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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꽃 피우는 당신

꽃 피우는 당신  
 
 
그대 독백 나를 저밉니다  
나의 등 뒤로 안겨 와  
땅거미 밀리는 아픔입니다  
 
 


그대 몸짓 날 일으킵니다  
너무 멀리 흔들리는 불꽃  
심지로 타는 눈물입니다  
 
 
밤 지나 햇볕과 바람  
살 햇볕과 무심한 바람  
기억을 주우러 간  
밤과 아침 사이  
푸른빛 하늘을 그리고서야  
부서진 마음에 닻을 내리는  
아픔이란 이름으로 자꾸  
꽃피우는 당신입니다  
 
 
[신호철]

[신호철]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시카고 문학 캠프를 위해 멀리 한국에서 오신 이창봉 교수를 환영하러 오헤어 공항에 나갔다가 함께 차로 돌아와 보니 왼쪽 앞바퀴에 부츠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함께 나갔던 박 회장, Jay님에게도 미안했지만, 시카고에 도착한 첫날 짐도 풀기 전에 차가 움직일 수 없는 황당한 사건을 목도한 이 교수에게도 미안했습니다. “Uber를 불러 먼저 이동하면 좋겠어.”라는 나의 말은 귓전에 두고 “아니야,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 “같이 가자.” 팔을 잡아주는 동행에 고맙기도 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Office가 다행히 공항 롱텀 파킹랏 근처에 있었습니다. 물어 물어 공항 기차를 타고 마지막 정거장에서 내렸습니다, 그곳에서 롱텀 Parking lot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Office에 도착했습니다. 수년 전 내지 않았던 티켓이 몇 장 있었고 거기에 부츠값 100불을 포함한 돈을 지불하고 다시 차가 있는 Parking lot으로 돌아와 보니 부츠는 그사이 제거되어 있었습니다.  
 
이 교수가 도착한 시카고에서의 첫날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우리는 참 즐거웠습니다. 오헤어 공항 구석구석을 휘저으며 껄껄거리며 여기저기 물어가며 문제를 해결했다는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단 40분 만이었습니다. 당황스럽고 황당한 일이었지만 돌아오는 차 속에서 오히려 기뻤습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세상살이, 늘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대하는 마음의 태도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한 걸음 물러나 차분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문제는 쉽게 풀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카고에 살아온 지 오래지만 흔치 않은 일 이었고 손님을 맞는 오헤어 공항이라는 특별한 장소여서 더 불편했습니다. 그럼에도 함께 움직이겠다는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은 오히려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어려움이 꽃으로 피어나 모두의 마음에 웃음을 안겨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행복은 좋은 환경에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행복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무거운 것과 나를 조이는 굴레를 벗어 놓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됩니다. 힘겹게 고민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그렇게라도 하겠지만 사실 고민하고 힘들어한다고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만나고, 부딪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때 중요한 키 포인트는 나를 둘러싼 환경이나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사랑은 생각 그 자체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손을 내밀어 표현해야 하고 가슴을 열어 안아주어야 합니다. 험한 길을 함께 걸어 주고, 비와 눈길을 함께 걸어야 합니다. 거센 바람을 정면으로 이겨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살아가야 할 날이 살아왔던 날보다 짧은 사람들에게는 더 더욱 그렇습니다.  
 
사랑은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이 시간에 표현해야 합니다. 지금 환경이 어렵다고 나아진 다음에 하겠다고 미루면 결코 그 사랑은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나는 감사한 일을 겪으며 몇 가지 사실을 나 자신에게 당부했습니다. 자연의 변화와 더불어 살 것. 무거운 겉옷을 벗고 가벼워질 것. 행복한 뒷모습으로 하루를 마감할 것. 작은 몸짓, 작은 생명들에게 눈맞춤 할 것.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환경과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것. 이 모든 것들이 남은 날의 숙제임을 기억할 것.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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