이상적이었다.     취미라는게 이상적인 수준이 된다면 일종의 도가 텄다고 볼 수도 있다. 영혼과 육신에 넘치는 에너지로 충만케 하는 바다의 넉넉함은 나의 삶을 바꾸도록 만들었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자아 중심적인 삶에서 치유 가능한 삶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은총이었다.   협력하는 시간 보다 혼자 나아가는 시간이 많았던 것도 지나고 보면 누군가와의 여정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어쩌다가, 외로움으로 인하여 정신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말인가? 외로움이 사람을 고립시키고 우울증을 만들어 끝내는 극단적 선택까지…. 사회적인 문제로서 정부가 손을 써야될 위기라고 한다.   정신 건강과 소셜 라이프의 관심사가 팬데믹 이후에 더욱 독보적인 물살을 타고 있다. 친교가 없는 삶을 마치 외로운 늑대로까지 보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요즘의 트렌드는 모이면 살고 흩어져 외톨이가 되면 문제있는 사람으로, 내몰리는 이 비정상적인 색안경을 어느 쪽에서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친교하는 사람들을 극히 정상이라 믿게 되는건 그렇게 보일뿐인 가시적인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누군가의 유행어를 비판없이 받아들인 결과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늘 바뀌는 먹걸이와 맛집 순례가 만남의 최대 관건이라 볼 때 만나고 헤어지는 일상의 반복이 만족스러워서만은 아닌 것 같다. 친교했던 시간을 되집퍼 보면 무슨 말을 했고 들었는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 공허함에 외로움까지 군중속의 고독이 떠오른다.   그렇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철학과 문학 예술의 출발점이기도 한 존재의 근원적인 접근으로서 대중성을 뛰어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지 않는가. 사색하며 가는 길에 만남의 인연이 있어도 좋겠지만 없다고 해서 문제답지 않은 문제에 휘말려 외로움을 정신병의 관문으로 취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팬데믹 때문에 정신 건강이 악화 됬다고 믿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마다 잠재해 있던 문제와 사회적 시대적 물살에 성찰없이 살아온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쉽게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워서 쓰고 또 쓸 수 밖에 없는 나의 수필은 세상에 외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일 수도 있다. 공감의 관계를 무시하고 아우성치는 말잔치보다, 뻬곡히 써내려간 손편지 한 장과 수필 한 편을 쓰는 일은 나 자신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외로움과 고독한 시간을 자청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일이다.   팔팔한 장수세대에 들지 못한다 해도 삶의 끝자락에 편안히 당도하여 생명의 한계를 명료하게 맞이 하고 싶은 소망 만큼은 간직하고 싶다. 진정한 내적 자아로의 여행은 홀로 가는 길이라서 만남을 갈구하는데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 보다 너도 홀로 나도 홀로 그렇게 가는게 아닐까 싶다. 죽음을 직시하는 이 길을 피하도록 별의 별 수단을 다하여 유도하는 사회의 흐름을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음은 비대면이 아니라 대면 해야 할 고독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최경애 / 수필가문예 마당 고독 운명 정신 건강 철학과 문학 소셜 라이프

2024-03-28

“문학으로 이민사 한 축 이룰 것”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현숙 회장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이현숙·사진)는 올해도 한글 지킴이를 목표 삼아 꾸준히 창작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협회는 줌을 통한 화상회의와 대면 모임, 지역 모임에서 문학 활동과 친목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창립 25주년 행사 및 문학 세미나에 다트머스대학교 김성곤 교수를 초빙해 한국문학의 번역과 해외 출판 등 강의로 번역문학과 영문 창작 활동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올해 주요 활동은 번역문학 줌 강의, 지역별 월례회 조성,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작품 출품, 한국 언론사 기고, 영문 에세이 활성화 등이다.     올해도 계간지인 ‘퓨전수필’로 협회 소식, 회원 활동, 작품을 나누고 협회지인 ‘재미수필’을 통해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출간할 계획이다. 그 안에 이민 역사와 미래의 희망을 담아 디아스포라 문학의 탑을 쌓고자 한다. ‘퓨전수필’은 1년 4번 발행해 지금까지 84호가 나왔고 ‘재미수필’은 지난해 25집이 발간됐다.     지난해 읽어주는 유튜브 채널 ‘재미수필’을 개설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수필 문학의 독자층을 넓히고 작품 발표 기회를 늘리며 공감대를 나누고 있다. 방문자 수가 2만명이 넘었고 참여 작가와 콘텐츠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 안에 지켜야 하거나 바꿔야 할 가치를 작품에 풀어내 역사를 이끌어가는 일이 작가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재미 수필가들은 한인이민사에 문학작품으로 한 축을 이루고자 한다. 이은영 기자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민사 회장 이현숙 번역문학과 영문 문학 활동

2024-01-14

[문학단체장 새해 계획] “한국 문학 단체와 협력 강화”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는 해마다 미전역 회원들과 함께하기 위해 LA를 필두로 애틀랜타, 시카고, 하와이, 뉴욕 등에서 출판기념회 및 문학상 시상식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는 10월 서울시향 낭송회와 공동으로 한국 국회의사당 소회의실에서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소속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올해는 한국문협 미주지회 활성화를 위해 한국의 문학단체와 더 곤고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정기적으로 한국 방문 때 전국 문인들의 기념관을 찾아가는 행사 외 한국의 문학단체와 공동주관으로 미주지역에서 문학상 및 출판기념회를 할 예정이다.     한국에는 각 지자체의 문화예술지원사업에 따라 문단경력 10여 년이 되면 개인 출판물을 지원해 준다. 또한 우수문학단체에는 해마다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해외는 제외되어 있다. 해외에 있는 문학단체들은 회원들의 회비에 의존해 정기간행물을 출판하고 있다. 최소한 10년 이상 결호 없이 출판하는 문학단체에는 한국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용의 해다. 용은 힘과 권력 행운 등 각종 어려움과 고난으로부터 지켜주는 수호의 상징이다. 지난해에 있었던 각종 혼란을 모두 털어버리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은영 기자  문학단체장 새해 계획 한국 문학 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한국 문학 한국문협 미주지회

2024-01-06

타민족 사이 K-문학 인기 상승

“작가님 소설 읽느라 밤 샜어요.”   지난달 맨해튼 53스트리트 뉴욕공립도서관(NYPL)에서 열린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북토크 행사에 참여한 한 타민족 독자는 팬심을 고백하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수용 인원보다 많은 이들이 예약해 인산인해를 이룬 이날 행사가 끝난 후, 저자와 번역가 사인을 받기 위해 도서관 입구까지 긴 줄이 이어지며 한국 문학의 인기를 증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행사에 참여한 이들 중 상당수가 타민족이라는 것이었다.     K-팝과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타민족들 사이에서 K-문학 인기도 급부상하고 있다. 맨해튼 53스트리트 NYPL의 한인 사서 이초롱 씨는 “예전에는 타민족 독자들이 3~4일에 한 번꼴로 한국책 번역본을 대여해 갔다면, 이제는 거의 매일 대여해 가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2016년 한강 작가가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을 수상한 후, 지난해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에 이어 올해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한국 문학의 위상이 높아지며 타민족 독자들도 K-문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문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뉴욕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이어졌다. 정보라 작가는 “올해 스페인, 프랑스, 호주, 독일, 폴란드 등 7개국을 방문해 북토크를 진행했는데, 외국인들이 이 정도로 우리 문학에 관심이 많을 줄 몰랐다”며 “한국 문학을 자기 나라 언어로 옮기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문학 작품은 사회비판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타국에서도 공감하는 것 같다”며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높아지는 인기에 한국문학 작품을 출간하고자 하는 해외 출판사들도 급증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지난달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 한해 한국문학 작품을 출간하고자 하는 해외출판사를 대상으로 번역 및 출판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의 신청 건수는 281건으로, 2014년 사업 시작 당시보다 20배 이상 증가했다. 번역원은 “한강 작가의 아시아 최초 부커상 수상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한국 문학의 국제적 인지도와 영향력은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며 “작가, 번역가들의 뛰어난 역량, 보편적 감수성과 문화적 개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한국문학만의 매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출판업계의 지적이다. 정 작가는 “K-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유럽 언어나 몽골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이 필요한데, 아직 그런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글·사진=윤지혜 기자 yoon.jihye@koreadailyny.com타민족 인기 타민족 독자들 한국문학 작품 문학 인기

2023-11-30

“한국 문학 세계 문학으로 부상”

“번역은 각기 다른 문화, 다른 언어의 다리를 놓는 것입니다”   지난달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이현숙)가 주최한 가을 문학세미나에 강사로 초빙돼 LA 문학계에 한국문학 번역의 새로운 지평을 열은 다트머스대학교 김성곤(사진) 교수의 번역에 대한 해석이다.     “번역은 문화와 문화를 연결한다”는 브라질 작가 주세 사라마고의 말을 인용한 김 교수는 ‘번역을 통해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다트머스대학교 객원 교수로 강의하고 있는 김 교수는 한국번역 문학의 대부라 불린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문화체육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했고 재임 기간 한강 작가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채식주의자’로 영국 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또 미국 다키아치브 프레스에서 한국문학전집 25권 출간 등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려왔다. 최인훈 ‘광장’, 황동규 ‘미시령 큰바람’(미국시인 데니스 멀로니와 공역), 문정희 ‘양귀비 꽃 머리에 꽂고’(영국시인 알렉 고든과 공역)를 영역해서 미국에서 출간도 했다.   한국출판문화협회의 ‘출판문화’가 뽑은 한국을 대표하는 번역가에 선정되었고, 김영사에 의해 ‘우리 시대 최고의 번역가’ 중 한 사람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한국문학이 세계 문학이 되려면 훌륭한 원작, 탁월한 번역가, 그리고 유능한 해외출판사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출간되어 주목받고 성공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나 김영하의 ‘빛의 제국(The Republic is Calling You)’, 편혜영의 ‘홀(Hole)’, 정유정의 ‘종의 기원(My Good Son)’은 모두 순수문학이지만 번역을 통해 뛰어난 추리기법을 사용했다.   김 교수는 “좋은 번역가를 만나는 것은 가장 큰 선물”이라며 “좋은 번역가가 원작을 세계 문학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에서 번역가는 150여명 정도다. 문화체육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이 공모전을 통해 선발한다.     김교수는 “한국적 정서와 이중언어, 이중문화를 모두 가지고 있는 한인 2세들은 한국 문학과 해외 문학을 이을 수 있는 최고 재원”이라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번역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빛나는 한국(Glittering Korea)’이라는 제목으로 한국문학의 해외 부상과 국제적 인정에 대해 기사를 썼다. 북한은 미사일 실험으로 세계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한국은 세련된 문학과 문화로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다.     김교수는 “한강과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영국의 부커인터내셔널 수상에 이어 올해 천명관 작가의 고래(Whale)가 최종후보로 올랐다”며 “한국문학은 앞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는 세계 문학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은영 기자문학 한국 문화체육부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 번역 한국번역 문학

2023-10-22

오는 20일 ‘한국 문학의 밤’ 개최

    워싱턴한국문화원(원장 김정훈)이 오는 20일(금) 오후 6시 30분, ‘한국 문학의 밤’행사를 개최한다. 행사는 워싱턴 DC 일원에 한국 문학의 진면목을 소개하고 세계 문학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짚어 보는 자리로 마련돼 브리티시 컬럼비아大 브루스 풀턴 교수가 ‘K-문학의 토대로서 한국 대표 단편소설’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이날 강연에서는 이효석, 황순원 등 한국 단편 문학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 특성과 이들 작가가 한국의 현대 문학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풀턴 교수는 자신이 편집자로 참여하고, 올해 4월 영국의 펭귄 랜덤하우스가 출간해 호평 받고 있는 ‘한국 문학 번역 선집’ 안내 시간도 갖는다.   더불어 최근 소설 ‘도가니’의 영문 출간으로 미국 출판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공지영 소설가가 온라인으로 참여해 임마누엘 김 조지 워싱턴대 교수 사회로 미국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이 시간에는 공 작가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향후 작품 구상 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참석자들과 소통의 시간(Q&A)을 가질 전망이다.     문학행사 종료 후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아름답고 순수한 교감을 담은 한국문학사의 대표작 황순원의 ’소나기’를 안재훈 감독이 재탄생시킨 애니메이션 영화 ‘소나기’가 상영된다. ‘한국 문학의 밤’ 행사 참석은 무료이며, 워싱턴문화원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입장 가능하다.     문의: washingtondc.korean-culture.org 문화원 홈페이지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한국 문학 한국 문학 문학행사 종료 세계 문학

2023-10-12

[문장으로 읽는 책]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마술적 리얼리즘… 같은 용어들은 문학이 종래의 서사 구조에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거대한 틈과 부딪치며 주섬주섬 갖다 붙인 용어입니다. 이 용어들은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는 게 많고, 설명해주는 바가 없어요. 중요한 소설가들은 기존의 카테고리 바깥에서 나타나죠. 주제 사라마구가 쓰는 게 어떤 종류의 소설인지 말해 보세요. 리얼리즘은 아닙니다. 확실히 아니죠. 하지만 그의 작품은 분명 문학입니다.     어슐러 K. 르 귄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SF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르 귄이 리얼리즘 소설만을 문학의 꼭대기에 올려온 기성 문학계에 일침을 가하는 문장이다.   “저는 상상력이 인류가 가진 가장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마주 보는 엄지의 유용성을 넘어설 정도죠. 저는 엄지손가락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지만, 상상력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상상력은 정신의 필수 도구이며 생각의 본질적인 방식, 사람이 되고 사람으로 남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입니다.” 그 상상력을 자극하고 훈련하는 것으로 SF만 한 게 있을까.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여행하는 ‘삶’이라는 나라에 가장 유용한 안내서” “책은 오래 간다. 당신이 열다섯살 때 어떤 책이 뭔가를 말해 줬다면, 오십 살에도 같은 말을 해줄 것이다.” “따분하고 서툰 스타일은 곧 사고의 빈한함이나 불완전함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다윈의 정확하고 폭넓고 탁월한 지력은 그의 명료하고 강하고 활력 있는 글로 표현된다고 본다.” 부제가 ‘삶과 책에 대한 사색’인 서평집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기성 문학계 리얼리즘 소설 판타지 문학

2023-06-14

글여울 출판기념회 및 신인 문학상 공모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KCPC) 산하 시니어 행복대학의 문예창작반글여울이 27일 오후 1시 교회 커뮤니티홀에서 '글여울 문학 제2호' 출판 기념회를 개최하고 제3회 신인 문학상 공모전을 예고했다.     먼저 이번 주 열리는 출판 기념회에는 특별히 음악 연주에 맞춰 시 낭송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갖는다. 시의 분위기에 맞춰 크로마 하프, 하모니카 독주, 색소폰 합주가 연주되며, 음악을 배경으로 시를 감상할 수 있다.     또 글여울은 8월부터 10월 15일까지 제3회 신인 문학상 공모를 받으며 관심 있는 시니어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     응모 시 5편, 수필 2편, 단편 소설 1편으로 모두 순수 창작품, 미발표 신작이어야 한다. 당선자는 10월 31일 개별 통보되며, 모작, 표절이 밝혀질 경우 당선이 취소되고 상금이 회수될 수 있다.     최우수상(1명)에게는 500달러, 우수상(1명)은 300달러, 장려상(1명)은 200달러 상금과 상패가 돌아간다. 시상식은 12월 9일로 예정돼 있다.     당선된 작품은 글여울 문학 제3호에 실린다. 접수는 이메일(hwashik219@gmail.com)으로 하면 된다.   한편 행복대학은 4년째 문예창작반글여울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강사로 활동하는 강화식 시인이 학생들의 창작 활동을 돕고 있다.     문의=818-427-2942(강화식 시인) 윤지아 기자출판기념회 글여울 글여울 출판기념회 신인 공모 글여울 문학

2023-05-23

뇌과학과 문학 접목 논서 출간

은퇴 의사이며 소설가인 연규호(사진) 박사가 ‘뇌신경과학으로 본 마음과 문학의 세계(도서출판 도훈·사진)’를 출간했다.     해당 도서는 지금까지 뇌과학을 문학에 접목해 본격적인 설명을 한 최초 논서로 주목받고 있다.     내과 전문의로서 뇌신경과학을 이해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1세기 뇌과학을 이해해야 하는 시대에 문학의 이론을 쉽게 설명할뿐만 아니라, 심리학, 철학의 논리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내과 의사에서 은퇴한 연박사는 뇌신경과학과 심리, 철학 그리고 문학의 이론을 비교 분석해왔다.     ‘뇌신경과학으로 본 마음과 문학의 세계’는 인간의 기억, 생각, 마음을 설명한 ‘뇌와 마음’, ‘생각하는 뇌, 고민하는 마음’ 전작에 이은 세 번째 증보판으로 지난 5~6년 동안 소아정신과 수잔 정 박사와 은사인 최병호 신경병리 교수의 지도를 통해 다시 연구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연박사는 “지난 5000년 인류 역사에 지대한 학문인 철학, 심리 그리고 문학예술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혼동으로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세계적인 뇌신경과학 교수, 에릭 칸델, 에델만 등의 이론을 토대로 한 정통적인 뇌과학 교과서, 참고서를 쓰고 싶었다”며 출간 이유를 밝혔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뇌의 해부, 생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 새롭게 분류한 인간의 뇌와 명칭, 기억, 의식, 생각 그리고 꿈, 뇌신경과학을 문학에 적용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연박사는 “향후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뇌과학과 문학, 마음의 세계를 홍보하려 한다”며 “영어 번역 출간 및 일반 대중들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 증보판 논서를 다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규호 박사는 ‘투탕카멘의 녹슨 단검’ 등 장편 소설 16편, ‘해부학실습실의 촛불 데모’ 등 5편 소설집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또 미주문학상, 미주 펜문학상, 청하 문학상, 재외동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은영 기자뇌과학 문학 문학 접목 문학 마음 미주문학상 미주

2023-05-21

문학 한류 트렌드 ‘디카시 전시회’ 열린다

  한국에서 처음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문학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며 문학 한류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디카시 전시회가 LA 한인타운에서 열린다.     미주한국문인협회(회장 오연희·이하 미주문협)가 오는 26~28일 3일 동안 코리아타운 갤러리아에서 ‘디카시와 서각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디카시(Dica-Poem)는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로 작품은 직접 촬영한 한장의 사진과 5행 이내의 시적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주문협 오연희 회장은 “디카시는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라며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해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 창작에 필요한 전통적 시작법이나 시론을 필요조건으로 하지 않아 전문적인 시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디카시 전시회 참여 작가는 김수현, 손명세, 박경애, 이경희, 이창윤, 성민희, 성영라, 여준영, 전월화, 이일영, 전희진, 조형숙, 김향미, 지희선, 장시순 등 총 55인으로 100여편이 전시된다.    디카시 전시회는 문학의 저변 확대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미주한국문인협회의 새로운 활동이다.     미주문협은 “지난달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김종회 교수 초청 강의로 인해 디카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 같다”며 “이번 전시회에 미전역의 등단 작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대거 출품해 100편이 훨씬 넘는 작품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에 문협은 일회성 전시회로 끝내지 않고 8월에 열릴 예정인 미주한국문인협회 여름 문학축제에서도 디카시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디카시와 함께 서각도 소개된다. 서예가이며 서각가로 널리 알려진 이진수 시인이 나무에 시를 새겨 넣는 작업을 맡았다.   미주 문협은 1982년에 창립해 지난해 40주년을 맞이했다. 미주 작가들의 작품을 엮어 일 년에 4번 발행하는 계간지 ‘미주 문학’ 가을호가 100호를 맞이하기도 했다.     또 미주 문단 소식, 문학 작품, 공지 사항 등을 소개하는 문인협회 월보를 매달 전 회원에게 발송하고 있다. 문협 회원들의 연간 출판은 20~30권에 이른다.     문협의 가장 큰 연중행사는 여름 문학 캠프다. 한국에서 유명 강사를 초빙해 문학의 갈증을 풀어주고 문학의 흐름을 이어가는 시간이다. 올해는 8월 19~20일 팜 스프링 미라클 호텔에서 개최된다.     오 회장은 “올해는 문학인 저변 확대 사업으로 디카시라는 장르를 확장 및 발전시킬 것”이라며 “등단 작가가 아니어도 좋은 작품은 문협 웹사이트(mijumunhak.net) 디카시 섹션에 실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카시와 서각 전시회 오프닝 리셉션은 오는 26일 1시에 열린다.     ▶주소:3250 W. Olympic Blvd. LA   ▶문의:(310)938-1621, (562)405-2468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트렌드 전시회 디카시 전시회 지난달 한국디카시인협회 문학 한류

2023-05-14

‘디카시’로 문학인 저변 확대…미주문협 신임 회장단 출범

미주한국문인협회(회장 오연희·이하 미주문협) 신임 회장단이 출범했다.     연임된 이용우 이사장과 오연희 신임 회장은 향후 2년 동안 미주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문학단체인 미주문협을 이끌어 나간다.     오연희 신임 회장은 “40년의 전통, 400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문학 단체로서의 명성을 이어간다”며 “문협 사무실을 재정비해 대면 문학 강의, 문학 토방, 미니 출판기념회, 북 사인회를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주 문협은 1982년에 창립해 지난해 40주년을 맞이했다. 미주 작가들의 작품을 엮어 일 년 4번 발행하는 계간지 ‘미주 문학’ 가을호가 100호를 맞이하기도 했다.     또 미주 문단 소식, 문학 작품, 공지사항 등을 소개하는 문협월보를 매달 전 회원에게 발송하고 있다. 문협 회원들의 연간 출판은 20~30권에 이른다.     오 회장은 “시, 시조, 동시, 동화, 수필, 소설, 희곡, 평론, 한영 문학 등 전 문학 장르를 아우른다”며 “올해는 문학인 저변 확대 사업으로 디카시라는 장르를 확장 및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디카시(Dica- Poem)는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다. 한국에서 발원한 새로운 문학 장르로 세계적인 한류 문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 회장은 “등단 작가가 아니어도 좋은 작품은 문협 웹사이트(mijumunhak.net) 디카시 섹션에 실리며 디카시 전시회와 함께 서각전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가슴 설레이는 생활문학 디카시’라는 주제로 17일 오후 4시 미주문협 사무실(680 Wilshire Place, #410)에서 강의를 개최한다.   강사는 오연희 회장으로 참가비는 10달러다. 참가인원이 25명으로 제한돼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또 한국에서 문학 장르별 강사를 초빙해 미주 문인들의 작품 세계가 깊어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오는 5월 19일에는 나희덕 시인이 ‘시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이라는 주제로 줌 강의를 진행한다.    문협의 가장 큰 연중행사는 여름 문학 캠프다. 한국에서 유명 강사를 초빙해 문학의 갈증을 풀어주고 문학의 흐름을 이어가는 시간이다. 올해는 8월 19~20일 팜 스프링 미라클 호텔에서 개최된다. 해마다 열리는 여름 문학 캠프 행사를 위해 이사진은 10월 기금 모금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 회장은 “올해 디카시, 유튜브 채널 개설 등 새로운 문학 콘텐츠를 시도한다”며 “공부하는 협회로 문학인들의 작품 세계가 더 깊어지고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의: (562) 405-2468, ghmkim@hotmail.com 이은영 기자회장단 문학 문학 장르별 생활문학 디카시 문학인 저변

2023-03-12

[삶의 뜨락에서] 나에게 문학은

문학은 나에게 참 자아를 찾아가게 해주는 길이다. 내가 진정 추구하는 것, 나의 내면을 채워 주는 것,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그 무엇 말이다. 문제는 그 여정이 너무 어렵고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 점이 문학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적 욕심이 많았다. 아마도 박사학위도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중앙일보 문학 교실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05년 2월이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나의 문학으로의 여정은 어쩌다 뭍으로 나온 물고기가 물을 만나 신나게 바다로 헤엄쳐나가는 과정이었고 이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 당시 나의 우울증은 빈둥지 증후군에서 시작되었다. 아들딸이 대학으로 떠나고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계속 구겨지고 있었다. 좋은 차, 좋은 집 그리고 내가 그토록 선망했던 유럽 여행, 파리·런던을 혼자 누비고 다녀도 가슴 속은 더욱 비워져만 갔다.     그러던 중에 한 사건이 터졌다. 2004년 10월 21일 연중행사인 베어마운틴에 단풍 구경을 갔다. 유난히도 찬란했던 가을 햇살, 적당히 기분 좋게 간질이는 소슬바람, 그리고 오색영롱한 단풍잎들이 절대자의 지휘봉 아래 축제의 향연을 열고 있었다. 그 눈부신 광경에 나는 숨이 막혔고 말문조차 막혔다. 그 감동과 감흥을 표현할 말을 잊었다. 아니 난 아예 처음부터 모르고 있었다. 그날 밤 난 집에 와서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가슴 속은 터질 듯이 무언가 꽉 차 있었는데 말로도, 글로도, 그림으로도 표현할 방법을 몰라 넋 놓고 울었다. 밤늦게 난 동양화 물감을 풀어 그 마법의 색채를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붓을 놀렸다.     그 해 그렇게 힘든 겨울을 맞고 2005년 2월 남편 생일날 학연으로 알게 된 최복림 시인이 우리 집에 오셨다. 그때 최 시인이 나를 문학 교실로 유인(?)하셨다. 그렇게 나와 김정기 선생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미국 생환 28년, 한국말도 글도 어눌했던, 그렇다고 영어에 능수능란했던 것도 아닌 디아스포라의 고통과 아픔을 다시 한번 겪어야만 했다. 나의 한글 실력은 1977년에 멈췄고 오히려 퇴화한 상태였다. 말도 글도 쓰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김정기 선생님의 가르침은 그 당시 나에게 생명수였다. 미국 직장과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한국어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선생님의 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큰 노력과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우선 잃어버린 내 한글 실력을 1977년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또 1977년부터 2004년까지의 공백 기간도 메꾸어야만 시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현대 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김정기 선생님의 전공이 현대 시임을 나는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 김영랑, 서정주 시인들은 한국 문학의 역사이자 고전이다.     세상은 계속 진화한다. 역사를 공부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노력이 현대인의 몫이다. 선생님은 항상 트렌드를 읽으신다. 예리하신 촉으로 우리를 채찍질하시고 사랑의 매도 서슴지 않으신다. 비록 늦게 시작한 문학 공부이지만 나에게 생의 활력과 기쁨을 불어넣어 주신 김정기 선생님께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람은 꿈을 갖고 산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다. 해야 하는 일로 난 간호사를 택했고 만족한다. 생의 중반을 넘어서 진정 내가 하고 싶고 행복할 수 있는 일로 난 문학을 택했다. 내 몸 안에는 항상 문학에 대한 갈증과 열정이 있었다. 줄탁동시! 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안팎에서 새끼와 어미 닭이 동시에 서로 쪼아야 병아리가 부화한다는 뜻이다. 김정기 선생님은 나에게 어미 닭이시다. 나에게 문학의 매력은 공부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닿을 듯 닿을 듯하면서도 다시 달아나는 신기루와 같은 존재이다. 아니 어쩌면 오아시스와 같아서 계속 찾아가야만 하는 여정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문학 문학 교실 중앙일보 문학 한국 문학

2023-01-27

'단편소설 완성하기' 강의…손홍규 작가가 온라인 진행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손홍규씨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다. 이번 강의는 소설가 지망생을 대상으로 주제는 '단편소설 완성하기'다.   오는 27일(금)부터 열리는 강의는 주 1회(매주 금요일)씩 10주에 걸쳐 줌으로 진행되며 수강료는 300달러다.   손홍규 소설가는 2001년 작가 세계로 등단해 오영수 문학상, 이상 문학상, 채만식 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기도 했다. 펴낸 책으로는 소설 '파르티잔 극장' '청년의사 장기려', 산문집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등이 있다.   이번 강의는 미주 지역 소설가 홍영옥 씨가 기획했다.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좋은 강의를 들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번 강의에서는 참가자들의 소설 작품을 손홍규 작가가 조언해주고 첨삭 등을 해준다.   홍 작가는 "단편소설 문학 창작의 소식과 자료가 전혀 없는 미국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 무척이나 외로운 여정"이라며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막연하게 헤매던 소설 쓰기의 길 안내를 아주 쉽게 열정적으로 강의해 주기 때문에 수강생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213)700-6667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단편소설 게시판 소설가 지망생들 단편소설 문학 강의 손홍규

2023-01-13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만남에 대하여

누구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이 될 터이고, 직장 동료이거나, 학교 동기, 선후배, 교회 친구들. 각종 모임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은 잠깐일 수도 있지만 때론 나의 생을 통하여 오랜 기간 동안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돕고 기대며 살아가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만남에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는 진실함이 아닐까 생각 된다. 만남에서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태도가 진실함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처음 만난 사람 사이에서 신뢰와 믿음이 쌓이게 될까? 무엇이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사람에게 가까이 가게 되고 또 그 사람과 있으므로 행복해질까? 이건 어떤 도움을 주고 받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에게 끌리는 인간의 본성으로 말미암은 것일 것이다.     서울방문 때 여러 문인들을 가까이 만나게 되었다 서로 처음 뵙는 분들이어서 조심스럽긴 하였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마음을 열게 되었다. 문학에 대하여, 창작 활동에 대하여, 살아 가는 어려움에 대하여, 격의 없는 대화를 여러 번 가질 수 있었다. 나의 짧은 문학 활동에 비하여 많은 경험과 과정을 통해 쌓아온 본인의 노하우를 가감 없이 이야기 해줄 때 나는 진심으로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만남은 이런 것이다. 살아가면서 진정한 만남을 갖지 못하였다면 나는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지 못했을 수 있으므로 상대방을 탓하기보다 나를 먼저 돌아 볼 일이다. 언젠가 다시 만날 사람도 있겠지만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사람 사는 일이여서 다시 만난다는 보장도 없을 것이지만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세상에 수 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그 사람과 만난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헤어지고 나서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떠 올리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사람은 나에게 진심으로 대해 주었던 사람일 것이다. 그것이 비록 내 인생의 짧은 만남이 되었을지라도 나에겐 큰 설레임으로 남겨질 것이다. 나의 삶에 큰 영향력을 주는 사람과의 만남은 행복이요, 축복일 수밖에 없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요 그 만남으로 나의 삶의 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내가 사는 나의 인생이지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인생의 길을 함께 찾아 나서는 만남은 나의 행복한 여행이 되기도 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은 내게 선생이 되고, 친구가 되고, 때론 연인이 되기도 한다. 소중한 만남은 쉽게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다. 사랑하는 이와의 헤어지는 아픔은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 누구도 이별을 전제로 만남을 시작 하지 않았기에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이별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 이어지는 만남은 없다. 태어나면 그로부터 우리는 죽음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문을 향하여 걸어 가듯이, 이별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우리는 만남을 이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어떤 모습으로 서로에게 기억 될 수 있는지? 그리고 함께였을 때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로 여겨졌는지? 얼마나 진심으로 서로에게 마주 했는지? 마음을 다하고 표현하며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그러므로 만남에는 후회가 없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만남의 매 순간마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나에게 가장 옳은 것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은 나로 돌아와 가장 나다운 만남을 가지는 것이다. 나를 속이는 만남은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만남은 당신은 물론 상대방에게도 아픔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남에 있어 가장 먼저 있어야 할 덕목은 진실함이다. 그 진실함은 서로의 만남에 신뢰와 확신을 선물로 준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문학 활동 교회 친구들 창작 활동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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